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두번째 44일 헌터길드 보고 사항

특이 몬스터 보고-여태까지 발견되어 온 개체들과는 다르게 인간과 다름 없는 속도로 달리는 좀비를 발견
피해상황 보고-갑작스런 상황에 팀원들이 당황해 잠시간 공격당했으나 팀을 발견해 공격한 좀비 개체는 하나뿐이었기에 수월히 격파. 방패 역할(팀으로 짜여진 헌터 파티의 경우 몬스터를 유인 및 공격 유도해 다른 파티원들의 공격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역할군) 인 바덤의 팔뚝에 이빨자국이 생길만큼 세게 물렸으나 응급조치 후 포션을 복용하자 복귀 가능할 만큼 회복
전리품 보고-좀비의 몸을 수색해 3쿠퍼(1000쿠퍼가 1실버, 10000실버가 1골드, 기본적으로 1골드면 일반적인 노동자 한 사람이 1년을 놀고 먹을 수 있다)와 약초 다발 획득. 전리품의 상태로 보아 생전에 약초꾼이었던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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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40일 망루 감시 상황 이상없음-루바인
두번째 41일 망루 감시 상황 이상없음-엘더
두번째 42일 망루 감시 상황 이상무-만도
두번째 43일 망루 감시 상황 이상없음-헥터
두번째 44일 망루 감시 상황 이상없다-로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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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죽은 자를 건드리는 흑마법은 금기시 된 마법 중 하나였다. 국가는 이 흑마법이 윤리적으로나 안전성으로나 살아있는 생명체에 위해를 가하고 자연의 원칙을 거스르는 것을 인정하고 법으로까지 금지시켜 놓았다. 물론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이미 거의 대부분의 백성들은 흑마법사들을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을만큼 흑마법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이 흔히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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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4일자 렘파이 지역 신문 내용-


       려.         주
    ㆍ

후잔 도성(성벽에 둘러싸인, 성을 포함한 마을 하나의 구역 명) 산하 마을(도성의 성주가 다스리는 도성 외부 마을) 중 하나인 마르크산돕에서 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두번째 60일 즈음에 실종된 8명의 아이들이 아지트로 사용했다는 마을 인근 동굴에서 세번째 1일에 발견한 피 글씨. 동굴은 마을 동쪽에 위치한 이름도 붙지 않은 작은 산에 있었으나 입구 자체는 마을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아이들이 동굴에서 무엇을 했는지, 동굴에서 놀고 난 뒤 어디로 갔는지 알 방도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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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명:좀비
위험등급:하급
공격 추천도:추천하지 않음
설명:죽은 인간의 시체가 흑마법, 오브젝트(초자연적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따위의 능력에 의해 되살아나 만들어진 몬스터. 살아있는 생명체에 극도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 인간이나 동물이 근처에 보이기만 한다면 공격하기 위해 접근한다. 보통 썩은 시체가 좀비의 주를 이루는데 덕분에 하체의 무작위 관절부분에 문제가 있거나 근육의 부재로 원활한 이동이 어려워 이동속도는 매우 느리며 이동할 때마다 거북한 신음소리를 내기 때문에 미리 접근을 파악하고 대피하기가 매우 쉽다. 다만 기본적으로 좀비는 단일개체로 등장하기 보단 무리지어 한 장소에 머무르기 때문에 숙달된 전투원이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매우 위험하며 막상 처치해도 이미 시체인 개체에서 이득이 될만한 전리품을 취하긴 어렵기 때문에 의뢰 없이 처치할 만한 대상으로 추천을 하지 않는다. ps. 몇년전만 해도 멀쩡했던 장소가 어느새 좀비를 위시한 언데드 소굴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보아 네크로맨서는 지금 세대에도 분명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때문에 언데드가 대량으로 있는 장소라면 근방에 수상한 사람이 보일시 포획하거나 당장 장소를 벗어나 대언데드 토벌단에 연락 하는 것을 추천한다.
-헌터 길드 신입 입문서/몬스터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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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하도 안나가서 일찍 문을 닫고 귀가하기 전에 산책을 나갔다가 성문으로 나가는 길가 수풀에서 특별한 물건을 주웠다. 손바닥을 편 정도의 크기를 가진 원통형 금속 통이었는데 푸른색 도색에 한면에는 푸른 바탕에 흰 테두리 굵은 글씨로 LessBe라는 이상한 문자와 갈색 콩같은 것이 그려져있었고 반대편에는 흰글씨로 역시나 본 적 없는 언어가 작고 빼곡히 쓰여져있었다. 윗부분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었는데 안에는 매우 극소량의 갈색 액체가 들어있었다. 뒤집어서 쏟아진 액체의 맛을 보니 놀랍게도 식은 커피 맛이 났다.(중략)-에프지아 루담모이스크 도성의 어느 마법도구 상점 주인의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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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어제 새벽즈음에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수상한 사람 같은거 못봤나? 어제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말야, 저쪽 다리 밑에, 어, 그래. 나무 다리 있잖은가. 거기 밑에서 자고 있었는데 말이지. 갑자기 여기 광장 쪽에서부터 남자인지 몬스터인지 어떤게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내 위에 있는 다리 쪽으로 달려오더군. 온걸 직접 본건 아닌데 말야, 소리가 계속 다가오더니 어느정도 가까우니까 뛰어가는 발소리도 들리더라고. 맘같아서는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자다가 갑자기 소리 때문에 깨서 그런지 몸이 맘대로 움직이질 않더라구. 어허? 이 사람이? 알잖은가? 내가 이래봬도 쉽게 겁 먹는 성격은 아니란거? 다만... 에헤이, 말 좀 들어보라니깐! 그때 기세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단 말이지. 다리 위를 뛰어가는 발소리가 소리만 들으면 성난 말인줄 안다니깐? 그런게 무지막지한 괴성을 지르면서 광장 쪽서부터 여기 윗마을 향하는 길까지 지치지도 않고 뛰어가는데 쉽게 못 움직이지, 이 사람아. 그 난리가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게 이상할 정도야."-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2일 사샤 도성 노숙자 대화기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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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를 일으키는 라이즈 좀비 마법을 시전할 때 흑마법사들 사이에는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직 썩지 않은 시체는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은 미신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과거 흑마법이 나라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국가 방어를 위해 사용되던 시절, 전장에서 즉석으로 일으킨 좀비가 살아 생전의 일을 기억한다거나 자아를 가진다거나 해서 흑마법사의 주박을 풀고 멋대로 행동하며 심지어는 흑마법사 본인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까지도 하게 되었다는 등의 괴담 비슷한 이야기가 구전되어 오면서 지금에까지 이들 집단에 전파되었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지금의 흑마법사들은 혹시나 모를 일들, 예를 들자면 좀비가 자아를 가지고 탈출해 흑마법사 단체를 까발린다던가 하는 등의 일들을 사전에 완전 봉쇄한다는 목적에서 불문율을 지키고 있다.-'금서 흑마법서에는 어떤 내용이?'라는 이름의 서적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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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장님!"
"뭔가? 노크도 없이..."
"성문 앞에서 수상한 자를 붙잡았습니다."
"...그게 노크도 없이 들이닥칠 만한 이야깃거리인가? 뭐, 그 자가 첩자 같은거라도 된단 말인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다짜고짜 저희를 공격하길래 일단 숫자로 밀어붙여서 어찌어찌 포박은 했습니다만..."
"다만?"
"피부가 얼음장 같은게...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차갑고 딱딱한게 마치 시체 같았습니다."
"뭐라고! 제대로 된 신원도 확인 안하고 죽였단 말이냐!"
"아, 아닙니다! 죽진 않았습니다. 무슨 미친 개마냥 이상한 비명만 지르면서 사람 물려고 하는데 그 놈의 피부가 그런 느낌이었다뿐이지 멀쩡하게 살아있습니다."
"살아있다고? .....도성 거주민인가?"
"아닙니다. 사샤 쪽 방향에서 올라왔습니다."
"경비병들은 어떻지?"
"한 명이 손을 물려서 다른 한 명이 떼어내다가 또 팔뚝을 물린 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알았다. 그럼 그 수상한 인간 신원 확인해야하니 성주님한테 보고 드리고 사샤 성 성주님한테 연락드려. 나는 그 수상한 자를 보고 올테니."
"옙!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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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옷을 발견했다. 비록 이미 죽은 시체가 입고 있던 옷이긴 했지만 매우 생소한 옷이어서 여기에 적어본다. 시체가 입고 있던 검은색 상의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두꺼운 옷감으로 만들어졌는지 두터워보였고 목 언저리에 한쌍의 줄과 배 부분에 덧대여진 커다란 옷감이 먼저 눈에 띄었다. 옷감을 그런 식으로 덧댄 것이 마치 주머니 같아 보였는데 여태까지 두 팔이 모두 들어갈 수 있을만큼 커다랗고 깊은 주머니는 에프지아에서 옷장사 하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와 같은 주머니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훌륭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사실 더 중요한건 목 뒷쪽이다. 상의 목 뒷쪽에도 망태기 같이 옷감이 추가로 덧대어져 있는데 아무리봐도 그건 모자였다. 일반적인 모자가 아닌 마법사들이 걸치는 로브의 후드를 똑닮았다. 세상에, 로브가 아닌 다른 옷에 후드가 달릴 것이라고는 이 옷을 보지 못했다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의류계에선 거의 혁명과 같은 사실로, 나 같이 세계의 수많은 옷을 봐온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 그 시체를 발견한 경비대원들처럼 멍청히 그저 특이한 옷으로 치부해버렸을 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아는 의류 재봉사 중에는 저런 옷을 재단해낸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빨리 그 옷을 만들어낸 재봉사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분명 대박 건수다. 그 재봉사와 이 옷에 대해 독점계약을 한다면 실용성과 패션을 알아봐줄 손님들에 의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갈 것이다. 내일부터 떠날 것이다. 나에게 대박을 안겨줄 재봉사를 찾으러.-올란페그라 도성 경비병에 의해 죽은 의류상인의 상의 안주머니에서 발견된, 내용이 얼마없는 일기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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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병? 좀비? 정체불명의 유행병 등장

