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생이들의 작품 감평해주다보면 가끔씩 기본기를 떠나 순서를 잘못하는 경우가 보임.

 아이디어를 빨리 보여주려고 조급해하거나 기본을 간과하면 아무리 글을 잘 쓰고 장면을 잘 쪄도 의미가 없음.

 

재미있는 장면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다? 쌓아놓은 게 필요함. 모든 그럴듯한 명대사와 명연출은 다 이런 과정을 거침.

 

특히 초반부 작품을 시작할 때 시작할 때 뭔가 사로잡는 장면 한번 슬쩍 보여주고 나면, 캐릭터가 어떤 애인지 보여주고 그 다음에 차츰차츰 빌드업을 해야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라 치면

 

다수 망생이들 작품은 해야할 순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아이디어를 펼치려고 폭주만 함.

 작품을 많이 보고 아이디어도 많다고 이러한 함정에서 피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니가 대화를 들려주는 친구라고 생각을 해야 함. 연예인들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바로 '누가 어떤 행동했다'해도 ㅇㅋ잖아.

 근데 소설속 주인공들은 연예인이 아님. 연예인 누구가 ~했대 라고 하는데 그 연예인이 누군데 하고 되묻는 상황을 생각해보자고.

 그럼 그 연예인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할 거 아냐.

 

근데 망생이들은 캐릭터가 어떤 애인지에 대해서 거의 얘기도 안 해주고 목표도 없고 성격을 드러낼만한 장면 대부분이 기존의 만화에서 그럴 듯한 클리셰들을 재생했을 뿐인 경우가 많지.

 

네이버의 모 웹툰은 작화는 참 좋아.

 

다만 수준 이상의 작화력에 비해서 캐릭터 대사도 그렇고, 캐릭터가 어떤 애인지 보여주는 과정 같은 게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어.

 

헌터x헌터랑 나투로를 합쳐놓은 듯한 초반부 캐릭터 설정같은데 문제가 뭐냐면 캐릭터에 대해서 보여주는 과정 대신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단계가 너무 빠르다는 거야.

 

헌터x헌터 1화를 보면 곤이 낚시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이모한테 늪지의 왕인지 뭔지 잡았으니까 헌터 시험을 치기 위한 허락을 맡게 되거든. 그리고 숲에 가서 숲속친구들 만나고 + 과거회상 + 동료들에게 배웅받는 장면 등으로

 

곤의 목표와 능력, 인간관계, 목표를 가지게 된 과정, 갈등에도 불구하고 품은 결의, 성격 등이 그려지거든? 세이브 더 캣(여우곰 새끼 구해줌)으로 독자의 호감도도 챙기고.

 

2화에서만 해도 크라피카랑 레오리오가 서로 가치관의 차이로 싸우게 되는 상황에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목표나 개성 차이도 드러나고 세이브 더 캣 (선원 구하려고 둘 다 움직임.)이랑 그리고 곤 덕에 화해하는 모습 등으로 독자의 호감도 빌드업도 해.

 

그런데 그 웹툰은 어떨까?

일단 캐릭터의 개성의 측면이라는 게 외면적으로는 갖춰져 있어. 검사, 마법사, 격투가? 그런데 얘들에 대해서 응원을 해야겠다 라는 마음을 품기도 전에 이미 본편이라는 느낌으로 1화에서 퀘스트 2화에서도 퀘스트지.

이건 퀘스트에서 파생되는 전투 장면이나 주인공의 멋진 모습이라는 아이디어를 너무 빨리 보여주고 싶어한 결과라고 할 수 있어.

 

그럼 다시 망생이들의 글로 돌아와서. 망생이들의 글은 뭐가 문제냐?

작화력 준수한 만화도 보면 댓글로 캐릭터 대사부터 클리셰 과속 전개 등을 지적하는데 하물며 만화보다 가독성 떨어지고 화려함도 없는 웹소설로 이런 방식처럼 글을 쓴다?

 

시작부터 아이디어 과잉에 클리셰 범벅 무침 해서 내놓는다? 폭망인 거지

 

이건 진짜 문장 잘 쓰는 애들도 많이 걸리는 함정이니까 유념하길 바란다.

 

머릿속에 든 멋진 장면 대사들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축적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걍 공허한 클리셰로만 느껴진다.


출처: 초보 망생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