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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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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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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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동계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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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북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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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씨, 이 앞을 정찰해줄 수 있으신가요. 지금이라면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아. 나만 믿어」

 

 저희의 목숨을 건 치고 빠지기 작전은 잘 풀린 것 같았습니다.

 

 저희를 포위하고 있던 사바트 병사들은 뒤돌아서 사바트 사령부로 퇴각했습니다.

 

「베르디 중위님. 통신은 아직도 먹통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 틈에 저희는 죽기 살기로 한 시간가량을 달렸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그리고 오스틴의 미래를 잇기 위해.

 

 다행히 그동안 적의 추격은 없었습니다.

 

 실프가 의식을 잃어버린 탓에 사바트의 지휘계통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모양입니다.

 

「겨우 이 정도로 나가떨어지다니 한심하구먼」

「원군과 합류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다만 적의 포위를 돌파할 수는 있었으나 위생병들은 다들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시간이나 달렸는데 파셴까지는 아직도 10km나 되는 거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돌만 씨는 역시나 아직 멀쩡해 보였지만…….

 

「엘마 간호장, 조금 거들어 줄게. 자루 줘봐」

「……사양할게. 당신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지금은 고집부릴 때가 아니잖아」

 

 축구 선수인 케일 씨조차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고, 여자 간호병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큰 짐을 인 상태로 한 시간 동안 전력 질주하는 건 역시 버거웠나 봅니다.

 

 수도에서 받은 보병 훈련에서도 이 정도로 가혹한 건 없었습니다.

 

「이봐 베르디 중위. 사바트 놈들, 또다시 우리를 둘러싸러 오는 것 같구먼」

「벌써 회복하다니」

 

 그러나 사바트측도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세를 가다듬고 저희를 향해 추격을 재개한 겁니다.

 

「역시 짐은 버려두고 가지 않겠나. 이러다가는 정말로 전멸해버린다고?」

「……」

 

 역시 저희의 힘만으로는 사바트의 추격을 뿌리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진군 속도에서 차이가 너무 납니다.

 

 이렇게 된 이상 사령부와 연락을 취해서 원군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나요」

「……아직이군요」

 

 베르디 씨의 통신기기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이 시대의 통신 거리는 2~3km가 한계였습니다.

 

 파셴까지의 거리를 고려하면 바로 통신이 연결되리라 기대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앞으로 조금. 조금만 더 나아가면 통신이 회복될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그러나 베르디 씨는 이대로 전진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파셴으로 향하는 길목 어딘가에 아군의 통신 거점이 설치되어 있으리라 믿은 겁니다.

 

「후방에서 사바트군의 진군을 재차 확인. 한 시간 이내에 완전히 포위되리라 예상됩니다」

「여기는 베르디 중위. 보고 받았습니다. 모두 죽고 싶지 않다면 달리십시오」

 

 저희의 진군 루트는 이미 완전히 들켰을 겁니다.

 

 물자 운반을 위해 짐수레를 이용한 탓에 정비된 길을 택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저희를 재차 포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겠죠.

 

 그렇기에 통신도 굳이 봉쇄하지 않았을 겁니다.

 

「옙. 명령 확인했습니다. ……젠장」

 

 거의 집념까지 느껴지는 베르디 씨의 명령을 듣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저희는 없는 체력을 쥐어 짜내면서 마라톤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이때 저희의 바로 근처까지 원군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베른 대위가 저희의 철수를 보조하기 위해 사령부 부근의 군사를 움직여 주었던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저희의 자세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수색부대는 『이쯤에 있겠지』라는 대략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수색에 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철수 예상 위치에는 사바트군이 자리 잡고 있었던 탓에 「아군은 적에게 들켜 전멸당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내용의 통신이 베른에게 전달됐습니다.

 

 한편, 그 통신을 접한 베른은 「포기하지 말고 좀 더 광범위하게 수색하라」고 답신하고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더 광범위하게 수색하라」라는 명령을 받은 현장 지휘관이 다음으로 수색에 임한 장소는 파셴 부근이었습니다.

