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저녁이다. 


창밖을 보니 아직 불이 켜져있는 건물들이 꽤나 보인다. 늦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일이 끝난듯한 회사원인지, 행인들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있다.


"후. 저녁뭐먹지?"


오늘도 무사히 업무를 끝낸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며, 저녁이라기에는 너무 늦은야식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가방을 챙겼다.


피곤에 지친 몸은 휴대폰과 서류, 물티슈, 화장지 등등 잡다한 물건은 요란스럽게 가방에 욱여넣고는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


"음... 국밥은 점심에 먹었으니까.. 닭갈비도 괜찮은거 같은데..."


그렇게 실없이 야식을 고민하며, 빠르게 물건들을 스캔하다보니 뭔가 중요한 물건이 빠진것 같았다.


'...화장지까지 다 챙겼고, 열쇠? 열쇠어디있지? 또 없어졌네?'


열쇠가 사라졌다.


요 근래인 한달동안만 무려 3번째다. 건망증이 도졌나 병원에 한번가봐야하나.


'미치겠네 진짜.'


'요새는 젊은 사람들도 건망증, 치매가 빨리 오기는 한다는데...'


월차를 써서라도 병원에 가봐야하나.


"하..."


이상하게도 최근들어 잃어버리는물건이 많아졌다.


이번 열쇠는 3번째라지만 칫솔,양말 등등...


심지어 쓸어놓고 치우지 않았던 머리카락이나, 컴퓨터 앞에서 사용한 휴지같이 깜빡하고 치우지 못한 쓰레기들도 이상하게 사라졌을때가 많았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최근에는 집에 있어도 쉬는거 같지않고, 과민반응 같지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까지.


'혹시 누군가한테 스토킹 당하는건 아닐까.'


뜬금없이 드는 생각이지만 누군가 나를 스토킹한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오한이 들며,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모텔값만 깨지겠네...”


나는 열쇠에 관한일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도 모텔 신세를 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하며 회사를 나섰다.


시원한 가을바람, 약간 추운듯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집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아무리봐도 닭갈비 혼자먹기에는 좀 그렇지.."


좀 늦은 감이 없지않아, 가볍게 곱창을 먹고 돌아갈예정이었다.


"여기 곱창 1인분하고 소주 한병주세요."


익숙하게 주문을하고는 근처 보이는 자리로가서 앉았다.


"후... 힘들다"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일도 없자니, 친구들의 sns를 염탐하기 시작한다.


일찍부터 결혼한 친구들, 성공한 친구들, 나보다 잘난 인생을 살고있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지금 잘 살고있는걸까 싶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괜히 들어갔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쓴맛을 잊고자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본다.


포장마차는 딱히 인테리어랄것도 없지만, 이런날은 주위 사람구경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다. 


술취한사람, 우는사람, 웃는사람. 재수인지 삼수인지 츄리닝에 쓰게 술잔만 움직이는 사람. 2차인지 거나하게 취해 남자등에 업혀가는 여자.


그렇게 주위를 살펴보다, 문득 두테이블 정도 옆자리에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 앉아있던 여자는 슬며시 나를 보며 웃기시작한다.


처음에는 누군가랑 대화를 하다가 웃는것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앞에 술잔은 하나뿐이었다.


'뭐지?' 싶어 얼빠진 표정으로 계속 그녀를 바라보는데,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있던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그녀가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와 이쁘다.'


쭉뻗은 다리, 과하지 않은 옅은화장. 그럼에도 예쁜, 그녀의 외모를 보며 감탄하고 있던 사이에, 어느샌가 내앞에 도착하게된 그녀는 내게 동석의사를 밝혔다.


"옆에 앉아도 좋을까요?"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 그녀를 보자니 마침 혼자 마시기도 조금 외로웠고, 남자된 입장으로 저런 예쁜여자가 같이 술한잔 먹자는데 거절하기도 뭣해서, 곱창과 소주를 더 주문했다.


"좋아요 여기 곱창 1인분하고 소주 한병만 더 주실수 있으세요?"


오늘따라 유난히 손님이 더 많은것인지, 음식나오는 템포가 상당히 느렸다. 나와 그녀는 음식이 나오기까지 잡다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화패턴은 주로, 내가 "저 닭갈비 좋아해요" 하면 그녀는 "~동 거기 맛있던데 다음에 같이 가시겠어요?"와 같이 맞장구를 쳐주고는 했는데, 진짜 그녀는 내 천생년분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나와 취향이 잘 맞았다.


