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꼴려서 쓰긴 했는데 필력이 쓰레기라서 너무 중구난방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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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피곤해..."


회사가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사고, 보석방에서 미리 주문해두었던 반지를 받는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내가 사귀기 시작한지 2년되는 날이다. 


여자친구는 나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고등학교때는 별로 접점이 없었지만,


대학교까지 같은 곳으로 진학하면서 인연이 닿아 서로 알게 된 사이다.


내 여자친구는 모델로 일하고 있으며 당연히 미인이다.


거기에 말솜씨도 좋아서 주변에 친구가 많지만, 나한텐 오히려 말을 적게해서 갭이 엄청 귀엽다.


솔직히 여자친구의 몸매까지 최고인건 잘 모르겠지만, 내 취향에 맞는 몸매라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훌륭한 여친님에 비해서 나는 키 182cm, 몸무게 68kg 에 얼굴도 평범하고,


몸은 그냥 요즘 유행하는 헬창들을 보면서 조금 따라한 것 뿐이라 그저 그렇고,


내세울만한건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MH전자에서 사원으로 있다는 점 하나 뿐이다.


처음 두 세번 고백했을 때에는 차갑게 거절하던 그녀였지만, 네 번째 고백 때 결국 그녀가 받아주었고, 지금의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못난 나를 받아준 여자친구니까 당연히 내가 모셔야지 하는 생각 하나로 열심히 에스코트했다.


여자친구가 기분 나쁘다하면 다 맞춰주고, 퇴근하고 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손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는 요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건 약 세 달 전부터로, 그녀의 아버지가 집을 얻어주면서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하고나서 얼마간은 출근길을 헷갈리거나 하는 등 했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녀와 동거를 하고나서부터 엄청 가까워진 느낌이 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결혼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권태기를 겪는 건지 서로 말도 안 섞고 있지만, 오늘 프로포즈를 하면서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다.


프로포즈를 하면서 어떤 멘트를 해야할까 한 달 동안 생각했다.


잠을 잘때도 머리 속에선 무슨 멘트를 할까 고민할 정도로 열심히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멘트를 정했다.


언제나와 같이 현관에 달린 잠금장치를 푼다.


비밀번호는 나와 그녀가 처음 만났던 9월 15일을 따서 0915*.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바로 보이는 거실에서는 모르는 남성과 여자친구가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고, 머리는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멈춰버렸다. 


그 때, 현관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뭐... 하고 있는거야 지금?"


여자친구와 상대방 남성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보면 알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뭐하는 짓이냐고 묻고 있잖아."


여자친구는 상대 남성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자기야, 이 새끼 아직도 멍청하게 나를 믿고 있었나봐."


라면서 그 남자에게 더 달라붙었다.


"자기가 바보라고해서 얼마나 멍청한가 싶었는데, 진짜 멍청이였구나? 아직도 너를 믿고 있었나봐"


화가 났다. 나랑 권태기를 갖는 동안 이 남자랑 별 짓을 다 했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왜 이러는 거야? 나랑 사이가 서먹서먹한 것 같아서? 그래서 바람을 핀거야?"


"바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바람이라니? 아~ 맞다. 너한텐 말을 안했었지!"


하며 신난 아이처럼 말을 이어갔다.


"이제와서 말하는건데 사실 이 쪽이 먼저야. 이 사람이 내 원래 남자친구. 너는 그냥 세컨드."


"뭐?"


"너는 그냥 만나서 노는 용도. 그걸로 끝. 사실 애초에 오빠가 내가 다른 사람이랑 하는거 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서 잠시 만나준 것 뿐이고, 오빠가 이제 그것도 질렸다고 해서 이 관계 끊어버리려고."


"뭐야... 그게... "


"멍청한 새끼, 너는 나하고 얀순이한테 놀아난 거라고. 아직도 모르겠냐? 등신새끼. 이제 넌 필요없다는 소리야."


