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5주년] 환상!: BlueRose



[2.5주년]

환상! : BlueRose (9)

― Always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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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억하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라.
그렇게 해야만, 두려워서 도망치는 비겁함인지 옳은 선택을 위한 책략인지 알 수 있다. 
그 현명함이 귀족이란 신분에 걸맞은 소양이다.

귀족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쳤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지만,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에이미의 미간에 내 천(川)자가 그려지고, 그 맞은편에 아키와 민서가 난감하다는 눈빛을 아낌없이 뿜어댔다.
반면에 카린은... 오늘 급식 메뉴가 뭔지 훤히 다 보이게 입을 헤- 벌리고선 급식실의 출구를 보고 있었다


카린이 보는 방향을 에이미가 따라가더니, 친구들과 급식실 밖으로 나가는 제이크를 발견하곤, 한심하다는 듯이 옆에 있는 카린의 턱을 한번 툭! 하고 쳤다.






"아!!! 혀 깨물면 어쩌자고 턱을 때리..."
"다른 사람들은 네 입안에 든 거 하나도 안 궁금할 것 같은데, 밥은 먹고 쳐다보는 게 어때?"
"전형적인 미연시 여주인공의 행동...!"
"역시 남녀는 정반대의 매력에 빠지나 봐요."
"남녀는 무슨... 저번에 보니까 그냥 진전이 하나도 없어 보이던데."





각자 한마디씩 거들자, 카린이 식판에 거의 코를 박았다. 내가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라는 생각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게 카린을 빼고, 한참을 자기들끼리 열띤 토론을 하던 에이미가 카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에휴, 그냥 제이크 선배를 잘 모르겠으면 같은 부원으로 있다는 학생회장한테 고민 상담해 봐."
"안돼요! 에이미 씨! 그러면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맞아요!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에선 너무 들이대면 오히려 점수가 깎인다고요!"
"무슨 소리야~ 당사자한테 물어보는 것도 아니잖아. 친한 사람한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지~"






왜 항상 연애 이야기엔 남들이 더 신나 보일까. 전부 제3자니까 할 수 있는 속 편한 이야기였다.


그래, 실컷 떠들어라. 나는 밥이나 먹을련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마음가짐으로 밥을 먹으려 하던 카린이 문득 드는 의문에 고개를 다시 들었다.





"엥, 근데 저희..."
"응?"
"원래 생선구이가 급식 단위로 나올 수 있던가요?"
"...? 무슨 소리야? 이거 줘도 안 먹는 건데, 맛없어서. 우리 카린이 싫으면 내가 먹을게~?"






에이미가 잽싸게 카린의 식판 위에 있던 생선구이의 살코기 몇 점을 뜯어갔다. 안 먹는단 얘기가 아니었다며 자신의 생선 살코기를 일부분 되찾아오는 건 덤.


아, 이상하다. 분명 해산물은 이제 힘들지 않았나? 오염 때문에...






"카린은 잊을만하면 4차원적인 말을 하네요. 전에는 귀한 커피라고 하더니."
"아니에요. 초코우유가 나올 수 있냐고 물어봤었잖아요."
"아하하! 원래 똑똑한 애들이 나사가 좀 빠졌잖아. 거기다가 요즘은 짝사랑하느라 바쁘고~"
"으으, 나사 빠졌다니요! 그만! 그만해요!"






에이미의 이상한 결론에 카린이 못 참겠다는 듯이 에이미의 등을 아주 살짝 쳤다.








그래, 짝사랑이건 잡생각이건, 뭐 어떻든 간에 너무 속으로 싸매고 있으면 좋진 않겠지.
썩 마음에 드는 조언은 아니었지만... 마냥 이대로 정신을 쏙 빼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무조건 OK를 외치는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믿음직스럽고 제이크와 친구인 학생회장 클라레스가 상담에 적격.
물론 변수는 있을 수 있다. 카린의 고민을 제이크에게 말해버린다던가...
그래도 카린은 학생회장 딱지 달고 있는 사람이 그런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할리는 없을 거란 믿음을 가졌다.




