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능력이 있던 얀순이


그 능력은 다른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면 그 사람이 무조건 얀순이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이었어


어릴적 부모님에게 떼를쓰며 무작정 다른사람에게


"아저씨! 아저씨가 이 장난감좀 사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무언가에 홀린듯 그 장난감을 사주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을 하지않고


초등학교때 친구와 다툰뒤 홧김에


"너 진짜 나빠! 그냥 죽어버렸음 좋겠어!"라고 말하자마자 친구가 5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는데


주위사람들은 그런갑다~하는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점차 힘을 깨달아 심심하기만 하면 남에게 명령을 내려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는것이 취미가 되었지



그런데 이런 행동도 시간이 지나니 재미가 없어졌어


내맘대로 사람들이 따라주는게 기분좋은것도 한두번이지, 내가 원하기만하면 다된다는게 항상 재미있을순 없잖아?


더군다나 이 명령은 얀순이의 의지에 따라 멈출수 있는게 아니어서 사람들과의 진심스러운 대화조차 못하는거지


뭘하든 부탁같은 말만하면 곧바로 그사람의 초점이 흐려지며 얀순이의 말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야


모두가 인형마냥 자신의 말만 따르니 얀순이는 이생활이 따분해졌어



그렇게 지루한 생활이 지속되던 얀순이


길을걷다 문득 자판기를보고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졌어


남에게 부탁만 하면 다 사주기때문에 지갑따윈 갖고다닐 필요가 없던 얀순이


때마침 주위에 있던 얀붕이를 발견한거지


같은과였지만 접점이 없어 대화도 드문드문하던 사이였지만


뭐 상관없었지.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다가가 당연한듯이 말했어


"얀붕아 나한테 음료수 사줘~"


"...? 뭔 소릴하는거야?"


?


보통이었으면 초점없는눈동자로 "알았어 얀순아"라며 음료수를 사줘야하는데


무슨일인지 계속 당황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거야


뭐지싶어 다시 명령을 내렸지만 반응은 똑같았지


"얀붕아 너는 나한테 음료수를 사줘야한다사줘야한다사줘야한다.."


"너 뭔말을 하는거냐? 내가 너한테 음료수를 왜사줘?"


무슨일인지 얀붕이에게는 명령이 절대로 안통하는거야


순간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순식간에 자리를 떠나 곧장 집으로 직행한 얀순이



집으로 돌아와 이게 무슨일이지 왜 명령이 안먹히는거지 생각하는 얀순이


그러다 문득 떠올랐어


그렇다면 얀붕이가 유일하게 나와 진정으로 대화할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동안 자신의 말만 들어주던 사람들만 만나다, 드디어 본인과 같은 위치에서 대화할수있는 사람을 발견한 얀순이


그때부터 얀순이는 얀붕이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어


얀붕이 입장에선 뜬금없이 음료수 사달라하는 미친년일수도 있겠지만, 다행인지 뭔지 얀순이의 외모는 그것을 상쇄시킬정도로 이뻤거든


초반엔 얜 대체 뭐지하며 경계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마음의 문을열어 둘은 연애까지 하게된거지


그동안 뭔말을 하기만하면 초점잃은눈으로 "알았어 얀순아"라고만 반복하던 남자들만 만나다,


자신의 말이아닌 얀붕이의 의지대로 직접 행동하고 얀순이를 대우해주는 얀붕이에게 얀순이는 진심으로 끌리게 된거지



그런데 둘사이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어


사실 얀순이는 그동안 남의 도움만을 빨아먹고 산 사람이어서


사람과 진정으로 교감하는법을 전혀 몰랐던거야


자신도모르게 얀붕이에게 강압적으로 명령하며 요구하는일이 적잖았지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사랑이 식은건 절대로 아니었어,


그저 얀순이가 친구사귀는법을 몰라서, 제대로 대화하는 법을 몰라서, 아니 배울수가 없어서 그렇게 행동하던거였는데


얀붕이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던거야


얀순이가 자신의비밀을 알려주지 않았기때문에 얀순이의 사연따위는 1도 몰랐던 얀붕이


얀순이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할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서 신물이 났지


더 이상한건 얀순이가 다른사람들에게도 이상한 명령을 내리는데,


그 사람들은 또 얀순이의 말을 잘들어줘서 자신이 잘못됐나 착각까지 하는거야


"아니 얀붕아, 놀이기구 타는 사람들 사이로 새치기하는게 그렇게 어려워?"


"얀붕아 왜그래, 그냥 영화관 우리둘만 쓰고싶어서 다른사람들 모조리 쫓아낸건데 ㅎㅎ"


"왜 얀붕아? 카페에서 평양냉면 주문하는게 이상해? 그냥 문득 먹고싶어져서 그런건데.."


이런 상황인데 다른사람들은 그게 당연한듯이 행동하고 있었으니 환장할노릇이었지


결국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이별을 고할 준비를 마쳤지



오늘도 여김없이 비정상적인 데이트를 마친 얀붕이와 얀순이


얀순이가 헤어질때 늘상 하던 키스를 하려고 하는데


얀붕이가 키스대신 얀순이 어깨를 탁 잡으면서 말하는거야


"얀순아... 아무래도.. 이건 아닌거같아..


