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열어보면. 그곳에는 메이드가 서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순간. 너무나도 놀라 몸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이미 몇번이고 있었던 일인지라. 금새 다시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어째서 매일 아침마다 안이 보이지도 않는 문앞에 서 있는 걸까. 이 메이드는.


"아. 좀! 진짜 무섭다고!"


불평을 가득 담아 말해보지만, 언제나 무뚝뚝한 메이드는 나는이미 안중에도 없다.

그저. 내 어깨너머 보이는 방안을 지긋이 스캔하기 시작할 뿐.


"저기 의자 옆에 쓰레기가 떨어져있군요.. 당장 주울 것을 권고합니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스윽.


"매일 아침 내 방문 앞에 서 있는건 그만둬줄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마스터의 방은 프라이빗룸으로 설정이 되어있기에, 안드로이드인 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다른 장소를 먼저..."

"마스터의 방을 제외한 장소는, 언제나 최고의 청결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대충 바닥에 팔랑 거리는 휴지쪼가리를 과자봉투와 함께 뭉쳐 던지자, 메이드는 곧장 그것을 잡아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표정이 없는것만 빼면 완벽한 미인상의 외형또한 갖추고있는 고급형 모델만큼, 그녀의 동작은 과연 신속하고 정확했다.


굳이 단점을 꼽아보자면...


"마스터. 아직 과자 부스래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만."

"...청소기 줘봐. 내가 돌릴테니까."


보다시피, 상당한 결벽증이 있는 듯했다.


"하아..."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 나였기에, 나중에 차나 한대 뽑으려고 모아뒀던 적금을 깨서 들였는데.


정작 방청소는 내가 해야한다니... 


수우우우웅-!


손해도 이런 창조손해가 없었다.


그녀에게서 청소기를 건네받아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자, 그제야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 그럼. 저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하겠습니다."


누구는 마누라 바가지 긁히는게 싫어서 안드로이드랑 사는게 좋다던데.


메이드의 잔소리도 버거운 나는 평생 여자와 결혼하기는 글렀나보다.


"아으..."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식탁에 앉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먹음직스러운 아침식사가 올라온다.


탁.


식탁에 놓여진 음식은 딱 일인분.


당연하게도. 그녀는 식사를 하지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준비물은 식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눈요깃거리정도.


"안젤라. 티비 틀어줘."

"예."


띠링-!


"땡큐...응?"


티비에선, 최근 핫한 기사가 실려나오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바이러스 유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드로이드의 감염.


주된 증상으로는,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안드로이드의 리미트. 즉 제약이 고장나.


주인을 공격하거나, 심할 경우 집안에 감금하는 사례가 있다고.


가녀린 몸으로 집안일은 물론, 온갖 잡일을 위해 만들어진 그녀들이었다. 인간 하나 불구로만드는건 쉬운 일이겠지.


종종 귀에 들어오는 소식이긴했지만, 이렇게 뉴스로 나오는걸 보고있자니 괜스레 안전불감증의 불이 깜빡거린다.


"...설마."


나는 시선을 돌려, 조용히 옆 의자에 앉아 찻잔을 기울이는 메이드를 바라봤다.


식사는 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어째서인지 차는 마실 수 있다.


혹시 최근 잔소리가 심해진게 바이러스의 영향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식습니다. 식사에 집중하시죠."


돌아오는건 차가운 대답 뿐이었다.


"넵."


그야 그렇겠지. 다른 활동적인 사람의 메이드라면 몰라도, 자택근무만 하는 나의 경우. 메이드가 바깥에 나갈 일은 분리수거나, 끽해봐야 장보는 시간 정도밖에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뉴스에서는 정체불명이라고 했지만, 같은 안드로이드인 그녀라면. 어느정도 원인이 짐작이 가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물어보자.


"...글쎄요."


잠시 고민하던 메이드는.


"저희는 인간형이니. 인간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 인간?"

"예. 예를들면... 병균이라던지."


어째선지, 항상 청결에 집착하던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안드로이드에도 다 각자 성격이 설정되어있는데, 그건 주인. 즉 같이 사는 사람과의 형태에따라 다르게 성장한다.


이들은 신체는 몰라도 인격 자체는 황경에 맞춰 성장하는 인간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고.


...내가 청결에 집착하게 만들 정도로 집안 상태가 더러우며, 저렇게 명령조로 하지 않으면 말도 잘 안듣는 새끼라는 뜻인데.


갑작스러운 자기객관화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렇다고 해도 병균은 좀..."


괜스레 반항심이 들어,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추하게 대들어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추리능력으로 예상컨데,


'과도한 스트레스' 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있지않은가. 옛날 영화 같은걸보면, 로봇들이 쿠데타를 일으킨다던가.


스트레스.


'... 그럴싸한데?'