머리속이 새햐얘졌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이게 꿈인건지 잘 모를 정도로. 


"너무 충격받아서 말도 못하는 모양이네. 그건 그거고, 이제 내 집에서 나가줄래? 여기 우리 아빠 돈으로 얻은 집이잖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JI그룹 이사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으니까.


"하아... 됐어 지금 10시니까, 12시 되기 전에 짐 정리 다 해서 나가줘. 나는 이제 데이트하러 나갈거니까."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던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소파 위와 티비 근처에 떨어져있는 속옷과 옷을 챙겨입고,


옆의 남자와 팔짱을 끼고 그대로 데이트를 하러 나가버렸다.


믿기 싫었다. 내가 믿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니.


아니, 바람이 아니었다. 바람이었던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아예 집 안의 물건을 전부 엎어버릴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진정했다.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아서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붙잡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내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 이 칫솔... 처음 커플세트로 샀던건데... 아직도 안버리고 있었네... 


바보같다.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그녀가 그럴리 없다고 부정했겠지. 바보같이.


...이런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이제 그녀는 잊어야한다. 우리 사이는 끝났고, 바보같지만 이게 현실이니까.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불막창 한 봉지와 소주 두 병을 샀다.


아... 내일도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그 일로부터 벌써 3달이 지났다.


처음 2주간은 그녀가 없다는 허전함과 그녀에게 받은 배신감 때문에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3주째에는, 그녀에게 있어 나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장난감일 뿐인 존재였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서 나도 역으로 생각해봤다. 나한테도 그녀가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처음엔 생각만 해도 힘들었다. 한 달 째를 넘어가고, 두 달이 지나고, 이제 세 달 째가 지나고 있다.


두 달 째가 지나갈 때 쯤부터 얀순이를 생각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 때 쯤부터 내 안에서 얀순이는 사라졌다. 이제 행복하게 잘 살라고 빌어줄 수 있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얀순이를 잊게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어서 더 편하게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내 상사인 순얀이로 얀순이와 헤어진 직후 회사에서 실수만을 반복하던 나를 혼내려고 하였으나,


심상치 않은 것 같은 나의 상태를 보고나서 내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어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호감이 갔고,


2주 전 내 고백을 기점으로 그녀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사내 연애는 금지이므로 결혼할 정도가 되면


둘 중 하나가 그만둬야한다. 나는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하였지만, 강경한 여자친구의 반대로 내가 그만두고,


집에서 그냥 기둥서방처럼 있는 것으로 합의했다. 돈은 잘 벌어다 줄테니까 걱정말라고 하였다.


사실 순얀이는 회사에 굳이 다닐 필요는 없다. 그녀는 MH그룹 회장의 손녀로, 그저 후계자 수업을 받기 위해


임시로 신분을 비밀로 하고 회사에 낙하산 없이 자기 능력으로 면접까지 통과한 그야말로 재능 노력 다 되는 케이스다.


노력만 있는 나랑은 인연이 없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서 너무 행복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 생각?"


이라며 사랑스러운 말을 읆조리며 배시시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히 모르는 전화번호는 통화가 되지 않게 해놨을텐데, 시스템 오류인건가? 싶어서 전화를 받았다.


"...저기 이거 김얀붕씨 전화번호 맞나요?"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나야.. 얀붕아.. 너랑 결혼까지 약속했던 얀순이..."


"...그만 끊을게"


"잠깐만 기다려줘... 5분만... 아니 3분만이라도 좋으니까..."


밀려오는 짜증을 뒤로 한 채로 그냥 마지막 말이나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3분 지나면 끊을거야. 뭔데?"


"어, 저기, 그... 미안해. 너한테 상처 입혀버려서..."


"이제와서 무슨..."


"그 때는 내가 정말 못된 짓 해버렸어... 내 마음에서는 니가 1등이었는데... 순간의 욕심 때문에 너한테 상처를 입혀버렸어..."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며 빨리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건 또... 언제는 내가 세컨드라면서, 앞뒤가 안맞잖아. 그거 말고 할 말 없으면 끊을게"


"잠깐!! 잠깐만... 기다려줘... 그 때는 내가 미쳤었나봐... 나 사실 너 없는 세 달간 너무 힘들었어...

