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녀는 얀붕이의 실종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전투가 일어난 현장으로 달려갔지

실종이라면 적에게 포로로 잡혔을 가능성이 클 터, 

거기다가 전장터에서 보기 드문 남자인데다가 미색까지 빼어난 얀붕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공녀는 이를 뿌드득 갈며 위협적인 기운이 흘러나왔어

이미 불륜으로 버린 몸이라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의 손에 얀붕이가 닿는 걸 생각하니 살심이 끝없이 스멀스멀 기어나왔지.

공녀를 뒤따르던 가문의 기사들조차 그 기세에 흠칫 놀랬어.

하지만, 공녀는 곧 냉철함을 되찾았지.

분노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어.

차라리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어, 얀붕이가 실종됬으니 아무도 모르게 구출한 뒤에 

아예 마나고리를 부수고 힘줄을 다 끊어버린 다음 

공작성에 가둬놓고 자기만 볼 수 있게 만들어버린다면..........  

공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나름 계획에 만족했는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어  

그리고 가문의 기사들을 공작령으로 돌려보내

공작가의 군대를 움직이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공녀는 홀로 적진을 쏘아다니며 

살육의 축제를 벌이기 시작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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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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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가 복부의 고통으로 눈을 떴을땐,

유목민의 이동식 텐트 안이였지.

이미 만신창이가 됬던 얀붕이는

피를 너무 흘려 칸과 검을 맞대기도 전에

쓰러져 기절해 버린거야

얀붕이의 몸에는 붕대가 여기저기 감겨 있었어.

다행히 치료는 해준 모양이였지.

의외로 이민족은 인류애가 있는 집단이였어.

호화롭게 꾸며진 내부는 여기가 높으신 분의 거처인걸 단번에 알게 해줬지.

얀붕이가 본능적으로 탈출로를 물색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고, 칸이 들어왔어.

일단 바로 자는척 하는 얀붕이.

하지만 소드마스터인 칸은 이미 얀붕이가 깬걸 알고 있었지.

그런 얀붕이를 흘끗 바라본 칸은

얀붕이의 침대위에 올라가서는 옷을 갑자기 벗기 시작해.

그리곤 얀붕이의 옷도 마찬가지로 벗기기 시작하자, 

얀붕이는 자는척을 그만두고 기겁해 일어나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고 묻는 얀붕이에게

너의 무위를 확인했을때, 너를 내 아이의 아버지로 정했다고 칸은 말했어.

걍 너를 지금부터 강간하겠단 말을 고상하게 돌려서 말해주는 칸이였어.

칸의 손길이 거침없이 자신을 더듬자, 

얀붕이는 일단 아픈척 죽는 연기를 내

상처가 아프다고 오두방정을 떨며, 가짜 눈물도 찔끔 흘려줬지.

작은 남자애가 아프다고 징징되니, 나름 남자한테는 자비로웠던 칸은 

일단 상처를 추스린 후에 아이를 만들겠다며 

얀붕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떠나.

의외로 발연기가 먹혀서 의아한 얀붕이는

자신이 연기에 소질이 있음을 착각하고 

자신을 감시하는 호위병을 유혹해서 탈출 기회를 노려보기로 시도해.

연기는 실제로 발연기였지만, 

그냥 외모가 뛰어난데다가 옷도 헐벗은 상태라 손쉽게 호위병들을 낚아버리지.

얀붕이는 호위병의 뚝배기를 가격해 기절시킨다음

따뜻한 옷을 모두 뺏어입고는 바로 탈출해버려.

발바닥에 땀이나게 열심히 달리며 제국군 진지로 향하던중

얀붕이는 문득 회의감에 들어

지금 돌아가봤자,

질척거리는 공녀에

막대한 빚에

스팩터클한 군생활까지

자기는 제국에 별로 미련이 없다는 걸 깨닫았어.

그냥 어디 산이나 숲에 들어가서

자연인 라이프를 만끽하는게 더 나아보였지.

어차피 실종처리 됐을텐데

숲에 오두막 하나 지어놓고 

평범하게 아침에 늦잠자고

늦게 늦게 브런치를 먹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얀붕이.

사실 그냥 아침 점호가 너무 싫었던 거야.

그렇게 머리에 꽃밭을 그리며 행복회로를 굴리던 

얀붕이는 곧

앞에는 공녀,

뒤에는 칸

자신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소드마스터들 사이에 

완벽하게 포위되고 말아버렸어.


"얀붕아 왜 고민하는 거야? 

이쪽으로 오라고, 

나는 너의 약혼녀잖아? 

고민할 필요도 없는거 잖아? 

나 진짜 화낸다?"


"지금이라도 이쪽으로 오면 도망치려 했던건 눈감아줄께. 

그러니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렴."


망연자실해진 얀붕이

여기가도 지옥

저기가도 지옥

골때리는 상황에 봉착했어.

공녀쪽에 붙자니

왠지 팔다리 다 잘려서 공작가 지하에 감금당할것 같았고

칸쪽에 붙자니

하루 하루 아이 만든답시고, 자신의 정기를 한방울도 안남기고 다 쥐어짜 낼것 같았어.

고민하던 얀붕이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막 지껄여


"이기는 사람이랑, 결혼해줄께........!!!"


그것이 얀붕이의 인생 마지막 행운이였어.

이 한마디에 칸과 공녀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무시무시한 오러를 내뿜으며

피의 혈투를 시작하는 거야!

얀붕이는 그런 그들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유를 향해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달리기 시작했어!




후회물 원하는 갤럼들 몇 있던데

이건 이제와서 스토리 뒤엎긴 늦음

대신 이거끝나고 차기작은 후회물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