아무튼 단둘이 있는 시간을 노리려면...

철두철미하고 성실한 클라레스는 분명 동아리실에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릴 테니 그때가 제일 최적의 타이밍.
설령 살롯이 온다고 해도, 샬롯도 대충... 아는 눈치 같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중요한 건 제이크가 오는 시간대였다.






"아, 비 엄청 오네."
"그래도 오늘까지만 오고 내일은 그친대요."
"아..."






친구들의 걱정 섞인 말소리에 급식실 창문을 보았다.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밖에는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야야, 카린. 너 오늘 방위 활동인가 뭔가 나가지 않아? 힘들겠다."
"비 올 때는 안 해보긴 했는데 괜찮을 거예요. 보통 기상이변에 대비한 플랜도 있어서..."






...괜찮겠지?


점심을 먹은 뒤의 오후는 평소보다 유달리 길게 느껴졌다.




























***






















우중충한 비가 내리는 소리.




심호흡 한 번.


심호흡 두 번.






분명 늘 익숙하게 열고 들어갔던 문인데, 오늘은 유독 이 동아리실 문을 여는 게 긴장되어서, 카린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누가 더 있으려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이젠 많이 익숙한 얼굴이 카린을 향해 인사해왔다.






"왔나."
"안녕하세요. 선배."
"오늘은 빨리 왔군."
"아... 어쩌다 보니요. 하하..."






역시 카린의 예상대로 학생회장은 제일 빨리 도착해서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앉아서 그날 있을 방위 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홍차가 담긴 찻잔 옆에는 스케치북이 클라레스의 오른손에는 연필이 쥐어져 있었다.
이미 꽤 오랫동안 공들여 그렸는지, 스케치북에는 중세풍의 건물이 그려진 풍경화가 있었다.


평범한 학생이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빼어나고 수려한 그림.
카린은 자신이 동아리실에 일찍 온 이유를 잊어버리고 클라레스가 그린 풍경화에 빠져들었다.






"와아! 선배님은 미술 쪽이 진로이신가요? 정말 굉장해요..."
"아니, 이건 단순히 취미다. 예술적인 소양은 학생회장과 같은 군주가 가져야 할 미덕이지."
"구, 군주요...?"






학생회장이 군주라는 타이틀까지 달릴 정도인가...?


풍경화를 보며 고장 난 로봇처럼 눈을 깜빡이는 카린.
만화였다면 분명 머리 위로 무수히 많은 물음표 세례가 있었을 것이다.






"농담이다. 그저 다양한 취미에 관심이 많은 거지. 미술, 음악, 연극 뭐든 가리지 않고."






클라레스가 열심히 움직이던 연필을 내려놓고, 스케치북의 커버를 덮었다.
미완성의 풍경화가 가려지고, 클라레스는 찻잔을 들었다.






"고민이라도 있나?"
"...네?"
"얼굴에 다 드러나고 있다."






카린이 황급히 자신의 양쪽 뺨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뺨의 온도에 딱히 뭐가 묻은 것 같지도 않았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카린을 한번 흘긋 보던 클라레스는 잔을 기울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따르는 사람의 고민을 듣고 조언하는 것도 학생회장이라는 리더로서의 소양이지."
"아..."
"고민이 있다면 말해보아라. 남의 약점을 떠벌리고 다니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니. 내키지 않는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 내다보거나, 평가하는 걸 즐기는 타입.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는 태도.
좋게 말하면 통찰력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평소처럼 찻잔을 기울이는 클라레스는 딱히 눈치를 주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카린은 괜히 눈치가 보여서 일단은 가방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자신의 무장인 소총을 들고 와 동아리실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클라레스도 따라서 맞춰주는 듯, 옆에 있던 자신의 무기 용검 라르고를 집어와 검날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으니, 말해볼 기회는 생긴 거지만... 서두를 어떻게 열어야 할지...


