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많겠지만, 저는 억울한 자를 위한 것이하고 생각합니다.


재산을 도둑맞은 자.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자.


그리고, 누명을 쓴 자.


근데 참 이상하지 않나요? 정작 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벼랑 위로 내몰고, 떨어질때까지 콕콕 찌른다는 것이."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 그룬타씨가 죄인으로 보이십니까? 흠, 의견이 좀 갈리네요.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이, 당당해 보입니까? 오, 이건 모두 만장일치네요. 그렇습니다, 그는 단언컨데 살면서 단 한순간도 당당한 적이 없습니다.


엘프 마을 작은 고아원에 유일한 오크로 지내며 돌을 맞으며 자랐을때도,

아리따운 엘프와의 순수한 연애를 협박, 강제연애, 강간이라는 말도 안되는 욕을 먹을때도,

심지어는 둘 사이의 난 자식조차 흰색과 초록색이 섞인 피부 때문에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어라? 근데 말해놓고 보니 이상하네요, 피고인은 어째서 당당하지 못한 걸까요? 잘못해서? 아니죠.


우리가. 

사회가. 

편견이. 

당당하지 못하게 만든겁니다."



"피해자분, 피고인의 한달 월급. 정확히 얼마죠?"


"백, 100, 실버..."


"근데 왜 서류에는 20실버라고 되어있을까요? 그리고 제국 헌법 326조 노동자 임금 조항에 따르면 마석 매립 지역, 탄광등에서 일하는 최하위등급 노동자는 별개의 최저시급이 존재합니다. 특히 피고인이 일하던 탄광은 폭발성 마석이 묻혀 있어 추가수당이 있었는데, 여기에 현재 탄광 노동자 최저시급을 더하면 어디 보자... 200실버군요."


"....."


"간단한 계산으로도 알수있는 사실인데, 어째서 피해자께선 훨씬 적은 금액을 제공한거죠? 심지어 저 200실버도 두달이나 밀렸네요?"


"그,그건 저 녀석이 동의..."


"아뇨, 탄광 업무로 인한 정당한 수입은 당사자가 거부하거나 안받기로 계약할수 없습니다, 노동자 권리 보호법 때문에 돈을 안받으면 오히려 피해자께서 처벌 받습니다. 벌금 최대 2000골드, 징역 최소 2년."


"...."


"자,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인의 월급. 제대로 된거 맞습니까?"


"...그, 저, 약간의 착오가..."


"착오라... 그래요, 그 착오 덕분에 피고인의 가족은 몇주 가까이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이러니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폭동을 부릴수밖에 없죠."



"저는 이번 재판을 반드시 승소할 겁니다. 아니, 승소해야만 합니다. 이 재판에서 이겨야만 그룬타씨는 당당해질수 있을테니까요.


한명의 시민으로서,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배심원들을 자극하는 감정어린 호소와, 고소인의 비리들.


재판은 당연히 승소했다.


"감사하다... 흑, 정말... 감사하다... 앞,앞으론 더 열심히 살겠다, 이 은혜 잊지 않는다... 꼭 갚겠다.... 으흐흑...."


"고개 드세요 그룬타씨. 재판 전에 말씀하셨잖습니까, 더 이상 아들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는 아버지가 되지 않기로. 곧 있으면 이 재판으로 그룬타씨와 가족분들이 피해 받은 것에 대한 보상금이 나올겁니다. 그 돈으로 탄광 그만두고 더 좋은 일 알아보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은인이십니다... 흑..."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는 피고인과 그의 가족들.


아, 이 맛에 변호사 한다.


.

.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난 꽤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억울한 소시민들이 엮인 사건, 특히 승소할 확률이 적은 재판만 전문적으로 맡는데다 패소한 적이 없어 변호사 생활 초기때부터 여러모로 화제의 인물이었다.


"야 이 변태새꺄!! 내가 돈 준다고 했잖아! 그깟 잡상인 년놈들이 얼마나 준다고 야 이 변태씹놈아!!!"


