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무언가가 그의 몸을 꿰꿇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주선 내부의 기계들과 무언가가의 그림자가 어우러져 기괴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었다.


그의 앞에는 어느 여인이 서있지만, 그림자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얼굴을 손에 파묻고 흐느꼈다.


그녀는 흐느끼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나아갔다.


그는 뭐라 말하려는 듯 하다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엎드린체 피를 흘리는 그의 앞에서,


여인은 속삭였다.


"이번에는.......반드시.........."


그는 그 말을 들으며 ,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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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끔찍하디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렇지만, 악몽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별들을 바라보았다.


내이름은 얀붕, 베텔기우스 프로젝트의 일게 엔지니어이자 - 아무도 없는 이 헤르메스호의 주인이다.



무슨이유인진 알수없지만, 난 베텔기우스 항성계에 도착하기 80여년 전,즉 지구로부터 출발한지 16년만에 혼자 동면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좋았다. 고작 일게 엔지니어이던 내가 죽을때까지 이  초대형 최첨단 우주선의 주인(엄일히 말해서 이 우주선은 나사 꺼긴 하지만)

이 되었다니 말이다.


임무수행? 그딴것이 뭐가 중요한가? 어차피 그들이 동면에서 일어나 회랑에 도착했을때는 그곳에있는  내가 이미 백골이 되어 가루가 되고도 남았을것이다.


그들이 내 뼛가루를 물에 타마실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뭐 어떤가. 그렇게 한다고 사라진 자원이 돌아오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나는 아마 일개 엔지니어로써는 다신 경험할수 없을 호화로운 생활을 상상하며 회랑을 나왔다.




3개월이 지나자


나는 이 헤르메스호에서 할수 있는 모든 짓들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6개월 이 지나자


나는 배설물이 우주로 나가 얼어붙는걸 보면서 "똥이나 처먹어 이 새X들아!"하며 낄낄대기 시작했다.


9개월이 지나자


나는 내가 살아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이 헤르메스호가 하나의 강철감옥으로 느껴지기 시작한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였고,


나는 이제 이 빌어먹을만큼 거대한 우주와, 빌어먹을만큼 멍청한 내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냥 확 모르핀들이나 잔뜩 주사해서 뒤져버릴까 하던 어느날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몰려들었다.


생전 처음겪어보는, 말 그대로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 망할 두통약을 찾아 헤맸다.


두통에 신경쓴 나는,


 또다른 한명이 동면에서 깨어났다는 경고음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약을 발견하자


나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고,


어딘가 푹신한데에 부딫쳤다.


그와 동시에


"아....."하는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옅은 곱슬기가 감도는 은빛의 생머리에다가 보라빛 눈을 가지고 있었고,


풍만한 가슴때문에 하얀 옷이 살짝 들어 올려져 있었다.


오른손목에는 붕대를 감아 어딘가 병약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그녀의 옷 가슴부분에는,


내 얼굴자국이 부딫친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왼쪽에는,


상급 대원에게만 수여되는 금뱃지가 달려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머릴 박았다.


"죄.....죄송합니다. 일개 엔지니어 따위가 이런 미친짓을.."


그녀는 화를내지도, 날 노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신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 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혹시 아까 넘어지면서 다친데는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다못해 귀가 녹는 기분이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네에...괜찮습니다."


"그런데...왜 다른 대원분들은 안보이는 거죠? 모두 여기 회랑에 모여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게.....아무래도 기계의 오작동 때문에 우리끼리만 거의 80년  일찍 동면에서 일어난것 같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녀는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럼...."


그녀는 울먹였다.


"우리 대원들, 다시는 못보는 건가요? 여기서...죽을때까지......있어야 하는 건가요?"


그녀가 애처롭게  말했다.


나는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아마도.....그런것 같습니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떻게.......그러면..........다시 잠들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녀는 내게 물었다.


"그건.....동면시스템은 인공지능 오토가 관리하는데 거기에 손대는 것은 제 능력 밖이라.....선장정도는 되야 가능할 겁니다."


내가 답했다.


그녀는 그상태로 한참을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말했다.


"엔지니어 님이 있어서 다행이네요..혼자만 있었으면 너무 외로웠을것 같아요. 혹시 성함을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어버버거리며 말했다.