카린은 한 손을 들어 주먹을 꽉 한번 쥐어보고,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본인은 티 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클라레스는 그런 행동까지 조용히 다 눈여겨보고 있었다. 






"호, 혹시 클라레스 선배님은..."






카린이 힘들게 첫마디를 꺼내자 경청을 위해, 클라레스가 검을 깨끗이 닦던 손동작을 멈췄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시면서도,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요?"
"...?"






흐르는 정적.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만이 조용한 동아리실을 울렸다.
미간을 좁히며 카린을 응시하던 클라레스는 대답을 하기 전, 빈 찻잔 하나를 가져와 찻주전자를 들었다.






"있다. 네가 말하는 눈에 띄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던진 물음이었지만, 뜻밖의 대답에 카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 그게 눈에 띄는 사람이라는 게... 실은―"
"네가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시선을 받는 사람.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라면,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네...? 무슨 의미...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질문 자체가 자신을 믿지 못하여 하는 질문이다. 네 스스로 내리지못한 결론을, 전혀 다른 타인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클라레스는 뜨거운 홍차로 가득해진 찻잔을 당황한 카린의 앞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고 치자. 그런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시계태엽을 돌리듯이 네가 쉽게 바꿀 수 있나? 설령 돌릴 수 있다 하여도 태엽은 결국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지."
"그 말씀은...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뜻인가요?"
"노력? 카린 웡, 진심으로 그게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건가? 아니면, 아직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나?"






앞에 놓인 찻잔으로 시선을 옮겼다. 찻잎이 가라앉아 있었다.






"......사실, 모르겠어요."
"모르는 게 아니라 더 생각해 보지 않은 거다. 뭔지도 모르고 그저 남의 힘을 빌려 관심을 받길 바라나."
"그, 그건 아닙니다! 그저... 저 혼자만으로는... 무슨 마음가짐인지 모르겠어요. 확신하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클라레스의 찻잔이 비고, 다시 홍차로 가득 찼다.
카린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잡았다. 내린지 얼마 안 된 홍차에서 뜨거운 김이 일렁였다.






"카린 웡. 타인의 마음과 생각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알고 있지 않나? 어째서 제 3자도 모를 이야기를 묻는 것이지?"
"죄송합니다."
"다그치려는 것이 아니다."






클라레스가 라르고를 다른 쪽으로 옮기면서 의도치 않게 책상을 쳤다.
그 진동으로 가라앉아있던 찻잎이 천천히 떠올랐다.




"타인과 얽힌 것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네가 제3자의 의견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관철하길 바라는 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존경, 우정, 사랑 그 뭐든 간에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자가 쟁취하지. 모두가 망설일 때, 나서는 자가 눈에 띄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이해했습니다."
"좋다. 카린, 너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샬롯을 보고 배우는 게 어떻겠나." 
"샬롯이요?"






샬롯 마르티네즈.
그 이름을 말한 클라레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아, 그러고 보니 샬롯은... 직접 들어오겠다고 말해서 카운터즈에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알고 있었나? 그 아인 내가 아무리 말려도 원하는 것은 나서서 하는 아이다. 그러니 더 눈길이 갈 수밖에."
"네, 조용한 친구지만... 행동력과 실행력이 강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훗, 그래. 정확한 평가다.  이왕이면 너무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뭐, 아무튼 내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샬롯이 존경심 하나로 혼자 따르는 건 줄 알았는데, 학생회장이 샬롯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마냥 일방적인 관계는 아닌 듯했다.
단순히 부원 간의 신뢰관계였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린의 시선엔 어째서인지 클라레스와 샬롯의 사이가 좀 더 각별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당장 '눈길이 가는 아이'라는 말로 정리가 되니.

...


어설프게 잡고 있던 찻잔에 든 홍차를 후후 불어서 열기를 식혔다.
아직 뜨거운 홍차를 맛보기 전,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선배님은..."
"음?"
"살롯을―"














"라이트닝――――――익스큐션―――――――――――――!!!"