특히 노부부를 협박한 악덕 사장과의 재판중, 패소한 사장이 내뱉은 변태새끼란 말이,


{가난한 노부부를 위해 싸운 변호사... 이 시대 최고의 변태사!}


ㄴ[이 시대 최고의 변태ㅋㅋㅋ 기자양반 돌았나ㅋㅋㅋㅋ]

ㄴ[그 와중에 변태사 입에 착착 감기네ㅋㅋㅋㅋ]


어느 초보 기자의 약빤듯한 기사와 그걸 퍼간 네티즌들 덕분에 일종의 밈이 되면서 변태사란 별명도 생겼다.


《일본이 부러워하고 미국도 충격 받은 변호사!? 전세계가 주목하는 K변호사의 활약들!!!!》


[변태사!변태사!변태사!변태사!변태사!]

[엄마 전 커서 변태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변태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변태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변태가 될래요! 엄마 전 커서 변태가 될래요!]

[변태사가 되야지 변태가 되면 큰일나 ㅁㅊ놈아ㅋㅋㅋㅋ]

[대머리보다 빛나고 찍먹만큼 정의로우신 분]

[찍먹은 악이야]


변태사란 별명에 힘 입어 인지도가 높아지니 더 큰 사건들이 들어오고, 인기도 오르더니,


"☆☆기업의 횡포로 인생이 망가지고 삶마저 포기한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너무나 무겁고, 이를 전부 알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부추긴 김○○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 피고인 김○○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


한국 최대 기업에 회장을 무기징역으로 보내버리며 정점을 찍었다.


"아그야, 니가 우리 회장님 깜방에 처넣은 빌어도 못먹을 씹새끼 맞제? 야, 이 삐리삐리한 새키 얼른 드럼통에 담가뿌라."


그리고 내 인생도 끝을 찍어버렸고.


회장과 엮여있던 조폭들의 보복살인.

설마 21세기에 이런 일이 있을줄 누가 알았을까.

불행히도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단걸 몸으로 느꼈을땐 이미 드럼통에 갇혀 바다 밑바닥에 깔린 뒤였다.


그래도 이런 날 신이 불쌍히 여겼는지 두번째 삶을 주었고,


"지금부터 뉴크리아시스 왕국과 폭릭 왕국 경계선에서 벌어진 불법거래 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지금은 다시 변호사하며 만족스럽게 사는 중이다.



이 세계는 중세풍(편의상 중세라곤 말하지만 워낙 종족별로 문명과 문화가 다양해서 뭐라 정의하긴 힘들다)이지만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이 상당히 강하다.


그 이유는 인간, 엘프, 드워프 이 주요 3종족 사이에서 일어난 전례가 없는 시민혁명인데,


비록 그 일로 신분제 폐지나 민주주의가 된 것은 아니나 불과 몇십년 전 일이라서 영향이 매우 크고, 대표적인 사례로 배심원제가 많이 늘었다.


그리고 배심원제는 내 전문분야.


흔히들 말하는 감성팔이로 분위기를 잡고, 증거들을 이용해 완전히 넘어오게 하는 것으로 벌써 수십건은 해결했다.


거기다 언어 통합과 타국으로 가기도 편한 세상이라 나라를 안가리고 이곳저곳에서 활동중이다.


국가와 종족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솔직히 좀 멋지지 않은가.


덕분에 나름 평화롭고(가끔 암살자 같은게 오긴 하는데 보디가드로 드래곤을 고용해서 문제없다) 원하던 삶을 보내고 있었는데,


"변호사님!!! 마왕한테 의뢰가 왔슴다!!!"


상상도 못한 의뢰가 찾아왔다.


.

.


그 날도 깔끔하게 승소하고, 오랜만에 그리운 대학동기도 만나 기분 좋은 걸음으로 사무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뉴크리아시스 왕국의 법전을 통째로 외우다니, 정말 대단했어 샤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뉴크리아시스 왕국 고소인과 피울 제국 사이 피고인 사이에 벌어진 일이야. 피울 제국 법전도 외웠어야지."


