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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으로만 봐주길.
필력 개딸림.
오타, 설정 오류 대가리 박으며 감사히 받음.
궁금한건 답해줌.
피드백 환영.
개인적으로 폰으로 보는 걸 추천.
전 편
(1) https://arca.live/b/yandere/21473295
(2) https://arca.live/b/yandere/23415970
(3) https://arca.live/b/yandere/25557449
"따라와, 욕실로 가자. ♡"
"아, 응.."
....정말 넓은 집이니...욕실도 아마 넓겠지..?
이 집은...정확히 몇 평인 걸까.
원래 재벌들의 집은 이런 걸까?
봐도 봐도, 정말 놀라운 집.
어떻게 이런 집이 있을 수가 있지?
"자, 여기야. ♡"
...역시나, 욕실도 정말 넓다.
골드 톤으로 빛나는...크고 넓은 욕조.
딱 봐도 좋아 보이고, 꽤 묵직해 보이는 샤워기.
목욕하는 중에 보라고 설치한듯한, 거대한 티비.
매우 깔끔하고, 단정하게 물품을 놓은 세면대.
노르스름한..하지만 눈에 부시진 않은 형광등.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면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
그 화려한 문양에서 뿜어 나오는 다채로운 빛.
샤워실 문에 새겨진..하얗고 검은 줄무늬.
호화롭다는 말이..이런 걸까.
"여기서 씻으면 돼!"
"아..고마워.."
"아냐아냐♡ 지수가 고맙다고 해주니 내가 더 고맙네♡"
"그..그래...?"
"응! 난 지수가 그런 말을 해준 게 너~무 기쁜 거 있지~♡
아! 샴푸랑 바디워시 뭐 써야 하는지 알려줄게!"
뭐가 많다.
이게 다 서아가 쓰는 건가.
"이건 샴푸고...이건 바디고....
린스는......뭐 지수가 알아서 쓰겠지~
지수가 쓰고 싶은 거 골라서 쓰면 돼!"
"응.."
"다 씻었으면 저~기 안에 수건 있으니 꺼내 쓰면 돼!"
"알겠어.."
"벗은 옷은 여기 넣고, 씻으려면 여기 들어가서 씻으면 돼! ♡"
"응.."
.....없는 게 없다. 이 집은.
"지수야! ♡"
"..응?"
"같이 씻을래? ♡"
"ㅇ, 에?"
"같이 씻자! ♡"
"에...에에??"
"왜애~ 같이 씻자아~♡"
안된다. 절대로 안 된다.
서아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절대로 안 된다.
"...그...그건..."
"뭐, 싫어?"
"아..아니...그게 아니라...."
"푸흡...!"
"응..?"
"아하...아하하하하하!!"
에...?
"뭐야 뭐야~ 설마 부끄러워한 거야?"
"아.....조...조금.."
"아하하하하하!! 아~ 존나게 귀여워! ♡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응? 자기가 귀엽다는 거 알고 일부러 더 귀여운 척하는 건가?
그게 아니어도 뭐든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하네~ 응?"
소름 돋는다.
서아의 생각을 알면 알수록, 상상이상으로 날 소름 돋게 만든다.
..그마저도, 아직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더욱.
"알았어~♡ 우리 부끄럼쟁이가 부끄러워하니까~♡
내가 딴 데가서 씻을게~ 알았지? ♡"
"..알겠어."
"으이구~ 그렇게 부끄러웠어요~?
응? 부끄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
"푸웁...삐졌어? 알았어요 알았어~ 딴 데서 씻을게~
씻을 데도 건들지 않을 테니까~ 마음 놓고 씻어~"
소름 끼치는 웃음과, 사악함이 가득 담긴 미소로 날 계속 놀리다가 가버린 서아.
내 시야에서 없어지는 순간까지도
서아는 그 미소를 잃지 않고 날 바라볼 뿐이었다.
"촤아아아...."
샤워기를 트니 나오는, 보라색 조명.
머리 위로 떨어지는 뜨거운 폭포.
익숙지 않은 집이다 보니, 지금도 씻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가득 찬다.
