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構圖)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차갑게 식은 아스팔트 위로

사람들이 스치며 바람을 일으킨다

 

아주 사소하고

물론 당연하며

다만 확실한 바람이 만연하는

이 구도 위에서

그 누가 빳빳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겠는가


……


하늘을 본 지가 오래다

 

길 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길 위에서

고개를 땅으로 처박는 것은 흔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한 놈의 얼뜨기가 되어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킥킥 웃고 마는―

이런 모습이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겨울날

 

누구에게도 사뭇 하늘을 물을 수 없기에

이런 겨울이라고

아니

아직은 이런 겨울이라고

이 마음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식은 적 단 한번 없다


무수의 상념 담은 하얀 입김 너머로

하늘을 그저 올려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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