 

 어떠한 수단을 썼는지는 몰라도 만약 저희가 포위망을 돌파했다면 갈 곳은 그곳밖에 없다고 짐작하여 찾으러 온 겁니다.

 

 

 

 

 

 따라서 「조금만 더 힘내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베르디 씨의 말은 결코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수십 분 정도만 더 달리면 아군과 통신할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부대의 사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 그게 관건이었습니다.

 

「동의합니다, 베르디 중위님. 저도 조금만 더 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맞습니다. 힘내봅시다, 토우리 위생병장」

「이 위기만 극복하면 평화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더 분발합시다」

 

 저는 일부러 목청을 높여 베르디 씨와 그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부추김이었지만.

 

 이런 제 말은 호수에 번지는 파문처럼 서서히 아군들 사이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래 맞아. 이 고난만 극복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제 지긋지긋한 전쟁은 끝인 거야. 퇴역금이나 왕창 타서 평생 평화로운 곳에서 느긋하게 지내야지」

「윈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실컷 무용담을 들려줄 테다」

 

 그들은 아직 모릅니다. 플라멜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요전에 윈에서 포상금을 받아서 마음껏 써대는 병사들을 보고 내심 부러웠다니까. 나도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사치를 부려보고 싶어」

「나는 돈 받으면 효도할 거야. 항상 허리가 아프다며 한탄하시는 어머니께 흔들의자라도 사드려야지」

「그럼 우리 가구점에 오지 그래. 솜씨 좋은 장인한테 부탁해서 주문 제작해 줄 테니까」

 

 지금 죽기 살기로 달리고 있는 그들은 이 싸움의 끝에 오스틴의 평화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겁니다.

 

「야 꼬맹아, 몇 km 앞에 갈림길이 있다. 어디로 가면 되냐」

「잠시만요. 아 서쪽은 타르강 기슭으로 빠지는 길입니다. 남쪽 길이 파셴으로 이어져 있어요」

「그럼 남쪽으로 가면 되는 거지」

 

 

 조금만 더 버티면 평화가 기다리고 있다.

 

 이게 마지막 싸움이다.

 

 병사들은 그 말만을 위안 삼아 한계를 넘어 계속 달렸습니다.

 

「위험한데. 사바트 놈들이 거의 따라붙었어」

「……저 녀석들 이미 이 부근의 지형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야. 추격이 너무 빨라」

 

 그러나 사바트군은 실프의 최후의 지시로 미리 저희의 도주 장소를 정찰해 놓은 탓에 진군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아마 이 앞의 갈림길도 이미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요.

 

「어떡할 테냐. 한 번 더 치고 빠질까?」

「……아뇨. 역시 두 번은 안 통할 겁니다」

 

 적이 서서히 우리의 앞길을 막으며 조여오는 상황.

 

 하지만 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곳만 넘기면 골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를 포위하고자 선회하는 부대만 피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느낌.

 

 

「……그러네요, 이런 상황이라면」

 

 뭐, 선회하는 적이라면 「그 게임」에서도 종종 있었습니다.

 

 FPS에선 움직이면서 싸우는 것보다 엄폐물을 적극 활용하여 대기하면서 싸우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그 때문에 적을 발견하면 목적지를 예측하여 미리 매복하는 플레이어도 가끔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뭐……. 적이 그런 작전을 펼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기만 하면 상대하는 건 간단합니다.

 

 

「……또 무언가 터무니없는 작전이라도 있는 겁니까, 토우리 쨩?」

「네. 한 가지 제안할 것이……」

 

 

 간단……했습니다. 게임에서는.

 

 

 

 

 

 

 

 

 

 

────아, 매복해 있는 모양이네요, 적들.

 

────오, 용케 알아차렸네. 역시 세계 챔피언.

 

 

 그래요. 매복한 적의 상대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적은 저희가 그쪽으로 다가오리라 굳게 믿고 이를 악물고 있을 테니.

 

 

────그럼 제가 돌겠습니다.

 

────저도 따라갈게요.

 

────아, 그럼 부탁드림다.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를 속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때야말로 쉽게 속아 넘어갑니다.