"투둑..투두두둑....투두두두두둑......"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
저 물방울은, 서아에 의해 계속해서 떨어지는 내 자존심이자..
서아의 무력에 저항할 마음이다.
...어디까지 떨어질까.
아니....보이지 않는 절벽의 끝이 있긴 할까?
"...샴푸."
손에 샴푸를 묻힌 채 머리를 몇 번 휘감자..무슨 향기가 코를 찌른다.
향기로운...더 맡고 싶게 만드는 냄새.
...하지만 안돼.
고작 그런 이유로 낭비하는 건 안되니.
".....하아........"
...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서아가 날 좋아하게 된 건..
대체 왜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머리가 많이 복잡하다.
날 경멸하고 증오하던 그 감정들이
어떻게 모두..
날 향한 사랑으로 바뀌었는지.
"끼익....끼이익.."
수건은...세면대 밑..서랍에 있다고 했던가.
....여긴가.
........어?
이거....수건....맞나..?
이거...수건이 아니라...옷인데?
"꺄아~♡ 이게 뭐야아~? ♡"
"....."
"아~ 너무 귀여워! ♡ 너무 귀여워! ♡ 귀여워서 죽을 거 같아! ♡♡"
"...수건이 아니잖아."
"응? 수건 맞는데? ♡ 아! 정확히는 가운이라 해야 하나? ♡"
수건의 촉감, 하지만 몸에 입는 옷.
...서아 집엔 이런 것도 있는 건가.
"왜~? ♡ 이런 거 한 번도 안 입어봤어? ♡"
"...응."
"그럼~ 내가 처음이네? ♡ 아~ 너무 좋아라~♡"
...그렇게 나한테 처음을 가져가는 게 좋은 걸까?
"사실~ 진짜 수건은 여깄는데 말이야~
내가 지수 머리를 직접 말려주고 싶어서 일부로 말 안 한 거야~"
"..굳이..? 직접..?"
"웅! ♡ 지수 머리도 만질 겸~ 머리도 말리는 거지!
자, 여기 와서 앉아. ♡"
...그냥 따라야겠지.
"와...진짜...물에 흠뻑 젖은 강아지 같아서 너무 귀엽다...♡
내가 쓰라고 한 샴푸 썼지?"
"...응."
"그래~ 잘했어♡
하아..냄새도 좋다..♡ 너무 좋아 진짜...♡"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채, 내 머리를 말리는 서아.
한 손으론 수건을, 또 한 손으론 드라이기를.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어가며, 머리를 말린다.
"남자들은 좋겠다~ 머리가 짧아서~"
"..왜?"
"그야~ 머리 말리는 데 오래 안 걸리잖아~
이렇게 긴 머리를 말리는 건 의외로 귀찮거든.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말리는 게 진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귀찮아."
"..그럼 서아도 짧게 깎으면 되는 거 아냐?"
"음...그럴까? 솔직히 생각만 했거든, 이때까지.
지수는 내가 짧게 깎은 거 보고 싶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건지..
결국은 다 자기 선택인데..
"..서아가 하고 싶은 데로 해."
"히히..알았어~
이제 일어나도 돼, 다 말렸거든."
"아..응."
"흠~ 머리 보송보송한 거 봐~ 귀여워 죽겠네♡"
"....."
"먼저 나가있어~ 머리 다 말리면 그때 밥 줄게."
"..응."
서아가 머리를 말릴 동안, 침대에 누워 기다렸다.
내 집이 아니기에, 함부로 어디 있을 순 없었다.
그냥 가만히 누워..아무 생각 없이 서아를 기다렸다.
"....."
집에 언제 가지....
언제 동안 여기 있어야 하는 거지...
...아니다..
집에 간다 해도..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고..
어째야 하는 거야..
"지수야!"
"....."
"지수야~?"
"으, 응?"
"왜 침대에 누워있어? 잤어?"
"..아냐. 그냥 누워있었어."
"그럼 일어나. 밥 먹으러 가야지♡"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간다.
..정확히는 '끌려간다' 지만.
"뭐 먹을래? 지수가 먹고 싶은 거 말해봐."
"...딱히 없어."
