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장챈을 보다보니 천박한 주제... 


절대 내가 훈련소에서 강제 금딸당한 기억이 떠올라 쓴 소재글이 아님. 


야한거 못써서 마무리는 좀 어설픔... 누가 대신 ' 써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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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과학과 기술의 자리를 마법과 신비가 대신한 그런 세상. 


처음에 이런 곳에 떨어졌을 땐 다들 내심 기쁜 마음으로 가득했다. 


왜, 이젠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지루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능력으로 이쁘고 멋진 동료들과 함께하는, 그런 새로운 모험. 


.... 하지만 이 세계에는 마왕 같은 건 없었다. 


대륙을 정복하려는 악의 제국도 없었고. 


사막에서 가득 몰려오는 초록색 피부의 괴물들도 없었다. 


[ 당신의 능력은 촬영, 인화 입니다. ]


더군다나 특별하긴 하지만, 엄청난 능력도 없었다. 


옆집 전생자 능력은 온도 측정. 저 멀리 지내는 전생자의 능력은 속기라던가. 분명 쓸모 있긴 하지만 애매한 종류들.


" 작업 끝났습니다. "


잡아낼 마왕도 없고 주어진 사명도 없는 우리는, 지구에서든 이세계에서든 모두 먹고살아야 하는 인간들이다.


다행히 모두들 주어진 능력에 먹고사는 건 어렵지 않은 삶. 온도 측정 능력자는 대장간에서 모셔가고 속기 능력자는 왕국 제일의 신문사에서 스카웃해갔다. 


촬영, 인화. 눈으로 본 장면을 기억해 빈 종이 위에 인화하는 능력 나 역시. 


' 사실과 다름없는 그림을 그려줍니다. ' 홍보문구를 내걸고 화방을 차렸다. 


처음에는 잘나가서 나름 괜찮은 입지를 갖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 하, 나 참. 지금 이게 뭐예요? "


" 예? 설명해 드린 그대로 실물과 똑같은 그림을... "


" 지금 제가 이 그림 속 사람처럼 뚱뚱하게 살쪘다 이 말인가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


" 됐어요! 잘 그리는 곳이라고 멀리서 찾아왔더니 이렇게 사람을 망신 줘요!? "


거울에 비친 귀부인의 모습과 사진 속 모습은 똑같았다. 


얼굴은 예쁘게 화장했을지 몰라도 드레스가 터져나갈 것처럼 찐 살들. 아쉽게도 뽀샵 기능이 달려있지 않는 능력은 있는 그대로 그녀의 모습을 인화했다. 


" 내가 가만있나 봐라! 다시는 로렌스가와 관련된 일에 손도 못 대게 해줄 거니까! "


.... 그렇게 몇 번이나 퇴짜를 맞고 나니 내일부터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게 되었다. 


모두 접고 어디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득해질 무렵에서야 찾아온 새로운 손님. 아니, 손님들. 


찾아옹 이들은 다름 아닌 전생자 협회였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면서도 이곳에 영문도 모른채 떨어진 전생자들의 적응을 도와주는 이들. 


물론 나도 가입돼있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 그러니까, 지금. "


찾아온 것은 협회 대표와, 어렵게 구했다는 도플갱어 한 마리. 


" 같이 화보를 만들자고요? "


" 그렇습니다. "


이야기는 간단했다. 다양한 이들의 적응을 도우며, 이제 전생자임을 알고 있는 이들의 의, 식, 주 는 왠만큼 갖추게 되었지만.


시각적 자극과 흥미. 그러니까 쉽게 말해.


.... 딸감이 절실했다는 것. 


" 비슷한 사정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


" 그렇긴 한데... "


신기한 마법과 스팀펑크 기술로 현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는 왕국. 하지만 어째서인지 발전하지 못한 인쇄술은 고작해야 흑백 신문을 찍어내는 것이 전부였다. 


대표의 계획은 간단했다. 데려온 도플갱어를 변신시키면서, 그렇고 그런 자세를 시키고.


그리고 내 능력인 사진, 인화로 그렇고 그런 사진들을 찍어낸 다음.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들인 작은 인쇄소를 통해 월마다 화보를 찍어 공급하자는 것. 


" 이해는 가지만 이런건 힘들 것 같네요. 제가 원래부터 사람찍는 전공은 아니었던지라... "


" 계약금 5만 골드입니다. "


" 지금 바로 시작할까요? "


그렇게 시작된 3인장의 기묘한 합작.


