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5주년] 환상!: BlueRose






[2.5주년]

환상! : BlueRose (11)

―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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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장미를 얻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화가 있지만,

이는 그 장미가 불가능의 상징이었기에 존재하는 설화였다.























평화로운 날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아... 되도록이면 또 겪고 싶지 않아..."






도서실 데스크에 엎드려서 혼잣말을 하는 카린.
돌아보는 어제의 기억은 너무나도 아찔했다. 분명 가벼운 방위임무 지원으로 시작했는데 그 끝에는 3종 토벌이 있었으니까.
만약 그때 카린이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3종을 뒤늦게 카운터즈가 잡았다고 한들... 피해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흐-"






카린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3종이 막 나타났을 때, 잠깐이나마 보호의 명목이었지만 제이크의 품에 안겨있던 것이 생각난 탓이었다.


엎드린 탓에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을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차가운 데스크에 이마를 대고 식히는 중에 누군가 도서실 안으로 들어왔다.


카린이 엎드리면서 아무렇게나 올려둔 손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으응..? 누구..."
"안녕, 오늘은 더 흐물흐물하네."
"아, 샬롯. 어제 돌아가고 잘 쉬었어요?"
"그럭저럭."






따뜻한 느낌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드니, 샬롯이 특유의 표정과 특유의 단어로 인사를 해왔다.
책을 반납한다거나, 더 빌리러 온 것은 아닌 모양인지, 자연스럽게 카린의 옆 데스크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로 왔어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하려고."
"하하, 샬롯이 수다 떨자고 하는 건 처음 봐요."






샬롯이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는 어제의 일이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무사히 귀환한 것도 모자라 진압에 성공하고, 도시도 파괴할 수 있는 3종을 토벌했다는 공로까지 얻어낸 우리 동아리.






"그래서 이번에 박현수 선생님이 부원을 좀 더 충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이례적으로 똑똑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이 들어와서 규모를 키워볼 만하다고."
"으음, 확실히. 한 가닥 좀 해서 그쪽으로 진로를 잡은 사람들은 거의 다 카운터 전문 육성 아카데미로 갔겠죠?"
"응. 굳이 이런 환상 아카데미 같은 일반 학교로 안 오지. 그래서 이번에 더더욱 인재 굳히기랑 몸집 불리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샬롯이 검지로 데스크 책상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카린도 샬롯의 손동작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했다.






"근데 그럼 어제 아무 진전도 없었어?"
"네... 네? 진전이요?"
"일부러 먼저 보냈는데."






샬롯이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카린을 바라보았다.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 카린이 샬롯의 눈길과 멀어지려고 몸 상체를 옆으로 쭈욱 빼면서 시선을 피했다.






"너 제이크 선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으아아아! 너무 직설적이에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훅- 들어오는 질문에 카린은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순간적으로 잊은 채 소리를 질렀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토마토 마냥 빨개진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봐. 지금 도서실에 사람 없는걸."
"네? 에...?"






사람이 없다는 말에 카린이 당황하여 도서실의 풍경을 살폈다. 샬롯의 말대로 정말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사람이 없는 날이어도 한두 명 정도는 공부나 독서를 하기 위해서 오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 기이할 정도로 휑한 공간이었다.






"몰랐어? 아무도 없는 거?"
"계속 엎드려 있어서 몰랐나 봐요. 우으... 엎드려 있던 사이에 누가 책이라도 훔쳐 갔으면 어쩌죠?"






옆드려 우는소리를 내는 카린의 등을 샬롯은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러다 문득 샬롯의 손에 긴 머리카락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머리끈이 잡혔다.






"이 리본. 제이크 선배가 준 건데 계속하고 다니잖아."
"네? 그야 선물 받았으니... 받은 성의를 봐서라도 하고 다니는 거예요."
"그래? 그럼 진짜 아무 생각 없어?"
"으음..."






계속된 샬롯의 질문에 카린은 이번엔 진지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했다.
선배는... 강하고, 매너 있고, 착하고, 인기도 많고.
존경스럽고?

여러 답안지를 꺼내보던 중 갑자기 자신의 옆이 휑-해지는 것을 느낀 카린이 고개를 들었다.






"어? 어디 가요? 생각 중이었는데?"
"글쎄. 겁쟁이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이길래."






카린이 고뇌하는 사이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저 한마디만을 남기고 샬롯은 도서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샬롯은 은근 4차원인 구석이 있단 말이야. 그보다 겁쟁이라니!






"어제는 어쩔 수 없었던 건데..."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엎드리는 카린.
이따금 누군가 대출, 반납을 요청할 때만 고개를 들고 처리해 준 뒤, 다시 엎드리기를 반복했다.


아, 오늘 오후는 여기 도서실에 있으니 제이크 선배 볼일도 없어서 만회하기도 힘들고...
겁쟁이는 너무 하잖아.




한참을 끙끙거리는 카린. 
그러다 문득 클라레스가 했던 조언이 다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타인과 얽힌 것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네가 제3자의 의견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관철하길 바라는 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존경, 우정, 사랑 그 뭐든 간에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자가 쟁취하지.'
















"카린, 있어? 오, 있네!"
"으아앗!"






깜짝이야!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가, 불쑥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카린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앉은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엎드렸던 자세를 곧게 펴고 도서실 입구를 보자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던 제이크가 손인사를 해 보였다.