나 너무 지쳤어.. 계속 너 말만 들어주고, 너한테 져주고.. 이젠 못버티겠다고..


이젠 내가 이상한건지 데이트도 정상적이지 않은거같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라 말하고 떠나는거지



당연히 큰충격을 받은 얀순이


본인에게는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었거든


그런 생활이 평범한 일상이자 지루하고 따분한 나날이었고


그런 생활도중 이제야 본인이 예측할수없고, 본인이 맘대로 다룰수없는 얀붕이라는 존재가 와서 얼마나 기뻤는데


다시 얀붕이가 떠난다면 얀순이는 다시 그 인형같은 사람들이랑만 사는 세상에서 혼자있게되는거야


얀순이는 서둘러 얀붕이에게 빌어보려했지만 이미 얀붕이는 떠난지 오래였지


얀순이는 내가 무슨잘못을했는지 곰곰이생각하다가 그런생각을 하게돼


내가 한잘못은 얀붕이가 제대로 나를 사랑하게 만들지 않았던것이다


앞으로 내 유일한 목표는, 얀붕이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드는것이다라고


그동안 삶의목표없이 막힐때마다 편법을 쓰고 물흐르듯 살아온 얀순이에게 처음으로 목표가 생긴 순간이었지



다음날 학교로 온 얀붕이


그런데 뭔가 이상한거야


친구들이 자신과 거리를 두려하고, 본인 주위에 아무도 앉으려하지 않았어


지금 뭐하는상황이지..? 얀순이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뜨렸나..? 생각하던 도중


갑자기 모르는, 수업만 같이듣던 여자애가 갑자기 강의실에 들어와


얀붕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뒤 뺨을 세게 후갈기는거지


얀붕이는 당황스러워서 아무말도 못하고있는데


그 여자는 얀붕이의 뺨을 서너대 후려치며


"얀순이랑 다시 사귀어라"라고만 말하는거야


더 이상한점은 자신이 뺨을 맞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는 친구들이었어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미칠거만같은 얀붕이


모두가 나와 대화를하지 않으려하고, 틈만나면 갑자기 자신의 뒤통수를 휘갈기며


"너가 얀순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괴상한 말만 남기고 떠나는 사람들


결국 얀붕이는 얀순이와 이야기를 하기위해 만나자고해



얀붕이를 만났지만 차마 자신의 능력을 이야기할수는 없어 그냥 사과만 구하며


혹시 다시 시작할수 없을까라며 부탁하는 얀순이


얀붕이는 그런 사연을 들으니 모든 행동들이 이해됐고 얀순이가 불쌍해지기도했지만


그동안의 행동을 살펴보니 도저히 용서할래야 용서할수가 없었어


"나는 너때문에 며칠간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야했는데


이런 식으로 너를 용서할순 없을거같아.


이제 진짜 그만해줬음 좋겠어"


라며 진짜 작별인사를 하려하는데 얀순이가 말을 끊는거지


"그래.. 진짜 날 사랑하지 않는단거지?"


"그게 아니라 그동안 니 행동을 봐! 내가 사랑할수가 있겠ㄴ.."


"그래 알았어.. 얀붕아.. 다 내잘못이야..


내가 너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내잘못.."


"...? 너 지금 무슨소리를.."


"얀붕이를 잡아줘"


그순간 풀숲에서 건장한 성인남성 두명이 나와 얀붕이의 양팔을 잡는거지


그리고 얀순이는 조용히 얀붕이에게 출처를 모르는 주사기를 들고있었어


"잠깐 따끔할거야~ 그래도 이거 맞으면 금방 기분 좋아질거다? 가만히 있으면 될거야~"


뭔진몰라도 저 주사를 맞으면 안될거같다는 생각이 번쩍든 얀붕이


온힘을다써서 묶인 양팔을 기적적으로 풀어내고 곧바로 도망가기 시작해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야할까? 내 집은 여기서 꽤 먼데? 애초에 이정도면 얀순이가 내집 비밀번호정도는 알고있지 않을까?


일단 얀순이를 따돌린뒤 그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친구집으로 달려간 얀붕이


영문을 모르는 친구에게 나중에 다 설명해줄테니까, 제발 얀순이에게 나 여기에 없다는 말만 하라고 하는거야


하지만 그게 될리가 있겠음?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얀붕이는 절대 자신이 이집에 없다고 말하라 신신당부했지만 얀순이의 명령


"얀붕이 어디있는지 알려줘"


이 한마디에 곧바로 "얀붕이 지금 우리집에 있어 너보고 절대 자신이 내집에 없다고 말하라했어"라고 순순히 말하는 친구


곧바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얀붕이 어디 도망갔나 싶어서 여기 근처사는 애한테 전화해봤는데 이런 귀여운짓을 하고있었네?


얀붕아 내가 정말 너 못찾을줄알았어?