"그래? 그럼 좋아하는 건?"
...모르는데.
"...몰라."
"엥? 좋아하는 걸 몰라?"
"...응."
"음.......그럼 뭘 해줄까...."
날 의자에 앉힌 채로, 냉장고를 열어보며 고민하는 서아.
"그냥 내가 아무거나 해줄까?"
"..응."
"알았어~ 거기 앉아서 기다려~"
냉장고에서 무언갈 많이 꺼낸다.
..저게 다 내가 먹을 거는 아니겠지?
"지수는 알레르기 같은 거 없지?"
"..아마 없는 걸로 알아."
"그래~ 조금만 기다려줘♡"
"자, 다 됐어. ♡"
...뭐가 이렇게...많아?
"저..서아야?"
"웅? ♡"
"이거...다 내가 먹는 건...아니지..?"
"딩동댕~ 다~~ 지수 아침밥이야!"
밥그릇이 넘칠 정도로 많이 담긴 볶음밥.
국보다 콩나물이 더 많은 콩나물국.
수북이 쌓인 계란 프라이들과 햄.
통에 가득 담긴 김과 김치.
...이걸 다 먹으라고?
"다 먹을 때까지는..
절대..못 일어나는 줄 알아? ♡"
"....."
시간이 얼마나 간지 모른다.
이 많은 양을 위에 억지로 들이붓고, 또 소화되기를 기다린다.
먹어도 먹어도 안 없어지는 양.
서아가 같이 먹으면, 좀 나았겠지만..
"지수 건데 내가 왜 먹어?
난 됐으니 지수가 다 먹어도 돼 ~♡"
당연하게도 거절.
이번에도 내 생각을 읽은 건가..?
어떻게..뭘 하려고만 하면..그 의지를 꺾어버리지?
근데...진짜 배부른데..어쩌지..
더는...더는 못 먹을 거 같은데..
"저..서아야.."
"응? ♡ 불렀어? ♡"
"그...배불러서 그런데...나중에 먹어도 될"
"야."
"으..응?"
"개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지?"
"아, 아냐..그런 거 아냐..."
"하아...지수야..그거 알아?"
"응..?"
"개들도 있잖아..밥 통에 사료 부어주면 고맙다고 허겁지겁 먹는데..
지수는 개만도 못하네?"
"....."
"그냥 주면 쳐 먹을 것이지..말이 많다?
응? 꼭 이렇게 날 화나게 만들어야 좋겠어?
변태도 아니고 내가 화나는 게 좋나 봐?
그냥 좀 맞을까?
배가 꽉 찬 상태로 처맞으면 토도 하겠네? 응?"
"아, 아냐....진짜 배불러 서아야...진짜야..."
나는 정말 무서워.
네가 그렇게 경직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게.
그 표정을 짓고 나면 얼마 안 가 무자비하게 날 때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항상 너에게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그런 표정을 짓는 조짐만 봐도 무서워.
"......뭐야? 지수 우는 거야?"
"으..으흑....으흐윽......"
"....."
때리지 마..
네 주먹은 너무나 아프니까...
막으려 해도 뚫고 들어 올려 하니까..
한 번만...한 번만..제발..
"..내가 무서워?"
"으으....으흐으..."
"안 때릴 테니까 말해봐, 내가 무섭냐고."
"으..으응...."
그대로 맞은편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게 걸어온다.
그러더니..두 팔을 벌려 날 품속에 넣는다.
.....따뜻해.
어떻게 이렇게 따뜻한 거지?
...악마의 손길이 너무나 달콤하듯이..
서아의 품속도 너무나도 따뜻해..
..왜?
서아는 나에게 악마와도 같은데..
"그동안 내가 많이 무서웠구나?
겁주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지수가 말해주니 알아버렸지 뭐야?
여자친구가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사과할게."
응....?
화내지...않아..?
....왜?
왜 사과하는 거야..?
내가 알던 서아답지 않아...
"그러니까 지수야!
내일부터, 아니 아니..지금부터라도 달라질게!
날 보면 무섭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날 보면 사랑한다고 느끼도록 해줄게!
