"아 그거 알아요. 곰이 나중에 여자가 되서 환웅이랑 결혼하고 단군을 낳잖아요."

"그렇지... 케케묵은 신화다만, 실은 이게 실화란 말이지."

후드를 뒤집어 쓴 펑키한 라이더슈트의 여성은 담배연기를 내뱉는다.

한숨같이 허공에 흩뿌려진 담배연기는 이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진다.

"실은 호랑이 부족이 축출되고 곰 부족이 환웅에게 복속되었다는 이야기..."

"아니, 말 그대로 진짜."

"그러니까 곰이 사람이 됐고, 우리는 수간으로 낳은 반인반웅의 후손이라는건가요?"

"엄밀히 말하자면 반신반웅이겠지?"

어이없다는 듯 소년은 여성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성의 얼굴에 장난기따윈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담백하게 대답해준다.

"물론 진실은 좀 더 구체적이지. 예를 들자면 몇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HIN 코퍼레이션에서 곰과 호랑이를 이용한 키메라 실험을 벌인거야."

"아 그래요?"

"동굴은 실험실을 뜻하고, 쑥과 마늘은 동물을 변이시키는 실험을 뜻하지."

"지금까지 들은 음모론 중 제일 어이없네요."

여성은 씨익 웃으며 소년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뜨리듯 쓰다듬었다.

"아잇, 그만하세요!"

소년은 여성의 손을 뿌리치곤 다시 머리를 정돈했다.

"그래서, 이런 개뻥을 왜 뜬금없이 말해주는거에요?"

"곰은 인간이 됐고 호랑이는 쑥과 마늘이 싫다고 도중에 뛰쳐 나갔잖아?"

여성은 후드를 벗었다.

찰랑이는 금발, 그리고 머리 위에 달린 고양이과 짐승의 귀.

"그럼 그 배고픈 호랑이는 어떻게 됐을까?"

그 날, 도시에 호환이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