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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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유일한 약점


앵거스와 벤지가 혈투를 벌이는 동안, 카르마는 플라운더 대령과 대치하고 있었다.


‘능력은 뭔지 알겠지만… 저걸 어떻게 뚫어야 하지?!’

“이도류, 춤추는 칼날!”


그러나, 이번에도 카르마의 공격은 놈에게 피해조차 주지 못했다.


“페이퍼 커터!”


카르마는 빠르게 검으로 플라운더 대령의 팔이 있는 자리에서 뻗어 나온 하얀 검을 쳐 냈지만, 뺨을 살짝 베이고 말았다. 카르마는 뺨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소리쳤다.


“이제야 알았다… 네놈의 능력! ‘종이’구나?”


플라운더 대령은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걸 이제야 알아차린 건가, 해적? 그래, 나는 초인계 ‘종이종이 열매’를 먹은 ‘종이 인간’! 내가 이리 말하면 ‘종이’라는 것에 코웃음을 치곤 하지. 하지만! ‘페이퍼 액스’!”


플라운더 대령의 양 팔 자리에서 팔랑거리던 종이가 꼿꼿하게 세워지더니, 이윽고 플라운더 대령은 팔을 높이 들어올려 그대로 내려 찍었다. 카르마는 빠르게 몸을 옆으로 던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르마는 경악했다. 방금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와 그 뒤편의 벽과 바닥에 거대한 균열이 가 있던 것이다. 플라운더 대령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팔을 거두었다.


“아깝군. 네가 가소롭게 생각해서 단순히 막으려 들었다면… 그 특이한 칼과 함께 통째로 이등분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페이퍼 휩’!”


플라운더 대령의 팔이 이번에는 채찍처럼 날아들어 카르마의 오른손에 든 검을 휘감으려 들었다. 카르마는 재빨리 칼로 종이 채찍을 쳐냈지만, 그와 동시에 반대편 팔이 채찍이 되어 카르마의 왼쪽 검을 휘감아 저 멀리 날려버렸다. 검이 두어 바퀴 회전하며 벽에 박히자, 플라운더 대령은 낄낄거렸다.


“지금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춰 볼까? ‘놈이 몸에 감은 것은 종이로 만든 갑옷이다… 그런데 왜 내 검에 흡집조차 나지 않은 걸까?’ 맞지? 후흐흐흐흐흐.”


카르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스트 블루였나? 사우스 블루였나? 아무튼 먼 바다 어느 나라에서는 종이로 갑옷을 만드는 나라가 있다고 하더군. 얇은 종이를 수십 장 겹쳐서 만든 갑옷은 왠만한 칼은 물론이고 총탄까지도 막아낸다고 하지! 내 몸을 방어하는 종이는 내 ‘능력’으로 인한 종이! 너 같은 잡 해적은 물론이고 설령 ‘사황’이나 ‘칠무해’가 온다 하더라도 내 종이 갑옷을 뚫을 수는 없다!”


“일도류, 목베기(참수)!”


카르마의 검이 종이 갑옷이 방어하지 않는 플라운ㄷ 대령의 목을 노렸으나, 그는 당연히 예측했다는 듯 양 팔을 들었다.


“어리석기는! ‘페이퍼 리펄’!”


긴 종이가 마치 파도가 치듯 펄럭이며 카르마를 치자 카르마는 피를 흘리며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카르마와 부딪힌 벽에 거대한 균열이 일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플라운더 대령은 포효했다.


“이 노스 블루에서, 나 플라운더 대령을 막을 수 있는 해적은 없다아아!!”


카르마는 입에서 피를 흘렸다. 이미 뼈가 두어 군데 부러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할수록 카르마의 몸 깊은 곳에서 분노가 더욱 더 크게 타올랐다. 카르마는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서는 방 구석에 놓여 있던 난로를 부숴버린 다음 안의 불 붙은 장작들을 걷어 차 날려버렸다. 승리에 도취해 있던 플라운더 대령은 그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장작들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


“아… 앗 뜨거어어어어!! 몸에 불이 붙었다아아아!! 우오오오오오…! 조, 종이 갑옷에… 종이 갑옷에 옮겨붙고 있어어어!! 앗 뜨거! 앗 뜨거어!! 버, 벗어야 해!! 찢어서라도… 찌, 찢어지지 않아…!! 으아아아아아!”


카르마는 매정하게 불타 죽어가는 플라운더 대령을 무시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대로 타 죽어 버려라.”


“뜨거워어어… 라고 할 줄 알았나?”


그 말에 카르마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순간, 카르마는 검을 치켜 들었다. 동시에 분명 불타 죽었어야 했을 플라운더 대령이 양 팔의 종이를 날려 카르마의 배를 가격해버렸다. 카르마는 내벽 몇 개를 뚫고 날아가 이미 죽은 병사들의 피로 흥건한 어느 방에 처박혔다.


‘크윽… 갈비뼈가… 몇 대는 부러진 것 같아… 대체 저 갑옷을… 어떻게 뚫어야 하지?’


플라운더 대령은 벽이 무너지며 피어오른 먼지 구름과 매캐한 가스 사이에서 종이가 된 양 팔을 질질 끌며 나타났다.