이제부턴 화도 덜 내고~ 말도 예쁘게 하고~
무엇보다 안 때리도록 노력할게!
알겠지 지수야?"
"....."
...이상해.
원래라면 나를 죽기 직전까지 때렸을 텐데...
지금은...사과를 너무나도 쉽게 할 정도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히히..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자?
자~ 뚝하자 뚝!"
".......응."
"하..어떻게 지수는 우는 것도 이렇게 귀여워?
진짜~ 안 귀여운 면이 없다니깐?
하..너무 귀여워서 그런데...잡아먹을까? ♡"
아니면 통통한 볼살을 확! 깨물어 버릴까? ♡"
.....이상해.
전부터 느끼는 이 그리움이..
영원히 빠져들고 싶은..이 감각..
....받아 들여야 되는 거야?
..하지만 왜?
왜 이 감각이..
서아 너에게서 느껴지는 거야?
"대신 지수야!
나도 한 가지 조건이 있어!"
"....?"
"나도 지수에게 화 안 내도록 노력할 테니까!
지수도 나한테 무섭다고 그러지 마, 알겠지?
만약 내가 무섭다고 그러면은...
큰.일.날.줄.알.아.♡"
"지수야 옷 입어! 옷!"
"..응? 옷..? 왜?"
"왜냐니~ 당연히 외출이지 외출!"
"..외출? 갑자기?"
"그야..지수 옷도 사고~ 맛있는 거도 먹는 거지!
지수에게 화낸 게 미안해서~ 같이 놀러 가는 거야!
아! 덤으로 데이트도..♡"
....굳이 외출을 해야 하나?
"그러니까 옷 입어 ♡ 나가서 백화점이나 가자♡"
"근데..서아야?"
"왜? ♡"
"아니...그.......옷이 없는데..교복이라도 입어?"
깜빡. 깜빡. 깜빡.
조용한 적막과 함께 서아가 눈을 깜빡인다.
"아!! 지수 입을 옷이 없구나!"
잠시 있다가 나온 서아의 뒤늦은 반응.
"내가 까먹고 있었네!
어쩐지 뭔가 까먹은 거 같기도 했는데..바로 그거였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옷 꺼내줄 테니까!"
곧바로 옷장의 문을 열어, 엄청난 양의 옷을 헤집으며 옷을 찾는다.
내가 명품에 관한 건 문외한이었지만..한눈에 봐도 모두 고급 지고, 비싸 보인다는 게 눈에 드러난다.
"예쁜 걸 고를까....남자다운 걸 고를까...귀여운 걸 고를까...
..옷 진짜 많네. 저게 옷장에 다 들어가는 건가?
"흠...아무래도 티셔츠 말고는...입을 게 없네.
나머지는 다 여자가 입을 만한 옷이라서.."
그 많은 옷들 중에 티셔츠만 골랐는데도..양이 어마 무시한 데..
...진짜 뭐가 이렇게 많지?
"...아냐....이것도 아니고....이것도..!...이것도 아냐!"
수많은 티셔츠들을 내 몸에 대보면서, 어울리는 걸 찾는다.
...찾아지긴 할까?
"아! 이거다 이거! ♡ 이거 진짜 어울린다. ♡"
..의외로 빨리 골랐네.
"이거! 어서 입어봐! 민트색이라 더 어울리는 거 같아. ♡"
배시시 웃으며 티셔츠를 건넨다.
보들보들하고 깔끔한, 잡티 없는 옷.
"뭐해? 안 입어?"
"아..응.."
가운을 벗고, 천천히 옷을 입는다.
늘어지지 않게..서아 거니깐..
옷을 입는 도중...시선이 느껴진다.
분명 내 몸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있겠지?
눈이 가려서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져.
하나하나 꼼꼼히 보는 시선이.
"아~ 귀엽다! 진짜 너무 어울려!"
"..그래?"
"웅! ♡ 이거 너무 어울리는데?
아..소매 긴 거 봐..♡ 안 그래도 귀여운데 더 귀엽네..♡"
내 손을 먹어버린 소매를 천천히 접는다.
꽤나 단정해진 모습.