"야...얀붕이 입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얀붕이,얀붕이....좋은 이름이네요! 저는 음.....그냥 얀순이라 불러주세요!"


나는 천천히 그 이름을 곱씹어 보며 중얼거렸다.

'얀순이라..예쁜 이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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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났다.


헤르메스호는 여전히 항해를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 둘이 다시 동면에 들 방법은 여전히 없었다.


딱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 둘의 사이였다.


처음 만날때는 조금 서먹서먹하던 사이가 ( 어느 민망한 사건도 있었고)


현재는 완전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친밀감 그 이상의 감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기야 이 적막한 우주선에 둘뿐이였으니 서로 관계가 가까워 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정도였겠지만 말이다.




그녀는 첫인상처럼 여전히 친절하고도 상냥했다.


동시에 그녀는 다재다능하기까지 했다.


가끔씩 보수가 필요한 것을 고칠때마다 내가 낑낑거리면


그녀가 와서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부끄러움과 고마움에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어느날 내가 이 심정을 그녀에게 털어놓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아녜요 얀붕씨, 얀붕씨가 잘하는 일도 많지 않나요? 예를 들면 얀붕씨는 그 뭐냐, 그 복잡한 기계같은걸 잘 다루시잖아요, 또 요리도 나름 하시고..."


"그...그치만 그런 장점들도 당신에 비해 부족한걸요, 제가 이제 겨우 한 파트 고칠때 열파트나 고쳐놓으시고, 또 요리도 전 이제 겨우 볶음밥이나 해먹는데 벌써 직접 요리법을 개발도 하시고...마치 여러번 해본사람인양...."


"아..그,그래도 저도 단점은 많아요! 예를 들면..." 그녀는 허릴 숙여 어디선가 작은 화분 하나를 꺼내서 내게 주었다.


화분 위에는 말라가는  초록빛의 꽃같기도 하고, 나무같기도 한 어느 식물이 있었다.


"저는 이런 식물이나 꽃들도 잘 못기르는 걸요! 이,이건 제게 네 번째로 소중한 건데.....계속 죽어가서...혹시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요?"


나는 화분을 들여다 보았다.


"아, 이건......어.......잘하면 살릴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이건 무슨 종인가요? 독특하게 생겨서요"


"아, 그건...비밀이에요, 언젠간 알려줄께요."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날부터 나는 그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들시들하던 식물은 


나름 관심과 애정을 퍼부으니 어느새 살아나기 시작했고,


점차 푸르게 변해갔다.


그와 동시에 내가 가지던 그 어떤 단순한 연민이나 동료애보다 큰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해 겨울, 그 식물은 어느새 아름다운 꽃까지 피워냈다.


그리고 그 꽃이 피어난 날,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는 그저 그 결혼반지를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 순간 그녀를 껴안았고,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때,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걸로.....4번째....."


그때,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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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한 일에는 반드시 작은 사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태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신발장에 놓여있는 새로운 남자신발이 놓여있었다던가,


별 관심없이 틀어놓은 뉴스에서 "방금전에 들어온 속보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내 경우에는 우주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던 웨이파인더가 혼선을 일으킨 그때가 그러했다.


웨이 파인더를 고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우주선 하단부의 인공지능 오토가 있는 곳으로 가서 웨이파인더를 켠후 몇개만 만져주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곳으로 내려갔다.


얀순이가 당황한듯 나를 처다보는 것도 모른채..



오토의 본체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초대형 컴퓨터였다.


내가 그것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오토의 본채 맨 끝에 있는 검은 랜즈에다가 대고 말해야 됬다.


"오토, 웨이파인더 켜봐."


내가 명령했다.


웨이파인더를 키라는 명령은 청소부가 해도 수락되는 간단한 명령이었다.


"알겠습니다, 얀붕."


무미 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오토의 랜즈에서 빔이 나오더니, 웨이파인더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나는 그 홀로그램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몇가지를 맞추고, 빼고를 반복했다.


몇십분이 지나자, 웨이파인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메세지가 떴다.




아아, 그때 다시 얀순이에게 그냥 돌아갔더라면, 이 비극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문뜩 지금 이 우주선이 어딨는지 궁굼해졌다.


"오토, 웨이파인더 위에 현위치 표시해봐" 내가 명령했다.


잠시뒤, 웨이파인더 위에 붉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오리온 자리로부터 16만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말이다.


