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마른 나무들의 몸부림

 

헤진 잎새마저 떨어졌다

알몸으로 맞이한 겨울

 

제 몸을 안겠다고

끊임없이 가지를 흔드는데

온기는커녕 상처만이 늘어

서럽게 울다 문득

뿌리부터 올라오는 깨달음

 

누구도

스스로를 껴안을 수 없다는 것

 

이제

서로의 몸뚱아리를

끌어안는 나무들

 

마주보고, 울고, 또 부대끼며

점차 불어나는 열기

 

어느새

나무의 심장부터 불길이 솟아난다

 

산불은

가장 신성한 곳에서 태어나는 것

 

온 세상을

불태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