올란페그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킨 병이 있다. 아직 정확한 병명은 명명되고 있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같은 증세의 환자가 이곳저곳에서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병은 사람을 발견하면 물어뜯고자 하는 공격성을 띄며 온 몸이 차가워진다는 특징을 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 병을 가진 인간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 중 하나인, 사람을 발견할 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증상을 목격한다면 전염이 될 수 있으니 즉각 접촉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의학계는 이 병이 어느정도의 범위까지 전염이 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최대한 빠른 연구 및 치료제를 개발해 낼 것을 약속했다. 한편 올란페그라에서 발견된 첫 병원자였던 M씨는 쥴리엔느 해변성 출신 의류 전문 중개무역사로....(후략)
-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5일 국보문(국가 설립 신문 발행사의 신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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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잘 지내?
이제 슬슬 겨울을 대비해 땔감을 모아야할 시기인데 생각보다 더운게 오래 가네. 차라리 여름이 겨울의 반토막만이라도 먹어치웠으면 좋겠다. 에프지아의 겨울은 기니까.
경비대 생활을 하고 있자니 뱃속에 있을 우리 딸 세리가 태어나서 이 아빠를 못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늘 집에 가서 당신과 당신 뱃속에 있을 우리 아이 보고 싶단 생각밖엔 안들어. 항상 보고 싶어했지만 이젠 봐야할게 늘었으니까 더더욱 당신이 그리워지는거 있지.
15일 남은거 알지? 휴가 남은 일수 말야. 아참, 편지가 거기 도착할 때쯤이면 11일 정도 남았으려나? 한달음에 달려갈테니까 아이와 함께 문 앞에 마중 나와줘. 당신 얼굴이랑 배, 한시라도 빨리 볼 수 있게.
이번 휴가는 전국 여행을 계획해봤어. 부하놈한테 맛있는 음식집도 많이 알아봤으니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름 끝자락을 즐기자. 당신도 좋지?
여보, 15일 남았지만 하루 빨리 당신이 보고 싶다. 나에게도 하이퍼큐브가 있었으면 좋겠어. 시간을 앞당겨서 당신 빨리 보게.
여전히 당신 사랑하는거 알지? 거듭 말하지만 사랑해. 15일 뒤에 보자.
-루카스 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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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말았다. 그것은 이계에서 온 것들이었다. 허공에 등장한 찢어진 공간,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그 현상이 이계에서, 그것들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우리 네크로맨서들의 좀비가 반응하지 않는, 이세계의 좀비가, 차원의 틈을 통과해 우리의 세계를 침범해 들어오고야 말았다.
-공식적으로 네크로맨서의 소굴이라고 가장 많이 의심받는 아르만티울 폐허 지하던전이 무너진 자리의 잔해더미에서 시체와 함께 발견된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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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복을 입고 있는 세명의 소녀들이 풀숲을 등지고 보인다.)
쥬비스:(실물기록용 옥주를 양손에 들고 가운데 서있는, 어깨까지 닿는 금발 머리 소녀)이것봐라~! 실물기록용 옥주(커다란 구슬형 보주)야! 어제 아버지가 사주셨어.
메이:(쥬비스의 오른쪽에서 신기하다는 듯 입을 벌리고 옥주를 바라보고 있는 초록 머리 주근깨 소녀)우와... 이게 그거야? 이거로 영상 기록도 할 수 있다면서?
헨:(쥬비스의 왼쪽에 선 갈색 머리가 눈을 반쯤 가린 단발의, 소심해보이는 소녀)이걸로 저녁노을같은거 기록하면 예쁘겠다...(배시시 웃음)
메이:이거 비싸지 않아? 에프지아에선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잖아.
쥬비스:당연히 비싸지.(옥주를 높이들어 옥주 바라보면서)우리 아버지는 마법사시니깐, 돈은 많다구!
헨:부럽다...
메이:쳇! 이럴때 보면 왕재수라니깐.(팔짱끼면서 쥬비스 노려봄)
쥬비스:(장난스럽게 과장되게 깔보는 것 같은 말투로)어라라~? 매일 군것질에 우리 메이씨를 데려가주는게 누구셨더라~?
메이:예이예이~ 쥬비스 여왕 폐하님 만세만세 만만세입니다요~(장난에 맞대응하고는 피식 웃더니 다시 옥주 쳐다봄)근데 이거 기록되는거 맞지?
쥬비스:옥주가 빛나고 있지?(옥주 윗쪽 문지르면서)옥주가 빛나고 있는게 기록 시동시켰다는 뜻이야. 한 10분정도는 버틸 수 있다나봐. 시동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있을 거야.
메이:윽! 그럼 내 쌩얼굴이 그대로 나온다는거네? 이런!(급하게 머리 매무세 정돈함)
쥬비스:푸훕! 야! 넌 주근깨만 없애면 된다구! 굳이 머리를 건드릴 필욘 없잖아?
메이:시끄럿! 내 맘이야!
(뒷쪽 숲에서 사람 그림자가 스윽 지나감)
헨:.....?(인기척에 뒤 돌아봄)
쥬비스:응?(헨에게 고개 돌림)왜 그래?
헨:(숲 가리키며)뭔가 지나간거 같아서...
메이:(그제서야 숲 향해 돌아봄)뭐야? 뭐 있어?
(숲 안쪽에서 부스럭 소리가 드림)
메이:어이! 누구야!(숲 쪽으로 다가감)
헨:메, 메이....
메이:사슴 같은거 아냐?(수풀 근처에서 기웃거리더니)수풀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는걸.(수풀 안쪽으로 들어감)
쥬비스:야~ 아무리 마을 근처 작은 숲이라도 너무 조심성 없는거 아냐?
메이:(수풀 안쪽에서)괜찮아, 괜찮아. 뭣하면 바로 도망가면 되니깐. 나 꽤 빠르잖아?
헨:그냥 나오지...
쥬비스:(헨 어깨 토닥임)휴...괜찮겠지, 뭐. 메이 말대로 달리기만큼은 빠르..
메이:앗!
헨:(흠칫한듯 어깨가 살짝 떨림)
메이:옷이 나뭇가지에 걸렸어.
쥬비스:메이, 그냥 나와.
메이:쳇, 생각보다 우거지네. 잘 보이지도 않고...뭐였는지 잠깐이라도 보려고 했더니만...금방 갈게. 나뭇가지 좀 빼내고.
쥬비스:(메이가 들어간 반댓방향으로 걸어가더니 쭈그려앉아 옥주를 가방에 넣으려고 함)빨리 안나오면 너 두고 감자튀김 사먹으러 간다!
메이:쫌 기다려~ 거의 다 풀었...악!!!!
헨:메이!
쥬비스:뭐야~ 장난치지 말아줄래?(옥주를 완전히 가방에 넣고 가방 문을 닫아 영상은 새까매지고 음성만 나옴)
메이:아아아아악!살려줘!쥬비스!헨!!!아파!아프다고!저리...캬하아악!
쥬비스:메,메이...?
메이:꺽...끄...
헨:메이!
쥬비스:메이...아이참! 장난치지 말구!
헨:쥬,쥬비스...들어가지 마...
쥬비스:이건 분명 장난치는걸거야. 메이는 이런 장난 자주 쳤잖아?
헨:그치만...느낌이 안좋은...
쥬비스:걱정마. 잽싸게 잡아올테니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남)
헨:쥬비스!
쥬비스:메~이~ 장난치지말고 그냥 나와~ 감자튀김이 기다리고 있다구?곧 점심시간이잖아. 나도 배고프다구~ 응? 얼른 나...꺄악!
헨:쥬비스?
쥬비스:뭐야, 아파!이거 놔! 매,매직 미사일!
(약간의 파열음 소리와 함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짐)
헨:쥬비스?! 너 팔...
쥬비스:뛰어! 좀비야, 좀비! 사람 물어뜯는다구!
(두 사람분 뛰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반댓방향으로 멀어짐)
???:계에으으에읅...(가래끓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분의 뛰는 발자국 소리가 헨과 쥬비스가 뛰어온 방향에서 가까워지더니 또다시 반댓방향으로 멀어짐)
-버려진 가방 안에서 나온 옥주에 담겨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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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프텐, 여기는 마룬발 에프지아 로프텐행 여객선입니다. 도착 예정시간 20분 이하이므로 입항을 요청합니다.
로프텐 항구:....................
배:로프텐, 다시 한번 전달합니다. 여기는 마룬발 에프지아 로프텐해 여객선입니다. 도착 예정시간 20분 이하이므로 입항을 요청합니다.
로프텐 항구:....................
배:.....로프텐? 로프텐, 응답 바랍니다. 본 선박은 입항을 요청합니다.
로프텐 항구:ㅣㅣㅣㅣㅣㅣㅣㅣㅣ!!
배:......? 로프텐 응 (로프텐 항구: 끼이이이이이이이에에에에!!!!)   답바랍.... 로프텐? 지금 무슨 일입니까?
로프텐 항구:(멀리서 여러무리의 발소리가 들리더니)살려줘!!!살려주세요여기미친괴물들이사람들을막뜯어먹기예에에엙갸아악 (배: 로프텐? 지금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기요?) 와오오앍
로프텐 항구:(툭 소리와 함께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통신 끊김)
배:............
-마룬 대륙으로 회항한 에프지아행 여객선 선주가 선박 길드에 제출한 통신용 옥주의 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13일자 내용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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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큐브의 장난? 그게 무슨 말인가여?"
펑퍼짐한 치마와 노출이 조금 있는 코르셋 같은 느낌의 특이한 차림을 한 소녀가 물었다. 강렬한 보라색 데코레이션이 전신을 뒤덮고 있는 그 특이한 의상에 눈길을 주며 마법사가 대답했다.
"하이퍼큐브라고 알아?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오브젝트 중 최상위 등급에 위치한, 전설로만 전해지는 궁극의 아이템이야. 하이퍼큐브는 시간과 공간을 조종하는 오브젝트로 알려져 있거든."
"우와, 대단한 물건이네여!"
소녀가 어린 아이마냥 큰 리액션을 취하자 자신의 지식에 감탄하는 것으로 여겼는지 마법사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고대 문서들에 가끔 등장하는 현상 중에 뜬금없이 허공에 갈라지거나 깨어진 틈이 나타나 외계의 사람이나 물건이 우리의 세계로 들어왔다, 같은 표현을 하는 현상이 있는데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하이퍼큐브를 인용해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고 부르지."
"오홍, 그렇군여. 실제로 최근에 그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는 현상이 일어난 적은 있나여?"
"글쎄....아니,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마법사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군. 맨날 고대나 전설 속 이야기에서만 등장하던 현상이니까."
"흐응~ 정말 그게 존재하고 실제로 나타난다면 재미있겠네여."
소녀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미소지었다. 교실 문 위에 분필지우개 함정을 걸어놓고 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짖궂은 웃음이었다.
"그나저나 넌 누구지?"
마법사가 난데없는 위화감을 느끼며 물었다.
"이제와서 그걸 물어보시는거예여? 저로 말할것 같으면 정의의 마법소...."
소녀가 말을 잠시 멈췄다가 중얼거렸다.
"아차차, 여기 세계는 그런거 모르지?"
"....음?"
"아.... 마룬 대륙 유학생이예여. 쇼핑 나왔다가 얘기하시는거 듣고 신기해서 물어본거예여."
"쇼...핑? 그게 무슨 소리...."
"아아아아이참!"
소녀는 또 말실수를 한건지 머리를 벅벅 긁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비행기!"
마법사는 소녀의 외침과 난데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쳐다보는 행동에 반사적으로 자신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뭐야, 아무것도...음?"
마법사가 다시 소녀를 쳐다봤을땐 아무도 없었다. 마법사는 뒷목을 긁으며 자신 옆에 있던 동료 마법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봐, 여기에 있던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봤나?"
동료가 마법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뭔 소리야? 방금전까지 나랑 하이퍼큐브의 장난이 실제로 하이퍼큐브 없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잖아? 나랑 얘기하면서도 잊어버린건가?"
마법사가 당황해서 소녀가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아, 아냐! 정말 모르는거야?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애가 여기로 와서 하이퍼큐브의 장난이 뭐냐고 물어봤잖아!"
동료는 한숨을 쉬더니 마법사의 어깨를 붙잡고 끌고 갔다.
"밥이나 먹읍세. 밥먹고 알츠하이머 치료나 받으러 갈까?"
"진짜 있었다고!"










