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한 No.6가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부차라티… 확실히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건 알겠어! 하, 하지만 그래도오오! 지금! 네 혈액은 머리로 오지 않아! 호흡도 이미 멈춰 있어! 몸을 이렇게까지 동강내면 얼마 안 가서 저세상이란 말이야아아아!”


“조용히…해. 놈이 물러가길 기다리는 거야…”


부차라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점점 페시의 얼굴에 당혹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왜 녀석의 움직임이 사라졌지…? 호흡의 진동이 왜 느껴지지 않는 거야…? 제길! 왜 녀석의 기척을 놓쳤지…?! 부차라티는 지퍼로 벽이나 천정을 열어서 어디로든 갈 수 있어! 혹시 어딘가를 통해 이리 오고 있는 건가? 진정해! 녀석이 한순간 그렇게 잽싼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의심은 마음을 나약하게 만드는 법이야! 프로슈토 형님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야! “자신을 가져! 페시. 너라면 움직이는 열차 안이든 어디든 분명 녀석이 내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감지해 찾아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이야! 부차라티!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직 ‘바늘’ 근처에 있을 터!”


비치 보이의 ‘낚싯줄’이 객실 전체를 뒤덮었다.


“주… 줄을…! 쫙 뻗었어! 물러가기는커녕 철저히 찾을 생각이야! 어서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 달아나야 해!”


“처… 천만에… 그 반대야. 줄을… 온 방 안에 뻗기 시작했다는 건… 거꾸로 날 놓쳤다는 걸 의미하는… 행동이야…! 이게 맞아… 이대로 꼼짝도 않고 있으면 뿌리칠 수 있어!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게… 내… ‘각오’다…!”


그 순간 ‘바늘’이 객실에 기절해 있던 승객의 가슴을 꿰뚫었다.


“심장의 고동이다. 혈맥의 흐름… 하지만 이 녀석은 부차라티가 아니야… 체온이 방금 전과 달라… 다른 승객인가…”


바늘이 남자에게서 그의 심장과 함께 빠져나왔다. 비치 보이는 빠르게 남자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와 MP3를 공격했다.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감지하고 있어… 시계나 MP3까지…”


그때, 낚싯줄이 부차라티의 심장이 있는 조각에 떨어지자 그 안의 아주 작은 고동소리를 페시는 눈치채고 말았다. No.6가 소리쳤다.


“아, 안 돼! 미세하게 뛰고 있는 심장이 발각될 거야! 얼른 원래대로 되돌려 달아나야 해!”


그러나 부차라티는 오히려 주먹으로 심장을 쳐 둘로 다시 갈라버렸다. 심장의 고동마저 멈춰버린 것이다.


‘무슨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더니… 희미하게나마 뛰고 있는 심장의 움직임마저도 반으로 나눠 완전히 멈춰버렸어! 인간은 호흡과 혈류를 멈추고 얼마나 살아 있을 수 있지…?! 이미 멈춘지 꽤 시간이 지났어. 한계야!’


낚싯줄이 방금 심장이 뛰던 위치와 심지어 부차라티의 몸을 건들었으나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페시는 조급함에 이어 슬슬 불안감이 엄습했다.


‘망할! 없어! 이 방에는 더 이상 움직이는 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역시 놈은 지퍼를 이용해 어디로 이동해버린 건가?!’


인내심이 바닥난 페시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놈은 대체 어디 있나고오오오오!”


그때, 페시는 거북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또다른 불안감을 느꼈다.


‘서, 설마! 부차라티 자식…?! 밖에 있는 프로슈토 형님의 숨통을 완전히 끊으려고 형님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건…?! 혀… 형님의 노화 능력을 멈추면 거북 안에 있는 패거리가 부활해 나올 거야…’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아아아!”


페시는 결국 낚싯줄을 거두었다. 이 광경을 바라본 No.6가 환호했다.


“바늘이 돌아갔다! 성공이야! 부차라티! 여길 포기하고 돌아갔어! 네 각오가 놈의 추적을 뿌리친 거야. 서… 성공이야!”


부차라티의 눈빛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뿌리쳤다고! 어서 ‘지퍼’로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 얼른 해!”


부차라티는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알았…다… 아슬아슬했지만… 어떻게든… 움직일 수…”


No.6은 심장 조각을 밀려고 노력했다.


“그래! 어서 해! 어서 심장을 붙이고 뛰게 해!”


부차라티의 손이 심장에 닿으려는 순간, 열차가 커브길을 돌며 심장은 부차라티의 손이 닿지 않는 저 멀리 움직이고 말았다. No.6은 절망했다.


“안 돼에에에에에!”


“이럴… 수가. 운이 없군… 의식이… 위태로워졌어… No.6… 이 거리, 나로선 도저히 닿지 않을 것 같아… 너, 미안하지만 좀 밀어주면 안 될까…?”


No.6이 힘껏 조각을 밀었지만 조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 전문 능력은 ‘총알 조작’이라고! 나 자신은! 이… 이렇게 큰 물건을 움직일 ‘에너지’가 없어! 불가능해!”


부차라티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예상보다… 끈질긴 자였어…”

‘놈의 각오가 이겼군…’


부차라티는 눈을 감았다. 절망한 No.6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부차라티! 눈 감으면 안 돼에에에에에!”


그때, 페시는 운전실로 달려갔다.


“형님이 있는 곳으로 가게 놔둘 것 같으냐! 네깟 녀석이 형님의 숨통을! 우오오오오오오 끊게 놔둘 것 같냐고! 이까짓 열차! 멈춰!”


페시는 주먹으로 계기판이 부서져라 두들겼다. 끝네 페시는 열차를 멈추는 데 성공했고, 열차가 급정거하는 관성에 의해 정말 극적인 행운으로, 아주 극적인 행운으로 부차라티의 조각들이 부차라티의 머리에 몰릴 수 있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자, 페시는 열차에서 내려 프로슈토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형니이이이이임!”


그 순간, 페시의 바로 앞 벽에 지퍼가 열리더니 부차라티가 그 안에서 나타났다. 페시는 자신이 크나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No.6이 생각했다.


‘열차가 멈췄다! 놈이 멈춘 거야! 형님이란 놈을 처리할 거라고 착각하고서 놈이 멈춘 거야! 그게 부차라티의 목숨을 구했어…! 부차라티의 각오가 이긴 거야! 그리고 접근에 성공했어! 최후의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