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소설은 백합입니다. 백합물이 싫으시면 뒤로 가주세요!

스토리

10. D - 704


11. D - 703

지금 이곳은.. 언니가 어제 통화를 하고 오기로 한 곳!


뭔가.. 조금 무섭다.


삑- 삐비빅-


약간.. 비밀기지라고 해야 되나?


아니면 영화에 나오는 정보실? CCTV실?


그냥 많은 기계들이 이곳에 있다.


"이거, 얘 맞죠?"

"어, 맞아."


그리고.. 언니는 어떤 한 사람을 찾고 있는 거 같은데..


*


대체 이게 뭐지..?


"이거.. 뭐 누가 CG로 합성한 거 CCTV에 박아놓은 거 아니에요?"

"나도 그렇게 믿고 싶은데..."


저거 진짜란 말이지...


1프레임 씩 천천히 2시간 동안 본 지금.


예전... 세라랑 처음 만났을 때 본 하얀 머리에 소녀가 다시 잡혔다.


문제는...


"저거 진짜 뭐야..?"

"일단.. 쟤가 모든 일의 원흉이에요. 도로 부서지고.. 차 엎어지고.."

"그럼 어제 큰 소리는?"

"그거 돌려보니까.. 무슨 폭탄 같은 거 떨어졌던데요..?"

"그건 또 무슨..."


대체 뭐지..?


일단.. 폭탄?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저 허연 거.. 무슨 머리에도 날개가 달려있고, 눈도 없고.. 입은 찢어져 있네..?"

"진짜 저게 뭔지 모르겠다니까요?"


모를만해...


나도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생물을 해부해봤지만.. 저런 건 처음 봐.


"그리고, 이거 1프레임씩 봐야 보여요. 그냥 영상을 틀면..."


영상을 다시 재생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하아."


이딴게 현실이라고?


"아, 맞다. 그리고 이거."


응?


"27일 전에 생긴 일이거든요?"


27일 전?


그럼 처음 만났을 때인데..?


그리고 다시 집중을 해서 보니까..


무슨.. 회색 차원? 같은 걸로 나오더니.. 뭔 이상한 기둥에 매달렸다가, 나를 만나고 다시 그 차원을 타고 사라졌다.


뭐야 대체...?


"진짜, 신 아닐까요?"

"신이었으면..."


스윽...


"우웅?"


세라의 병부터.. 고쳐줬겠지...


매일.. 기도를 하고 있는데...


아니면.. 아무리 저런 사람이라도.. 못 고치는 건가..?


정말.. 그 정도로... 고칠 답이 없다는 뜻이야..?


"언니..."


휠체어의 바퀴를 굴려서 나한테 온 세라가.. 내 손을 잡아준다.


"왜 또 울려고 그래... 응..?"


하아아아....


"일단... 계속 보고 있어.."

"네, 쉬십쇼."


끼이익...


"있잖아 언니. 여기는 대체 어떻게 올 수 있는 거야?"

"응..? 아.. 일단 여기도 센트럴 주변이라.. 센트럴 주변의 CCTV의 모든 권한은 내가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

"아하.."


뭔가.. 속이 답답하다.


저 영상에 나온 소녀도 누군지 모르겠고,


진짜 신이라면 왜 세라의 병을 못 고치는지 아니면 안 고쳐주는지 모르겠고,


그냥... 머리도 복잡하고 속도 답답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서 뭐라도 묻고 싶어.


대체 정체가 뭐고, 우리 세라 좀 고쳐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하아아아....


"미안해 세라야... 언니가..."

"으응.. 미안해하지 마, 나 괜찮아!"


아니야...


"언니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언니이...."


내가.. 이렇게 무력감을 느낀 적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대부분이 세라와 관련된 거지만..


읏차...


쿠웅-


나를 계속 걱정 중인 세라를 차에 넣은 뒤,


달그락-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고,


삐빅-


나도 차에 탄다.


"갈까?"
"웅..."


*


"새근새근..."