"선배!"
"쉿- 도서실에서 큰소리 내면 안된다고 했던 게 누구였더라?"
"정말...! 그보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카린이 데스크 의자에서 아예 일어나려고 하자, 제이크가 됐다며 손을 내저으며 도서실 안으로 들어오며 대답했다.






"그냥."
"...네?"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제이크의 장난에 카린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카린의 바보 같은 표정을 보고 있으니,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제이크가 빵-터졌다는 듯 웃으며 본론을 이야기했다.








"하하하! 농담. 농담이고~ 내일 원래 카운터즈 일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잡혀서 알려주려고 왔어."
"아... 하하하... 그렇... 군요...?"






호탕하게 웃는 제이크를 따라서 카린이 어색하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다른 것을 기대한 자신을 바보라고 여기는 건 덤이었다.
그건 그렇고, 원래 다음날은 휴일로 내정이 되어있던 날이었다. 전날에 급히 일정을 바꿀 정도라면 꽤나 심각한 사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린은 팔짱을 끼며 사뭇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샬롯도 마침 오면서 지나가길래 알려줬으니 대신 전해줄 필요는 없어. 아마 어제 우리가 했던 일 때문도 있고, 요즘 침식재난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웬만한 카운터 전력은 다 필요한가 봐. 휴, 세상 참 흉흉하네. 그치?"
"아... 그렇게 된 거였군요. 하는 수 없죠. 위급한 상황에는 한 명 한 명의 도움이 절실하니까요."
"그래. 어제 고생 많이 했는데, 오늘 많이 쉬어둬. 바빠질 것 같으니까. 그럼 이만 갈게-"
"아! 잠깐만요! 선배!"






할 말만을 남기고 가려는 제이크를 다급하게 잡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제이크 쪽만 보고 움직이느라, 미처 발밑에 뭐가 있는지 보지 못했다.




우당탕쿵―――!






"으아아!"
"괜찮아?"






발에 무언가 걸리면서 앞으로 꼬꾸라진 카린을 제이크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모양새가 조금 어정쩡하긴 해도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또다시 제이크의 품에 자신이 뺨이 닿은 걸 느낀 카린이 황급히 제이크의 손을 뿌리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놀란 마음, 발목이 꺾여 아픈 것, 부끄러움 그런 건 뒤로 밀어두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질러보자는 일념으로 카린은 말문을 뗐다.








"ㄱ, 괘, 괜찮습니다! 그... 혹시 선배... 괜찮으시다면...!"
"응?"
"오, 오늘 말고... 그... 동아리 활동... 없는 날..."
"없는 날?"
"저랑 놀러 가시지 않으시겠어요―?!"








새삼 엄청나게 큰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놀란 카린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은 없었는지, 도서실 안에는 카린과 제이크만 있었다.
마치 둘 사이를 밀어주는 듯한 상황 흐름이다.



엄청난 목청에 놀란 제이크가 카린을 멀뚱멀뚱 보더니 곧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풉, 푸하하하!"
"아... 그, 그... 그, 그, 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좋아."
"네...?"






제이크의 손이 카린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카린이 들숨날숨을 조용히, 빠르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놀러 가는 거 좋다고~ 내일은 우리 둘 다 카운터즈 활동 있고, 내일모레 마침 내가 농구부 활동이 없으니 시간 비워놔. 아니면, 네 도서부 활동 끝나고 보자."






긍정적인 대답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카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네! 고맙습니다. 제이크 선배!"
"하하, 내일 보자고."



기쁜 마음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크가 웃으며 어깨를 두어 번 쳐주고는 내일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도서실을 빠져나갔다.







"ㄴ, 네! 안녕히 가세요! 선배..."







...






"우와아아아악――!!"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켜보겠다고, 자신이 있는 장소까지도 잊어버린 채 비명을 지르며 데스크 안쪽에 쪼그려 앉아 연신 심호흡을 해댔다.
새빨개지는 얼굴을 식혀보겠다고 자꾸만 얼굴에 손을 대는 건 덤.






한참을 후-하-후-하하는 숨소리를 반복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심호흡이 한숨으로 바뀌었다.






"다행이다... 이상하게 생각 안 해서... 아, 이게 발에 치인 건가?"






뒤늦게 자신을 넘어지게 만든 물건을 발견한 카린이 무언가를 잡아서 들어보았다.
얼핏 보면 전자기기 같은데, 손잡이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가방 같기도 한 모양새가 당최 무슨 물건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발에 걸려서 넘어질 정도면 무게가 상당한 물건 같기도 한데, 카운터라서 태생이 힘이 센 카린은 거기까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도서실에 이런 물건이 원래 있었나?






"아앗...!"






만지작거리다 보니 갑자기 뚜껑이 열리듯 두 갈래로 분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여파로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고, 덩달아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가방인 줄 알았던 물건의 표면에 태블릿 화면으로 보이는 액정이 드러나고 전원이 켜졌다.






"이, 이게 뭐야...?"






바닥으로 쏟아진 물건들은 뭔가 조립식으로 된 물건처럼 보였다.
물건을 빙빙 돌려 표면을 살피니 눈에 띄는 것은―












[ 작전 코드 입력 _ ]












마치 패스워드 따위를 입력하라는 듯한 문구와
그 액정 옆으로 독수리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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