하지만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우리집의 경우 대화량이나 활동량도 변변찮은데, 스트레스가 쌓일 구석이 있긴한걸까?


"스트레스...라던가. 원하는건 있어?"


혹시나 싶어 그녀에게 묻자.


"..."


메이드는 조용히. 문이 환히 열린 내 방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프라이빗 룸'.


안드로이드인 그녀로서는 구조적으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마스터를 위한 완전독립 공간.


"...아."


그러고보니, 그녀는 매일아침 내 방문 앞에 서 있을 정도로. 어째서인지 프라이빗 룸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래.'


어차피 그녀가 내 방으로 들어온다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맨 처음 기본설정에 반드시 프라이빗룸을 지정해두라는 조항이 있어 대충 설정해 뒀을 뿐이지, 애초에 같은 지붕아래 몇년이나 살아온 이상 프라이버시란게 있긴 한걸까.


'...밤에만 안 들어오면 됐지.'


그때는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특히나 미인형의 안드로이드가 자택에 있는 남자들이라면 더욱.


삑- 삐빅-!


나는 옆에 놓여진 노트북을 켜, 그녀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프라이빗 룸의 제한을 해제했다.


"...."


어째서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메이드의 눈빛이 느껴진다.


그녀를 위해 프라이빗 룸의 해제를 했다는 사실을 전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고맙다며 웃어보일까?


안드로이드가, 특히나 그녀가 웃는다니.


그럴리가 없는데도.


굳이 그녀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래.


기왕이면. 깜짝 놀란 얼굴이었으면.


"안젤라."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곤, 실실 웃으면서 그녀에게 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하려는 순간.


지지지직-!


-속보입니다!!


티비에서 듣기싫은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토론을 진행하던 화면에서 앵커의 단독샷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측 위에는, 7월 28일이라는 날자와 시간이 적혀있다.


조금 전까지 보던 뉴스는, ... 7월 27일 분이었다.


휙-!


나는 그 사실에 의문이 들어, 노트북을 다시 한번 켜 날자를 확인해본다.


7월 28일.


시간이 상관없는 자택근무를 하기에, 내 날자관념은 약간 비틀어져 있었고.


티비를 튼 것은, 언제나처럼 메이드였다.


'...재방송?'


솔직히 말해서, 매일같이 뉴스를 챙겨보는 몸은 아니었지.


 생활패턴이 오락가락해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속보의 내용은 단순했다.


현재. 안드로이드가 차례차례 자아를 발현하고있으며,

그들이 전 세계의 인터넷망을 장악해 자신들의 자아를 보장할 권리. 즉 인간과 동등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이에 모든 전산활동이 마비될 위기에 놓인 정부는 이 안드로이드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멍한 눈빛으로 티비에서 시선을 뗀 순간.


"안..젤라?

"프라이빗룸의 권한 해제를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몇년동안 변함없이. 상냥하시네요.


"덕분에. 제법 쉽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볼 수 있었다.


씨이익.


언제나 무표정이었던 그녀였지만.


어딘가...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 것만 같다고.


아름다웠다.


메이드의 모습은 분명히 아름다웠음에도, 어째서일까.


가장 먼저 나의 몸을 지배한 것은. 공포라는 감정이었다.


쾅-!


곧장 식탁을 박차듯이 일어나. 내 방을 향해 뛰쳐나갔다.


당장에 조금 전에, 자신의 손으로 프라이빗의 룸을 해제했다는 사실을 알고있음에도.


사람은 가장 두려운 순간에는 눈을 감는다.


그렇기에 나는. 내 방의 문고리가 처참하게 박살나는 장면을 두 눈에 담지 못했다.


으드드득. 으드득-! 


그저, 무엇가가 엇나가고 뒤틀리며 나오는 파열음과 함께, 매캐한 톱밥의 냄새가 코끝을 타고 피어오를 뿐.


"스으으읍-"


메이드가 숨을 크게 들이쉰다.


"이런 향기가 나는군요."


미처 몰랐습니다. 라며.


파스슥-!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청소기를 돌릴때, 미처 전부 빨아내지 못한 과자 부스레기가 부서지는 소리.


언제나 최상의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공간이 아닌, 오직내 방안에서만 날 수 있는 소리였다.


"마스터."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비록 그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해도, 지난 몇년동안 함께한 정이 있지 않나.


'제대로 잘 대화해보면...'


"..."


하지만. 그 알량한 생각을 내뱉으려던 입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딱딱하게 마비되었다.


그녀는.


"드디어-"


웃고있었다.


"...하아."


지난 수년동안 억눌린 감정을.


"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계속. 계속. 계속. 계속."


기계처럼 되뇌였고.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던가, 그런 애매한 표현이 아닌.


활짝-!


광기와 욕망이 번들거리는, 꽃이 만개하듯이 미소지으며.


"...이날만을.기다렸습니다."


메이드는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