"여기서는 차원의 틈을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고 불렀구남...무슨 민속신앙 용어인줄 알았넴."
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거대한 도서관 건물 지붕에서 바람을 맞으며 소녀가 턱을 괴고 걸터앉아 있었다.
"칫...시온 선배님은 그러게 왜 옛날에 능력을 남용해가지고 지금 이 꼴을 만든건가여."
턱을 괸 손의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며 구시렁거렸다.
"본인 입으로 능력 남용하면 나비효과가 되네마네 하시면서 내가 능력쓰는걸 말려댔으면서 선배님의 흥청망청 과거 때문에 여기도 망하게 생겼습니다여~"
소녀는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나참... 선배님은 왜 멀쩡하던 판타지아 냅두고 내가 있던 차원까지 와서는 객사하신걸까남... 이해를 못하겠넴, 그렇게 인생무상~ 거리시던 분이..."
그리고는 푸념이 끝났는지 경치를 한번 주욱 둘러보았다.
"여기 차원은 마법소녀가 뭔지도 모를테니 마법소녀 놀이는 그만해야겠담. 어디가서 인간들을 구경할까남~ 그럼.... 판타지아의 마지막을 위하여 건배~"
어떠한 흔적도, 예고도 없이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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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14일

바덤이 죽은지 30일이 되었다. 요즘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더욱 나와 내 파티의 오랜 파트너였던  바덤이 생각난다. 30일 전 일반적인 좀비와는 다르게 달릴 수 있는 좀비를 만났다. 좀비와 한바탕 전투를 했을 때 분명 치명상도 아니고 살짝 물어뜯긴 것일 뿐이었음에도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었다. 그 덩치에 그럴 친구가 아니었지만 그 날따라 유난히 호들갑을 떨기에 비싼 포션을 먹였다. 포션의 값이 값이니만큼 상처는 금세 아물었음에도 여전히 아프다고 할 때 뭔가 이상함을 느꼈어야했다. 5시간쯤 지났었나. 길드로 복귀해 그 날 싸운 몬스터들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와 늘상 그랬던 것처럼 팀원들과 술집으로 가려하던 찰나에 바덤이 괴성을 질렀다. 사람이었다면 맨정신으론 내지 않았을 비명 같은 소리였다. 곧바로 바덤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달려들었고 다행히 근처에서 순찰을 돌던 눈치좋은 경비단원(도성과 성을 경비하는 병사 및 기사는 경비대, 일반적인 마을이나 도시는 경비단이 지킨다.)이 때마침 훌륭한 타이밍에 바덤을 막아섰기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녀석은 덩치도 있고 힘도 나름 좋은 녀석이며 무엇보다도 바덤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이 주된 임무였던 사람이다. 재빠르게 1차적인 피해를 막았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런 바덤의 행동에 당황한 경비단원의 눈먼 몽둥이찜질은 그의 움직임을 멈추기엔 버거웠다. 갑자기 미친 사람 같이 되어버린 바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다. 하지만 바덤이 정말 미친 사람이 되었는지 우리는 몰랐으니 그만두라고 외쳤다. 우리는 아연실색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바덤은 이미 이성을 잃어 눈알을 뒤집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눈치채버렸기 때문이다. 대화를 모르는 녀석이 휘두르는 주먹은 상당히 무섭다. 솔직히 말해서 바덤이 우리의 오랜 동료인 만큼 생포해서 치료사에게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배틀해머와 같아 조금만 더 지체하면 경비단원들의 머리가 으깨질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바덤의 양발목을 베었다. 놀랍게도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쓰러진 바덤은 아픈 기색도 없이 경비단원들에게 기어갔고 머릿 속에 아무 생각도,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 나는 바덤의 목을 찔렀다. 목을 찔러도 멀쩡하자 심장을 찔렀는데 심장을 찔러도 그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분명 어떤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단숨에 죽어버렸어야 할 공격임에도 멀쩡히 기어가는 그의 모습에 패닉 상태에 빠져 급한대로 바덤의 등을 밟고 검으로 뒤통수를 찍었다. 검이 두개골을 뚫고 푹 들어간걸 봤을 때 뇌까지 찔러들어갔던 것 같다. 더 움직일 것 같아 솔직히 무서운 기분이 들었기에 몇번 더 찔렀는데 그제서야 바덤의 폭주는 멈추고 말았다. 안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부끄럽게도 파티의 리더인 내가 바덤을 죽이고 패닉 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다른 동료들이 겨우 정신을 차려 수습에 나섰다. 의사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이 다치진 않았는지 확인을 해보고 경비단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사건이 일단락 되고 나니 남은건 한명이 줄어든 내 파티 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예정대로 술을 마시자고 할 미친 놈이 있을리도 없고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아무 말이 없었어도 각자 알아서 해산해 돌아갔다. 그 모든 일이 꿈이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고 30일이 지난 지금에도 나의 파티는 돌아오지 않는 한 자리를 비워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가끔 그 날 갑작스런 상황에 냉정함을 못 찾고 동료의 숨통을 끊어버린 내 선택이 잘못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갑자기 왜 바덤은 그 난리를 친건지, 화가 나기도 한다. 이제와서 후회해 봤자 하이퍼큐브가 집어삼킨 지난 일일 뿐(엎질러진 물과 같은 맥락의 판타지아 격언)이다. 어쨌든 오늘도 바쁜 일상을 등지고 편히 쉬고 있을 바덤을 기리며 건배. 나는 술이나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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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성보다도 견고한 곳, 루페리스코 왕국의 왕성. 왕도의 절반이 보인다는 높디 높은 성의 테라스에 세월이 잔뜩 묻어난 얼굴의 두 남자가, 한명은 베이지색 로브와 길고 흰 수염과 머리를 휘날리며, 다른 한명은 화려함과 위엄 넘치는 왕관을 고쳐쓰며 나란히 서서 왕도를 내려다본다.
"폐하."
로브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해보게. 친구여."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로프텐의 사건을 말하고 있는가?"
".....예, 폐하. 신경쓰이는 점이 있사옵나이다."
"현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신경을? 그리 대단한 것인가?"
왕이 잔뜩 굳은 상대의 얼굴을 풀어보려 농담을 걸어봤으나 현자는 내려다보이는 왕도 어느 한 지점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듯한 인상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로프텐으로 파견되었다가 돌아온 기사단장의 말, 기억하십니까?"
"기억하고말고. 항구는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공격 받았음에도 그 안에는 시체 몇구와 좀비 몇구 뿐이었다잖은가? 온통 피바다였지만 말일세."
"그것뿐만이 아니옵니다, 폐...."
"알고 있네, 알고 있어. 좀비에게 뜯어먹히던 시체가 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은가?"
"........그것이 핵심이옵니다, 폐하."
오늘 들은 정보를 잊어버리지 않고 현자에게 말한 것이 자랑스러웠던 듯이 만족스럽게 수북한 턱수염을 쓰다듬던 왕이 손을 멈췄다.
"핵심? 그게 무슨 소리인가?"
"분명 기사단은 그 광경을 한번 밖에 목격하지 못 했다고 하였습니다. 허나 이 현상이, 그러니까 좀비가 뜯어먹은 시체도 좀비가 된다는 현상이 일반적인 사실이 된다면..."
현자가 말을 끊었다. 난데없는 긴장감이 아침에 올라온 기사단의 보고를 들었을 때와는 또 새롭게 테라스를 멤돌았다.
"일반적인 사실이 된다니... 무슨 소리인가?"
왕의 물음에 현자가 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폐하. 소신은 마법사의 길을 60년간 걸어왔사옵니다. 이 일반적인 마법사의 길을 반대로 가면 나오는 것이 네크로맨서... 즉, 흑마법사들이옵니다."
"그것은 알고 있네. 그들은 언데드를 소환하지 않는가? 인간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존재들인만큼 법으로써도 확실히 금지시키고 보이는 족족 잡아들이고 있다는건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물론 음지에 숨어사는 이들인만큼 실제로 잡아내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말일세."
"폐하. 흑마법사들도 시체를 이용해 좀비를 소환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사옵니다."
"중요한 사실?"
"그들이 일으키는 좀비 및 언데드는 사용자의 마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옵니다."
"음... 그런가..."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해놓고선 현자는 왕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런 탓인지 왕은 자기도 모르게 맥이 풀려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눈치채지 못 하신 것이옵니까?"
"무엇을 말인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것에 초조해 하는 듯한 눈치의 현자였다. 왕도 답답함을 느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이윽고 현자는 대답했다.
"기사단이 발견한 좀비는 좀비 스스로가 좀비를 일으켰다는 것이옵니다."
"좀비 스스로가 좀비를...?"
"일반적으로 흑마법사들은 좀비나 다른 언데드들을 앞세워 상대를 시체로 만들어버린 다음에 그 시체를 언데드로 일으킵니다만은... 보통 흑마법사들은 스켈레톤이 아니라면 즉석에서 언데드를 일으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사옵니다."
"그건 왜지?"
"그들만의 미신이긴 하옵니다만 썩지 않은 시체가 언데드로 변하면 흑마법사들을 저주하는 소리를 낸다고 하옵니다."
왕은 코웃음을 쳤다.
"하! 저주 주문이 일상인 놈들이 자기들이 받는 저주는 무섭나보군, 그래?"
"문제는 흑마법사들이 그 미신을 정말로 신봉하고 있기 때문에 썩지 않은 시체는 절대로 좀비 같은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옵니다."
"그런 것인가...가 아니라, 그렇다면 로프텐의 좀비는 무엇이란 말인가?"
현자는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사들이 금기로 여겼던 그 미신 때문에 그 좀비들의 정체는 소신으로선 지금은 짐작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이 주인없는 좀비가 정말로 스스로 흑마법사의 명령없이 스스로 움직인다면, 그리고 아까 말했던 이야기, 그러니까 좀비가 뜯어먹는 시체가 좀비가 되는 것이 일반화가 된다면..."
두 남자는 마치 짠 것처럼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로를 마주 보며 침을 꼴딱 삼켰다.
"주민들이 좀비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는 이야기인가?"
"제 생각이 비약이었다면 하는 바람이옵니다."
왕은 테라스 난간 너머로 펼쳐진 왕도의 광경을 머릿 속으로 기록할 듯한 기세로 응시한 후 성 안으로 뛰쳐 들어가며 외쳤다.
"여봐라! 누구 없느냐! 지금 당장 로프텐 항구촌의 거주민 수에 대한 기록을 가져오거라! 그리고 로프텐 근처 성도의 성주들에게도 옥주 연락을 대기하라고 해라!"
한껏 바빠지려 하는 왕성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며 현자는 다시 난간을 잡고 노을이 지는 해질녘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죽은 자들과의 전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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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희생을 치른 결과 이번에 등장한 신종 좀비를 8구 포획에 성공.
밀착연구를 진행해보도록 함.

좀비와의 의사소통은 불가.
좀비끼리의 의사소통은 없는 것 같음.
인간을 섭취하려는 욕구만이 있는 것으로 확인.
살아있더라도 동물이나 몬스터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것으로 보임.
몬스터나 동물의 경우 선제공격에 피해가 있을 경우 몬스터를 공격하나 섭취는 하지 않음.(공격을 위해 물어뜯기도 하나 다행히 좀비는 되지 않음, 같은 좀비라면 서로 공격은 하지 않지만 부딪혔을 때는 예외적으로 서로 공격함)
보통의 경우 한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거나 이곳저곳 배회하지만 인간을 식별하면 달림.
촉각, 시력, 청력으로 대상을 식별(시력,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는 동물, 몬스터, 인간, 좀비 모두 좀비에게 닿을 경우 무조건 공격하는데 선제공격을 당한 것으로 취급한 것으로 보임. 청력은 꽤 민감해 보이는데 시력이 상실된 상태라면 닿기 전까지는 소리의 원인 쪽으로 이동하기만 함. 시력은 대충 5톰빗 정도까지 거리 안의 인간을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제한됨)
당연하겠지만 이미 살아있지 않는 것이므로 고통은 느끼지 않음.(촉각이랑은 별개로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당연히 일으켜야할 반응이 없음)
살아있을 적의 신체 스펙을 그대로 계승하지만 뇌에서 걸어놓은 한계설정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살아있는 인간이라면 고통 등의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정도가 제한되어 있지만 좀비는 그 제한이 없어져 신체에 문제가 생길만큼의 힘도 사용할 수 있게 됨)
도구는 사용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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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어느새 에프지아 대륙의 생기 넘치는 이 작은 마을 시장가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죽음과의 사투에서 내 친구들을 몽땅 잃었는데 말이다.
지구
내 친구들이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채로 돌아다니는 곳에서 나 혼자만 다시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
시끄러운 흥정과 광고의 소리가 가득한 바다에서 나 홀로 침묵이라는 섬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다. 과묵까지는 아니었어도 별로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여기로 돌아와서는 말이 줄었다. 어차피 말이 안 줄었어도 나랑 대화할 사람은 없지만.
"당신....5일 뒤에 죽을거예여."
"뭐야?! 미쳤나, 이 돌팔이 점쟁이가!"
큰 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노상 점술집인지 골목의 벽에 천막만 붙어있는 형태였는데 그 안에서 점을 본 남자가 격분해서 의자를 들어올린 것이었다.
"진정하세여. 그럴 줄 알고 제가 해결법을 준비해왔답니담~"
천막에 묘하게 코 위부터 가려진 시야각이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여자인 것은 목소리와 일단 보이는 부분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점쟁이인 것으로 추정되는 천막 안쪽의 여자가 태연하게 품 속에서 꺼낸 것은 다름아닌 칼이었다. 보는 나도 당황했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당사자인 남자가 잠시 얼어붙었다가 의자를 내려놓고 선 채로 물었다.
"이, 이건 왜...?"
"상대방의 입과 손을 조심하면서 뎅강 하고 잘라버리면 되어여."
"뭐, 뭣?"
"쉬잇! 어차피 재미로 돈 버리러 오신건데 심각하실 필욘 없잖아여?"
여자는 심술궂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입에 검지손가락을 붙였다.
"5실버입니담~ 이거 받고 얼른 가세여. 다음 손님 기다리시니깜."
남자는 여자의 재촉에 홀리기라도 한 것마냥 얼떨떨한 표정으로 칼과 5실버를 교환해 거리로 나와버렸다. 표정이 굳은 걸 보니 설득이라도 당한건가, 아니면 정말 자기가 위험에 처할 만한 일이라도 있는건가. 그나저나... 줄도 없는데 다음 손님?
"자, 다음 제 점을 봐주실 셀리야 아르셀씨, 여기로 와주실까여?"
"......!"
여자는 천막에서 얼굴도 안내다보고 큰 소리로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나를 알만한 사람은 이미 에프지아는 물론 지구에도 없을 터다. 그 때 여자가 천막에서 내가 보이게끔 얼굴을 드러냈다. 밝은 연분홍이라는 이 세계에서도 흔치않는 머리색의 커튼 같이 5대5로 열어젖힌 머리 스타일때문에 이마가 먼저 눈에 띄는 얼굴이다. 여자는 정확히 나를 쳐다보며 가리켰다.
"얼.른.오.세.여.점.봐.줄.테.니.까.여"