마치 그녀는 내 취향을 낱낱히 꿰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나에 대해 잘 알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20분쯤 흘렀을 무렵 음식이 도착했다.


오늘따라 술이 잘 받아줬던 것인지, 여자앞에서 부리는 허세였는지, 평소 잘 마시지도 못하던 술을 두병이나 더 시켰고.


그렇게 막잔을 채우고나니 어느샌가인지 나는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은 상태 그대로 필름이 끊겨버렸다.














-그녀의 시점-


"하아... 후으.... 흐으으읏~♥ 으읏...♥"


최근들어 그의 집을 침입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아...하아...."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빨래통에서 꺼냈던 속옷을 빨래통에 다시 집어넣어버렸다.


"냄새 진해앳....♥ 너무..져..햐...♥"


나는 집어넣었던 그의 속옷을 도로 꺼내, 머리에 씌우고는 다시 자기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던것은 한달전, 그와 처음만난 날이었다. 


그날도 다른날과 다르지 않았다. 아침일찍 일어나 인터넷으로 내 이름을 검색해 기사밑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봤다.


무명아이돌 주제에 좀 과민반응하는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나로서는 매일 기사를 확인하지 않고는 찝찝해서 버틸수가 없었다. 


나는 무명아이돌이었다. 지금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탈퇴사유는 왕따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밉보이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겨우 데뷔한 그룹내에서도 멤버들의 비위를 맞추고 묵묵히 노력했다.


근데 그런점이 아마 맘에 안들었던거 같다. 괴롭힘은 점점 심해져갔고, 나는 결국 탈퇴하게되었다. 물론 그게 끝이라면 좋겠지만.


내가 그렇게도 맘에 안들었던건지, 아니면 완전히 묻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건지.


소속사에서는 나를 가해자취급하며 거짓기사들을 작성하였다.


그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기사를 확인하는것에 넌더리가 난것인지, 이런 내 인생에 넌더리가 난것인지.


내안에서 무언가 툭하고 끊어져버렸다.


'죽자.'


나는 더이상 이런삶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은 정신적으로 버텨줄수 있을거 같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죽기전에 그동안 한번도 피우지 않았던 담배라도 한번 펴보고 죽자라는 심정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까지 가는것도 곤욕스러웠다.


가는길에도 시선이 느껴지는거 같았고, 주위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거 같았다.


겨우 참고 도착한 편의점, 나는 담배를 사기위해 카운터앞에 섰다.


"저..저기 디..디스 플러스 하..하나주세요"


알바생은 뒤를 돌아 담배갑하나를 꺼내 내게 건내주었다.


나는 계산을 하기위해 지갑을 꺼내려하였지만, 애석하게도 지갑을 두고온건지 아무리 뒤져봐도 지갑을 찾지 못했다.


'아 망했다.'


내가 패닉상태에 빠져있던도중에,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죄송한데 늦어서 먼저 계산해도될까요?"


"네..네에..."


나는 잠깐 옆으로 나와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본다면, 그냥 집가서 지갑을 가져오면 되는것을. 그때의 나는 심적으로 굉장이 불안했던거같다.


내가 거의 쓰러질정도로 긴장했을쯔음, 계산을 하던 남자는 나에게 담배갑을 내밀었다.


"저도 가끔 지갑을 두고와서, 남일같지가 않아서요"


그는 담배갑과 함께 에너지 음료 한병을 내게 주며 내 손을 잡고는 말했다.


"힘내요."


그리고는 그는 문을 열고 편의점을 나섰다.


나는 급하게 남자를 따라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집까지 빠르게 뛰어올라왔다.


그리고는 모자도 벗지 않은채 하염없이 울었다.


"흐으응읏...♥ 하아... 하아....♥"


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더욱 강하게 질벽을 문질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꼴려...♥'


그날 이후로 나는 기사를 확인하는것을 멈췄다.


그리고 매일아침마다 그를 보기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와 마주치지 않고, 그를 조용히 따라다니며 사는곳을 찾기위해 노력했다.


계획을 짰다. 그가 나오는 출근시간에 맞춰 기다렸다.


그가 나오는것을보고는 의도적으로 부딪혀 열쇠를 훔쳤다. 그리고는 그의 집에 하나둘씩 카메라들을 설치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부터는 그가 회사에 가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그를 감시했다. 그가 뭘먹는지, 누굴 데려오는지, 야동취향 등등 그의 온갖 사생활을 엿보며 자위했다. 


어느순간부터 그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내 일상이 되었다.


그는 내 버팀목이었다. 그가 아픈날은 나도 아팠다. 그가 기쁜날은 나도 기뻤다.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이런게 사랑이라고.













