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마리는 어느 샌가 일어나서 몰래 숨겨놓았던 '빅 시스터즈'의 화보집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테스, 그렇게 안보였는데 아이돌 좋아하는구나."

"뭐하는 거야! 이리 줘!"

나는 필사적으로 뺏으려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순식간에 '하데스의 투구' 능력을 작동해서 투명화했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그녀를 찾아 방을 헤맸다.

"갖고 싶다면 '마리 누나 예뻐요' 라고 말하렴."

"장난치지 마!"

그렇게 수 십분 동안 방안을 헤집다가 둘 다 지쳐서 쓰러졌다.


"얘가 그 레니나야? 나 얘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그래? 그러고보니 좀 닮았네. 한 0.01%정도?"

"야. 다시 뺏어 줄까?"

"알았어. 알았어."

사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녀는 레니나와 꽤 많이 닮긴 했다.

"어? 이거봐봐. 얘 너 닮지 않았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빅 시스터즈의 리더인 줄리아를 가리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다.

"아니, 성별부터 다르잖아."

"그래도 진짜 닮았다니까. 봐봐."

그러고 나서 그녀는 줄리아의 얼굴이 크게 찍힌 화보를 펼쳐서 내 얼굴 옆에 두고 비교해 보았다.

"큭큭. 진짜 똑같네. 랜스 오빠랑 제인한테도 보여줄까?"

"놀리지 마."

우리 둘이 아옹다옹하는 기세에 화보집이 팔랑 하고 넘어갔다. 마리가 펼쳐진 쪽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 쪽에서는 빅 시스터즈 멤버 다섯 명이 모두 그리스의 여신을 연상케 하는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천으로 눈을 가리고, 칼을 머리 위에서 x자로 교차시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 페이지를 찢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