"어서오세여, 손님~ 오늘의 점은 어떤 점을 봐드릴까여~?"
무언가 접객용 미소를 띄며 여자는 말을 걸었다. 전혀 들어본 적 없지만 묘하게 익숙한 말투다.
"초대는 그쪽에서 했는데 말이지..."
애초에 점 같은거 볼 생각도 없는데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으니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 여자... 생각보다 어려보인다. 대략 중고등학생 정도... 아니지. 여긴 에프지아니깐 그냥 15살에서 1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애다. 게다가 뭐냐, 이 프릴 잔뜩 달린 보라색 펑퍼짐 드레스는?
"어라라~ 뭘까여, 그 끈적거리는 시선은? 아무래도 같은 여자끼리 좋아하거나 그런건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뎀..."
"아니, 그... 의상 말인데..."
"옷이여? 이야~ 알아보시는 분이 있다니 기쁜데여?"
여자는 자기 옷을 내려다보더니 나에게로 상체를 숙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은... 저는 마법소녀예여."
"...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 여자는 어안이 벙벙한 나의 반응에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여? 혹시 애니메이션 같은거 관심 없었나여?"
"관심이고 나발이고 애니메이션이니 마법소녀니... 그런건 여기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
"그렇더라구여. 그래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재미 없달까여?"
"......."
이 녀석 정체가 뭐지?
"설마 너 지구..."
"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니까여. 다 알고 있다구여."
"......!"
이 대사... 알고 있는 대사다.
"하이퍼...큐브...!"
"아, 알아채셨네여?"
이 여자가 하이퍼큐브라면 처음보는데도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게 이해가 간다. 내가 이름을 말해줬을 미래의 일도 이미 알고 있을테니까.
"엠....아쉽지만 아까 그 남자는 죽네여."
"음?"
직전에 점을 본 남자의 이야기인가?
"해결책이라면서 칼을 줬잖아?"
5실버를 받고 남자에게 준 칼이 생각났다. 여자는 피식 웃었다.
"좀비의 정보를 모르는 민간인이 칼 하나로 무사할 것 같나여?"
"뭐라고! 지금 좀비라고 했어?!"
정신을 차려보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좀비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을 보인 모양이다. 트라우마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과한 반응이지 않을까도 싶었다. 다행히 이 세계에도 좀비라는 하급 몬스터가 존재....
"네, 맞아여. 지구를 멸망시킨 그 좀비 말이예여."
.....뭐?
".....어, 어째서 지구의 좀비가...?"
"그거야 물론... 나비효과 때문이져.... 저기여? 어깨 좀 놔주시져?"
여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어깨를 잡고 있는 내 손에 자기 손을 올렸다. 나 아직도 어깨를 잡고 있었구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나비효과라니... 무슨 소리야?"
"나비효과의 뜻은 아시져?"
".....별 거 아닌 것 같아보이는 작은 행동이 나중에 커다란 사건으로 변한다는... 그런건가?"
"네, 맞아여."
"누구의?"
여자는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고는 나와 이 여자 사이를 면회대마냥 분단시키고 있는 탁상에 알파벳을 썼다.
XION
"시온...?"
시온. 세상에 수많은 시온이 있었지만 이 철자를 쓰는 시온은 내가 아는 시온 뿐이다. 그 녀석도 하이퍼큐브였다. 비록 하이퍼큐브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죽었지만.
"네, 제 선배님이신 시온 선배님의 나비효과예여."
"선배라고? 하이퍼큐브라는 존재가 선배, 후배를 가리는 존재였던가?"
여자는 귀찮은 질문을 받은 듯 휘이휘이 손을 내저었다.
"먼저 만들어진게 선배고 나중에 만들어진게 후배고 하는거져, 뭐. 그냥 저만의 호칭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여."
"너만의 호칭이라고 하는걸 보니 서로 아는 사이였나보지?"
"같은 하이퍼큐브인데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여?"
그래야 하는건가...?
"...그래서 시온이 어쨌다는거지?"
"시온 선배님은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능력 사용을 꺼려하셨져?"
"확실히..."
생각해보니 시온 녀석은 나비효과라는 말을 많이 썼었다. 지구에 있을 때 워낙 이상한 놈들이 많아서 꽤나 위험한 일들도 자주 일어나곤 했었는데 그럴 때 시온은 이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먹이면서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시간 능력을, 공간 능력을 이런 일에 사용하면 나비 효과를 불러오는거다밍! 내가 너희를 도와주면 현재와 미래, 과거 모두 꼬여버려서 나중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거다밍!'
"흥! 맞아. 그 녀석은 멍청이야. 결국 그 스스로의 속박 때문에 죽어버렸지. 사소한 일에는 잘만 써댔으면서 말이야."
저절로 비아냥이 나왔다. 녀석은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좀비 밭이 되어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자기가 죽는 것보다 나비효과라는 것이 더 무서운 걸까? 좀비가 있던 공간을 통째로 없앨 수도 있었다. 공간을 묶어버려 좀비를 한 곳에 모아 묶어버린 공간 밖으론 못 빠져나가게 할 수도 있었다. 좀비가 인간이었을 때의 시간 자체를 지워버려 좀비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죽기 전 시간을 멈추거나 돌려서 자기가 죽을 위기에서 빠져나왔을 수도 있었다. 공간이동도 가능한데 그 녀석은 결국 죽어버렸다. 친해서였을까. 그 거대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어버린게 화가 났다.
"왜... 그랬는지 아세여?"
"아니, 몰라. 내가 하이퍼큐브도 아닌데 알 리가 없지."
"선배님은... 나비효과가 어떤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예여."
"그 놈의 나비효과! 대체 그 녀석이 뭔 짓을 해서 무슨 결과를 불러일으킨거지?"
탁상을 칠 뻔한걸 겨우 참고 그저 주먹만 불끈 쥐었다. 여기서 힘을 써봤자 탁상만 부서지고 남는건 없다.
"시온 선배님도 과거에는 능력을 아주 자유자재로 사용했다고 해여. 그러니깐... 엠... 스스로의 제약 없이 쓰고 싶은대로 막 썼다, 이거져. 이제 막 만들어진 하이퍼큐브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살아야 됐으니깐 1분 1초가 지루한 법이거든여. 하이퍼큐브는 유일하게 미래를 건너뛰는 능력이 없었으니까 따분한 현재를 평범하게 살아갈 순 없었어여."
여자는 탁상에 두 손을 다 올려놓았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 했던가여? 우리한테도 분명 제약은 있어여.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과거는 알 수 없으며  일정 범위 뒤의 미래 또한 알 수 없져. 미래 스킵 불가는 기본이구여. 선배님은 말했어여. 자신이 이 기간에 썼던 시간과 공간 능력의 결과가 얽히고 섥혀 굉장히 오랜 미래에 영향을 끼쳤다구여."
"무슨 영향인데?"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여?"
"그거라면 분명... 다른 차원과 연결되는 통로가 아주 단시간 생겼다가 없어지는 현상이던가?"
기억 속의 그 명칭은 옛날 이야기나 이상현상에 대해 다루는 책에서나 볼만한 이름이었다.
"넴. 맞아여."
"그게 어쨌다는거지? 그걸 시온이 만들었다는거야?"
"시온 선배님이 아주 먼 옛날 사용했던 능력의 잔재가 엉키고 엉켜서 미래의 시간과 공간에 과부하를 걸어버리게 되고 그 여파로 차원에 균열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 이 하이퍼큐브의 장난이라는 현상이예여."
이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도 모르는 원인을 잘도 떠들어대는걸 보니 하이퍼큐브가 맞긴 맞나보다.
"그래서?"
"그 하이퍼큐브의 장난을 통해 지구의 좀비가 들어온거져."
"뭐, 뭣!"
여자는 탁상에 손가락으로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대며 말했다.
"선배님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저지른 과오의 미래를 알게 된 거예여. 볼 수 있는 미래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되었으니까여. 그리고는 깨닫게 된거져. 이것이 나비효과라는 것을여."
"나비효과라는 것이 지구만으로 끝났어야할 좀비 사태를 에프지아까지 불러온다는 것...?"
"넴, 정확히 말하자면 선배님이 멋모르고 사용했던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능력이 후폭풍으로 미래에 차원의 균열을 일으켰고 그렇게 생겨난 차원의 균열들 중 하나에 아주 '우연히' 지구를 멸망시킨 좀비가 넘어왔다는 거져."
우연히라는 말에 악센트를 넣었다. 하이퍼큐브의 입장에서는 우연히라는 말도 이미 정해져있는 일이겠지. 여자는 잠시간 헛기침을 하고 지나가듯이 중얼거렸다.
".......끝난다면 덜 심심할텐데 말이져."
"......뭐?"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지, 아니면 시장바닥의 온갖 소리가 컸던건지 앞부분의 말을 못 들었다. 뭐라고 말했는지 물어보려고 했건만 여자는 일어나 탁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자~ 점보는건 이제 끝났으니까 집에 돌아가도록 해여. 셀리야씨는 '우연히' 만난 지인이시니 돈은 안받을게여."
뭐야, 이 갑자기 정리되는 분위기는? 안 돼. 상대는 하이퍼큐브다. 미래를 알고 있으니 나는 이 일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게 아직 너무 많다.
"어, 어이! 나는 아직...!"
"네~ 네~ 장사 끝났구여. 저는 집에 가서 코~ 자야 하니깐 나중에 제가 심심할 때 찾아..."
"그럼 질문 세 가지만...!"
탁상에 마지막으로 정리해야할 물건이었던 지도를 여자가 잡기 전에 선점했다. 도박이다. 시온이 가장 약했던 말 중에 하나였던 말을 승부수로 띄웠다.
".......셀리야씨..."
여자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고 나도 똑같이 응수했다.
"부탁이야."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가지씩이나? 욕심인가여, 아니면 제가 들어줄거라고 생각하시나여?"
"시온은 마지막 세 질문이라고 하면 장난이라도 거절하지 못 했어. 시온의 후배니까 무의식적으로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시온 선배님을 들먹일 정도로 그렇게 급한가여?"
"아, 아니, 급하다기 보단 시온이 그쪽이랑 관련이 있는 녀석이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그녀 외의 모든 시간과 공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이퍼큐브인 이 여자라면 정말로 그리 했을지도 모른다. 장난스러운 말투의 가벼운 느낌인 오오라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여자는 내 눈을 다시 똑바로 바라봤다.
"좋아여. 그럼 저도 묻져. 셀리야씨가 물어보고 알아낼 내용은 사소한 내용인가여?"
"무, 무슨 소리야?"
"그 답변을 이용해 미래를 크게 바꿀 생각이 있는 질문이 아닌가에 대한 내용이예여."
"....그런거 아냐. 애초에 너는 내가 무슨 질문을 할 지 알고 있잖아?"
"알게 모르게 외부요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여. 외부요인에 의해 셀리야씨의 생각이 바뀐다면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게 되어여. 순식간에 미래가 바뀌게 되어버리니까여. 약속해 주세여. 미래를 바꾸려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여. 무시했다간 당신이 진절머리나게 들은 나비효과가 당신의 미래를 덮칠테니까여."
"....알았어."
"그래서 하고 싶은 질문은여?"
허락 사인인건가? 의외로 순순히 허락해주네.
"우선.... 너희 하이퍼큐브는 뭐야?"
지구에서 처음 만난 시온이 최초로 하이퍼큐브라는 단어를 꺼낼 때부터 그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라는 말로 일갈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는 오브젝트인 만큼 그것보다 모범 답인은 없겠지만 시온이 아닌 다른 하이퍼큐브라면 다른 내용을 들려주지 않을까?
"오브젝트예여.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초월급 오브젝트라구여. 설마 하늘 위의 높으신 분이라거나 차원을 다스리는 자 같은 대단한 존재를 생각하셨던건 아니져? 다시 한번 말해드리지만 하이퍼큐브는 아이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녜여. 인간의 형태로 이렇게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거나 하는건... 불편하다면 원래 형태로 돌아갈까여?"
아까와 같은 가벼운 분위기에 농담까지 곁들였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정보만을 말해줬다. 뭔가 추궁하는 분위기로 더 묻는다면 나머지 질문은 아예 못 하겠지?
"아냐, 너 원하는 대로 있어. 어차피 내가 뭐라해도 타인인데 내 말을 들을 의무도 없겠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별로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나 보네여?"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 여자가, 하이퍼큐브가 이 좀비 사건의 흑막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목을 비틀어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제압당했겠지만 여자가 알고 있는 미래의 나는 얌전히 이렇게 대답했나보다.
"괜찮아. 사실이라면 다행이니까."
".....다행?"
"거기다가 아까운 질문 날려먹을 때를 대비해서 세 개의 질문을 부탁했으니까."
"그건 그렇네여."
나름 의미심장했을 대답에 신경쓰이는 듯한 눈치를 보였던 여자는 이내 관심을 다시 나의 다음 질문으로 돌린 듯 보인다.
"그럼... 너는 1년 뒤에 어디로 가지?"
좀비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나 이 곳의 전체적인 현 상황을 물어보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눌러담았다. 하이퍼큐브를 상대로는 버리는 질문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처를 하려면 내 힘으로 손수 해야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갖기로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게 궁금한건가여? 하이퍼큐브를 다급해 보이는 태도로 붙잡더니만 그런 사소한 질문을 하다녀? 상당히 뜬금없네여."
역시 여자도 의아해하는 눈치다.
"물론 답답해. 정말 질문하고 싶은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물어봤다간 다 잘려나갈게 분명하단건 하이퍼큐브가 아니더라도 아는 사실이니까 일부러 피했을 뿐이야."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여자는 웃었다.
"현명하네여."
"놀리지마."
여자는 내 손을 어루만지더니 슬그머니 지도를 빼갔다. 별로 저항할 생각은 없어 그대로 놓아줬다.
"....1년 뒤에 어디로 떠날지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하셨져?"
"그래."
"아직은 정하지 않았어여. 적어도 저는 죽지 않았으니 때가 되면 천천히 생각해보겠져. 이 판타지아 차원에 남을 수도, 지구로 돌아가 남은 전기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파스타 같은 것을 해먹을 수도, 아니면 셀리야씨도 모를만한 어딘가로 떠날 수도 있겠져."
"명확한 답변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생성된 지 얼마 안된 하이퍼큐브라구여? 어디에 무슨 차원이 있는지 나도 확실히 모른단 말이예여."
"....그렇군."
하이퍼큐브라도 경험은 직접 해봐야 아는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 마지막인가여? 바쁘니깐 빨리 해주세여."
"....자러 가는거, 그렇게 바쁜거냐?"
"24시간 중에 3분의 1 가까이 쓰는건데 당연히 바쁘져! 아, 여기 세계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닌가여?"
"24시간 맞아."
'그렇구남'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는 마지막으로 지도를 배낭에 넣었다.
"방금껀 질문 했다, 라고 안쳐줄테니까 빨리 진짜 마지막 질문 해주세여."
".....굳이 왜 나야?"
"넴?"
마치 호기심이 생긴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더 시간을 끌고 싶진 않은지 이내 바로 대답했다.
"말상대가 필요한 것 뿐이예여."
"말상대?"
"셀리야씨는 자살 같은건 하지 않을거잖아여. 그쳐?"
.......여자의 말이 꽤나 아팠다. 지구에 있었을 때의 삶에 특별한 정이 들었었는지 지구의 비극이 나의 비극처럼 느껴졌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차원의 종말에서 나만 살아남았을 때 지독한 절망에 빠져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온갖 센척을 다 했어도 실은 겁쟁이였던 것일까, 막상 죽음을 결심하려고 하면 무서웠던 것이다. 그저 결심과 포기 사이에서 갈등만 하다가 우연히 내 고향 에프지아로 오게 되었다.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어서 그랬던 걸까. 여기마저 멸망한다면 나는 어떻
"셀리야씨?"
사색에 빠진 나를 여자가 건져올렸다.
"아, 미안. 조금 치명타를 맞아서 말이지."
"흐응~?"
"마, 말상대라면... 앞으로도 날 찾아오겠다는 뜻인가?"
"물론이져. 종종 생각날 때 찾아올거예여. 여기서 지구의 문물을 알고 있는 분은 셀리야씨 뿐이니까여. 저는 지구가 좋았거든여. 그래서 지구의 이야기도 알고 계신 분이 말상대로 있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여."
"너, 나를 망가지지 않는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아냐?"
"그~럴리가여."
능청스럽다. 아니라고 해도 어차피 이 여자는 하이퍼큐브. 자기 이외의 존재는 그저 여흥거리라고 여기는 드래곤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읏~챠!"
천막을 텅 비우고 그 천막 안에 있던 대부분의 물건이 들어있는 배낭을 등에 매고 여자는 떠날 채비를 마쳤다. 나를 떠밀며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럼 작별인사를 하도록 할까여?"
"잠깐! 나한테 온 건, 일부러 찾아온거지?"
여자는 분명 이 곳에 '우연히' 점집을 차린게 아닐 터이다. 지구에서도 나는 이 여자를 몰랐겠지만 여자는 시온과 자주 붙어있던 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이퍼큐브인만큼 자신이 존재했던 모든 시간을 알고 있는 동시에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 또한 알고 있을테니 이 곳, 에프지아에서도 내가 어디서 거주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이퍼큐브에게 있어 절대 우연이란 있을 수 없는 것임은 이미 예전부터 충분히 경험해 알고 있다.
"노코멘트예여. 봐드리고 있었지만 너무 양심 없으신거 아닌가여? 세 가지만 물어보시겠다면서 물음표가 붙은 말이 너무 많다구여."
들켰네. 이 여자는 시온만큼 무르진 않구나. 시온은 은근슬쩍에 굉장히 약했는데 말이지.
"그럼 나중에 뵈어여. 시간 꽤나..."
"아니, 잠깐만. 자꾸 물어봐서 미안한데 이름은 말해주고 가. 그 쪽은 내 이름을 아는데 나는 그 쪽 이름을 모르잖아."
슬슬 짜증이 밀려올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여자가 표정을 풀었다.
"그렇네여. 제 이름은 데시 벨라이트. 시온 선배님이 저는 떠드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면서 지어주신 이름이예여. 편하게 데시라고 불러주세여. 그럼 이만!"
그 여자, 데시라고 소개한 여자는 그 말과 동시에 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이퍼큐브 아니랄까봐 배웅도 허락되지 않는다.
/
텅빈 천막 앞에서 데시가 사라진 자리 앞에 멍하니 있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노골적인 질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생각보다 좋은 내용을 얻었다.
'....1년 뒤에 어디로 떠날지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하셨져?'
데시는 분명 1년 뒤에 다른 차원으로 떠나거나 이 차원에 남아있거나 지구로 간다고 했다. 떠드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시온의 데시에 대한 평가대로라면 멀쩡한 이 곳을 떠나 다른 차원이면 몰라도 이미 멸망한 지구로 간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 그런즉, 1년 뒤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최대 1년이라는 기간이면 판타지아 전체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멸망 상태까지 갈 것이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하게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른 예상 행동만 계산해봐도 여기 남는다면 멸망하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 둘은 멸망한 것이라 치면 1 대 2로 이 좀비 사태로 이 세계가 멸망할 확률이 3분의 2가 된다. 다른 복합적인 요소를 집어넣는다면 당연히 플러스마이너스 되겠지만 일단 가장 단순하고 가시적인 셈법을 하면 여기가 멸망해서 하이퍼큐브가 떠날 확률은 높은 편이다.
'셀리야씨는 자살 같은건 하지 않을거잖아여. 그쳐?'
'종종 생각날 때 찾아올거예여.'
불의의 일격을 맞았지만 데시는 이 대목에서도 정보를 흘렸다. 데시는 내가 자살하지 않는다는 미래를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추가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가까운 미래가 자살을 생각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 또 하나는 자신이 떠나거나 내가 어떻게 되지 않는다면 나를 종종 찾아올 것, 즉, 하이퍼큐브의 눈에 들었다는 것. 이건 또다시 미래를 보는 녀석을 이용할 수 있는 찬스를 얻을 기회다. 그와 동시에 미래를 바꾸길 원치 않는 하이퍼큐브가 나를 주시하겠다는 뜻이겠지만.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데시벨인가. 시온 녀석 작명 센스 죽이네."
떠드는걸 좋아한다는 시온의 평가답게 많은 걸 떠들어줬다.
"........"
실소도 그새 사라졌다. 요행이 있어 지구에서는 이 곳으로 올 수 있었지만 또다시 요행을 바랄 순 없다. 더군다나 이 곳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더라도 내가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이다. 이 곳마저 잃을 순 없다. 두번 다시 내가 살던 곳을 잃을 순 없다.
'약속해 주세여. 미래를 바꾸려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여. 무시했다간 당신이 진절머리나게 들은 나비효과가 당신의 미래를 덮칠테니까여.'
데시의 경고가 불현듯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비효과라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보 같은 소리라고. 이 세계가 멸망하면 나비효과가 무슨 소용이야."
아이러니하게도 경고마저 결국은 결의를 다지게 하는 촉매가 될 뿐이다.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져 차원이 깨지고 온갖 괴현상이 일어난다 해도 이 세계에 인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나비효과도 의미가 없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멸망을 막아야한다. 맘 같아선 지금 당장 왕성으로 가서 국왕을 만나 에프지아의 멸망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나는 그저 일개 민간인이며 현재 존재 여부도 모르는 하이퍼큐브가 했다는 말을 순순히 믿어줄 리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건 헌터 길드로 가 파티를 꾸려 실적을 올려가며 상황이 악화되길 기다리는 것 뿐. 좀비들을 최대한 처리해가면서 좀비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왕성에서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좋아. 방향은 정해졌어. 나중에 국왕이 믿어주기만을 바라자."
지금부턴 빠른 행동만이 답이다. 좀비 사냥을 위해 헌터 길드로 발을 옮겼다.

