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5주년] 환상!: BlueRose

* 카린 카운터케이스 3번 스크립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5주년]

환상! : BlueRose (14)

―  Time for the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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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행복하다.
기이할 정도로 이상적인 교우관계와 일상이 이를 증명하며,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표류한다.

그렇게... 그렇게 있다 보면, 난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갑자기 보지 못한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이름과 이곳의 위치를 처음부터 나의 기억인 것처럼 알게 된다.

그게 블루로즈건이 만들어낸 환상 아카데미이며,
이번 환상의 주인은 나의 친구가 되어 환상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

너도, 아마...
모든 사람이 그래왔듯이, 똑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까?

ㅡ'백일몽' 샬롯 마르티네즈
















(마우스 우클릭>연속재생)










왜 이렇게 된 걸까.


지금 기억하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











카린은 무작정 복도를 달렸다. 빨간빛이 본관을 완전히 뒤덮고, 뒤늦게 바깥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패닉이 오고도 남을 아수라장 속에서 카린은 창문 바깥으로 멀리 보이는 네피림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비록 아직 교복을 입고 있지만, 카린의 실체는 군인이다.
이런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익숙했고, 정신을 제일 힘들게 하는 네피림만을 보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떠오른 기억들과 샬롯의 말들을 조합하여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냉철한 분석과 꼼꼼함이 강점인 만큼, 이런 규격 외의 상황에서도 빛이 나는 재능이었다.





일단 샬롯의 말대로라면 지금 블루로즈건을 찾아야 한다.
환상을 끝내든, 제이크 워커 대령을 구해서 돌아가든.



지금 이곳에서.









"...이곳에서?"






카린의 발걸음이 멈췄다.
복도에 있는 유리창으로 보이는 붉게 물든 하늘. 카린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사용설명서가 훼손된 상태이긴 했으나, 분명 블루로즈건을 쏴서 '재회하고 구하라.'라고 했지만,
샬롯은 환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블루로즈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명서는 분명 환상을 통해 현실로 구해내는 방법을 소개했으나,
잠시나마 친구였던 소녀는 환상에 안주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었다.



정보의 충돌로 어지러워지는 머리.
카린은 주저앉아서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거지...?"




생각해, 판단해야해. 어느 쪽이 맞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해.



대책을 강구하는 메아리가 계속 머릿속을 강타했다.




만약 설명서가 맞다면,
지금의 세계가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옳았지만.


샬롯의 말이 맞다면,
결국 블루로즈건을 사용한 것이 헛수고였던 것뿐만 아니라 카린 자신의 신변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블루로즈건을 찾을 수 있는지와 무엇이 맞는지 진위 여부를 떠나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나는 정말 세계를 구하기 위한 선택을 한 걸까?
아니면... 내 감정에 앞세워 강행한 걸까?

이게 정말 세계에 필요해서 일까?








크르륵...







"...! 벌써 안으로..?!"






침식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카린이 반사적으로 내려놨던 소총을 잡고 견착 자세까지 잡은 후 소리가 난 쪽으로 돌렸다. 네피림에 이끌려 온 1종들인 모양이었다.
카린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발견해 달려들려 하는 침식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크륵!






첫 총성을 시작으로 카린이 있는 층에 1종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생각할게 많고, 머리가 아파오는데 침식체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
환상이니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꿈을 꾸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리스크를 질 순 없었다.
급한 건 일단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단인 엄폐물을 찾아야 했다.


카린은 몸을 일으켜 일단 눈에 보이는 교실 아무 데나 들어가, 무작정 책상을 쓰러뜨리고 엄폐물을 만들었다.
침식체 한 마리 정도만 통과에서 들어올 수 있는 교실문이니 충분히 혼자서 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책상 더미 뒤에 숨어 저항하고, 또 저항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술 컴퓨터는 못쓰더라도 같이 있는 파츠라도 붙여서 왔어야 했다며,
이미 늦은 후회를 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

겨우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카린은 거친 숨을 천천히 심호흡으로 바꾸어갔다.





"후우... 하... 하아..."






다시... 다시 생각해 보자. 침착하게.





샬롯은 블루로즈건과 대령님을 찾으라고 했지. 설명서도 말은 같다.
하지만 결과가... 다르다.






블루로즈 건은 그리운 사람과 재회하고, 구할 수 있습니다!