"언니..."


집에 도착해서 바로 낮잠을 자고...


지금은 나 혼자 깨어있다.


언니 눈물 자국이.. 너무 심하게 나 있어..


나 자는 동안에도.. 울었구나..


"난 진짜 괜찮은데.."


물론 완벽하게 괜찮진 않아.. 나도 죽는 건 무서우니까.


그래도.. 난 진짜 괜찮아..


남은 시간도 꽤 많고, 그동안 언니랑 많은 걸 할 수 있잖아?


난 그래서 행복해..


내가 뭐.. 남은 날이 4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거의 2년이잖아?


703일 남았으니까.


703일 길어... 엄청 길어.


물론.. 어느 사람들은 나보다 더 길게 느끼겠지만..


그래도.. 난 후회는 없어.


오히려 고마워..


이 질병이 나한테 아무리 안 좋아도, 결국엔 이 질병 덕분에 언니를 만났으니까.


...조금만 평범하게 만나서.. 같이 살았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그건 조금 아쉽네.."


하아아...


그리고.. 뭔가 확실하진 않지만, 느껴져.


오늘 언니가 본 그 하얀 머리를 가진 사람...


그 사람이 뭔가 해줄 거 같아.


전혀 평범해 보이진 않았거든.


꼬오오옥-


"세라야.. 세라... 세..라야...."


내가 언니를 안아주니까.. 무슨 악몽이라도 꾸는 듯, 나를 계속해서 부른다.


"응.. 나 여기 있어, 언니."

"떠나지 말아줘.. 내 곁에.. 항상...."


...내가 어디로 가는 꿈을 꾸나 보네?


"나 어디도 안 가 언니, 난 언제나 언니 곁에 있으니까."

"하윽.. 하아.. 하아...."


우리 언니.. 내 언니...


꼬옥...


내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


쪽...


식은 땀까지 흘리는 언니의 이마에 뽀뽀를 해준다.


"있지 언니.. 난 언니랑 사겨서 좋고, 이렇게 같이 있어서 좋아."

"세라야.. 내 동생...."


헤헤,


물론 피는 안 이어져 있지만?


이렇게라도.. 언니와 동생 관계로 있는 거.. 나쁘진 않아.


...뭔가 언니가 키잡 하는 거 같긴 한데..


그리고 언니도 병약한 거 좋아하는 거 같아..


난 병약해서 좋다고 했거든..


"언니 사랑해..!"


푸우욱-


다시 사랑한다고 말을 남기고, 언니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하아아... 확실히 여기가 따듯하고.. 언니의 온기가 가장 잘 느껴져서 좋아...


"언니.. 나 없으면 대체 어떻게 살려고.."


내가 지금 죽는 것만 생각해도 저렇게 우는 거 같은데..


나중엔 진짜 어떡하려고 그러지..


나는 뭐.. 죽어서도 유령이 돼서 언니 옆에 있을 거니까.


언니를 지켜주는 수호령이 될 거야.


더이상 힘들지 않도록, 언니가 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면서.


하아... 나도 그러려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상한 생각 하네.


그래도 좋아.


"있지 언니..."

"우웅..?"


앗..


"깼어?"

"세라야.. 이거 꿈 아니지..?"

"꿈이라면?"

"..내 품에서 나가줘."

"현실이면?"

"더욱 끌어안아 줘.."


꽈아아악-


"아.. 아아... 다행히다아..."


꼬오옥...


"나, 나 너무 무서운 꿈을 꿨어... 세라가... 세라가 날 떠나는.. 그런 꿈을 꿨어...."

"언니도 참.. 나 어디도 못 간다구?"


언니.. 진짜 힘들구나..


"언니, 우리 한동안 침대에서 뒹굴 거리면서 쉬자, 어때?"

"난 좋아.. 이렇게 계속 있고 싶어.."


헤헤, 다행이네.


또 너야 레이!?

또 나다!!!!

이정도면 레이가 깡패가 아닐지.. 그런 생각이 살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