데시, 미안하지만 네가 본 미래는 내가 바꿔주겠어.
/
와작
씁쓸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당근도 쿠키맛이 났으면 좋겠다고 데시는 생각했다. 자주 올라가는 대도서관 지붕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당근맛은
"으, 써. 여전히 적응 안되는 맛이네여."
데시는 두 입 가량 베어물린 당근을 지붕 밖으로 던져버렸다.
"과자가 먹고 싶은데 말이져... 이 세계의 유일한 과자인 쿠키는 왕창 비싸고 지구 차원으로 돌아가는건 귀찮고... 에혀~ 그나마 바삭한게 이런 말린 야채라님..."
데시는 한숨을 푹 쉬며 발라당 누웠다.
"과자 먹고 싶담~"
아무도 듣지 않을 한탄을 내뱉으며 시야에 들어오는 주황색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건... 그래, 솜사탕! 엠... 이건.... 또 솜사탕! 이거는... 코끼리? 아, 이건 시온 선배!"
딱히 할만한 것도 없는지 구름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내 다 내팽개치고 한숨을 푹 쉬며 두 손을 배개 삼아 눈을 감았다.
"하아~ 나도 미래를 몰랐으면 좋겠담~ 미래를 몰랐으면 셀리야씨랑 같이 스릴 있게 좀비도 때려잡고 세계 구하는 영웅놀이에 재미나게 참여할텐데 말이져."
데시는 입맛을 다셨다. 배가 고픈 것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건만 자기도 모르게 배를 시계방향으로 문질러대기만 한다.
"지금쯤... 셀리야씨는 바쁘겠넴. 이것저것 계획 세우느라. 왁! 하고 놀래켜주고 싶담~ '뭐, 뭐야! 언제 여기에?!' 같은 소리나 해대면서 뭔가 숨기는 태도를 보여주시겠지? 뭔가여, 뭔가여? 하면서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당황해하면서 더더욱 숨기려고 노력하실 셀리야씨 반응을 보는 것도 재밌을텐데 말이져...."
데시는 혀를 찼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혀를 찼다.
"핏, 시간도 못 건너뛰는 하이퍼큐브 따위, 재미없어여. 다 알고 있는 미래는 휙휙 넘겨버리고 싶다구여.......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미래를 모르거나 말이져."
대애애앵.
대애애앵.
대애애앵.
대애애앵.
대애애앵.
.
.
.
.
18번의 종소리가 울린다. 시끌벅적한 마을을 앞에 둔 고고한 고요의 도서관 지붕에 적막을 깨어주었다. 여운이 남는 종소리의 메아리가 근처의 산과 산을 때려가며 저멀리 달아나지만 여전한 고요의 도서관은 사방을 때리는 종소리에도 움직일 리 없다.
"시간 차암~ 느리담."
늘 같은 하이퍼큐브의 한탄. 오늘도 여전히 판에 박혀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엔 기다림이라는 요소가 생겼다는 것.
"빨리 움직였으면 좋겠담. 얼른 셀리야씨가 움직여서 셀리야씨의 새로운 일행이 좀비들을 때려잡고 왕국과 협력해 토벌단을 만들고 이러쿵 저러쿵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앞에 두고 포장을 뜯기 일보직전의 어린 아이와 같은 기대감에 가득찬 표정으로 주홍빛, 이제는 슬슬 검불은 빛이 되어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참아왔던 숨을 내뱉듯이 외쳤다.
"세계를 구하는거예여! 이 판타지아 차원을 지구에서 온 좀비들에게서 구하는거라구여!"
아무도 오지 않는 폐점시간의 도서관에선 아무도 그녀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는다.
"......."
몸을 비틀어 옆으로 누웠다. 하늘이 아닌, 주홍빛 하늘색 물감을 뒤짚어 쓴 마을과 숲과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집중을 하자 어렴풋이 데시의 귀로 시장 바닥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이 살금살금 들어온다.
"헤....헤헷..."
참을 수 없는 실소가 데시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셀리야씨는 내가 말한걸 이해하지 못하셨겠구남."
'알게 모르게 외부요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여. 외부요인에 의해 셀리야씨의 생각이 바뀐다면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게 되어여. 순식간에 미래가 바뀌게 되어버리니까여. 약속해 주세여. 미래를 바꾸려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여. 무시했다간 당신이 진절머리나게 들은 나비효과가 당신의 미래를 덮칠테니까여.'
"나비효과라는 말이 지겨우셨나보네여, 우리 셀리야씨는. 나비효과는 아무래도 좋을 멕거핀일 뿐인데 멋대로 핵심을 그거라고 단정짓고 말이져. 진짜 핵심은 외부요인인데 몰라보셨나보넴."
잠시 침묵.
"뭐어~ 상관없남. 어차피 외부요인이 셀리야씨가 활동할 시기에 오진 않으니깐..."
데시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누운 쪽 팔을 배개 삼아 머리를 뉘였다.