 

 이럴 땐 순순히 함정에 빠진 척하면서 뒤를 잡는 게 상책.

 

 다시 말해…….

 

 

 

────미끼는 맡길게요!

 

────에엑. 알았슴다. 부활 꼭 시켜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죠!

 

 

 

 

 게임을 패배하지 않는 한 죽은 아군은 되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요소를 활용한 미끼에 의한 양동이 매우 효과적인 겁니다.

 

 

 

 

 

 

 

 

 

 

「작전은……」

 

 ……미끼, 요?

 

 미끼라니, 이 상황에서 누구를요?

 

「……토우리 쨩?」

 

 제 직감이 고하고 있었습니다.

 

 그 작전은 분명 매우 잘 먹힐 거라고.

 

 

 ────소수의 미끼를 『서쪽』으로 보내서 우리의 도주로를 타르강 기슭으로 오해시킨다.

 

 ────적은 우리를 타르 강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대열을 크게 퍼뜨릴 테니.

 

 ────그 틈을 타, 본대는 남쪽 방면…… 파셴으로 진로를 잡는다.

 

 

「아, 아, 아……」

 

 

 그 뒤, 적들은 미끼 부대가 향한 서쪽이 함정이었음을 깨닫겠죠.

 

 곧장 파셴으로 향하는 본대를 뒤쫓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아군에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적의 발을 묶을 필요가 있습니다.

 

 

 즉, 미끼 부대가 본대를 쫓고자 돌격하는 적들을 요격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역시 작전은 더 안 나오는 겁니까」

「있, 습니다」

 

 ……그걸 말하라는 건가요.

 

 제가 지금 여기서 「자살 부대를 이용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고 이실직고 말해야만 한다는 건가요?

 

 

「있긴, 합니다……」

 

 

 게임이 아닌 이 세상에서.

 

 한번 죽으면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미끼를 사용한 양동 작전을 벌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건가요.

 

 

「……꼬맹이 녀석, 또 울기 시작했네. 이번엔 뭔데. 응?」 

 

 

 갑자기 누군가가 제 엉덩이를 걷어찼습니다.

 

 뒤돌아보니 역시나 로들리 군이었습니다.

 

「베르디 씨. 이 녀석 요즘 정신이 왔다 갔다 해서 말이죠, 갑자기 이렇게 울기 시작한다니까요」

「……여자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만, 로들리 상등보병」

「꼬맹이는 이렇게 다뤄도 돼요. 저런 가슴으론 무슨 여자야」

 

 로들리 군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그 얼굴을 보고 아주 조금은 마음이 진정됐습니다.

 

「……미끼, 입니다」

「예?」

「몇 명을 미끼로 삼으면 본대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습니다」

 

 조금 평정심을 되찾은 틈에, 저는 띄엄띄엄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습니다.

 

「서쪽으로 소대 규모의 병사들을 앞장세우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의 진로가 서쪽이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거죠」

「……」

「그러면 적의 포위는 타르 강 방면으로 향할 겁니다. 그 틈에 본대는 남쪽으로 도망치고……」

 

 

 저는 작전을 제안할 뿐.

 

 실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은 베르디 중위입니다.

 

 

「미끼 부대는 본대로 돌격해 올 적 부대를 요격합니다.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기만 한다면 본대가 탈출할 정도의 여유는 충분히 있을 겁니다」

「……그 작전대로면 미끼로 선택된 쪽은」

「전멸하겠죠」

 

 

 하지만 분명.

 

 애당초 전멸할 각오로 사바트군을 요격할 예정이었던 베르디 중위라면…….

 

「……오늘 토우리 위생병장이 내놓은 작전들은 하나같이 들어맞았죠. 달리 묘안이 없다면 채용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소수의 희생 정도는 용인해버리고 말 겁니다.

 

 

「그럼 제가 그 역할을 맡아도 되겠슴까」

「로들리 상등보병?」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은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작전을 제안하면.

 

「뭐, 기왕 할 거면 죄책감이 적은 쪽이 좋지 않겠냐」

「로들리, 군」

「그깟 거, 내가 가주지 뭐. 아니, 내가 가고 싶어」

 

 그는 무조건 나설 거라고.