결과물은 현대의 잡지와 비교하기도 미안한 물건들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플갱어에게 현대의 누군가, 혹은 만화 속 캐릭터들의 외양을 알려주고 사진을 몇 장 찍기만 해도 이미 몇 년간 영상매체는커녕 디지털 매체도 접하지 못한 전생자들에게는 강렬한 자극들. 


하지만, 그런 소재거리들이 떨어지는 건 금방이었다. 현대의 인물의 외양을 아무리 설명해 줘도 도플갱어가 완벽히 따라 하는 것은 무리. 거기에 국적도, 취향도 미묘하게 다른 전생자들이 모두 알아보는 캐릭터에는 한계가 있었다. 


" ... 씁. 이거 진짜 들키면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


" 어차피 우리끼리만 돌려볼 텐데. 들킬 일 있겠습니까? "


결국 우리의 손이 뻗은 곳은 이세계,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의 인물들. 


한창 잘나가던 시절 교회의 행사에 초빙되어 찍었던 성녀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작업한 사진들은 모두 제출했지만 개인 소장용으로 남겨놨던 사진 한 장. 


" 난 몰라요 진짜! "


도플갱어는 성녀의 사진을 잠시 바라보더니, 금세 성녀 본인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노출도가 늘어난, 당장이라도 이 모습을 성기사들이 마주한다면 즉결심판을 내릴 것만 같은 그런 모습으로. 


" 진짜... 더럽게 이쁘긴 하네. "


어디 아이돌 그룹 센터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성녀의 음란한 모습의 도플갱어. 말없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만 보던 둘은 삼십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 결과는 엄청났다. 


평소 판매 부수의 10배. 수입도 물론 10배. 심지어 아직도 미친 듯이 팔려나가는 중이었다. 


이미 왕국 내 전생자들의 수는 뛰어넘고도 남은 수량이었지만, 쏟아지는 금화에 눈이 먼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방향으로 화보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성녀님과 한밤중의 고해성사. 


성녀님의 모험가 길드 위로연.


성녀님의 고블린 던전 토벌기. 


한번 풀린 고삐는 멈출 줄 모르고 점점 더 깊은 주제들의 화보를 찍어내기 시작한 우리. 


다음 달, 이번 컨셉으로 판매 부수 기록을 넘겨보자 약속하며 헤어진 우리들의 재회 장소는... 차가운 신전의 지하 감옥이었다. 


" ... 당신이죠? 제 모습을 빌려 음란한... 그림책을 만들어낸 사람이. "


" 그... 성녀님. 제가 정말 나쁜 마음으로 이러려던 건 아니고... "


" 변명은 됐어요. 이런 걸 3부나 뽑아놓고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 생각인가요? "


결국 직접 마주한 성녀와의 두 번째 만남. 발아래로 툭 툭 떨어지는 이제까지의 화보들 덕에 더 이상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 그나저나 그림은 참 잘 그리시네요. 정말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


성녀는 떨어졌던 화보집 하나를 주워들고는 슥 슥 넘겨보며 말을 이어갔다. 


" 죽이기는 참 안타까운 재능이긴 하네요. "


이어진 말에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신성모독은 최상위 죄목. 처벌은 더 볼 것도 없이 즉결 사형이었다. 


" ...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 수도 있는데, 어떠신가요? "


" 정말이십니까? "


귓가에서 작게 들려오는 성녀의 속삭임에 눈이 화들짝 뜨였다. 지금이라면 어딨을지 모를 마왕을 잡아오라 하여도 검 한 자루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구명줄. 


성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옥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리 있는 입구에서 지키고 있는 간수들만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안. 


" ... 처음에는 불쾌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음란한 모습을 한 제 그림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 손에서 놀아난다는 게요. "


" ... 그런데 있죠. 그림책을 자꾸 보며 제 모습으로 욕정을 내뱉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지는거 있죠? "


?


" 이유는 묻지 마세요. 다음 책 모델, 저를 직접 써주시면 모두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때요? " 


성녀는 불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슴 위를 덮고 있는 얇은 천을 슬쩍 내리며 물어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사람들은 성녀 도플갱어라 굳게 믿고 있는 성녀 본인의 화보집이... 내일부터 왕국에 팔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