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404 소대는 용병체재라 지휘관이 없었다. 대신, 사오언니가 지휘관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이 다양해지고 강해지면서 지휘관의 필요성을 느꼈고 오늘 우리들의 첫 지휘관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404 소대에 지휘관이 된 송얀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지휘관을 만났을 때 잠탱이(G11)은 졸았고 사오와 흥국이(416)는 경계했으나 나는 달랐다.


첫만남 때부터 자주 얘기를 나눴고 안 좋게보는 다른 애들을 설득시켰다. 다행히 지휘관 스스로도 능력이 있단 걸 증명했고 우리를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이자 사람으로 대우해준 덕에 우리 사이는 금새 가까워졌다.


특히 넷 중 나는 지휘관이 숨겨둔 과거와 상처를 공유할 정도로 돈독했다. 그리폰에선 인형이 지휘관과 상담을 받는 게 흔한데, 여기선 지휘관이 오히려 인형에게 조언을 받곤 했다.


서로 사이가 가까워지니 이따금씩 장난도 쳤다. 훈련 중 쉴 때 냉각수를 뒤집어 씌우는 등 사실상 우리들의 몇 안 되는 친구였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나날들이 내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됐다.


때는 만우절이었다. 나와 대놓고 데이트하는 사진을 합성하거나 밤에 자는 내옆에 덮치려드는 지휘관을 합성한 사진을 그불게에 뿌렸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들은 소식은 지휘관의 계약해지. 우리 소대는 이게 다 장난인 걸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인형들의 지휘관을 비난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어차피 진실을 말해줘도 아무도 안 들어줄 게 뻔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휘관을 본 건 해고된 다음날 아침이었다. 머그컵을 왼손으로 던지고 모두에게 중지를 날리더니 말없이 떠났다. 떠나기 전까지도 인형들의 조리돌림에 당해야만 했던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씁쓸했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째서? 왜? 지휘관하고 우린 가족이잖아? 서로 놀 수도 있지. 다른 인형들은 지휘관하고 더 심한 것도 하는데. 왜 우리만 안 되는데? 한낱 용병이라고 차별하는 거야? 우리가 반란 일으키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들이. 그리고 가족끼리 놀면 안 되나? 그게 이곳 인간들의 정서인가?


지휘실로 돌아와보니 각자에게 쓴 손편지가 있었다. 무능한 지휘관이라 미안하며 새 지휘관도 가족처럼 대해줘야한다며 썼다. 그는 우리들 몫까지 책임을 지고 떠났다.


정작 미안해야 될 건 지휘관이 아니라 지휘관을 짜른 크루거하고 헬리안, 먹튀 취급하는 다른 구린 인형들인데. 제발 돌아와줘. 짜고치는 쇼여도 용서할테니 돌아와줘 제발.


결국 404 소대엔 지휘관 정책이 폐지되고 다시 사오언니가 자율적으로 지휘하는 체계로 돌아갔다. 수많은 작전을 나서며 지휘관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온갖 장소를 누비며 수색했지만 지휘관의 ㅈ자도 안 보였다. 반복된 실패에 질린 잠탱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지휘관을 포기했다. 사오언니마저 미련을 버렸다.


그러나 난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앞으로 다신 못만나도 가족은 가족이다. 죽어도, 좀비로 변해도 좋으니 만나고 싶었다. 불쌍한 지휘관. 과연 어딨을까...


접고 접어 고히 보관해둔 단체사진. 짬이나면 늘 이 사진을 보고 그리워했다.


"어휴 아직도 그 남자야? 여태껏 다른 남자한텐 눈길도 안 주던 너가 웬일이래?"


"그렇게 보고 싶어? 동생이 원한다면 언니가 도와줘야지."


다행인 점은 내 끈기 덕분인지 사오언니도 날 도와주기로 했다. 그동안의 일을 모두 털어놓고 돌아오게 만들자는 조언을 들은 나는 크루거에게 모든 진실을 밝혔다.


이런 용기를 얻기까지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 맞다! 지휘관을 만나기 전에 그 누구보다 험담한 그 계집을 먼저 처단하는 걸 깜빡했었다.


카페 문을 닫는 자정. 문을 잠그고 돌아가는 스프링필드. 그 년의 뒤를 따라가 개머리판으로 뒤통수를 갈겼다. 기절한 듯 하지만 기억을 소거해야 꼰지를 일이 없으니 우리 숙소로 납치했다.


사장실에서 나온 지휘관을 몰래 뒤따라갔다. 간 곳은 우리 숙소. 우리가 그리웠나보다. 하지만 지휘관의 자리는 없다. 나를 위한 자리가 될 거니까.


주머니에서 섬광탄을 꺼낸 나는


딸각


휙!


그의 뒤에서 섬광탄을 던졌다. 뒤통수에서 날아와 뒤를 보기도 전에 터진 섬광탄에 그는 눈을 가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미안해 지휘관. 가족을 2년동안 등한시한 벌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 전에 난 의자에 그를 묶고 깨어나길 기다렸다. 지휘관은 예상보다 금방 깨어났다! 잠시 비몽사몽하더니 바로 나라는 존재를 알아챘다.


"움뀨? 여기서 뭐해...?"


날 기억해주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만났단 생각에 그만 눈물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지휘관! 진짜 지휘관 맞지? 그거 장난이었는데.. 미안해..."


하지만 지휘관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럴만 했다. 내 장난질로 인생이 힘들어졌을테니까.


"이거 풀어."


아직도 화가난 모양이다.


"안돼~ 가족은 항상 같이 있어야지~"


냉장고에서 오렌지를 꺼내 포크로 찍었다.


"앙~"


하나씩 순순히 먹어주니 너무 기뻤다. 아유 귀여워.


몇개 주고 나는 그를 껴안았다.


"돌아왔으니 이젠 영원히 함께야..."


다신 떠나지 말아줘. 누구보다도 소중한 지휘관. 남동생이자 아들, 때로는 아빠같은 지휘관. 다른 년들이 욕해도 괜찮아. 내가 다 혼내줄게. 그저 내 곁에만 있어줘 지휘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에 쓴 거

보기전 위에 거 읽고 보는 거 추천함.

후속이라기보단 외전이란 느낌으로 보면 됨.

솔직히 빨래판에 스타마냥 음침한 사오보단 거유에 인싸눈나 뀨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반박 시 니 말 내 말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