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기술할 수 있는 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이 사라지고
학교가 사라지고
다락이 사라지고
독방이 사라지고
감옥이 사라지고
경찰이 사라지고
법원이 사라지고

그 진리를 기술해낼 수만 있다면
세상을 주물러 흰색으로 칠하고
꽃 한 송이를 얹으리라고
옅은 소망을 끄적여도

다른 누군가는 몰라.
진리를 기술할 수 있는 손이 있다면야
그 손은 악필이다.
아무도 그 뜻을 이해치 못해
바닥을 자로 그어버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