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받아 순애가 되어버린 얀데레 이야기 - 전편


오늘은 얀순이와 데이트하기로 한 날. 얀순이가 저번 달부터 가고 싶다했던 새로 생긴 아쿠아리움에 같이 놀러가기로 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11시에 만나서 가기로 했는데...


"왜 벌써 내 방에 있는건데?"


내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얀순이를 보고 옆에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7시 반'


약속시간은 분명 한참 남았는데?


"왜라니~ 당연히 널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으니까지. 너는 나 보기 싫어? 이런 귀여운 여자친구가~?"


신난듯이 발을 동동구르며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얀순이. 물론 그 누구보다 귀엽지만...


"이럴꺼면 시간은 왜 정하자는 건데? 너가 11시에 보자면서." 


"11시에 보자고 하면 늦잠이라도 잘줄 알았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건데 바보야. 일부로 자는 모습 찍으러 일찍 온건데."


얀순이가 나를 향해 폰을 들고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사진만 몇천 개씩 모여있는 얀순이의 폴더를 보고 섬뜩한 적도 있었지만, 얀순이와 지내다보니 이제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두번 해야 당하지... 매일 같이 아침에 오면서 그런말 하는거야?"


"히히... 너가 보고 싶은걸 어떻게해."


어느샌가 옆에 다가와 머리를 내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런 얀순이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간지럽다는 듯이 머리를 내 손에 비비기 시작했다. 정말 뭐야, 강아지도 아니고.


"...어?"


얀순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갑자기 사라졌다.


"얀붕아, 이건 뭐야?"


"응?"


갑자기 어두워진 분위기에 놀란 나머지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했지만, 얀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왜 옷에 금색 머리카락이 붙어있는거야? 어떤 년이랑 만난거야? 도대체 누구? 너한테 웃으면서 말걸었던 대학교 후배? 저번 주에 같이간 편의점에서 본 여자 알바생? 누구야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안순아, 나 너말고 다른 여자 만난 적 없어."


얀순이와 사귀고 나서 다른 여자를 만나기는 커녕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화내는거지? 애초에 요즘 바빠서 얀순이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난적도 없는데.


"나만으로는 안 돼? 나는 내 모든 걸 널 위해 바칠 수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해? 도대체 왜? 왜? 왜? 왜? 왜?나를 사랑한다며. 거짓말쟁이. 내가 그렇게 부족한거야? 그럼 부족한 부분이라도 알려줘 내가 어떻게든 고칠테니까 뭐가 그렇게"


"얀순아!"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미안해 내가 미안해 좀 더 이뻐야되는데좀더잘나야되는데좀더잘해줘야되는데좀더너를생각해줘야되는데좀더"


바로 내 눈 앞까지 다가와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오열하는 얀순이를 세게 끌어 안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숨도 쉬지 않고 떠들던 얀순이의 입이 천천히 호흡하기 시작했다.


"얀순아, 그거 사람의 머리카락이 아니야. 우리 어제 같이 강아지 카페 들렸잖아. 그 때 같이 놀았던 리트리버 털 아닐까?"


얀순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이 손으로 붙잡고 있던 것을 다시 쳐다보았다. 


"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얀순이를 한 번더 끌어 안았다. 얀순이와 사귀고 처음에는 이런 일에 많이 놀랐지만, 그렇다고 얀순이에 대한 마음이 변할리가 없으니까. 내가 더 잘해주면 언젠가 얀순이도 안심하고 나를 믿어줄테니까.


"미안해... 나 어제 밤에 무서운 꿈을 꿔서... 너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랑 걸어다니는 걸 꿈에서 봐버려서..."


물론 얀순이가 폭주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나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얀순이의 모습을 보면 마냥 화낼수가 없으니까. 


"괜찮아, 난 항상 니 편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사랑할께."


"진짜?"


"응."


"거짓말이면 뒤진다?"


"진심인걸."


"넌 내꺼야."


"응."


"넌 내꺼야. 넌 내꺼야. 넌 내꺼야. 넌 내꺼야."


"평생 너만 바라볼테니까."


"히히..."


그제서야 얀순이가 눈물을 그치고 나를 쳐다보며 웃어주었다.


"얀붕아."


"응?"


"넌 내꺼고, 나도 니꺼야. 알겠지?" 


얀순이의 환한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먼저 반해버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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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조금 짧게 여러 편 올릴거 같아. 짧아서 실망한 얀붕이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