"시발! 2만 페이지가 넘는걸 어떻게 2주 안에 다 외우냐!! 일주일만에 법전 2개를 외운 네가 괴물인거라고!!!"


"그래? 난 너무 쉬워서 몰랐지."


"재능충 새끼 나가 뒤져!!!!"


같은 대학을 나온 샤샤 아즈라.


혼기가 꽉 찬 20대 초반의 처녀지만, 아직도 작은 키와 빈약한 몸매를 가진 주근깨 소녀는 저 멀리서 나에게 온갖 쌍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아아, 쟨 정말 타격감이 좋다니까. 놀리는 맛이 있어."


멀어져가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마차를 타고 어언 2시간.


사무소에 도착하여 문을 열자마자 


"야! 디펫!! 큰일 났어!"

사무소 동료인 제리가 날 급히 찾았다.


"진짜진짜 큰일 났슴다! 진짜로 큰일임다!!!"

옆에는 후배인 톰도 있고,


"큰 일... 큰 일...."

심지어는 언제나 무표정한 보디가드 매티도 동요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또 야만족들한테 의뢰 왔나. 아니면 황녀님의 이혼소송? 그건 저번에 끝났는데.


여러 의문감을 품고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자, 서큐버스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제발 이 아이 좀 구해주세요!!!"


마계국 신문을 들고 애절하게 외치는 젊은 서큐버스.


[새로운 마왕의 탄생, 놀랍게도 어린 소녀... 용사의 활약으로 구속]


그녀가 가리킨 신문 1면에는 마왕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었다.


....어?


.

.


마계국 빈민가 F구역.


저번주 이 곳에선 마계국은 물론이요 주변 국가들도 발칵 뒤집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새로운 마왕의 탄생과, 마왕의 빈민가 파괴.



여기서 빈민가 피괴는 그리 큰 일이 아니다.


마법과 신이 존재하는세계, 그것도 브라질 치안을 제곱한거 같은 마계국 기준으로 건물 파괴는 꽤 흔한 범죄이니까. 거기다 사상자는 커녕 부상자도 거의 없기까지하니 벌금과 사회봉사로 끝날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건, 바로 마왕.



이세계는 일정한 주기로 용사를 지목된다.


마족을 제외한 종족중에서 한명, 마족중에서 한명.


그런데 마족 용사는 선택될때마다 타락하는 경우가 잦았으며, 이 때문에 언제부턴가 마족 용사는 다른 칭호를 쓰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마왕이다.


마왕은 그 호칭에서 알수 있듯 취급이 나쁜데,  특히 전대 마왕이 전쟁을 일으킬려고 했던 탓에 현재 마왕의 이미지는 완벽한 악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200년만에 새로 탄생한 마왕이 바로 이 소녀고.


"그런데 의뢰인께선 이 소녀와 무슨 관계죠? 혹시 가족?"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에요. 하지만 같이 살면서 가족처럼 지냈죠. 그 아이에게 전 언니고, 저에게 그 앤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요. 제발 변호사님, 부탁드릴게요! 그 애는 아무런 죄도 없어요! 마왕 따윈 신이 선택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 애가 원해서 한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빈민가를 파괴했죠."


"힘이 폭주해서 그랬대요!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애가 원해서 된 것도, 원해서 한 것도, 죽은 사람도 없는데, 그런데... 사형이라니!!"


[마왕을 구속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솔리리언 왕국의 용사, 마왕은 위험한 존재. 과거의 고통을 되풀이할수 없다. 사형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


그녀는 신문 1면을 다시 가리키며 소리쳤다.



용사. 사실상 이번 사건이 복잡하고 무거워진 진짜 원인.


앞에서 말했듯 빈민가 파괴는 큰 일이 아니다.

마왕의 탄생도, 과장 좀 많이 보태서 괜찮다.

현재는 악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그 근원은 신의 힘을 받은 용사.

마계국이 데려다가 유능한 기사 같은 걸로 써먹겠지.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용사가 엮이며 상당히 골치 아파졌다.

우연히 마계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폭주하는 마왕을 직접 제압하고 구속한 용사.