 그 남자는... 깨끗하게 정리했어... 이제 너랑 나 사이를 막는 장애물은 없어... 우리 다시 사귀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안한데, 나 여자친구 있어. "


라고 말해주니 전화기 너머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뭐?"


"나 2주전에 여자친구 새로 사귀고 있으니까, 너랑은 다시 사귈 일 없다고."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게 뭐야...? 이상하잖아? 나는 세 달간 힘들었는데... 너는 그 새에 다른 여자를 만들었다고?

 무슨 이상한 소리야... 농담하는거지? 아... 오늘 만우절인가? 아니 아니... 12월이 만우절일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거짓말도 아니고 농담하는 것도 아니야. 나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하니까 전화 끊어줄래? 3분 지났어. 끊는다?"


"잠깐만 잠..."


삑-- 하는 통화 종료음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생각했던대로 전여친과의 전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사실... 조금은 씁쓸했다.


나랑 헤어지고나서 엄청 행복하게 살 것처럼 굴더니, 결국엔 헤어졌다니.


그럼 나랑은 왜 헤어진거야?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옆에 있는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며 잡 생각을 떨쳐냈다.


"무슨 전화길래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받았어? 과장님이 또 야근 시켜 버리겠대?"


"아냐아냐, 자 밥 다 만들었다. 어서 먹자!"


"역시 자기 밥이 맛있어~ 자기야... 우리 슬슬 결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우리 사귄지 2주밖에 안 지났어~~"


"그래도 자기랑 빨리 결혼해야 이 맛있는 밥을 매일 먹을 수 있는 거잖아~"


"바보... 그래도 그 점이 좋아. 솔직하고, 예쁘고... 그것도 잘하고"


"우리 자기는 이 누나한테 리드당하는 타입이니까 속궁합도 잘맞는걸 어떻게 해~"


"그럼 오늘은 내가 리드해볼까? 읏샤!"


하며 여자친구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 그대로 침실로 내던졌다.


그녀를 감싸안고, 새하얀 셔츠를 벗기고, 그녀와 혀를 감싸는 농후한 키스를 하며,


오른손으론 그녀의 검은색 브래지어를 벗긴다. 


"하아... 하아... 젖꼭지... 그렇게 간지럽히면... 아응..."


"누나... 너무 예쁘다... "


"정말... 맨날 그렇게 나 기분좋게... 아흥..."


그렇게 전희를 마무리하고 실전에 들어가려고 할 때 쯤,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대체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자친구는 침대에 계속 누워있고, 내가 나가기로 했다.


"네 누구세요?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가니, 문 앞에는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를 낀 여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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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 적부터 고운 외모 때문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초중고 전부 내 팬클럽을 만들 정도 였으니까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 아이들에게 대쉬도 많이 받았고, 고백도 많이 받고 그랬다. 그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변하지 않던 사실이다. 선배들이 치근대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보았는데,


남자친구를 만드는게 어떤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남자친구는 따로 있었다. 대학 첫 OT때 곧 졸업하는 복학생 오빠에게


처음을 줘버린 후, 서로 취향도 잘 맞고, 이야기 주제도 비슷하게 잘 어울려서 사귀게 되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헌팅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다르다. 


남자친구는 이미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일을 해야하니까 대학에서까지는 지켜주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대학교에서만 어울릴 가짜 남자친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걸 남자친구에게 상의하니, 요새 약탈연애가 유행이라고 하며 조금은 관심이 가니까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말해줬다.


남자친구에게 허락을 받고나서, 그 이후로 근처에 있는 남자 중 적당한 대상을 물색했다.


그렇게 찾다보니, 김얀붕이라는 동기가 가장 조건에 부합했다.