"으아아아―?!"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큰 목소리에 놀란 카린이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열린 동아리실 문 앞에서 비에 쫄딱 젖은 제이크가 만세를 하며 고함을 지른 것이었다.
다행히 찻잔이 깨지는 참사는 없었지만, 뜨거운 홍차가 카린의 손과 테이블로 넘쳐버렸다. 카운터라서 망정이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화상은 안 봐도 뻔했다.






"흠, 비는 안 맞는 게 좋다고 말했을 텐데?"
"쯧, 넌 너무 낭만이 없어, 낭만이~"






제이크가 혀를 차며 검지를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카린은 일단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손에 잔뜩 묻은 홍차를 닦으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라이트닝썬더 놀이인지 뭔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같이 차를 마시던 숙녀가 놀란 게 안 보이나?"
"네에에?!"
"뭐?! 설마 화상? 화상 입었어?"






숙녀라는 낯 뜨거운 호칭도 당황스러운데, 번개처럼 달려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손의 상태를 살피는 제이크 때문에 카린의 얼굴이 뜨겁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ㄱ,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저 손 좀 씻고 오면 안 될까요!!"
"어어어― 미안, 갔다 와! 내가 저거 치울 테니까."
"아니에요! 제가 치울 테니 건들지 마세요!"






손목에 자유가 생기자마자 동아리실 밖으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카린. 뒤늦게 도착한 샬롯이 달려나가는 카린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동아리실 안을 쳐다보았다.
남자 선배 둘은 샬롯이 온 지도 모르는 채, 테이블에 쏟아진 홍차를 닦고 찻잔을 치우기 바빴다.






"도착했습니다. 학생회장님."
"아, 도착했군. 카린은 금방 올 거다."
"어어, 어서 와."






멀대 같은 남자 둘이 테이블에 바짝 붙어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 풍경이 참으로 볼만한 풍경이었다.
샬롯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꺼내들어 천천히 다가갔다.






"오늘 방위 활동에 대한 작전 계획서입니다."
"아, 고맙군. 오늘 비도 오는데, 기상악화 대비 예비 플랜도 같이 가져왔나?"
"네."






클라레스와 샬롯의 대화를 들으며 테이블을 닦던 제이크가 자기도 보여 달라며 거의 갈취하듯이 뺏어들곤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요즘 많이 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 능력 좋다고 너무 굴려먹는 거 아니야? 아~ 실내수영장에서 휴가 좀 보내고 바로 빨아먹히네."
"최근에 소규모 침식 재난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곧 지도 선생님이 오실 시간이니 입조심 좀 했으면 좋겠군. 샬롯, 카린의 상태를 확인하고 데려와라. 바빠지는 만큼 브리핑을 꼼꼼히 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학생회장님."












***









제일 가까운 여자화장실.
샬롯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에 누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



아무 말 없이 세면대에 고개를 숙인 채, 빨간 자국이 남은 오른손 위로 차가운 수돗믈을 쐬고 있었다.
샬롯은 굳이 카린을 부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쏴아아아-

한참 동안 들린 시원한 물소리가 멈추고, 카린이 고개를 들었다.



"하아..."



샬롯의 시선 끝, 거울에 비친 카린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카린, 울어?"
"힉! 샤, 샬롯 놀랐잖아요."
"아니네. 학생회장님이 데리고 같이 오라고 해서 왔어. 손은 왜 그래?"
"아, 그냥 가벼운 화상이에요. 가요."



대충 물기를 탁탁 털어 나가는 카린.
평소와 다른 카린의 상태가 걱정된 것일까. 샬롯은 카린의 빨개진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파서 울상이었구나."
"제가 울상이었나요...?"



카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문을 표했다.
정작 그렇게 말한 당사자는 확답 대신 그냥 그런 것 같았다며 둘러대었다.



의미 없이 흘려보낸 수돗물 마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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