그녀는 마왕은 위험한 존재라며 사형을 주장하고 있고, 이게 그녀의 권력과 용사와 마왕의 관계성, 정치적 문제등이 엮여 일이 커져버렸다.


어쩌면 변호했다가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난 심사숙고 고민한 끝에...


"이번 일 저희가 잘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정말요!?"


"네, 걱정마세요. 반드시 승소할테니. 그러니 오늘은 이만 집으로.. 아. 빈민가는 지금 파괴됐으니, 여기. 지인이 하는 여관입니다. 제 의뢰인이라고 말하면 공짜로 방 빌려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흐윽, 복 받으실거에요!!!"


의뢰를 받기로 했다.



"야 이 미친 새꺄!!"


"선배 미쳤슴까!?"


"사장, 제정신...?"


보너스로 동료들에게 욕도 받았다.


"너 지금 무슨 자신감으로 이 일 맡겠다고 한거야!?"


"자신감이라... 54승 0패. 내 승소기록 보고 맡았지."


"야, 윌우드. 너 솔직히 말해서.. 네 전략은 감성팔이잖냐. 말빨로 시민들 공감 사고, 공감할때 감정선 뒤흔들어서 네 편으로 만들고, 그대로 분위기 타서 검사가 아무 말 못하게 묵살해버리는거. 그거 이번엔 안통할 거야."


제리는 두꺼운 서류와 수집한 정보들을 책상 위에 이리저리 펼치며 말을 이었다.


"마족들, 특히 마계국 시민들은 우리랑 정서가 좀 달라. 감성팔이 해봤자 오히려 특유의 이익 위주의 사고방식 때문에 공감은 커녕 반감을 가질테고, 상대측 검사에게 기점을 내주기나 할거야."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마계국의 배심원제. 얘넨 배심원 뽑을때 재판장에서 특정 조건들을 붙여서 뽑아. 랜덤이 랜덤이 아닌 셈이지. 노골적인 조작이나 간섭은 안하겠지만, 아무래도..."


"용사쪽에 유리한 사람들이 뽑힐거란 얘기지?"


"...거의 그렇다고 볼수 있어."


"우으... 선배님,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관두시는게..."


"야, 그 마왕이란 애가 몇살이지?"


"올해로 아마 17살. 생일을 몰라서 정확하진 않아."


"걔 뭐 다른 일한거 있어? 마왕의 힘으로 누굴 조종했다든지, 살려냈다든지 그런거."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 죽은 마족 2명을 언데드로 되살렸대."


"누구지?"


"...죽은 자신의 동생들."


"...견적 나오네. 피해자가 대강 어떤 느낌의 인물인지 감 잡았스."


"디펫, 이건 진짜 미친 짓이라니까?"


"애 이름이 파이야. 빈민가 출신에 이름 대충 지은거 보니 딱 봐도 부모한테 버림 받은 애겠지. 동생들도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죽은거고. 예로부터 마왕은 힘 없는 사람 위주로 뽑혔으니, 애가 갑자기 마왕이 된 것도 이해가 돼."


"선배, 그래도 다시 생각을.."


"사상자 한명 없는걸 보니 파괴활동도 마왕의 힘이 폭주한거였겠지. 오히려 폭주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힘을 억제한 걸려나. 대단하네. 얼른 만나보고 싶은걸?"


"사장, 정말 하는 건가?"


"가끔은 이런 스릴 넘치는 재판도 해봐야지. 마왕 그거 수백년에 한번만 나온다며, 나 같이 100년밖에 못사는 인간이 또 언제 마왕 변호해주겠냐."


"얌마! 스릴은 이미 북부대공녀의 외도 재판할때 실컷 느꼈거든!!!"


"맞슴다! 이번 재판 맡으면 소리소문 없이 죽을지도 모름다!"


"괜찮아, 그거 생각보다 별거 아냐. 내가 예전에 겪어봐서 알아. 매티, 지금 당장 마차 준비해줘. 오랜만에 좀 뛰어야겠다."


"...사장, 정말 괜찮겠나?"