김얀붕이라는 남자는 내겐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평범 그 자체,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 남자다.


그래서 그를 가짜 남친으로 만들기로 정했다. 친구들을 통해 알음알음 해가다보니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었단 걸 발견했다.


너무 잘 풀린다. 이를 빌미로 꼬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빌드업을 해나가면서 한 달간 썸을 탔고,


결국 고백하게 만들어서 내 계획대로 전부 다 흘러갔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얀붕이는 사람이 너무 착했고, 좋았다.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그래서 내가 힘들어할 일은 별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배려하는게 티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더 속이기 쉬웠다. 그를 속이고 원래 남친을 몰래 만나는 행위에 쾌감이 들었다. 


묘하게 찌릿찌릿한 감각, 오랜만에 맛보는 원래 남친의 맛, 그리고 이걸 모르고 잠든 얀붕이를 생각하면 너무 흥분되었다.


그래서 얀붕이와는 두 달간은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 그 기간 동안은 얀붕이와 겹치지 않는 동선으로 원래 남자친구와 열심히 데이트했다.


근데 원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얀붕이와 남자친구의 데이트 태도를 비교하고 있었다.


아... 얀붕이라면 벤치에 손수건을 깔아줬을텐데... 라던가 하면서 원래 남자친구에게 나도 모르는 새 불만이 쌓여갔다.


남자친구가 두 명이 되고 나니, 아무래도 원래 강했던 관계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원래 남자친구와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남자친구는 일로 바쁘고, 나는 이중 연애를 하느라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는게 시작이었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어느새 원래 남자친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얀붕이에게 풀고 있었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얀붕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나면 원래 남자친구에게 화났던 감정이 사라지는걸 느꼈다.


이 방법이 두 개의 사랑을 모두 다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원래 남자친구는 아닌 것 같았다. 이중 연애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째, 원래 남자친구가 이런 관계는 그만하자고 권유해왔다.


나도 슬슬 얀붕이가 질려가던 참이었고, 곧 대학을 졸업하게 되니까 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얀붕이에게 가장 충격을 줄 방법을 생각했다.


역시 눈 앞에서 다른 남자와 헐떡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남자친구도 동의했다.


그렇게 얀붕이는 문을 열고 들어왔고, 계획대로 되었다. 그리고 데이트를 그대로 나가버렸다. 


미안한 감정이 조금 드는건 사실이었지만, 그걸 숨기려고 더욱 더 말에 뼈를 담았다.


그대로 멘탈이 나가버린 건지 얀붕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충격을 받았겠지. 썅년이라서 미안해. 하지만 내가 이런걸 어떻게 해.


"하아... 됐어 지금 10시니까, 12시 되기 전에 짐 정리 다 해서 나가줘. 나는 이제 데이트하러 나갈거니까."


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러 나갔다. 이상했다. 남자친구와 하는 섹스인데, 분명히 기분 좋았던 행위인데...


어째서인지 전혀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머리 속은 얀붕이로 가득찼다. 지금쯤 짐 정리를 다 했을까...?


아니면 그대로 그 집에 남아서 내가 돌아오는걸 기다릴까...? 아니면 분노로 집의 물건을 다 부숴놓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남자친구가 집 앞에 데려다 주었다. 휴대폰을 켜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3시였다.


남자친구에게 자고 가라고 하였지만, 내일 출장을 가야해서 출장 준비 때문에 집에 가야한다고 거절 당했다. 조금 씁쓸했다.


집 안에 들어오니 집이 깨끗해졌다. 청소라도 해준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꽂혀있던 파란색 칫솔과 빨간색 칫솔은 이제 빨간색 칫솔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고, 서로의 옷을 담아둔 옷장은


이제 한쪽에만 내 옷이 진열되어 있었고, 신발장에는 내가 쓰던 1,2층에만 신발이 가득했고 그가 쓰던 3,4층은 텅텅 비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큰 바늘이 뚫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얀붕이에게 받았던 선물들을 살펴보았다.