..양쪽 다 세심하게 접었네.
"이제 옷은 됐으니..바지를 골라볼까?"
...이젠 바지 차례인가......
또 다른 옷장을 열어, 바지들을 파헤친다.
"어! 이거 이거! 이거 어울린다!"
이번 거도 의외로 빨리 나왔다.
서아가 고른 건 청바지.
청바지라 해도, 약간 연둣빛을 머금은 청바지였다.
"어서 입어봐. ♡"
"응.."
약간 뻑뻑하면서도..뭔가 헐렁한 느낌.
들어갈 듯 말 듯 하면서도..점점 쑥쑥 들어간다.
"어때? 입을만해?"
"...좀 헐렁해."
"그래? 그럼 끈 좀 조이자."
적당히 끈을 조이고..또 보기 좋게 묶는다.
"다 됐네! ♡ 일단 이렇게 입자!"
"일단..?"
"에이~ 백화점 가서 옷 사야지~
아니면 그냥 평생 내 옷 입을래? ♡"
"..아니...."
"그래~ 그럼 나도 옷 좀 입을게."
"..나가있을게."
"봐도 되는데?"
"에?"
"왜? 또 부끄러워? ♡"
"아, 아, 아니, 아니, 아니, 나가있을게!"
"에? 잠깐ㅁ"
"쾅!!!!"
"..............역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하아......"
서아의 돌발행동으로 인해...급히 방을 나왔다.
아니..정확히는 그냥 뛰쳐나온 거다.
서아는 부끄러움이란 게 없는 건가..?
왜 나한테..속옷 차림을 보여주고...또 갈아입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지..?
......진짜 왜 저러는 거야....
아무리 내가 좋아도...계속 부담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옳은 걸까.
근데..방금 전 일.....
그거 때문에 화내는 건 아니겠지?
밖에서 천천히 서아를 기다렸다.
"흠흠흠~ 흐흐흐흠~ 흐흐 흐흐흐흐흠~"
방문 넘어 들리는 콧노래.
나랑 외출하는 게 정말 기쁜가 보다.
서아는 정말 기쁠 때에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니.
"오래 기다렸지!"
"응? 아...아냐..오래 안 기다렸어."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마치 한 나라의 공주처럼, 정말 예쁘게 단정을 하고 나온 서아를
미처 못 알아볼 뻔했기 때문이다.
"응? 왜 그렇게 바라봐?"
"아,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예뻐서 쳐다봤을라나? ♡"
"....."
그래, 사실이다.
서아가 말한 대로, 서아는 정말 예뻤으니.
아름답다.
그게 서아의 얼굴에 붙는 꼬리표다.
여자의 외모에 관심이 전혀 없던 나도, 서아를 보고 예쁘다고 느낀다.
서아가 날 향해 계속 외모를 어필해서, 결국 내가 서아 외모에 관심이 생긴 이유도 있지만..
서아는 분명 예뻤다.
동년배 여고생들과는 다른, 수준이 다른 미모를 가지고 있다.
"맞나 보구나? ♡ 너무 쑥스러워 할 필요는 없고~"
"....."
"지수는 항상 부끄러워지면 말이 없더라?
뭐...그래서 더 귀엽지만..♡"
"....."
"왜 그렇게 땅만 보고 그래~
자 자, 이제 안 놀릴 테니까 나가자 ♡"
팔을 잡힌 채, 반강제로 끌려나간다.
정말 신나는 미소를 가진 채 현관으로 가는 서아.
현관에서 잠깐 멈춰 서더니, 신발장을 연다.
신발장을 열자 드러나는 수많은 신발들.
거기서 꺼내는 하얀 운동화 하나.
신발마저도 반짝반짝 광이 난다.
내 신발과 비교하면....정말 천지차이.
...초라해. 서아랑 비교하면....할수록..
"응? 이거 지수 신발 맞지?"
"응...내 건데?"
"신발이 이게 뭐야~ 너무 헐었잖아~
신발도 새 거 사줄 테니까~ 일단 딴 거 신자~"
"아, 아냐..! 괜찮아.."
"응? 정말?"
"응...정말...괜찮아."
