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고 보고 들어왔다가 위안을 얻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의존적인 성격 탓인지 초등학교 때 한 친구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져서 끝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저랑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학교에서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친구가 절 계속 때어내려고 괴롭혔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 친구랑 또 잘 지내게 되어 중학교 시절을 마무리 했습니다. 솔직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괴롭힘당한건 제대로 기억이 안나네요. 너무 스트레스 받았던 시절이라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들이 다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연락 안하고 지내며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중학교때 저 괴롭혔다가 다시 잘 지내게 된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옛날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얘가 점점 에너지 뱀파이어가 되더라고요. 자꾸 불평하고 자기 힘들었던거 시도때도 없이 말하고 대답 늦게하면 늦게한다며 약간 자기 불평 계속 들어달라는 듯한 강요가 시작되었고 저는 동정심에 제가 좀 배려해서 그 친구가 하는 짓을 받아줬어요. 그리고 가끔씩 기분이 나쁠 때에는 제가 이해 할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나서 저랑 말싸움을 하곤 했어요. 근데 가치관 차이로 마찰이 생기는것 까지는 저도 이해하는데 걔가 한 짓은 그냥 말싸움을 빙자한 감정 쏟아내기였어요. 저는 최대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남을 비하하는 표현 없이 제 입장을 솔직하게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그 친구의 문장에는 가시가 넘쳐나 저를 비하하는 표현을 가득 담고 단지 저를 깎아내리기 위한 말 밖에 하지 않았어요.


저도 처음 한 두번에는 그 친구가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해 보이고 좀 강압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감정이 억눌려 있었나보다 하며 참았고 말싸움한 뒤에는 그 친구가 항상 먼저 사과를 하였기 때문에 저는 용서했었습니다. 제가 엄청 담아두는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좀 슬프게 도 그러한 감정 소모에는 익숙해져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는 제가 그 친구를 바꾸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여 이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 년이 넘게 지나도 그 친구는 여전하였습니다. 제가 힘들게 그 친구에게 니가 이러이러해서 내가 힘들다고 얘기를 꺼내도 그 친구는 오히려 저에게 화를 내거나 그 말을 무시했어요. 그리고 말싸움 할 때에도 저는 '네 말은 너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깎아내려서 내가 많이 상처받는다.'라고 말해도 자기는 말싸움이 마치 전시상황이라며 저를 감정적으로 깎아내리고 상처입히는게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둥 정당화를 시키길래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하지만 평소에는 잘 놀러 다니고 잘 지냈기에 이러한 분쟁 상황만 피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사리면서 하였죠.


여차저차하며 고3이 되었고 똑같은 상황이 지속되던 어느 날 중학교때 친하게 지내던 다른 친구가 만나자고 하여 저는 만나러 갔습니다. 중학교 졸업 이후 처음 만났기에 전 반가운 들뜬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갔었죠.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대학 얘기가 나왔어요. 그 친구들은 다 내신 1등급대고 유명 대학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하였죠. 근데 저는 내신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여 좀 침울해 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문득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어요. "너 왜 이렇게 비관적이게 되었어?"라고요. 순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진지하게 제가 비관적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고 제가 평소에 학교 도서관에 자주 가서 사서 선생님과 친했었는데 그 선생님께서도 저보고 비관적이라고 하셨을때는 그냥 웃어 넘겼거든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번에 제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어요. 내가 괴로워하고 있었구나. 마음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내가 애써 무시했구나. 그리고는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는 운이 좋아서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서 이런 성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성적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하였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니가 전혀 기죽을 필요 없고 나는 오히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놀고만 있는 친구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다. 나는 니가 잘하는 부분을 알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니가 왜 성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하였어요. 


대화 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어요. 마치 그 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었고 대화라는 행위가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조차 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저는 알게 되었어요. '내가 그 친구와 만나서 얻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그 관계에 미련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이 관계가 내 목을 옥죄이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제 친누나와 얘기할 시간이 생겼는데 대화를 하다가 제가 대학가면 여러 가지 사람을 만날거라며 자기가 에너지 뱀파이어를 손절한 이야기를 했어요. 제 상황이랑 너무 잘 일치하여 잘 듣고 있다가 현재 저를 괴롭히는 친구 얘기를 꺼냈어요. 그러자 누나도 저에게 동조하여 니가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얘기를 하였죠. 제가 생각해도 빨리 정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계속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빠르게 정리했어요. 


이렇게 된 지 2주도 안됐네요. 마음이 너무 닳은 탓인지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어요.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한 것이 두려워서 믿는것 자체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냥 상대가 배신하던 말던 난 상관없을 정도까지만 마음의 선이 그어진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어떤 행동을 할때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나를 나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게 돼요. 저도 그건 인지하고 있어서 속으로 내가 지금 망상을 하고있다고 몇번씩 되뇌이곤 합니다. 한 10번씩 생각해야 겨우 한번 말할 수 있을 정도네요. 


처음에 글 쓸 땐 두려웠는데 점점 글 쓰다보니 제 마음도 정리되고 두려움도 사라졌네요. 뭐든 한 번 시도해보고 볼 일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철학이나 심리학 관련해서 추천하는 책 있으시면 수능 끝나고 한번 읽어 보려고 합니다. 아니면 문학도 좋아요. 저는 1984, 멋진 신세계, 장미의 이름같은 책이 좋았고 철학이나 심리학 분야는 가리진 않는데 알렝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이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 같네요.


제가 지금은 정신적으로 많이 미숙하지만 나중에 커서 주딱님처럼 남을 보듬어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쓰신 글만 읽어도 따뜻함이 넘쳐흘러서 보는 사람마저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보기 좋아요. 이야기 하고싶은건 많지만 제 표현력이 못따라가서 아쉽지만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이미 이렇게 글로 제 마음을 풀어서 쓴 것 부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네요. 이런 채널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