너 씨발새끼야 거기 딱 기다려 내가 곧장가서 너 양손 양발 다 묶어놓고 주사 세방 꽂은다음에 존나 따먹을거니까"


친구에게 당한 배신의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그보다는 일단 얀순이의 추격을 피하는게 우선인 얀붕이


도대체 쟤가 왜이러지? 설마 이게 장난인줄 아는걸까? 생각하며 얀붕이는 이러나저러나해도 집이 가장 안전하다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달려갔어


다행히 얀붕이는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얀붕이를 지켜줄수 있었지


부모님은 얀붕이가 무슨일인지 땀범벅이 된채로 오는게 이상했지만, 얀붕이의 간절한 부탁인


"엄마.. 내가 다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만약 나랑 나이비슷한 여자애가 찾아오면.. 절대 문 열어주지 마세요.. 제발..부탁드려요 꼭.."


이말만은 지켜주겠다고 말했어


그리고 다음날 집에 틀어박혀있는 얀붕이


마침내 벨이 울리고 얀순이가 밖에 서있었어


얀붕이부모님은 얀붕이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얀순이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를수밖에 없었지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저 얀붕이 여자친구인데요~ 혹시 얀붕이 지금 집에 있나요?"


"엄마 절대 문 열어주지마.. 나 그냥 집에 없다그래... 쟤 지금 나랑 헤어졌다고.."


"지금 얀붕이 집에 없으니까 나중에 다시 와ㄹ.."


"얀붕이가 지금 집에 있으면 문열어주세요"


"...알았어"


"어? 엄마? 문열지 말라니까?


엄마 제발!! 열지 말라고!!! 아 엄마!!!!!!"


이윽고 문이 열리자 얀붕이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얀순이


하지만 또다시 기적적으로 얀붕이는 얀순이 팔을 밀쳐내고 탈출에 성공하는거야



이젠 친구한테도 부모한테도 배신당한 얀붕이


결국 이곳을 떠나야 할거같다는 생각에 서울을 떠나 시골 작은마을로 갔어


이곳은 얀붕이도, 얀순이도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어르신분들만 모인 동네였거든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운삶을 얀붕이는 만끽하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어


3일뒤 얀붕이가 묵고있는 민박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거야


"어어.. 얀붕이 여기있다~ 얀붕이 여기있어~"


"어..어르신 무슨일이에요? 왜 갑자기 저를..?"


"어머 우리 얀붕이 여기있었구나~"


"히...히익!!


너가 어떻게 여기를..!!"


얀붕이는 다시 쏜살같이 도망가려했지만 이내 맥없이 잡히고말아


이번에 얀붕이를 잡은사람들은 어디서 데려왔는지 이해못할 건장한 FBI요원이었거든


당연히 3일동안 얀순이가 명령에 명령을 거듭해 포섭하고 얀붕이의 위치를 알아냈기때문에 가능했던 계획이었어


이제 정말 꼼짝없이 주사세례를 받을위기의 얀붕이


이미 버둥대다 지쳤지만 마지막힘을 다해 얀순이에게 따졌어


"너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내가 뭘했는데 대체..


그리고.. 도대체 이사람들 왜 너말만 따르는거야?? 너 대체 뭐하는 년이냐고..


첫만남때부터 미친년인거 같았는데.. 무슨 초능력이라도 있는거야?


그러면 그냥 살것이지 왜 엄한사람 인생 망치고 지랄하는거야.. 왜... 왜 그러냐고!!!"


이렇게 말하니 할수없이 그동안 본인의 사연을 말하는 얀순이


"...그래서 그랬던 거야 얀붕아..


그동안 나한텐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때 너가 온거라고..


그런데 갑자기 나를 떠나가?


이건 너가 잘못한거야.. 얀붕아..


그냥 간단히 주사만 놓을게.. 잠깐 따끔하기만 한다니까..ㅎㅎ


이제 맞으면 너도 엄~청 기분 좋아질거니까 기대해도좋아.. 우리 얀붕이 이제 주사맞자~"


그렇게 미약이 듬뿍들어간 주사를 연속으로 맞아 정신을 차릴수없는 얀붕이가


결국 정신을놓고 얀순이와 민박집에서 파워야쓰를 하고


조용히잡혀와 근 1년간 정신이혼미해지는끔찍한 조교를 겪고


몇년뒤 얀붕이의 딸이 쪼르르 달려와


"아빠~ 아빠는 엄마 얼만큼 사랑해?"라고 말한뒤


얀순이가 싱긋 웃으며 "제대로 말해"라고 하니 얀붕이가


"아...아..."


"?? 아빠 뭐라고?"


"아빠는우리얀순이세상에서제일사랑하지너무사랑해사랑해서미칠거같아

아빠는다시태어나도얀순님만바라보며살고싶어얀순이는천사야얀순이는

여신이야아빠는영원한얀순이의소유물이라절대도망치지않을거야얀순아사랑해

얀순아내가정말사랑해얀순아평생행복하게살자얀순아사랑해사랑해사랑해"


라면서 손을 벌벌떨며 말하는거지


비록 로봇같이 이야기했지만


얀순이의 명령이 아니라 얀붕이의 순수자기의지로 한말이어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황홀한표정으로 얀붕이를 꼬옥 안아주는 얀순이 나오는 그런거 안나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