나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오토, 웨이파인더의 오류를 검사해봐."


"확인, 웨이파인더 검사 실행합니다."

.

.

.

3초,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긴 3초였을 것이다.


"확인 완료, 웨이파인더에서 총0건의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


"오토, 다시 검사해"


"확인, 검사 실행........... 총0건의 오류 가 발견되었습니다.


"다시."


"검사실행....총0건의 오류가


"다시!" 


나는 소리지르듯 말했다.


"검사실행......총0건의 오류 가 발견되었습니다. 얀붕. 검사기는 오류가 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붉은 점을 한참을 노려보았다.


"오토....자기 검사 실행해."


"얀붕, 자가 검사는 


"자가검사 실행하라고!!"


"자가검사 실행, 약 30분이 소요될예정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렘수면 모드로 전환합니다."


나는 불이 꺼진 오토를 떠나 비틀거리며 얀순이에게로 향했다.



 나는 천천히 소파에 주저앉았다.


"얀순아......."나는 중얼거렸다.


얀순이는 나를 바라보았다.


슬픈 눈이였다.


내가 오토에게 소리 친것때문에 겁을 먹어서 인건가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옥과도 같은 30분이 흐르고, 나는 오토에게 다시 돌아갔다.


나는 오토에게 도착하자마자 말했다.


"오토, 자가 검사 결과 띄워."


".........검사 결과. 오토에겐 총1건의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얀붕."


".그래,... 그럴줄 알았다. 그게 뭔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간의 수를 2명으로 계산한것 이었습니다. 얀붕."


침묵.


"정정합니다. 현재 활동하는 인간의 수는 총 1명, 동면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총 15명입니다. 얀붕."


"다시...다시 말해봐."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간의 수는 총1명 입니다. 그게 얀붕, 바로 당신입니다."


나는 머릴 쥐어짰다.


"다시,,,다시 자가검사 실행해, 오토."


"얀붕, 생체 센서는 고장나지 않습니다."


"다시 자가검사 실행해."


"얀붕,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듯 하군요, 생체 센서는 심장의 박동수를 감지하기 때문에 절대로 고장날수 없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얀붕 당신한명


"자가검사 실행하라고 이 X같은 고철덩어리야!"


나는 랜즈에다가 주먹을 날렸다.


물론, 소용없는 짓이었다.


침묵.


"이제 인정하십시오, 얀붕. 당신이 있는 곳은 오리온 자리로부터 16만 광년 떨어진 곳이 맞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간은 당신 뿐이라는 걸 말입니다."


오토는 무미 건조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거짓말....거짓말이야.....그럼 얀순이는....."


나는 절규하며 주저 앉았다.


오토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센서에 탐지되지 않았습니다. 얀붕.






여태까지, 동면이 풀리고 이곳에 센서에 감지된 사람은,



 당신 한명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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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침실.


얀순이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왔다면서 그녀를 껴안지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누워있었다.




"얀봉씨........" 그녀가 중얼거렸다.


"잠깐만.....예기좀 해도 될까요?"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난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회랑의 초대형 창문 밖으로 별들이 보였다.


나와 그녀는 회랑의 소파위에 앉아 있었다.


소파 왼쪽에 있던, 


그녀가 나에게 준 그 식물은 어느샌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난 곳이자,


내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곳이자,


내가 그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던 그곳에서,




난 나지막이 물었다.


"여긴.....어딥니까? 이게 우주선이 맞긴 한겁니까? 이게 전부 제 망상입니까?  


아니, 에초에 당신은.............




무엇입니까?"


침묵.


"대답....안하시려나 보군요....그래요, 뭐 알수 없겠지만-


"모두 사실이에요."


얀순이가 말했다.


"모두....모두 사실이에요.오토가 맞아요....... 저는....저는 인간이 아니에요......


여,여기는 제가 꾸며낸 환영이에요......당,당신을 속이려고 당신이 동면에서 깨어난 것처럼 꾸몄어요....그래서 당신이 저에게 의지하도록 하려고......그,그랬어요....."


침묵.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분노, 배신감등이 속에서 올라왔다.


전부 거짓이었다.


그녀가 처음에 네게 우연을 가장하여 접근한것도,


순수한척 한것도,


못하는 척, 

미숙한 척, 

여자다운 척 한것도 모조리 거짓이었다.


