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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경순양함 벨파스트

유니온 항공모함 새러토가



"지휘관, 새러토가 화났어!!" 


힘차게 문을 연 그녀, 새러토가는 

장난꾸러기 같은 귀여운 미소를 버리고

시무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그녀가 화가 난 이유를 알고 있었던 나는

방구석에 서 있는 벨파스트에게 눈길로 도움을 청했다


"새러토가 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용건을 묻는 것 치고는

표정에는 약간에 피로가 묻어났다


무리도 아닌 이야기였다

그녀를 비서관에 임명한 지 며칠이 지난 지금

그 사이에 온 함선들은 모두 새러토가처럼 화를 내며

똑같은 이유를 꺼내고 있었다


"훈련말이야! 훈련!!

엔터프라이즈도 엄청 기대했는데, 갑자기 못 온다니까 슬퍼했어!!"


그녀는 아마

소중한 동료에게 상처를 준 내게

심하게 화내고 있는 것 같았다


"새러토가 님,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도 알 것 아닙니까?


벨파스트는 차갑게 뿌리치듯이 말했다


"그래도..."


차갑게 말하는 역할을 해주는 그녀에겐 미안했다

분명 책임은 내게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해서 이어 말하려는 벨파스트보다

간신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본부로부터의 갑작스러운 귀환 지령이라서

거절 할 수가 없었어"


귀환 지령


철혈 기숙사에서 비스마르크 등과 의논한 다음날에 온 이 지령은

론을 데리고 본부로 돌아오라고 밖에는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단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은


론과 함께 오래간만에 본부로의 귀환


개발함인 그녀의 유지관리나

데이터 취합을 위한 김의 호출 일 것이다



하필이면 본부의 호출이, 이 일정이랑 겹칠 줄이야...


훈련 전날 밤에 출항해서

다음날 함대로 귀환한다는 의도적으로 보이는 일정에

다들 불만을 토로했지만, 대부분의 함선은 즉석에서 수긍했다


"하지만... 다들 슬퍼했어"


그녀의 어린 외모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새러토가는 유니온에서 가장 긴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수긍했을 것이다

본부의 명령을 어기는 것은 고용주를 어기는 것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이다


함선 자신들이야말로, 명령을 어기는 것의 어려움과 무모함을 알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다른 함선들이 상처받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유니온은 뚜렷한 지도자가 없었다

좋든 나쁘든 자유로운 이들이지만, 그래도 단결력 하나만큼은 굉장했다

지도자가 없어도, 뭉쳐 있을 수 있는 그녀들은

어떤 면에서는 다른 진영보다 결속력이 강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처럼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소중한 동료가 상처받는 것을 말이다


"우우우"


화가 나 있나보군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음을 납득하고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 신음하는 소리에 조금 망설임 같은 것을 느꼈다

분명 벨파스트 또한 느꼈을 것이다

그녀는 잠자코 있는 새러토가를 짓누르듯 말하기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 님도 이번 사건에 불만이 있으시던가요?"


"상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하지만, 을 덧붙이며 중얼거리는 새러토가


"미안해, 다음 훈련은 꼭 볼 수 있도록 할게"


나도 모르게 사과를 했다





"...정말!! 다음에도 약속 어기면

앞으로 지휘관한테는 그냥 장난으로는 안 끝낼테니까!!"


새러토가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약간 새침데기 같은 미소로 나에게 말을 내뱉었다


새러토가를 비롯한 많은 함선들은 나를 좋아하고 있다

나는 그 호응에 반응해, 더 잘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에 부딫힌 나머지, 이 꼴이라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탓인지

벨파스트와 새러토가는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정말 반성하고 있어?"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바꾸려고 했는지

새러토가는 중얼거리듯이 물으며, 내게 걸어왔다


"응, 다음엔 정말로 약속 어기지 않도록 노력할게"


새러토가는 걸음을 멈추면서


"정말?"


"응, 정말이야"


이번엔 사과 대신에, 다짐이였다


이걸로 조금이라도 화가 풀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새러토가는 '그럼'하고 중얼거리며,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새러토가!?"


"에헤......"


새러토가는 멋쩍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떨어지며, 방을 나서며 말했다


"새러토가의 이런 귀여운 장난을 또 받고 싶다면, 절대 약속 어기면 안 돼!"


그렇게 한 바탕 소리친, 그녀는 방에서 나가... 아니, 도망가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벨파스트는

어디선가 가져온 물티슈를 손에 들고, 내게 다가왔다



"지휘관님, 얼굴을"


"......응?"


벨파스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깨끗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러토가 님도, 참으로 무책임한 일을 하시네요"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뺨을 정성스럽게 몇 번이나 닦아갔다


"이렇게 더럽히면, 청소가 너무 힘듭니다, 주인님"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 만큼은 매우 험악해 보였다



새러토가가 큰 일을 저질러 버렸군

나는 그녀가 왜 도망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주인님"


"뭐,뭐야?"


벨파스트는 나를 불러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내게 미소를 보일 뿐이였다


"...조심할게"


그녀의 손에 쥔 물티슈는

얼마나 닦아댔는지 비쩍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