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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양, 괜찮으신가요?"


함선 곳곳이 화재와 연기로 뒤덮인 상황에서 주시윤은 침착하게 동료의 안부를 확인했다.


이전 구원 기사단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힘을 깨우친 그는 아라한 착장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으으……, 선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의 동료─유미나─는 비틀거리며 함선의 벽에 기대 있었다.


사용시 월급이 차감된다고 들었던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주시윤은 그녀의 몸에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다이브를 하자마자 공격당했습니다. 과거 저희가 이쪽에 왔던 기록을 통해 저희의 다이브 좌표를 특정하여 공격한 것 같네요."


"다들 무사한거야? 함선 꼴이 이렇게 되었는데."


"그래요, 일단 저희는 함선 내부에 있던 분들을 찾아서 돕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의견이 일치한 둘은 엉망이 된 함선 내부의 관제실이나 대기실 등을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구호하는 데 집중했다.


코핀 오브 네헤모트의 주포 공격에 관통당한 함선이 심각하게 파괴되었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고보니, 소대장은? 우리와 같이 있지 않았어?"


"아 맞다, 미나양은 못 보셨겠네요. 스승님은 함선이 공격을 받자마자 바깥으로 뛰쳐 나가셨어요."


"소대장 혼자?"


"아마 함선 주변을 경계해주시는 거겠죠, 미나양, 저희는 스승님이 경계해주실 동안 남은 두 곳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네요."


"구금실과 병실이지?"


"네, 병실 먼저 가보도록 하죠. 저번에 구출한 조디악나이츠 분들이 걱정되네요."


주시윤은 조디악나이츠가 현재의 상태가 된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업계로부터는 광대라고 멸시를 받을 지언정 실력이 없는 태스크포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현대 무기의 성능이 월등해진 지금, 기사 착장과 냉병기로 이루어진 그들의 장비로 업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갖췄다는 것만으로도 인정할 가치가 있었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이면세계에서 이뤄지는 구호에도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 가짐도 가지고 있으며, 샤레이드 사건 때에는 S급 수배자에 맞서 마치 대 카운터, 또는 그림자전을 상정한 전술을 전문적으로 훈련한 듯한 모습도 보였던 그들이었다.


그랬던 조디악나이츠가 현재는 괴멸직전에 몰려, 살아남은 대부분의 인원이 병실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청문회장에 구출했던 검은 옷의 기사, 양한솔과 아직 어린 나이에 심각한 구타를 당한 에리어스 에스퀘데는 중상 이상의 심각한 상태였다.


"저 분은."


병실 앞에 도착하자, 망토로 몸을 감싼 여성 한 명이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주시윤과 유미나가 다가가자 그녀는 이쪽을 인식하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사하셨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가볍게 목례로 대답하는 그녀는 조디악나이츠의 쌍둥이자리 기사였다.


현재 살아남은 레드시프트의 인원 중 한 명으로 양한솔을 따라 블루시프트를 돕고 있었다.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드렸네요."


"무사하시다면 다행이에요. 단원 분들께서 무사하신지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선배는 정말 침착하네."


"하하, 선배로서 귀감이 되었다면 다행이에요 미나양."


주시윤은 유미나의 순수한 감탄에 능글거리며 빠져나갔다.


조디악나이츠 생존자 중 양한솔과 에리어스 에스퀘테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부단장인 피오네 로웰과 리브 앨런은 그래도 베테랑 기사 답게 병실 내부에서 둘을 경호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몸이 성한 곳이 없었지만, 현재는 귀중한 전력이었다.


"전부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그러면 저희는 구금실을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둘이 발걸음을 옮긴 순간 쌍둥이자리의 기사 제미니아가 나직히 조언했다.


"그들을 믿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구금실은 위험이 되는 인물을 처리할 수 없을 때 구금하여 가둬두는 시설로서, 함선에 있는 임시 감옥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구금실에는 감시를 목적으로 한 일반 병력들도 배치되어 있었다.


구금실에 가까워지자 경계를 하고 있는 스틸레인제 방호복을 입은 병사가 보였다. 병사는 주시윤 일행을 알아채자 간단하게 경례를 하고는 큰 충격에도 빠르게 재정비를 마쳐 구금실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시윤은 맥스웰 코퍼레이션에서 개발된 카운터 구금장치로 구금된 조디악나이츠의 최고 원로를 보았다. 함내 곳곳이 파괴되고 연기가 가득 찬 상황에서도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주시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구금된 상황에서도 최고 원로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고, 주시윤은 그를 잠시 바라보고는 안쪽의 구금실로 향하려고 했다.


콰광


순간, 함내가 다시 엄청난 충격으로 진동했다. 주시윤은 순간 휘청인 유미나를 받아내고는 다시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미나양?"


"응, 고마워 선배. 적들이 다시 공격을 한 걸까?"


주시윤은 다시 연기로 자욱해진 함선 안을 빠르게 돌아보며 현재의 상황을 파악했다, 코핀 오브 네헤모트의 주포 공격이 다시 이뤄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위험이 도래한 것인가를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주시윤은 코핀함을 습격한 또다른 위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함선 외벽 장갑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침식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함선의 외벽을 가른 존재는 관리국 데이터베이스에 타이런트 소드라 지칭된 3종 침식체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1종과 2종 침식체들이 열린 외벽 사이로 물밀듯이 밀려 들었다.


"이거,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는 데요? 스승님이 바깥에 계신 데도 함선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주시윤은 자신의 스승인 힐데가 이 정도의 침식체 무리를 상대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함선을 지킬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강적의 출현, 아니면 전장 상황의 변화일까요?'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함선의 파손은 지속되고 있었고, 함선 내부의 제대로 된 전투원은 소수의 조디악나이츠와 자신들 뿐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함선의 이상을 감지한 제미니아가 주시윤을 찾아왔다. 그녀는 오면서 침식체들을 상대한 듯 온몸에 침식체의 파편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제미니아씨, 라고 하셨죠? 함선 내부의 부상자 분들을 한 곳으로 모아주세요. 가급적이면 병실이 좋겠네요. 저희는 그동안 함선 내부로 들어오는 침식체들을 요격하겠습니다."


제미니아는 주시윤의 말을 이해하고 간단히 끄덕이고는 번개 같은 속도로 관제실을 향해 달려갔다.


"이거, 힘 좀 쓰셔야 겠는데요. 미나양?"


유미나는 자신의 펄스 리볼버로부터 고유무장 '울브즈베인'을 뽑아냈다. 고유무장을 전개하자 머리 위로 그녀를 상징하는 빛나는 헤일로가 피어났다.


"방심하지마, 선배."


침식체의 파도를 마주하며 주시윤은 검을 뽑아냈다.


"걱정마세요, 미나양. 확실히 지켜내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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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입니다, 모두 침식체를 요격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스틸레인제 방호복을 착용한 병사가 최고 원로에게 말했다.



"그렇군, 잘해줬네 라투스. ……하지만 내가 구금장치를 한 이상 함선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건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 원로님."


병사는 철창을 열고는 말했다.


"우리의 '최강의 궁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