오늘 포장마차에 있던것 또한 모두 계산된 것이었다. 그는 야근하는날이면 이 포장마차에서 곱창을 시켜 술을 마실때가 많았다.


그의 옷에 밴 냄새로보면 3일은 닭갈비를 먹었으니 아마 오늘은 무조건 곱창를 먹지 않을까하고 그가 오는 시간에 맞춰 대기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마침 내 예상대로 그는 포장마차에 왔다.


그가 오는것을 보자 나는 입가에 머무는 미소를 지울수가 없었다.


'으으읏...♥ 실물영접.... 쩌러....♥'


나는 이 터질듯한 심장을 주체할수 없었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눈을 보자, 인내심의 한계에 달했다.


'하아.... 오늘 못참는다 진짜 하아....하아...♥'


나는 미소를 잔뜩 머금은채로 그가 앉은 테이블로 걸어갔다.


"옆에 앉아도 좋을까요?"


나는 순간적으로 굉장히 긴장했다.


'그가 거절하면 어쩌지....'


하지만 그것은 나의 괜한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흔쾌히 같이 마셔도 좋다고 승낙했고, 나는 쾌재를 부르며 그에게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쓰러지자, 나는 계산을 하고는 그를 부축해서 그의 집으로 그를 끌고들어갔다.


"우리 첫날밤인데 깨끗하게 씻어야지...♥"


나는 그를 데리고는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를 씻기고 나오니, 나는 더 이상 이성을 붙들고있기가 힘들었다.


'벗은거 보니까 못참겠어'


나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는 기승위 자세로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다보니, 멈추지 못하는 충동에 그만 그의 입술을 핥아버리고 말았다.


'아... 너무 황홀해....♥'


그렇게 조금씩 핥다보니 더욱 과감해지게 되버린 나는 그의 혀의 감촉을 느끼고자, 더욱이 깊숙하게 혀를 넣고 진하게 뒤섞었다.


"우웁..♥ 웁.... 츄르릅.... 퍄아..."


그와 진하게 혀를 뒤섞자, 농밀한 만족감이 전신을 덮었다. 나는 이불을 걷어버리고는 그의 양물위에 천천히 올라타기 시작했다.


"으읏... 읏..."


남성의 그것을 처음받아들이는 구멍은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이상하게 허리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은채 계속해서 움직였다.


-챨팍 챨팍 챨팍


어느샌가부터 더이상 아픔은 사라지고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여보..!! 나.. 미칠거 같애...!♥ 흐으응읏..!! 으..으윽...."


"나.. 나 갈거 같아...! 나 갈거 같아..!!!♥ 캬... 캬으읏!"


나는 깊고 거칠게 숨을 들이마쉬며 첫번째 절정의 여운을 느꼈다.










-그의 시점-


"으...읏.. 읏... 갈..."


'이게 뭔소리지?'


나는 아직 술이 덜깬, 깨질듯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꺄읏... 드디어 눈을 뜬거야... 여보...? 으읏...."


눈앞에 보이는것은 내 위에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고 있는, 음욕에 빠진 여자하나


그리고 익숙한 배경.


익숙한듯 한데 뭔가 맞지 않는 풍경에 나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아 맞다 어제 열쇠 잃어버렸는데....'


내가 눈을 뜨고 조금 멍하게 있자, 그녀는 내 위에서 요분질하던것을 멈추고는 상냥하게 질문했다.


"여보? 뭐가 그렇게 신기해요..?"


나는 맛이 간듯한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열쇠..잃어버렸는데...."


그러자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아하... 그런데 그런 사소한건 집어넣고.. 아침부터 먹을까요?"


그녀는 내위에서 살짝 내려오더니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냉장고를 찾아 물을 꺼내어 내게 가져다 주었다.


나는 물을 마시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녀는 그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보며, 환하게 웃었다.


내가 조금 일어나서 앉아있자, 그녀는 내게 샌드위치 같은것을 만들어 가져왔다.


나는 샌드위치를 받고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우리집 문은 어떻게 연거야?"


그녀는 나를 잠깐보더니 대답했다.


"열쇠 나한테 있으니까요"


나는 순간적으로 소름이 싹 끼쳤다.


그렇다면 정황상 그녀는 이번 한달동안 느껴졌던 스토커가 분명했다.


"대체 오ㅐ..."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내말을 끊고는


"그런거보다 나 어제 잔뜩...♥ 받았거든... 임신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책임져줘"


내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것마냥, 찐득한 애정의 눈빛만을 보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