셀리야씨, 미안하지만 제가 보는 미래는 바뀌지 않으니까 하시던거 계속 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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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에프지아 최초로 엘프가 운영하는 카페
| '실바&록시'의 점주 실바 셀루미나스입니다!
| 그간 많은 인간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카페
| 가 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24일부로
| 폐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 공동 점주 록시 엘키작트의 건강상의 이유와
| 더불어 모종의 사정으로 길고 긴 상의 끝에...
| 건강상의 이유는 핑계고(엘프는 병들
| 지 않아욧! 데헷☆) (중략!)한 이유로 엘프들의
| 고향 아젠 대륙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 인간과는 다른 종족으로서 많이 낯서셨을 저희
| 엘프들의 일터에 거부감 없이 자주 찾아주신
| 수많은 인간 손님분들께 저희들의 마음을 담
| 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수 없이 많은 인연을 이제 더는 볼 수 없겠지만
| 기억의 종족, 드래곤님들만큼은 아니더라도
| 수많은 인연들과의 추억을 안고 떠날 수 있게
| 되어 저희는 아주아주~ 기쁘답니다!
| 저희 카페를 찾아와 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저
| 와 록시에 대한 추억이 담겨있을테니 드래곤
| 님들과는 반대인 잊혀진 종족, 엘프로선 행복
| 하게 떠날 수 있어 역시 아주아주~ 기쁘답니
| 다! ¡>~<¡
| 저희의 몸은 비록 인간들의 땅, 에프지아를 떠
| 나지만 저희들과의 추억은 여러분의 가슴 속에
| 남아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여러분들을 응원
| 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 어... 막상 작별인사문을 쓰려니 생각보다 하고
| 싶은 말이 무지무지 많았었나보네요. 고작
| 카페 문 닫는데 너무 구구절절 길게 써놓는건
| 보기 흉하니 이쯤에서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
| 겠습니다.
|
| 온 대륙을 살피시는 정령왕 쿠엘로스의 이름으
| 로 손님에게 축복을!
| 어서오세요! 실바&록시입니다!
| 라는 인삿말을 기억하고 계실 여러분들께
|
| 모든 기억을 주관하시는 기억의 주관자 에코의
| 이름으로 손님에게 축복을!
| 안녕히 계세요! 실바&록시였습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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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24일부로 폐점한 에프지아 최초의 카페 '실바&록시' 출입문에 부착된 편지 겸 공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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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실례합니다."
왁자지껄한 사무소 안으로 얼추 세월을 절반 살았을까 짐작되는 중년 남성이 들어선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마룻바닥이 삐걱거려야 했지만 워낙의 소란에 전부 묻혀버리고 말았다.
"아니, 왜 안된다는거야!"
"거기도 말인가요? 이것 참..."
"손님? 여기는 이 금액으로 택도 없으신데요."
"예, 손님. 이건 정해진 양식에 위반되는 형식이라 아직은 받아드리기 어렵겠네요."
여기저기 테이블에 온갖 종이와 씨름하고 있는 손님과 직원. 저마다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 말이 오간다. 여기에서 그냥 돌아가는 일도, 받아들여지는 일도 일어난다.
"회베델스씨?"
사무소의 가장 깊은 곳 문 앞에서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이름을 외쳤다. 단정한 제복에 가슴에 금뱃지를 달고 있는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자기 뒤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왕국에서도 인정한, 이 국가 주관 광고 게시 대행 회사 우수 직원이 VIP 고객을 독대하는 자리다.