"이 곰돌이 인형은 만난지 100일 되었을 때 만원이나 주고 뽑은 인형..."


"이건 1년째 됐을때 얀붕이가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사준 목걸이..."


"이건 600일 기념으로 사줬던 샤넬 가방..."


혼자서 하나하나 물건에 담긴 얀붕이와의 추억을 돌이켜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남자친구랑 데이트할 때 보다, 얀붕이랑 있을 때 더 많이 웃었고, 행복했었다고.


분명 거짓 웃음도 몇 번 섞었었지만, 진심으로 행복해서 나온 웃음이 더 많았다.


그 당시에는 그냥 맞춰주려고 웃음 지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얀붕이의 유머코드가 너무 취향이었고,


얀붕이의 데이트 장소 고르는 능력이 남자친구의 초이스보다 훨씬 좋았다.


마음은 이미 얀붕이에게로 엄청 기울어져 있었다. 


'나... 얀붕이를 엄청 좋아했었구나... 나조차도 내 마음을 모르고... 내 마음이 이런 줄 알았으면 그런 짓은 안했을텐데...' 


지금이라도 얀붕이에게 전화를 걸면 받아줄까?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게 맞는걸까?


아니겠지... 그렇게 상처를 받았으니 받을리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도 몰랐던 내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내 손을 떠나가 버렸다.




 어느새 얀붕이와 헤어지고나서 세 달이나 지났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횟수가 늘어나는 성 싶었지만, 3주 뒤, 남자친구가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되면서 원거리 연애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점점 서로 연락을 안하게 되어 사귀는 관계는 자연소멸했다. 


그 후 약 한 달간, 오랜만에 남자에게 종속되지 않은 솔로인 몸으로 클럽에도 가고, 헌팅포차에도 가고,


신나게 놀았다. 청춘을 지금이라도 즐겨둬야겠다고 생각해서 신나게 놀았다.


외모덕에 어딜 가든 남자들이 꼬였고, 오랜만에 잔뜩 즐겼다. 그렇다고 생각할 뿐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얀붕이를 잊으려고 해봐도 오히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전 남자친구는 이미 잊었다.


다른 남자를 만날수록 오히려 얀붕이가 더 많이 떠오르고, 그게 너무 심해졌다.


더욱 심해지다못해, 이젠 남자와 대화를 하기만 해도 얀붕이 생각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사실 이 때도 얀붕이를 나보다 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꼬시는 것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안일하게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얀붕이는 얼마나 힘들겠어? 이런 나랑 헤어지다니,


다시 만나자고 하면 분명히 그 미소를 보여주며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했다. 내 말은 모두 들어주던 착한 얀붕이니까.


그래도 벌써 다시 사귀자고하면 내가 더 애타는 것 같아보이겠지라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며 얀붕이와 연애를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리고 현재... 얀붕이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전화를 받았다. 


그럼 나는? 얀붕이 니가 힘들어할까봐 세 달이나 기다려가며 널 배려해줬던 나는?


이건... 인정 못 해... 절대 안돼... 그러니까... 이건 합당한거야.


얀붕아... 너는 내꺼야... 그 미소짓는 너의 얼굴, 행복해하는 너의 웃음소리, 그리고 너의 체취... 전부 다 내꺼야...


이미 얀붕이가 사는 곳은 알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을 스토킹했으니까 알 수 있었다.


근데 여자친구라니? 심지어 동거를 하는데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다.


이젠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만나러 갈테니까...


그렇게 도착했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깐의 정적과,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 뒤,


급하게 옷을 입은 것 같아보이는 얀붕이와 그 옆구리 너머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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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텐 고민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 우수한 업무 처리 능력, 그리고 축복받은 집안까지, 전부 갖춘 내게 무슨 고민일까 싶겠지만,


최근 들어온 신입사원이 너무 신경쓰인다. 엉성한 업무처리 능력하며, 가끔 지각하는 모습이며, 정말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자꾸 시선이 가게 된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급하게 오는 덕에 흐뜨러지는 옷 매무새라던가,


날린 머리를 입구에서 급하게 정리하는 모습 들을 보고, 조금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신입 사원에게 내가 사수로 붙게 되었다. 그 때부터 느꼈다. 이건 운명이라고.