옷까지 너의 옷으로 입었는데..신발까지.
신발은 내께 있으니...굳이 안 신어도 돼.
...부담스러워.
내 흔적을 너에게 남긴다는 게.
"뭐..지수가 그렇다는데..어쩔 수 없지. 나가자. ♡"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잡는다.
엘리베이터가 오는 동안 내 손을 잡고 주무른다.
서아 손보다 작은 내 손은, 그저 장난감일 뿐.
"....띵!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엘리베이터로 들어간다.
"삐빅! 1층입니다!"
1층을 누르고, 재빠르게 문을 닫는다.
워낙 서아가 빠르게 움직이니..한 박자 느린 난 끌려간다.
내 손을 꽉 쥐고 있는 서아의 손을 봤다.
실로 평범해 보이지만, 실체는 날 지배하는 손.
가만히 서아의 손을 바라보다...반대 손에 무언가 든 거를 발견했다.
종이가방...
무언가 옷 같은게..들어있는 종이가방.....
...왜 종이가방을 들고 있을까..? 다른 것도 많은데..
..것보다 왜 종이가방을 못 봤지?
"지수야."
"응?"
갑자기 종이가방을 내려놓은 채, 내 앞으로 온다.
표정도 딱딱히 굳은 채로.
내가 무슨 잘못했나...?
아니..딱히 잘못 한건 없는 거 같은데..?
설마....방금 신발 안 신은 거 때문에?
"야."
"으..응?"
"쾅!!!!!"
.
.
.
순식간이었다.
내가 벽에 기대고 있을 때,
내가 기댄 벽에 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어..어...어으...."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날라오는 손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표정 또한, 싸늘한 표정.
내 눈을 뚫어버릴 정도로...
매우 가까이서 날 노려본다.
내가 또...무슨 심기를 건드린걸ㄲ
"푸후웁...!"
.....?
"푸흡....푸후읍........아하하하!!!"
..........?.......무슨 상황..이지...?
"아~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표정 안절부절못한 거 봐~"
...에?
"아~ 그 넋 나간 표정이~ 진짜 미치도록 귀엽다니까~
혹시 지금 내가 진심으로 화낸 걸로 생각했어?
다 연기라고 ♡ 연.기.♡"
아...........그런 거구나.......
"...연기인데도......진짜 무서웠어."
"그래? 그럼 앞으로는 안 할게!
왜 있잖아~ 막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이렇게 벽에 사람 밀치고, 또 손으로 벽을 쿵 하고 내리치고!
나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으...응...."
...드라마 같은 거 안 본 지 너무 오래돼서....잘 모르는데..
"띵! 1층입니다!"
아....1층이구나...
.....방금 상황...너무 길었어.
휴우..나가자...이젠 엘리베이터만 보면 질ㅅ
"잠깐잠깐~♡"
"..응?"
"키스해 주면 나가게 해줄게! ♡"
"에?? 갑자기?"
"웅! 갑자기! ♡"
뭐야...그런 게 어딨어....
그..그보다....사람 올지도 모르는데...여기서...
"부끄러워?"
"으, 응?......조금."
"흠......그러면 뽀뽀? 볼에다 해도 좋아. ♡"
"....할게."
그래..할 거면 빨리하는 게 낫겠지..
슬며시 뒤꿈치를 들어 올려, 서아와 눈높이를 맞춘 후...
재빠르게...재빠르게 하는 거다...
하나..
둘...
셋..!
"쪽!"
"..해...했어."
"뭐야~ 너무 빨리 끝낸 거 아니야?"
"그...그렇긴 하지만....해..했잖아...나가자.."
"흠~ 뭐 하긴 했으니.....그래!
솔직히 짧긴 했지만...약속은 지켜야지!"
종이가방을 들고..이내 내 손을 잡는다.
"뭐해? 얼른 가자 ♡"
"아..응.."
해맑게 웃으며, 손을 잡은 채 밖을 나선다.
날 계속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우리 둘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겠지...
그래....다른 사람이 보기엔...
후기
귀찮음이 날 지배한다.
얀순이가 나타나서 내 인생을 통제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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