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부러진 것은 아니라 움직일 수는 있지만 움직이고 숨을 쉬면 속에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계속 느껴졌다.
그렇게 옥상에 도착하자 한 사람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박태진 하사."
이 목소리.
그때 방송을 한 놈의 목소리다.
"전문 하사가 어떻게 그렇게 총을 잘 쏘나 싶었지."
그 녀석의 얼굴을 본 순간 부상의 고통을 전부 잊을 정도로 놀랐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초인,인간이면서 기계같은 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재능."
내가 그 지옥을 헤쳐나가게 만든 장본인이자 나를 배신했던 개자식
"하승재!!!!!"
나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서 녀석을 향해서 총을 쏘았다.
캉
녀석이 뭘 한거지?
"확실히 완성된 물건은 다르군."
완성된 물건?
설마 완성된 프로젝트가 있는건가?
"총알이 선명하게 보이는 수준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지."
투두두두두
헬기의 날개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군.잘 있게나,박 하사."
"이 개새×가!"
나는 권총을 계속해서 쏘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가볍게 내 총알들을 전부 단검으로 쳐냈다.
"참 신기해.박 하사가 그렇게 노력해서 뭉개온 프로젝트의 성공을 내가 이루다니 말이야."
분노가 치밀었지만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보니 헬기의 상태가 이상했다.
"이 새끼들 왜 이렇게 안 내려와?"
나는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라서 피식 웃으며 몸을 안전한 계단쪽으로 옮겼다.
헬기에서 누군가가 옥상으로 뛰어내렸다.
"흡혈귀 조져달래서 왔더니 왠 이상한 녀석 잡게 생겼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한 사내가 몸을 풀었다.
"들어가서 쉬쇼.나는 저 완성작이라는 인간이랑 대화해야겠으니까."
지한성이다.
"쉰다며,임마."
나는 녀석의 등장에 안심했다.
녀석이라면 하승재를 끝내줄테니까.
"이야.....이거 진짜 완성한 모양인데?"
지한성은 녀석을 쓱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아저씨,움직일 수 있죠?"
"거 참,부상자 부려먹기 있냐?"
지한성이 먼저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지한성의 주먹을 회피하는 경로에 내가 총격을 가했다.
"비겁한 새끼들이....!"
"따질거면 지옥에서 따지시고."
지한성은 빠르게 녀석을 몰아붙였다.
마지막에 연구시설에서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더 침착하고 날카로웠다.
탕탕
틱
슬라이드가 뒤로 젖혀졌다.
"재장전!"
나는 크게 재장전을 외치고서 총을 장전했다.
보지 않아도 바로 장전할 수 있을만큼 숙달되어 있기에 나는 전황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가벼워!"
하승재는 지한성의 타격이 전혀 듣지 않는 듯 더 빠르고 강하게 지한성을 공격했다.
"칫."
지한성은 혀를 차더니 무심한 듯한 자세를 고쳐잡았다.
복싱을 연상시키는 자세였다.
훙
하승재의 킥이 지한성을 타격했다.
"발차기는 상대방의 강도를 보고 차야지."
하승재의 무릎이 꺾이면 안되는 각도로 꺾여 있었다.
뻑
지한성의 어퍼가 하승재를 공중으로 띄웠다.
탕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총알을 녀석의 미간에 박아넣었다.
"......어림도 없지."
머리에 총알이 박힌 놈이 멀쩡한 듯이 입을 열었다.
무슨 좀비도 아니고 이게 뭐야?
"형님!총 배달입니다!"
헬기에서 주한이가 총이 든 가방을 던졌다.
"야!그거 비싼거야 임마!"
완충재를 채워서 건물 2층 정도에서는 떨어뜨려도 문제 없긴 하다.
"예로부터 악마한테는 이게 약이었지."
나는 가방에서 산탄총을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군이 내 사선 안에서 싸우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답은 슬러그다.
나는 펌프를 당겨서 약실을 개방했다.
"파란색."
나는 파란색 플라스틱 껍대기를 쓰는 탄을 집어넣은 뒤에 약실을 잠갔다.
지한성이라면 한번 더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아무리 권총탄이라도 뇌를 맞았으면 죽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녀석은 살아있다.
그렇다는 것은 뇌 이외의 다른 기관이 생명을 최종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
나는 숨을 꾹 참고서 스스로의 몸을 통제했다.
뒤지게 아프다.
팔에서는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장들이 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온몸이 부서진 이 느낌을 참아가면서 나는 침착하게 목표를 노렸다.
지한성은 굉장히 센스가 좋았다.
적의 신체가 훨씬 우월함에도 타격을 전부 피하면서 공격을 누적시키고 있었다.
"이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흥분해서 나오는 큰 공격.
전신의 체중을 실은 뒤에 가속시킨 타격
정면으로 맞으면 지한성이라도 죽을 것이다.
지한성은 공격의 회전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파고드는 힘을 살린 엘보가 녀석의 복부를 강타했다.
"으아아아아!"
힘과 힘이 정면으로 마주치면 강한 충격이 생긴다.
"크으,뒤지게 아프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하승재가 빈틈을 보였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발사된 묵직한 납덩이가 녀석의 심장을 꿰뚫었다.
뇌와 심장이 전부 파괴되고 나서야 녀석은 생명활동을 멈췄다.
"군인 아저씨,슬슬 나가야죠."
"니가 좀 부축해주라.나 환자야."
헬기가 옥상에 착륙하고 나는 지한성의 손에 질질 끌려서 헬기에 실려졌다.
"힘든 일 하나 해결이네요."
지한성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게 첫 단추지.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할지 몰라."
지한성은 나에게 주먹을 대뜸 내밀었다.
"그래도 나아간다는 것은 좋는거니까 기뻐하자고요."
"그래.나아가지 않으면 의미 없지."
나는 지한성과 주먹을 맞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