운명적인 만남... 신이 이 남자를 내게 내려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만남을 필연적으로 이어가야하는 사명을 받은 거라고 느꼈다.


그래서 이 남자를 가지기 위해 이 남자에 대해 전부 다 조사했다.


특출난 점은 없어서 좋았지만 특이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건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양다리라는 것,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원래 남친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별로 개의치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불쌍한 사람... 분명히 놀아나고 있는걸거야... 이 누나가 구해줄게..."


그렇게 밑작업을 시작했다. 그 년이 얀붕이에게 했던 짓을 갚는건 나중이 되겠지만,


일단은 나의 얀붕이부터 구해주는 것이 급했다. 그래서 우선은 그녀의 원래 남친을 매수했다.


어서 이런 관계를 정리하고 얀붕이를 놓아주는 걸로 해결하라고 매수했다.


그는 인성쓰레기긴 했지만 머리가 멍청하진 않았다. 계획한 대로는 아니지만 90% 정도는 들어맞게 잘 해줬다.


그렇게 얀붕이와 그 년의 관계를 끝내고, 이제 남은 건 내가 처신을 잘하는 일 뿐이었다.


역시 얀붕이는 착했다. 어젯밤까지 술 마시면서 전화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것도,


화장실에서 울다가 토하고 그대로 쓰러진 것도 전부 다 알고 있다. 카메라로 미리 보고 있었으니까 다 알 수 있다.


그리고 얀붕이가 헤어진지 한 달 째, 이제 내가 얀붕이를 유혹해도 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점점 얀붕이에게 내 존재를 각인시켜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얀붕이 마음속에 내가 가득하게 스며들도록...


그렇게 얀붕이에게 잘해줬으니 결과는 당연히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얀붕이가 나에게 고백한 것이다.


기뻐서 미쳐 날뛸 뻔했다. 그래도 얀붕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그럼 얀붕씨, 아니 얀붕아, 잘 부탁해' 라고 깔끔한 어른의 대응을 했고, 


그 날 이후로 우린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얀붕이랑 결혼하기만 하면 된다.


얀붕이랑 결혼하면, 우리 회사는 사내연애 금지니까, 돈은 내가 벌고, 얀붕이는 집에서만 날 보고,


나에게 밥을 해주고, 나랑만 얘기하고, 나랑만 사랑을 나누면 된다. 그래서 빨리 결혼하자고 재촉하고 있는데,


얀붕이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싶었다. 정리할 게 뭐 있나 싶지만, 그래도 얼마 안 있으면 내꺼가 될테니까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발견했다. 그 썅년이... 내 얀붕이에게 카메라와 도청기를 설치했다. 물론 전부 해킹해서 가짜 영상으로 바꿔치기 했다.


돈으로 해커들을 모조리 고용해서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세심한 작업을 했다. 아무래도 아직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싶었다.


그리고 빙고. 역시 오늘 오겠지... 여자친구인 내 얼굴을 보고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정말 궁금하다.


내 사랑하는 얀붕이에게 상처를 준 년... 그런 년에겐 내 존재 자체가 힘들 것이다. 어라, 초인종이 울렸다. 


후... 이 씨발년... 얀붕이의 애무를 끊어버려? 뭐, 됐어. 그만큼 벌을 주면 되니까. 자 어서 문을 열고 나랑 얀붕이가 뒹굴던걸 봐줘!


너 같은 쓰레기년은 필요없는 우리 둘의 둥지를, 네 눈으로 구경해. 그걸로 얀붕이에게 완전한 치유를 할 순 없지만,


네 년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겠지. 그래서 일부러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거기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