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주 대답하기 까다롭고요.

서클이니, 소드마스터니 하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들의 설정을 물은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판타지 소설의 진입장벽은 꽤 높습니다.

로판이 아닌 일반적 로맨스나 스포츠물, 전문가물, 재벌물 등에 익숙한 분이시라면, 판타지 소설의 프롤로그조차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럼, 설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원조나 역사같은 걸 설명하기보단 각각의 특징만 짧게 짧게 잡아볼 거에요.


우선 판타지의 계열 중 현대판타지와 그렇지 않은 판타지는 따로 생각하겠습니다.

현대판타지는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자 쓰인 글이지만, 이세계 판타지나 중세 판타지 등등은 여가를 위해 쓰인 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판타지는 '지구를 살아가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별세계에서 진행되는 판타지는 '일상과의 괴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현판에서 사이다 사이다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독자분들은 잘난 놈이 보란 듯이 사는 것을 원하지, 찐따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ㅈ같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아카데미물이나 일부 헌터물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나, 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상 사이다와 고구마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그럼 다른 판타지들을 살펴봅시다.

크게 판타지는 서너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습니다.

퓨전 판타지,정통 판타지, 일상물.


퓨전 판타지는 주인공은 현대적인 시각과 감성을 지니지만, 세계관은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입니다.

회빙환 중 '빙의'를 쓰기 가장 편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현대인이 이세계로 넘어간다든가, 아니면 이세계의 사람이 또 다른 이세계로 넘어가든가...

위에서 말한 '일상과의 괴리'에서, 독자가 이입하기에 편한 캐릭터를 내세운 판타지가 퓨전 판타지입니다.

여기서 이세계는 판타지적 해석이 가미된 중세가 될 수도 있고, 근미래가 될 수도 있겠죠. 평행 세계여도 됩니다!


그리고 이 퓨전 판타지의 근간이 되는 판타지, 정통 판타지가 있습니다.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풍경,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캐릭터,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거나 일어날 수 없는 사건.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태어난 주인공,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사고방식 등,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다루죠.

그런데 이런 장르에서 지겹도록 등장하는 세계관이 있습니다. 검과 마법의 시대. 드래곤이 보물을 모으고 엘프가 영원을 사는 곳.

속칭 S&S(Sword & Sorcery)입니다. 위에서 말한 '판타지적 해석을 가미한 중세'배경이라면, 중세 판타지라고 따로 떼어 부르기도 합니다.

롤플레잉 게임 등 지구가 아닌 세계를 자주 접해 보셨다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원신이라거나, 메이플이라거나, 젤다의 전설이라거나.


마지막으로 일상물.

일상물을 왜 판타지에서 설명하고 있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현실이 아닌 곳을 배경으로 하는 일상물을 다루려고 합니다.

중세시대 약사의 제자 키우기라거나, 이세계 야만전사의 육아물이라거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인물군의 일상을 그려내는 장르죠.

기승전결도 확실치 않고, 마땅한 갈등도 존재하지 않으며,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하지 다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 전무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사이다와 고구마는 중요치도 않고, 고구마로 보일 법한 사건이 한 캐릭터의 장난이었다는 식으로 넘어가도 문제가 없는, '일상에서의 괴리'가 심화되어 '잠깐의 일상 망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르가 일상물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한참 예전에 질문을 받았었는데, 대답이 많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