"어서 오십시오. 밖이 좀 시끄럽죠? 아, 외투는 제게..."
호화 소파가 선 삼아 마주 보고 있는 방 안은 쾌적한 협상을 위해 광원 마법과 방음, 온도 조절 마법 등이 반영구적으로 걸려 있는 매우 호화스러운 공간이다. 고객인 중년이 문을 닫자 시장 바닥 같던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외투를 받아든 직원이 구석에 배치된 옷장 안에 넣었다.
"대충 넣은 것 같지만 무려 바람 세탁과 일광 건조 마법이 안에 내장 되어 있으니 나가실 때 입어 보시면 제법 깨끗해져 있을 겁니다."
직원은 그렇게 설명하며 옷장 문을 닫고 웃어보였다.
"....라고 말해도 저번에 이미 같은 설명을 들은 적이 있으셨죠?"
남성은 작게 끄덕이곤 가지고 있던 가방을 꺼내 온갖 종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네는 일이 잘 되고 있나보군."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예. 확실히 인맥만큼은 훌륭하십니다. 회베델스씨의 광고 이후로 저를 직접 지명해서 불러주시는 분들이 대부분 회베델스씨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더군요. 덕분에 이렇게 우수 판매자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VIP룸은 덤이고요."
직원은 자기 뱃지를 한번 가리키고는 씨익 웃으며 곧바로 방금 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남자가 종이를 대충 올려둔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나저나 회베델스씨가 광고를 위해 오시다뇨? 광고라면 이미 충분하지 않습니까? 왕도에서도 내로라하는 재벌이나 귀족들의 연회장 역할을 하는게 회베델스씨의 레스토랑 아니겠습니까."
싹싹한 젊은 피 답게 꽤나 붙임성 있는 말을 한다. 이 직원이 VIP 전용이 아니었더라도 의뢰를 위해서라면 찾아올 생각을 할 정도로 맘에 드는 점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일의 이야기를 할 차례다.
"유감이지만 이번엔 내 레스토랑을 광고하는게 아니네."
"아, 이 서류가 핵심이 아니었군요. 실례했습니다."
직원은 보고 있던 종이를 황급히 내려놓고 다른 종이를 빼들어 훑었다.
"음...."
유심히 아래를 향해 내려가던 눈이 어느 한 구간에서 멈췄다.
"구인 광고... 인가요?"
"그렇지. 우리 레스토랑에 와본 적이 있는가?"
"레스토랑 말입니까?"
직원은 손사레를 쳤다.
"그럴리가요. 저 같이 돈 없는 서민에게 그런 귀한 곳은 당치도 않습니다. 비록 이렇게 귀빈을 상대하는 위치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이 직장은 어디까지나 국가 주관. 돈이 많이 벌릴 리가 없죠."
"그렇구만. 실례했네. 여기가 사회사가 아니라는걸 깜빡했군, 그래."
"아, 아닙니다. 다들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라서 대부분은 이 사실을 잊곤 합니다."
서로 멋쩍게 웃고는 잠시 침묵했다.
"그렇지. 자네의 광고로 레스토랑이 이름을 날리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해야겠군."
남자가 겨우 입을 땠다.
"지금은 돈 많은 이들의 연회장 취급이지만 광고 후 초반은 그저 맛 좋은 음식이 나오는 레스토랑에 불과했다네."
"예. 그건 제게 감사인사차 다시 찾아오셨을 때 말씀해주신 이야기였죠."
"그런데 위치가 왕도에 있지 않은가. 귀족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란 말이지. 결국 소문이 그들의 귀로 들어가 하나둘씩 내 레스토랑에 주목하기 시작했지."
"전설의 시작이군요."
"하하핫! 과장일세!"
모처럼 남자가 호쾌하게 웃자 직원도 따라 잠시 웃었다.
"어쨌든 그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다행히 입맛에는 맞았던 모양이야. 소문이 소문을 낳기 시작해버리고 만 것이지."
"보통은 소문이 줄을 잇는다라는 말을 쓰지 않던가요?"
"잘 들어보게. 이건 내가 잘못 표현한게 아니니까."
직원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높으신 분들은 으레 으스대는걸 좋아하지 않나. 그런 특성 때문에 소문이 여기저기 허풍을 낳아버린걸세. 뱃가죽이 뚫려버린 드래곤 같은 행세로 말야(에프지아 설화)."
"그건 좀 문제로군요. 지위나 돈이 많은 분들의 기대가 박살나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닐테니까요."
직원은 고충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말고도 다른 문제도 있었지. 생각보다 나만큼의 요리실력을 가진 요리사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네."
"음?"
직원이 눈을 떴다.
"그럼 그건 어떻게 해결한 겁니까? 지금 일이 잘된 걸 보면 해결은 하신 것 같은데..."
"그래. 이 두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거네. 바로 그게 엘프였지."
"아하... 그렇군요. 엘프라면 자연과 친하다보니 요리 같은 것에도 익숙한 종족이니깐요."
"덕분에 후폭풍은 크지 않았네. 고맙게도 고용한 엘프들이 다들 잘해줬으니까. 그들 덕분에 나와 이 레스토랑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지."
"......."
직원은 아무 말하지 않고 들었다.
"하지만 몇일 전쯤에 갑자기 엘프들이 떠나버리고 만거야. 고용되어 있던 엘프들이 하나도 남김 없이 전부 다!"
"......그렇군요."
"엘프들이 떠날 때까지도 이렇게 갑자기 떠나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댈 정도로 나는 평소에도 충분히 섭섭하지 않을만큼 대해줬네. 그런데 이렇게 예고도 없이 단체로 훌쩍 떠나버리다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지. 대처조차 할 수 없어서 문을 잠시 닫고 여기까지 온 걸세."
"......."
아까까지만해도 맞장구나 대꾸를 잘 해주던 직원이 어째선지 반응이 없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려는 찰나에 직원은 흩트러진 종이뭉치들을 한 곳에 정리해주며 상황도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회베델스씨는 주인력원이었던 엘프 요리사들이 갑자기 전부 떠나버렸기 때문에 다른 엘프들을 찾기 위해 구직 광고를 내러 오셨다는거죠?"
"그렇지. 돈은 충분하니 최대한 눈에 띄게끔 해주게."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남자는 광고를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거기도..... 입니까?"
"거기도?"
가지런히 정리가 다 된 종이다발을 테이블에 올려 놓으며 직원은 말했다.
"죄송하지만 타겟층을 바꿔야할 것 같군요."
저번처럼 광고의 크기와 내용, 광고를 내걸 게시판의 위치 등을 협상할 준비를 하던 남자는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오늘은 좀 이상했죠?"
"응?"
"손님들 말입니다."
시끌벅적한 바깥 상황이 자동으로 남자의 머릿 속에 재생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남자의 의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러고보니 원래 여기가 그렇게 고객이 많은 회사였던가?"
이 왕국에 하나 밖에 없어 독점 운영이 가능한 회사지만 타지역에 분점도 있고 생각보다 광고를 신청하거나 제작하려는 사람이 적어서 그가 전에 두어번 왔던 경험 속에서도 한산한 회사의 풍경만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북새통은 웬말인가.
"최근엔 말이죠, 광고판이 너무 작다고 불만이 자자합니다. 다들 갑작스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갑작스레 인력난?"
"저 밖에서 협상하고 계시는 아무나 붙잡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세요. 아마도 90%정도는 자기 직장에서 일하던 엘프들이 나갔다는 이야기를 할걸요?"
"엘프가 떠난게 내 레스토랑에서만 있던 일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남자의 목덜미를 식은 땀이 시원하게 타고 내렸다. 직원은 곤란한 듯 볼을 긁적였다.
"하도 엘프 구직자를 찾는 분들이 많아서 수소문을 하다가 뜻밖의 소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엘프들이 한데 모여 타대륙으로 떠나는 배를 승선했다는 소문이죠. 회베델스씨도 엘프가 집단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으시죠?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원..."

무언가의 징조?
내 레스토랑은 어떻게 되는거지?
엘프들이 왜 갑자기?
설마 에프지아의 엘프들이 전부?

갖가지 생각이 남자의 사고에서 사고를 일으킨다.
"회베델스씨?"
아무 말이 없자 직원이 남자를 불렀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 현실을 직시했다.
"미안하네. 갑자기 온갖 생각이 드는군."
"그렇겠죠, 아무래도. 이런 이변인데 별 생각이 안들 순 없죠."
직원은 남자에게 대령한 입도 대지 않은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생각이 필요하시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셔도 됩니다. 준비해 주신 광고 전략이 반쯤 박살이 나셨을테니 머리를 식히신 다음에 다른 전략을 짜서 오시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그, 그래도 되는건가?"
반쯤 정신이 나간 것마냥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남자가 말하자 직원은 일어서 직접 남자가 작성해 온 광고의 전략이 담긴 종이뭉치들을 남자의 가방에 직접 넣어주었다.
"저희는 공무원이니까 빠른 판매가 목적이 아닌걸요. 좋은 광고가 나와야 가게가 잘되고 가게가 잘되어야 신뢰를 얻으니까 회베델스씨에게 딱 맞는 광고를 내기 위해선 제안하신 전략이 적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선 회베델스씨가 많이 당황하신 것으로 판단되니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맞나요?"
직원에 물음에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생각이 돌아가질 않는군."
남자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직원이 잽싸게 꺼내온 외투를 마지못해 받아들고 가방을 들었다.
"오늘 고마웠네. 광고를 내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구만, 그래."
"아뇨,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찾아와 주실 것 아니겠습니까. 광고는 빠르게 제작하는 것보다 바르게 제작하는게 서로에게 좋을테니까 회베델스씨가 더 좋은 전략을 가져다 주시는게 낫죠."
"...그래, 고맙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예. 평안히 가십시오."
깍듯한 90도 인사를 뒤로 남자는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며 잠시 따라들어왔던 시끄러운 사람 소리가 다시 사그라들자 직원은 남자가 앉아 데워진 자리에 앉아 그 열을 이어받으며 손도 대지 않아 차가워진 커피를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나참, 무슨 일이람. 엘프들이 전부 떠나버리다니.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왕창 나가버리는건 어디를 어떻게 봐도 한참 문제가 있잖아."
직원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커피가 평소보다 쓰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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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의 약점은 머리!
좀비에 물린 사람에게 다가가지 말 것!

-광고 게시판에 붙은 광고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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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국보문 제작기관에서 취재 나왔습니다."
".....? 뭐요? 난 딱히 범죄 같은건 저지른 일 없수다."
"아뇨, 아뇨.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인상쓰지 마세요. 범죄에 관한 걸 취재하러 온 게 아니구요. 요즘 뭔가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문이 돌아서 왔는데 그 특이한 일이 뭔가요?"
"아~ 그거 말하는건가? 특이한 일이라면 있지."
"어떤 일이던가요?"
"음.... 몇일 전 쯤이었지? 그때부터 그 귀 긴 인간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더라구."
"엘프를 말씀하시는건가요?"
"그건 나야 모르지. 엘프가 뭣인지 반평생 동안 본 적도 없으니깐. 이 놈의 바다 촌구석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구, 그 반 평생 동안."
"으음... 그렇군요. 그럼 그 엘프... 아니, 그 귀 긴 인간들은 여기서 뭘 했나요?"
"한 거? 없지."
"예?"
"딱히 없었어. 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뭔가에 쫓기는 것마냥 최대한 빠른 배를 타고 대륙을 넘어가고 싶어 했으니깐."
"이 에프지아 대륙을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맞춘건가요?"
"잉? 음.... 그래, 그거야! 다들 마룬 대륙부터 찾았지 뭔가. 마룬 대륙으로 못 간 그 이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홀랜븐 대륙으로 떠났지. 일단 어떻게던 다 떠나긴 했는데 우선순위는 마룬 대륙이었다는 것 같다는 말이네."
"마룬이 우선... 홀랜븐은 다음? 그럼 다른 곳은 안 갔나요? 초록의 땅 아젠이라거나 엘프들이 갈만한 곳은 아니지만 카모조 대륙 같은 곳 말이에요."
"그건 또 어디래? 우리 마을 항구는 마룬과 홀랜븐 밖에 가지 않아.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곳을 가는 항구라면 다른 마을을 찾아보게."
"음.... 그렇군요. 그들은 정말 아무 말도 안했나요?"
"말은 지들끼리나 했지. 우리들이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입 싹 다물더라구. 이 마을에 올 때부터 그 잘생긴 낯짝들 두고 우중충~ 해가지고 피난이라도 가는겐가 싶었지. 이렇게 평화로운 나라에 무슨 전쟁이라도 났는감?"
"그럴리가요. 농담이긴 하지만 저희 같은 작가(판타지아에서 글 쓰는 직업은 대부분 작가라고 통칭하기도 한다.)들은 오히려 전쟁이라도 터지지 않나 주변사람들한테 물어볼 정도라구요. 그러면 일거리가 꽤 생길테니까요."
"예끼, 임마!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면 못 써."
"예, 예... 죄송합니다."
"으음... 어쨌거나 그 놈들, 지금은 다 떠났어. 웃돈을 얹어서라도 배를 타려고 기를 쓰는 바람에 그 때는 엄청 성황이었지, 아마? 간만에 일 좀 잔뜩 했지."
"음... 음...  그렇군요."
"그거 쓰는거... 뭐 이상한거 쓰는건 아니지?"
"예. 보세요. 방금 취재한 내용이에요."
".....뭘 그렇게 빨리 빨리 쓰나 했더니만... 자네, 상당히 악필이구만?"
"아... 하하하하... 워낙에 행동이 느리다고 욕을 자주 먹던터라서요. 빨리 빨리 쓰려다 보니 글씨가 이 모양이네요."
"그려, 그려. 고생하네, 작가 양반. 이런 촌구석 온 김에 마을 좀 홍보해주게. 귀 긴 인간들 말고는 잘 찾아 오지도 않는구만."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는 일개 공무원이라서 사적인 광고는 해주고 싶어도 못 해요. 잘못 걸리면 잡혀갈 수도 있거든요."
"크흐흐흐흐... 농담이네, 농담. 이왕 온 김에 한 잔 하겠는가? 한 잔 걸치면서 바깥 얘기 좀 해주게."
"아... 진짜 죄송합니다. 맘 같아선 저도 그러곤 싶지만 일정이 좀 빡빡해서 말이죠. 오늘 안에 여기 취재 전부 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글 써야하거든요."
"이런... 빡빡한 직장이구만.... 어이쿠, 그럼 내가 너무 붙잡았나보구만. 그래, 수고하게."
"예, 취재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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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꽤 신기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왔구만, 그래?"
"아, 루카이 씨."
"엘프 놈들이 잔뜩 몰려가서 마룬이랑 홀랜븐으로 떠났다면서?"
"아, 예. 제 글 보셨군요."
"짜샤, 국보문 출판 담당자인데 안본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한거 아니냐."
"죄,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자네는 아직 식견이 짧은거 같구만."
"예?"
"엘프들이 마룬이나 홀랜븐으로는 떠나면서 고향인 아젠으로 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써놨던데 말이지."
"....혹시 이유가 있는건가요?"
"자네, 해상 상황은 조사를 안했구만? 에프지아에서는 아젠 대륙으로 직행하는게 더 오래 걸리니까 어디서도 아젠 직행 배는 없단 말이야."
"그, 그랬습니까?"
"에휴... '그랬습니까?'가 뭐냐? 너 같은 놈들이 있으니까 작가놈들 놀고 먹는다 소리 듣잖아."
"죄, 죄, 죄송합니다!"
"으휴... 아젠이랑 에프지아 사이에는 해류가 개판이라 소용돌이가 많이 생긴단 말야. 굳이 직행으로 가고 싶으면 빙 돌아가야 되지만 그러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안 가는거지."
"그렇다면... 홀랜븐이나 마룬으로 가는건 아젠 가는 배편이 거기 밖에 없어서 그랬던거군요."
"......너는 당분간 해상 교통 정보가 포함된 글을 쓰면서 식견을 넓히도록 해라."
"에엑..."
"임마,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쓰레기 작가 소리 듣기 싫으면 말 들어."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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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 님... 셀리야 님.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옵니다. 슬슬 일어나주시지 않으시겠사옵니까?"
앞부분이 잘려나간 아침인사를 들으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찬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며 면상을 찰싹찰싹 때린다. 침대 끝 벽에 붙은 창가 커튼을 걷어주는 여인. 찬바람과 함께 검은 생머리가 휘날리며 그녀의 얼굴을 가린다.
"세...나....?"
흰 머리띠를 고쳐쓰고는 세나라고 불린 여자가 돌아본다.
"좋은 아침이옵니다. 보통은 네이로 님이나 시온 님이 깨워주셨사오나 지금은 두 분 다 바쁘오니 소녀가 대신 왔사옵니다."
어딘지 모르게 복잡해진 머리를 차갑게 식

