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나는 5살이었다. 그 날 천명시는 유독 어두웠다. 17살의 누나는 날 안고 무작정 뛰고 있었다. 그 뒤를 두 발과 하나의 눈을 가진 메카트로닉스, 모노 아이가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매일 오후 1시에 방영하던 만화영화, '출동! 노바특공대'가 생각이 났다. 노바의 자랑스런 꼬마특공대가 노바국제해방군의 로보트를 타고 악당들을 쳐부수는 내용이었다. 모노 아이는 꼬마 주인공 '제임스'가 타는 로보트로, 끝까지 악당을 쫓아가 쳐부수는 용감한 로보트였다. 지금 저 로보트가 우리를 쫓고 있으니까 우리가 악당인가? 난 내가 잘못한 일을 헤아려 보았다.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답안지를 베낀 게 3번, 밥 먹기 전에 엄마 몰래 사탕을 먹은 게 5번. 또 뭐 있지? 누나는 그걸 생각할 겨를도 안 주고 골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골목에는 내가 친구들이랑 놀 때 사용했던 낡은 축구공이 붉게 물든 채 쓸쓸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누나는 기겁하더니 내 눈을 가렸다. 누나의 따듯한 체온이 눈을 통해 들어오자 안도가 되었다. 모노 아이는 머리가 커서 골목에 들어오지 못하였다. 그것은 화난 듯이 하나의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누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도 온 몸이 늘어지려는 때, 날카로운 소리가 내 귀를 찢었다. 누나가 풀석 쓰러졌다. 쓰러진 누나의 뒤에는 총열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셰퍼드(Shepherd)가 서있었다. 쓰러진 누나의 밑에는 붉은 카펫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셰퍼드의 총열이 나를 겨냥했고 나는 그 때...
내 오른쪽 옆구리에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난 옆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헤임달의 코피스와 불꽃 검기가 큰 소리를 내며 내 뒤쪽의 나무 여러 그루를 위아래로 쪼갰다. 나는 옆구리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자세를 바로잡고는 오딘의 창, '궁니르'를 꺼냈다. 죽을 위기는 넘겼지만 이상하게도 주마등은 끝나지 않았다.
셰퍼드의 총탄 소리가 뭔가 좀 작은것 같았다. 착각인가. 하고 눈을 떴을 때 내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이 좀 이상했다.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았고 살짝 초록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눈앞에 알 수 없는 글자들이 깜빡거렸다. VR영화를 보던 때가 생각났다.
'아스가르드 사의 제품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품 품질보증 기간은 1억년이며 무상 AS가능 기간은 10년입니다. 제품 제조일은 4006년 10월 13일입니다.'
정체불명의 안내방송이 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나는 옆으로 구르며 셰퍼드의 총알세례를 피했다. 총알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혔다.
헤임달이 코피스를 크게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그의 무기에서 나온 불꽃이 호를 그리며 내게로 돌진해왔다. 나는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불꽃의 풍압으로 나무들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아스가르드 사는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착용자를 보호하고 적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최고 품질의 특수 능력 강화복 Special Abilitized Powered Exosuit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 돌진해 셰퍼드의 몸체에 팔을 꽂아넣었다. 금속이 구겨지는 소리와 플라스틱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헤임달에게 순식간에 돌진해 그의 바이저에 주먹을 한 방 먹였다. 금속이 맞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온 숲에 울려퍼졌다.
'현재 SAPE를 생산하는 회사는 아스가르드 사, 올림포스 사, 타카마가하라 사 등이 있으며 저희 아스가르드 사는 믿음직한 품질의 SAPE를 세계 곳곳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나는 셰퍼드 안의 부품들을 손에 잡히는대로 잡아뜯었다. 긴 전선들이 마치 혈관처럼 늘어졌다. 심장부를 잡아 뜯긴 셰퍼드는 감전된 강아지처럼 쓰러져서 움찔대다 시동이 꺼졌다.
그는 잠시 비틀거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코피스를 다시 휘두르려 했다. 그 때, 그의 코피스가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멀리 날아갔다.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궁니르의 뒷면으로 그의 배를 가격해서 자세를 무너뜨린 뒤, 발로 그의 배를 냅다 찼다. 그는 또 십 수 미터가량 날아가서 나무 여럿을 쓰러뜨렸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나는 여전히 몸에서 긴장을 뺄 수 없었다. 먼지 속에서 의문의 빛이 번쩍거렸기 때문이다. 먼지가 걷힌 뒤에야 그 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헤임달의 갑옷이 눈부시게 빛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태양처럼. 그 주변의 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었다. SAPE, 그러니까 '신'의 눈 보호 필터로 빛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는데도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노려보더니, 함성을 지르며 두 팔을 벌렸다. 강렬한 태양풍이 그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나는 피하려고 뒤로 돌진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 가공할 태양풍의 위력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신'이 차마 완화해주지 못한 충격이 내 몸으로 전달되었다. 온 몸이 얼얼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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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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