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어떤 감동에 젖어 있었을 때, 나는 하늘에 있었다.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새푸른 하늘이 있었고, 한없이 부숴지는 구름이 있었다.

마치 아침의 은하수 같았다.

태양이 건네는 아찔한 음색, 그 고요한 태동 속에서 나는 날았다.

그 속에서 나는 별이었다.




나의 어릴적 꿈은 비행사였다.

멋지게 각진 전투기를 몰고 자랑스럽게 창공을 주유하는, 그러한 꿈을 꾸곤 했다.


내가 어쩌다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되짚어 보면 항상 그 너머에는 하늘이 있었다.

나는 하늘이 두려웠다.

내 두눈으로도 온통 담기지 않는 그 광활감을, 어린 마음에 내심 경외 했던 것이었다.


어느새 친구들이 조금 더 현실적인 꿈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찾아오자, 나는 과감히 그 꿈을 버렸다.

비행사가 된다고 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비행사를 현실적인 꿈이라고 보기에는 확실히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그 무렵의 꿈은 회사원이었다.

비행사에 비하면 의미없고, 색없는 것 이었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나는 하늘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하늘은,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었으니까.


밤은 우주의 강을 펼쳐 내 삶이 목을 축일 수 있게 해주었고,

아침은 여명을 잔뜩 드리워 내 삶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럼 나는 그 하늘을 등에 이고, 당당히 골목길을 걸었다.

어깨가 무겁지는 않았다.

단지 매번 기분 좋은 설렘에 시간을 앞질르고 싶은 성급함이 날 찾았다.



하지만 그토록 아름답던 하늘이 무너진 날이 있었다.



고등학교 수험생활을 한창 하고 있을 때이었다.

언제나와 다름없이 독서실에서 늦은 밤까지 하루를 보낸 나는 피로를 헤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동이 땅을 울리더니, 하늘에서 새카만 조각이 떨어졌다.

날카롭게 부서진 그 조각에서 잿빛 구름이 흘러 나왔다.


문득 지금 하늘을 올려다 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내게 자신을 올려다 보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하늘을 치켜 올려 보았다.


불안함 마음, 그 속에서 당신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몰골로 나를 맞아줄 것이라고.

그러면 나는 그런 당신의 품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은하에 흘려 보내고, 파랑에 누워 잠을 청할 것이라고.


올려다 본 하늘은 이전과는 다른 것이었다.

밤은 잿빛이었고, 별은 없었다.

무언가 흐린 것이 앞을 꽉 막아선 듯, 그 자취도 남기지 않고 아름다움은 사라져 있었다.


경외감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고,

덜덜 떨리던 다리를 붙잡은 것은 다름아닌 아버지였다.


 "…설명해 줄 시간 없으니까 중요한 것만 챙겨서 나와!"

 "네?… 무슨 소리에요?"


개천절이 있으면 하늘이 닫힌 날도 있어야겠지.

나는 그 날의 기억을 가슴 속에 새기고, 아직도 그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살아왔다.


혼란이 가증하는 그 어지러움에서도 유독 기억나는 것은, 수척한 어머니의 목소리 하나.

무엇보다 잿빛을 띄던 것 이었다.


 "…이사 가야할 것 같아."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담배연기가 꼭 구름 같았다.

어릴 적 내가 동경하던 하늘의 구름이 아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타락하고 오염된 하늘의 것 말이다.


대로의 자동차 배기음도, 이따금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도.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의 소리도,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모든 것이 내 머리를 어지럽게 하였다.


옛날의 하늘은 이렇지 않았다.


하늘의 소리는 유난한 듯 하면서도 조용했고,

백색소음 같은 그 숨결은 나에게는 음악과 같았다.


나는 하늘을 그리워했다.

어린 시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그것도 몇년 째 하늘을 품에 그렸다.


부모님과 의절한 지는 벌써 몇년 째일까.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와 일용직 노가다를 전전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었던 그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비로소 무너진 하늘의 파편을 딛고 이 자리에 있는가.


아직도 눈을 감으면, 동경하던 하늘이 온 우주만큼 세상에 나타나고

그 구름들은 별과 같이 반짝이며

나는 수평선같은 하늘의 끝을 좆아 지구의 한 바퀴를 도는데


현실의 나는 그 어느 곳도 가지 못한 채, 방황하지도 않고 한 자리에 우뚝 있다.

차라리 비행사가 되었으면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지 않았을까.


옥상의 난간에 걸쳐, 몸이 서서히 기울고 있을 때 나는 오랜 소망을 이룰 깨달음을 얻었다.


당신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곧 당신을 향해 뛰어들겠다는 믿음이었다.


향수같은 어린 시절 하늘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아, 그리웠다.

그리도 그리워서, 애타게 스스로를 태울 마음이었다.


무릇 어떤 감동에 젖어 있었을 때, 나는 하늘에 있었다.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새푸른 하늘이 있었고, 한없이 부숴지는 구름이 있었다.

마치 아침의 은하수 같았다.

태양이 건네는 아찔한 음색, 그 고요한 태동 속에서 나는 날았다.

그 속에서 나는 별이었다.


세상이 뒤집히고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될 제,

그 가운데에는 내가 바라던 하늘이 있을 뿐이다.


나는 낙하했다.

무한한 하늘의 형상 속으로.


몸은 떨어지는 와중에 떠올랐고,

나는 추락 하면서도 비행했다.


바람은 오랜만이라며 짖궃게 나를 밀쳤고,

나는 그 마음에 화답해 두 팔을 크게 벌려

하늘을 온통 맞이했다.


서서히 흐려져가는 의식이, 하늘과 맞닿았다.





딱히 의미는 없고 연습용으로 쓴거라

가볍게 읽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