“여긴… 주방과 식당이군. 네놈들이 쳐들어온 시간은 식사시간 직전이었다. 많은 병사들과 고용된 민간인들이 여기서 우리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또 해병들이 그것들을 먹으려 준비하고 있었지. 비록 네놈들이 쳐들어와서 먹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너 때문에 이리도 비참하게 내 부하들이 죽었다! 이들의 절반은 총 한번 잡아보지 못한 민간인이었는데! 네놈 같은 해적은 이전에도 없었다! 그 잘난 ‘해적왕’도 이런 식으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민간인을 죽이는 놈은 아니었어! 네놈은 해적도 아니다! 그저 ‘살인마’야! 네놈의 형벌을 바꾼다. 그냥 처형도 아니야, ‘화형’이다!”


그리고, 카르마의 머릿속에 예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 검의 전 주인이 최후의 순간 했던 그 말이었다.


‘그리고 기억해라, 이 검은 강한 힘을 영구히 흡수한 단다. 절대 네 몸에서 떼어놓지 말거라’


카르마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고쳐 잡았다. 몸을 가눌 때마다 상처와 입, 코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가스가 세는 파이프에 칼을 가져다 데더니 칼을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폭발이 일며 카르마는 불꽃에 휩싸여 날아가 버렸다. 이제 당황한 것은 오히려 플라운더 대령이었다.


“스스로 가스에 불을 붙이더니? 궁지에 몰린 나머지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린 거냐?! 아니면…”


그 순간, 요새 전체를 집어 삼킬 듯 타오르던 불꽃이 단숨에 허리가 베이며 꺼지더니, 그 안에서 몸 곳곳이 그슬린 카르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플라운더는 그 모습에 할 말을 잊었다. 카르마가 든 검이 불타고 있었다. 아니, 그건 불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이… 불타고 있는 건가? 아니! 아니야! 저건 불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검이 불을 휘감고 있는 형태야’

“그 검… 대체 정체가 뭐냐?!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


카르마 역시 온 몸이 화끈거렸지만 극심한 화상은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폭발로 일어난 화염을 모두 검이 빨아들이기라도 한 듯… 검의 날을 따라 불꽃이 일고 있었다. 카르마는 불꽃을 휘감은 검을 신기한듯 쳐다보다가 이내 자세를 잡았다.


“검이 왜 이러는지는… 몰라. 하지만… 널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드디어 떠올랐다.”


“웃기지 마라! 반쯤 죽은 시체 주제에! ‘페이퍼 액스’!”


카르마는 자신의 머리통을 쪼게 버릴 기세로 내려치는 플라운더 대령의 공격에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들고, 조용히 자세를 잡았다.


“일도류… 불자동차!”


칼과 함께 카르마의 몸이 회전했다. 그리고… 불꽃이 일더니 공기도 갈라버릴 듯 거세게 달려들던 플라운더 대령의 종이가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플라운더 대령은 경악했다.


“아니이이이?! 어, 어떻게! 이까짓 불에 피해를 입는 ‘능력’이 아니란 말이다… 어떻게?!”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몰라. 죽어라, 해군!”


“으으… ‘더블 페이퍼 커터’!”


“일도류, 불의 노래.”


카르마의 검이 한번 더 움직이는 순간, 플라운더 대령의 양 팔이 그대로 절단되며 절단 면에서 끔찍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솟구쳤다. 그리고, 마침내 카르마가 희열로 가득한 표정을 보이며 치명상을 입은 플라운더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대… 대체 왜… 왜 이렇게 해군을 증오하는 거냐?! 이렇게까지 증오하고… 모두 죽이려 하는 이유가 뭐냐!”


카르마는 우습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알아서 뭐하게.”


플라운더 대령은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듯 다리를 종이로 변형시켰으나, 카르마는 무덤덤하게 칼을 들어서…


“일도류, 불의 춤.”


플라운더의 종이 갑옷이 산산이 찢어지자 몸이 마치 춤을 추듯 흔들리며 상처에서 화염을 뿜었다. 이내 갈갈이 찢어진 갑옷이 불쏘시개가 되어 그의 몸을 불살라 버렸다. 카르마는 아직 벽에 꽂혀 있던 남은 검도 뽑아 들더니 이젠 완전히 불타 버린 플라운더의 잔해를 밟고 요새 밖으로 나왔다. 이미 요새는 완벽하게 카르마 일당이 장악한 상태였다. 선원들이 다급히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거리는 카르마에게 다가갔다. 카르마는 바닥에 털썩 드러눕더니 눈에 들어온, 요새 꼭대기에 꽂힌 해군 깃발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깃발… 불태워버려.”


“네!”


선원들 몇이 깃발을 불태우기 위해 올라가는 동안, 카르마는 무심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검은 언제 자신이 불꽃을 휘감았냐는 듯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꽃은 사라지고 평범한 검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런 불꽃으로도… 안 되는 건가? 대체 얼마나 더 강한 힘이 있어야 하는 거지?’


한편, 다른 선원들은 사로잡은 해병들과 감옥에 있던 죄수들을 끌고 카르마 앞에 나타났다. 카르마는 페드로의 응급처치를 받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것들은 뭐야?”


“항복한 해병들입니다.”


“다 죽여.”


“…네.”


선원들이 처절한 비명을 뒤로 하고 항복한 해병들 까지도 모두 베어 버리는 동안, 카르마는 죄수들에게 다가갔다.


“이것들은?”


“잡혀 있던 죄수들입니다. 지하 감옥에 있던 걸 데려왔습니다. 해적이나… 뭐 그런 이들이죠. 죽일까요?”


“조금만 보자고, 쓸만한 놈이 있는지.”


그리고, 카르마는 알지 못했지만 요새 구석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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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그림체로 그린 우리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