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2차) 6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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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감시견들을 따돌린 안나수이가 말했다.


“마침 잘됐군. 징벌동 쪽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어… 앞으로 어떡할 건지 묻고 싶은데…”


“우선 너한테는 한없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어. 고마워. 덕분에 여기까지는 무사히 올 수 있었어. 하지만… 왜 내게 이런 도움을? 지금부터 화이트스네이크의 정체를 밝혀내 ‘아버지의 기억’을 되찾는 건 내 개인적인 문제야.”


그러자 안나수이는 또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마음 다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넌 내게 많은 걸 줬어. 네게서는 교도소 밖에도 안에도 없었던 희망이 보여… 그래서 난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죠린은 손가락으로 안나수이의 이마를 밀었다. 하지만 안나수이도 포기하지 않고 죠린을 반쯤 안으며 낭만적인 얼굴로 물었다.


“전에 교도소 안에서 결혼한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 얘기나 좀 해볼까?”


안나수이의 애정 공세는 녹색 아기가 안나수이의 긴 머리카락을 씹기 시작하며 끊겼다.


“뭐야, 이게? 죠린, 뭐 하는 거야? 이 자식?”


“잘 모르겠어.”


“보면 몰라?! 내 머리카락을 잘근거리고 있잖아!”


죠린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응…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걸 먹나봐. 재미 있어서 잠깐 좀 보고만 있었어.”


“좀 가르치라고.”


안나수이가 아기를 떨치자 아기는 갑자기 흙을 주워 먹었다.


“봐… ‘흙’도 먹고 있어. 역시 얘는 식물이라는 건가?”


“하지만 금방 자겠지.”


그때, 안나수이는 무언가 느끼고 황급히 죠린의 머리를 눌렀다.


“쉿! 죠린… 엎드려! 뭔가 온다!”


교도소 쪽에서 무언가 풀숲을 해치고 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명이다! 이리 오는 건 두 명이야! 게다가 벌써 이렇게 가까운 데까지 와 있었어!’


풀숲 사이로 형체가 조금씩 보일 때, 그 형체 중 하나가 말했다.


“무사해? 죠린… 화이트스네이크의 정체를 알았어…”


그건 바로 하체가 기존의 푸 파이터즈이고 상체는 에트로의 모습에 푸 파이터즈의 색을 한 ‘푸 파이터즈’ 본인, 그리고 웨더 리포트였다.


“푸치 신부야. 죠린. 공격을 받았어…! 푸치 신부였어… 위험했어… 웨더 리포트가 오지 않았으면… 당했을 거야…”


죠린은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F.F!”


“난 괜찮아! 육체를 버린 것뿐이니까. 죠린, 너희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그 오른쪽 눈, 당장 치료해 줄게.”


푸 파이터즈는 죠린의 눈을 단숨에 치료했다.


“F.F… 방금… 네가 한 얘기.”


“그래… 놈은 ‘D&G’의 기억을 읽어 ‘아기’가 있는 곳을 알아내려 했어. 그리고 본체는 ‘엔리코 푸치 신부’였어. 이제 남은 일은 놈을 몰아붙여 잡는 것뿐이야. 승리가 보이지?! 웨더 리포트도 함께 있어.”


죠린은 그 다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웨더를 바라보았다.


“웨더 리포트.”


“죠린.”


“중앙 정원 옆 공장에서 다친 건 이제 괜찮아?”


“그래. 너야 말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묘하게 가족끼리의 포옹 같았다. 그러나 그 모습에도 안나수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뭐야… 어거? 뭐 하고 있는 거야. 저 두 사람?”


안나수이의 상처를 치료하던 푸 파이터즈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끌어안고 있지.”


“그런 건 알고 있어. 떼어놔! F.F! 두 사람을 당장 떼어 놓으라고! 뭐야 저거!”


“내가?”


안나수이는 화를 냈다.


“빨리 떼어놓고 와! 네가! 여기 올 때 약속했잖아! 죠린에게 저 자식 냄새가 옮겠어!”


“진정해! 그냥 인사라니까! 봐! 떨어졌잖아. 흥분하지 마. 정체가 신부란 걸 알았어… 지금 그럴 때냐고?”


“야! 너 지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 아주 잘났어! 약속도 다 까먹은 주제에 말이야, 참 내!”


안나수이는 다시 죠린을 바라보았다.


“죠린. F.F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면 화이트스네이크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 더 이상 ‘필요’ 없는 거겠지? 단지 본체를 유인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뿐이잖아. 여기 이 ‘녹색 아기’ 말이야. 더 이상 필요 없어… 처리하자. 양해해줘, 죠린. 놈은 너무나도 정체불명이야… 내 직감이 ‘없애’라고 말하고 있어. 지금 당장 말이야.”


“자… 잠깐… 안나수이, 하…하지만.”


“놈은 동료가 아니야. 죠린! 인간도 아니고…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놈이야… 탄생 자체가 잘못된 동물 이하의 존재야… 영문도 모를 이런 생물은 처리해두는 게 옳아. 양해해줘.”


안나수이의 매정한 말에 발끈한 건 오히려 푸 파이터즈였다.


“잠깐… 안나수이. 그 얘기 나 들으라고 하는 거야? 말조심해!”


“난 네 의견 따위 묻지 않았어… 물러나 있어.”


“야!”


“건드리지 마.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웨더 리포트. 상황은 이해하겠지?”


“천만에, 양해 따위 할 수 없다. 죽는 건 너니까.”


웨더의 모를 소리에 셋 모두가 당황하는 순간, 웨더의 오른팔이 안나수이의 배를 꿰뚫어 버렸다. 한순간 안나수이는 웨더의 모습이 하얀 피부에 핵산의 염기서열이 새겨진 모습으로 보였다. 곧이어 웨더의 반대쪽 손이 푸 파이터즈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리고, 빠르게 가드를 올린 죠린의 오른팔까지 잘라 버렸다. 경악한 안나수이는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 누굴 데리고 온 거야? F F… 이 자식…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 데리고 오다니…! 제길, 이걸 어쩔 거야!”


물론 속아 넘어간 푸 파이터즈도 경악해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일단 자기 몸도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설마… 이럴 수가… 설마!”


치명상을 입은 안나수이가 소리쳤다.


“웨더가 아니야! 이 자식은! 이 자식은! ‘환각’이었어! 우리가 보고 있었던 건!”


웨더의 자리에서 나타난 것은 화이트스네이크였다. 웨더로 위장한 화이트스네이크는 비열하게 웃으며 푸 파이터즈를 바라보았다.


“안내해줘서 고맙다. ‘푸 파이터즈’. 진짜 ‘웨더 리포트’가 쫓아오기 전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줘서 말이야.”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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