 

 

 

「……로들리 군. 당신은 조부님처럼 살다 가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전쟁이 끝났다면 말이지. 지금은 전쟁 중이잖아?」

 

 그는 어디까지나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강해서.

 

「이렇게 다 끝나가는 와중에 정신머리 똑바로 잡을 수 있는 녀석은 별로 없겠지. 나라면 어느 정도 적도 죽이면서 시간도 벌 자신이 있어. 내가 적임자야」

「……」

「오히려 나는 전우를 희생하고 혼자서 도망치는 게 더 고통이라고」

 

 누구보다 전우를 소중히 여기는, 무척 상냥한 남자입니다.

 

「아~ 로들리만 폼 잡게 놔두는 것도 꼴사납지」

「알렌 씨……」

「나도 나름 소대장으로서 힘 좀 써볼까. 어차피 살아남아봤자 고생만 많을 테고」

 

 로들리 군이 미끼를 자처한 걸 보고 약간 망설이는 표정을 짓던 알렌 씨도 결국 제가 제안한 작전에 지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분 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죠, 베르디 중위님. 시간도 없는데 빨리 결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조금…… 가능하면 소대 하나 정도는 모이면 좋겠는데, 지원자 더 없나」

 

 베르디 씨 본인도 친했던 두 사람을 미끼로 보내는 건 꺼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꼬맹아. 이상한 착각 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나선 거야」

「로들리, 군……」

「네가 작전을 제안했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고. 내가 멋대로 히어로인 척하고 싶어서 폭주하는 것뿐. 똑똑히 새겨둬라」

 

 그런 둘의 모습에, 저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지원한 둘은 너무나도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전 고아라 말이죠. 알렌 소대장님이랑 로들리 분대장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아 레타. 너도 오려고?」

「달리 또 같이 죽으러 갈 놈 어디 없냐~」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납을 통째로 삼킨 것만 같은 메스꺼움이 부글부글 저를 갉아먹습니다.

 

「좋아. 앞으로 2~3명만 있으면 되겠군. 꽤 금방 모였네」

「의외로 인기 많네, 이거」

「지금이라면 그때 가백 소대장님의 기분을 조금은 알 거 같아. 아~ 생각보다 산뜻한 기분이야」

 

 그런 저와는 대조적으로, 로들리 군은 후련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는 죽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러니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겠죠.

 

 너무 무책임합니다. 살아남아 버릴 저희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가요.

 

 

 살아남아, 버릴…….

 

 

 

 

 

「싫, 어요」

 

 아아, 그렇군요.

 

 이런 기분, 이었군요.

 

「베르디 중위님. 죄송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토우리 쨩」

「이대로 길대로만 따라가면 파셴에 도착합니다. 가다가 헷갈리면 케일 일등위생병에게 물으면 잘 대답해줄 겁니다」

「……토우리, 쨩?」

 

 죽음으로 향하는 전우들을 두고 가는 게 두려워.

 

 로들리 군과 알렌 씨가 나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다니, 그런 건 용납 못 해.

 

 

「저도 미끼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나도 함께…… 마지막까지 싸우면 되잖아.

 

 그렇게 다짐한 순간, 제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워졌습니다.

 

「뭐? 야 꼬맹이. 네가 와서 뭘 할 수 있는데」

「위생병도 붙으면 저희가 미끼라는 걸 더 알아채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훈련탄이긴 하지만 총도 가지고 있습니다」

「……야 임마」

 

 베르디 씨가 숨을 죽이고 저를 응시했습니다.

 

 제 전신이 대차게 경고음을 울려댑니다.

 

 이 선택의 끝에 제 목숨은 없다며.

 

「전우는 가족이라 하셨죠, 로들리 군」

「……」

「그렇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같이 있지 않겠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제 마음은 청명한 하늘과도 같아서.

 

「하아, 멍청하긴……」

「그건 로들리 군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그렇지」

 

 저는 오랜만에, 어쩌면 입대한 이래 처음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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