"에헤이 증말, 괜찮으니까 걱정마. 야 제리. 나 돌아올때까지 마계국 주요 상단과 기업들에 대한 조사 싹 다 해놓고, 톰은 마계국의 취직률 좀 조사해봐."


"저, 저...! 야 이 또라이새꺄! 잘못하면 우리 다 죽는다고!"


"오오...! 역시 선배 멋지심다! 당장 조사하겠슴다!"


"넌 방금까지 내 편이었으면서 뭐하는 거야! ...아, 몰라! 너 꼭 승소해야 한다!"


"예, 예~"


승소 확률 0% 

언제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에 용사와 마왕이 걸리다니.


이걸 어떻게 참냐고.


"그럼 어디, 변호해보러 가볼까."


.

.


재판 당일날.


'제리, 팔이는 언제나 옳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곧 알게 될거야.'


재판장에 들어가기전, 디벳이 제리에게 한 말.


제리는 디펫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갔으나, 재판 끝자락인 지금은 뻐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디펫 이 미친놈...!"


감성팔이가 안되니, 경제팔이를 할 줄이야.



"증인, 마계국 빌리언즈 상단이 이번 사건으로 본 피해액이 약 400만 골드나 된단 사실, 정말입니까?"


"증인, 데몬즈기업 성장률이 이번 사건으로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하여 어떤 심정인지.."


"이의 있습니다! 변호사는 지금 사건과는 무관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지금 묻고 있는 기업들은 전부 이번 사건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본기업들이며, 본 사건과 관계가 깊습니다."


"동의합니다. 허나 논점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는 증인에게 질문하는 척하면서도 계속 마계국 경제 얘기, 그것도 부정적이고 나쁜 쪽의 얘기들을 하였다.


마계국은 경제 상황이 안좋다. 특히 평민들의 경우 부유한 계층도 항상 앞날을 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배심원들은 전문가가 아닌, 그저 평범한 평민들.


"어, 저기 내가 일하는 곳인데..."

"스읍... 저 주식 괜히 샀네."

"데몬즈기업말고 다른 곳에 이력서 넣을까..."


자신들의 생활, 특히 경제가 달린 이야기가 나오면 사건이 아닌 디펫의 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이것은 명백한... 배심원 여러분, 집중해주세요."


"에? 아, 네네...."


갈수록 배심원들의 관심사는 마왕 사건이 아닌 경제와 자신들의 일자리로 향했다.


'저쪽이 유리한 지형을 만든다면, 우린 원하는 지형을 만들면 돼.'


거기다 배심원중에는 미리 심어놓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이번에 거기 주가 떨어지지 않았나?"

"이러다 우리 다 굶어죽겠네."


그 사람들의 훼방 덕분에 재판장은 검사만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관심을 갖는 이상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디펫은 이 재판장에,


"여러분, 혹시 22대 마왕 잭 골드리치를 알고 있나요? 그는 마왕이란 호칭에도 굴하지 않고 선행과 나눔을 행하며 마계국의 경.제.를 살렸는데요, 우린 여기서..."


마왕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악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들.

이롭게 쓸수만 있다면 막대한 이익이 따라온다.


그리고 디펫은 이 사실을 배심원에게 교묘하고 달콤한 말들로 주입시키고 있었다.


"마왕.... 경제..."

"아니, 그, 빈민가 파괴도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선처도 나쁘진 않을거 같은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재판을 이어갔을땐 배심원 모두 정신을 차리긴 했으나 이미 논점이 흐려지고 재판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상황.


만약 이들이 인간이나 엘프였다면, 하다못해 재판장이 조건을 붙이지 않은 진짜 랜덤한 인물이었다면 실패했겠지만,


"큼, 흠흠..."

"애가 불쌍하네..."

"저런 애를 왜 죽여, 그 뭐시냐... 일자리를 줘야지, 우리 경제 살려서 죄값을 치를수 있도록."

"맞아, 그래야지."


상대는 이익주의 사고방식의 마족.


정의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


"파이를 선처해주십시오. 이 아이가 만들어낼 따뜻하고 평화로울 미래를 위해서."