"그럼....현실은 어떻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건......감,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것이 흐느끼며 물었다.


어느샌가, 나는 이미 그녀를 그것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모,모두 미쳐버리거나....자살하거나...그,그랬어요. 그, 그냥 이곳에서 같이 살,살면 안되나요?


아,아까 제가 한말이랑 오,오토가 한말 모두 잊어버리고, 원,원래 그랬듯이....."


그것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끝까지 순수한 척을 보여주었다.


"아니요, 현실을 보고 싶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그러면......"


그것은 흐느꼈다.


이윽고, 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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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뜬곳은 똑같은 우주선 , 똑같은 회랑 안이였다.


회랑은 같은 장소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썩고 문들어져 있었고,


 곳곳을 정체불명의 검은 촉수가 휘감고 있었다.


나는 근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채, 턱수염이 아무렇게나 자라있었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내가 걸치고 있던 옷은 이미 때로 검게 변한 상태였다.


무슨 다 죽어가는 60대 노인의 모습같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고갤 돌려 바깥을 처다봤다.



우주를 보고 공포에 질린 적이 있었다면, 이곳을 본다면 아마 쇼크사 할것이다.


곳곳에 거대한 심연처럼 보이는 블랙홀이 존재했고,


죽어가는 항성들이 그것들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이 광경을 보며 입이 떡 벌어져 있을때, 


그것이 내 뒤에서 나타났다.


온통 변한 내 모습과 다르게, 


그것은 환상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나 유령따위가 아니였다.


내가 보고있는 저 광경 그 자체가 그것이었다.





그것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노려봤다.


"어떻게........"


내가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그것은 흐느끼며 말했다.


"처,처음 우주에서 동면에 든 모습을  봤을때부터 좋,좋아했어요......


몇,몇십억년동안 우주를 떠돌면서......너무....외로워서....너무...외로워서....그,그만 당신을 이곳으로 우주선째  납,납치 했어요.


다,다른 사람들은 계속 잠들게 하고 당,당신을 이 환상속으로 불러 내서 저랑 같이 영,영원히 살려고 해,했어요,


자,잘못했어요."


그것은 계속해서 흐느꼈다.


"당신이, 저, 저랑 이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는데....바랐는데.....이제 모,모두 끝났어요, 지난 세번처럼......"


나는 공포에 질렸다.


세번? 세번이나 이 짓을 반복했단 말인가?


나는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움직일 수 없었다.


"사, 사랑하기에 보내줘야 하는법....이,이번에는 시,실수 없이....."


나는 그것의 말을 이해할수 있었다.,


수십억년동안 산 그것에게는, 시간따위 하나의 좌표에 불과하다.


그것은, 이 빌어먹을 연극을 시간을 되돌림으로 다시 시작할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지난 세번이 그러했듯 말이다.


"아,아픈건 잠깐이니까. 미안해요."


그것은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촉수가 내 몸을 꽤뚫었다.


아파,아파아파아파.


그것은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미안해요미안해요"를 연신 중얼거리며 말이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뭐라 말할려 했다.


'이,이 미친ㄹ"


그걸 끝으로 난 앞으로 고꾸라졌다.


죽어가는 나에게, 그것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 입술의 그것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죽음의 맛이었다.


+++++++++++++++++++++++++++++++++++++++++++++



"흐아아아악!"


"무슨일이에요? 얀붕씨?"


"아,아냐. 당신. 그냥....엄청 이상한 악몽을 꾸었어."


"무슨 꿈이었길래......"


"당신이 그 이상한 촉수로 내 몸을 꽤뚫어서 죽이는 꿈이었어. 맙소사! 당신이 날 죽일리가 있나. 그냥 개꿈이었겠지?"


"......그렇겠죠."


"그나저나, 자기 당신이 준 식물, 이제 파릇파릇 해졌어."


"정말로요?"


"그래, 당신이 다섯번째로 가장 아끼는 식물이라면서? 계속 죽어서 고민이었다는데, 이제 살아나서 걱정 없겠네 자기."


"....고마워요..."


"고맙긴 뭘............ 있잖아, 당신마저 없었다면 이 헤르메스 호에서의 생활이 정말 외로웠을 거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요...."


"자, 여기 식물, 이제 파릇파릇 해졌으니까. 다시 잘 길러봐, 이번에는 죽이지 말고. 하하하!"


".....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