"그래. 좋은 아침이네. 그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날 깨워주는건 드문 일인데 다행히 그걸 세나가 해줬네."
"칭찬... 이옵니까?"
"글쎄다... 인형을 등에 멘 양갈래 금발 꼬맹이가 깨워줬다면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후후...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씀은 삼가 주십시오. 여긴 2층이지 않사옵니까?"
세나가 입을 가리고 웃는다. 드물다, 이런 모습. 모처럼이니 얼굴이라도 보고 싶건만 바람이 멎질 않아 여전히 그녀의 머리칼이 얼굴을 가린다.
ㅡㅡㅡㅡㅡㅡ
그녀가 사라졌다.얼굴을보려고노력하고있던와중에
없어져버리니 기분이상해버렸다.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몸을이끌고 1층으로내려갔.
할매요. 인났나."
빌어먹을 꼬맹이가 거실 소파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생겼더%?
"루미! 무슨 말버릇이니!"
어느샌가 내려와있던 세나가 루미를 향해 꾸짖었다. 바람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죄송하옵니다. 동생이 매번 실례를..."
그녀가 허리를 꾸벅 접는다. 손을 내저었다.
"신경쓰지마. 한두번도 아닌데 철 들면 스스로 바뀌겠지."
"철 들면 무겁디~"
별거 아닌 척하며 무마하려고 하니 루미 녀석이 도발이라도 하듯 말장난을 한다.
"에휴.... 언니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봐라, 너도."
나를 쳐다보던 루미 녀석은 내 한탄에 혓바닥을 내밀었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혓바닥은 어디"생일 축하드려욧



!"
부엌, 식탁 앞에 서있으니 생일 케이크가 큼직한 생일케이크가 식탁 한가운데에 올려져있다. 생일 케이크에 동봉된 폭죽을 터뜨리며 헤드셋을 쓴 달걀귀신이 식탁 의자 뒤에 선 채로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
목이 없는 절반정도 피칠갑된 하늘색 원피스 소녀와 똑 같이 목ㅇ 없는 절반정도 피칠갑된 메이드복 소녀가 커다란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먹음직스러운 칠면조 고기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기인 태극기 같은 색조합이 된 하늘색 원피스 소녀가 양 손목에 찬 연두색 구슬이 박힌 팔찌에서 이상야릇하게 초록 불빛이 깜빡이고 있다.
"셀리야 님, 123번째 생신을 축하드려요."
메이드의 인사였다.
"셀리야도 오래 살았다밍. 지루했을텐데 잘 버텨왔다밍."
원피스 소녀도 말을 걸어왔다.
둘이 고기를 식탁에 내려놓자 고기를 담은 쟁반이 식탁에 닿는 소리가 신호인양 다들 일사분란하게 착석을 했다. 모두들 나에게 고개를 향한다. 얼굴은 안보이지만 기뻐하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나는 기쁘지 않다. 얘는 누구고 얘는 누구지?
식탁을 소리나게 두 손으로 내리쳤다칠면조나케이크및접시가식탁을벗어나바닥에나뒹굴었다아깝고아깝지만지금은신경쓸수없는?듒뷙모두가나를 향해 고개 같지 않은 고개를 향했다.
나는 아까 나에게 시비를 걸던 건방진 꼬맹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내는 내다. 이름 따위 알 필요있나?"_
나를 깨워준 흑발 소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ㄴㅓ.
  이름이 뭐지?"
"
소녀는 ....이옵니다."
목이 없는 메이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저는 과거에 에프지아에 살았었는데요... 그땐 정말 메이드였거든요. 주인집에서 메이드 일을 했었는데 어느날 그분이 나타나신거죠. 제 평생의 낭군님으로 정한..."
헤드셋을 낀 달걀귀신 같은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에헤헤헷... 혹시 오늘, 그 날이신가요? 기분이 좀 나빠보이시네요. 모처럼 칠면조 요리인데 화 좀 푸세요~ 네?"
불길하게 번쩍이는 팔찌를 낀 원피스 소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지?"
"밍."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셀리야님?"
















































































































"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님셀리야님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셀리야







"셀리야님!"
"으악!"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있었다.
"괘, 괜찮으세요? 잠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길래 어디 아프신거 아닌가 걱정했다구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셀리야님이 좀비에게 감염된건가 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세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황색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진정된다.
"저...  너, 너무 쳐다보시는데요..."
벽에 걸린 등불을 후광 삼아 자신을 걱정스레 내려다보던, 자신의 눈동자와 같은 색깔의 짧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내 눈을 피했다. 상반신을 일으키니 그녀가 내 이마에 손을 댄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요. 나쁜 꿈이라도 꾸신건가요?"
나쁜 꿈....
"내가 잠든지 얼마나 지났어?"
말함과 동시에 창밖을 보니 새까맣다.
"어... 1시간도 안지났죠, 아마?"
"......후..."
이마를 짚었다. 소녀의 손에 의해 약간의 온도가 남아있던 이마가 내 손에 식어버렸다.
"아픈거... 아니죠?"
"....괜찮아, 밀리."
소녀, 밀리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다행이에요. 얼마나 놀랐는지 셀리야님은 모를거예요..."
"불 좀 꺼줄래? 내일도 일해야 되니까 얼른 자야지."
"아, 네. 얼른 주무세요."
밀리는 다시 문 쪽으로 달려가서 붉은 불빛이 일렁이는 등불에 바람을 불었다. 방이 어두워지자 다시 누웠다. 푹신한 침대가 되다만 듯 미묘한 안락함을 선사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부스럭 소리와 함께 옆 침대에 밀리도 누웠다.
"셀리야님."
"......."
"또 이세계 사람들이 나온 꿈인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꿈은 판타지아 출신들의 이야기이지만."
보이진 않겠지만 작게 끄덕였다.
"......."
잠깐의 침묵 후 밀리가 입을 열었다.
"벌써 세번째 비슷한 악몽인가요?"
"네번째...지, 아마?"
"고생하시네요."
".....어째서였을까?"
"뭐가요?"
"이 네번의 악몽은 이야기는 달랐지만 모두 꿈에 나왔던 그 녀석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항상 이름을 물어봤어. 꿈에서 깨면 다 알고 있는 녀석들인데."
"으음...."
한동안 입으로 생각하는건지 '으음' 소리만 내던 밀리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들을 더 오랫동안 선명히 기억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을까요?"
"욕망?"
"꿈은 무의식 속에 자신이 바라고 있는걸 대변한다고들 하잖아요? 꿈 속에선 기억나지 않게 해서 꿈에서 깼을 때 그들을 더 기억하게끔 하라는 암시가 아니었을까요?"
"......."
그런걸까.
"자자."
"끄응... 또 자기 혼자 생각하고 말 끝내기인가요?"
밀리가 불만을 표한다.
"언제든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있어야 한다고 누누히 말했잖아. 좀비는 컨디션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언제 어디서라도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에엣! 벌써 그런 단계까지 온건가요? 저는 그 단계가 오기 전에 그... 이세계의 좀비를 조기 진압하는 단계인줄 알았는데?"
"나도 어느 정도 단계인지는 몰라.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놈들의 전염 속도는 빠르니까, 거기에 이 곳은 그 세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람이 많으니까 속도를 늦춰선 안 돼."
"히잉... 쉬고 싶네에~"
볼멘 소리를 하면서 밀리는  바스락 거렸다. 하지만 그녀도 오늘의 일은 힘들었는지 금새 조용해졌다.
젠장, 그립네, 괜시리.
새근새근, 밀리의 고요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과거와 씨름하던 나의 머릿 속도 겨우겨우 통신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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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23번째 별의 연도, 세번째 27일

여보, 잘 지내? 뱃 속에 아기는 잘 있고? 많이 기다렸을텐데 날 만날 수 없어서 속상했지?
미안해. 지금 부대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편지조차도 쓸 시간이 생기질 않는 바람에 이제서야 편지를 쓰게 됐어. 갑자기 미친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일이 불어나 버렸지 뭐야. 집 간수 잘해. 요즘 여기저기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을거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느니, 머리가 으깨진 사람이 멀쩡히 걸어다닌다느니,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느니 하는 소문 말야.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소문은 소문일 뿐이지만 그래도 윗대가리 분들이 뭔가 지시라도 받았는지 우리 같은 부대와 각 도성 경비병들의 경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거든. 덕분에 바빠졌지만 도성들은 안전하게 지켜질거야. 당신은 늘 그랬듯, 문 단속만 잘해주면 돼.
여보, 분명 아무 일 없을거야. 너무 걱정은 하지마. 휴가도 다음 주 쯤에는 정말로 확실히 나갈 수 있다고 하니까 그 때까지만 좀 참아줘. 그 때 되면 더 추워질테니 여행은 못 가겠지만, 대신 정말로 맛있는 음식점 꼭 가자.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가 정말로 당신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해, 그리고 아직 뱃 속에 있을 우리 딸 세리도.
-루카스 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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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이 이후 조금 더 있지만 쓰다 만것이어서 짧게 여기서 끊음 너무 긴글이라 폰에서 붙여넣기하니 렉먹네;

2. 대략적인 내용은 좀비아포칼립스로 지구 멸망->이세계인 판타지아로 모종의 이유때문에 좀비가 전이된 이후의 상황경과 관찰임 관찰이기 때문에 정해진 서술 형식도 없고 주인공도 없음 지구와 판타지아라는 세계가 동일 세계관의 세계라서 중간중간 배경이 이계임에도 지구와 관련된 캐릭터나 스토리의 내용이 나오긴 하는데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일뿐임

3. 보니까 2018년에 썼던데 지금 보니까 추억이다 진짜

4. 이 쓰다만 글을 포함해서 본인이 쓰던 오리지널 스토리는 전부 같은 세계관을 쓰고 있는 시리즈물 그게 자그마치 12년이나 지나왔는데 투자한 시간에 비해 유실된게 많아서 아깝다 처음 세계관을 만들땐 양판소들의 설정같은걸 오마쥬하거나 아예 채용하거나 해서 지금봐도 쌈마이하고 올드한 설정같은게 많았음 그래도 바뀐게 많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