"미래..."

"경제개발.."

"흠...."


결국 배심원들은 완전히 넘어가버렸고,


"피고인에게, 사회봉사 6개월 처분 및 재판 이후 마계국 용사지부 특별교육형을 내립니다."


재판은 승소했다.


용사지부 특별교육.

국가에 지원을 받으며 제대로된 용사로 훈련받는 기관.


사실상 앞으로의 교육과 일자리까지 얻은 셈이다.


"으흑... 감사합니다.. 흑, 으흑,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울지 마. 마왕은 함부로 우는거 아니야. 밝게 웃으렴."


"흑... 으흑... 네.... 흑..."


.

.


"거기 서라 윌우드. 부끄럽지도 않은가?"


"용사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떻게 저 위험분자를 그냥 풀어놓을수 있지? 그리고 신성한 재판장에서 재판과 상관도 없는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어? 제아무리 그 아이의 사정이 딱해도 그 앤 마왕이라고! 그게 진실인데 어찌.."


"꼭 어린애 같군요. 왕국에서 틀에 박힌 것들,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만 배우셨나 봅니다?"


"...뭐라고?"


"변호사는 변호해주는 사람이지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의 일은 피고인에 대한 선처 혹은 무죄를 입증하는것, 거기에 진실성이니 뭐니 하는건 조미료일 뿐입니다."


"너, 지금 그게 무슨...!"


"아, 걱정마세요. 파이양은 정말로 무죄니까요. 제가 맡았던 다른 의뢰인들도 전부 다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제 방식은 그리 깨끗하지 않아요, 치사하고 쪼잔하고 때론 더럽기까지 하죠. 그래서 억울한 약자의 의뢰만 받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적은 저보다 훨씬 더 더러우니까. 그래서 죄책감이 없거든요."


"너, 너! 내가 지금 당장 감옥에!!!"


"본인의 모국도 아닌 곳에서 검을 휘두를 생각입니까? 그것도 용사가? 잘 생각하고 행동하시죠."


"....언젠가, 너만큼은 반드시 박살내겠어."


"박살내도 다음주까진 참아주세요. 다음주에 재판이 또 있거든요. 그럼 약속이 있어서 이만."


변호사는 용사에게 명함 하나를 내밀곤, 이내 모습을 감췄다.


[누구든 변호해드립니다, 디펫 윌우드.]


용사는 그가 내민 명함을 꾸겼다.


"윌우드... 언젠가 반드시..."


처벌하고야 말겠어.


.

.


타고난 암기력과 말빨, 기발한 아이디어와 임기응변 능력으로 어떤 재판이든 마음대로 주무르는, 때론 더러운 수도 쓰는 혼돈 선 성향의 천재 변호사 주인공,


조수겸 정보원으로 일하는 딸바보 아저씨(신형만 같이 평소엔 개그캐인데 멋있을땐 간지나는 친구),


후배이자 검사로 일하는 남장여자 찌머크(가슴붕대로 가림) 톰보이,


보디가드로 일하는 정장 거유 드래곤녀(변호사의 옛 의뢰인)


이 4명과 함께 작은 변호사 사무실(하울의 성처럼 움직임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님)을 하면서,


만년 2등 콩라인 만년 2등 콩라인 대학 동창 검사와,


언젠가 변호사에게 은혜 갚을 생각으로 가득한 마왕,


변호사와 계속 부딫히고 점차 올바르게 성장하는 용사.



[엘프가 하면 장난, 고블린이 하면 강간]

[아픈 딸이 있는 누명을 쓴 야만 수인 전사]

[재산상속 사기당한 드래곤]

[왕족들의 이혼 소송]

[노예가 주인에게 소송]

[인어와 인간 간의 이종족 혼인 합법화 재판]


그리고 온갖 억울하고 복잡한 사건들


이들이 벌이는 이세계 재판물


졸리고 더 쓰기도 귀찮아서 마왕 구원, 변호사를 신으로 모시는 마왕등의 장면 생략하고 대충 씀


드라마보다 생각난건데 누가 대신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