아니야...






'넌, 왜 이곳에 왔어?'
'그게 네 선택이라면 블루로즈건도 찾고, 제이크 워커 대령도 구해. 그러면 되잖아.'










아니야, 이것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을 수 없어.










1. 유품이나 대상의 사진을 향해 블루로즈 건을 발사합니다.

2. 블루로즈 건이 구현한 환상 속에서 소중한 이를 향해 블루로즈 건을 발사합니다.

3. 2번을 완료 후 사용자 자신에게 블루로즈 건을 발사합니다.

4. 만약 사용자 자신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면, 2번의 실행을 중단하고 별도의 트리거를 찾아 발동합니다.






'만약 사용자 자신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면―'
'별도의 트리거를 찾아 발동합니다'







현실


그리고,


트리거









일단 환상을 탈출하는 방법은 명확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이건... 나 혼자만 살아나갈 수 있잖아..."



















"카린! 어디 있어! 카린!"


"...?!"






예상치 못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카린이 엄폐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누군지 알 수 없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소리를 들었다.





"카린! 들리면 대답해!"


"대ㄹ... 서, 선배?"






카린이 조심스럽게 엄폐물 밖으로 나와 교실의 뒷문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복도의 끝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형상이 있었다.
멀리서 머리를 내민 카린을 발견한 제이크가 바로 카린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제이크... 선배!"
"카린! 무사해서 다행이야. 샬롯은 못 찾았구나... 아니, 그보다 빨리 도망쳐야 해!"
"...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제이크에게로 달려가자마자 앞에서 한다는 말이 '도망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다짜고짜 팔목을 붙잡고 당기는 탓에 거의 질질 끌려가는 모습으로 물었다.





"잠깐만요! 방어선은요! 어디로 도망치자는 건데요! 사람들은 어떡하고요!"
"우리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 클라레스도 따로 샬롯을 찾으러 떠났고! 우리는 일단 옥상으로 올라가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나아!"







카린은 납득할 수 없었다.


환상 속 학생으로 살아갔다면 모르는 일이었지만, 군인인 카린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안돼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끼리 도망치면 카운터가 아닌 사람들은 이대로 죽으라는 거예요?!"






카린의 외침에 돌아보는 제이크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카린도 지지 않겠다는 듯, 제이크를 올려다보았다.
제이크의 일그러진 표정에도, 카린의 신념은 굽어지지 않았다.






"카린, 어제도 그렇고 왜 이러는 거야! 용기와 객기는 구분해야지! 이건 개죽음이야!"






" 대령님은...! 대령님은 두렵지 않으세요...? 그, 그 네피림을... 맨 몸으로 유인한다는 건... 즉... "
" 하하, 나라고 어째서 두렵지 않겠어? "









카린이 잡힌 손목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적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다 살아서 후퇴를 해야죠! 이건 객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신보다 훨씬 강한 카운터이기에 턱도 없는 힘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당겼다.






" 하지만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야. "







제이크가 더 이상 카린의 고집을 못 들어주겠다는 듯, 다시 무작정 잡아당기며 호통을 쳤다.







"됐어, 카린! 빨리 따라와! 클라레스도 샬롯을 찾아서 올 거야!"
"으윽...!"







" 사령관님... 그리고 먼저 간 다른 대원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말이지. "










개죽음


그렇다. 어쩌면 그날 델타세븐은...
말 그대로 개죽음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크로스로드 오퍼레이션.
말이 좋아서 긍지 높은 델타 세븐이 작전을 성공시키겠다고 거드럭거렸지,
실상은 델타 세븐은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고작 20년을 더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기 위해, 귀한 인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그랬기에
누군가는 개죽음이라고 손가락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그러니까, 너도 긍지 높은 델타 세븐의 일원이라면... "
"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마, 카린. "







그렇기에 도망칠 수 없다.
그들의 희생은 개죽음이 아니다.

긍지 높은 델타세븐의 일원은 도망치지 않는다.













(BGM OFF)











(연속재생X)









"가자. 카린, 빨리!"
"선배... 아니, 대령님!!"
"대령?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안되겠다 업고서라도 뛰어야..."








당황한 탓에 제이크의 손에서 힘이 빠진 틈을 타, 카린이 거칠게 손을 뿌리쳤다.
온 힘을 다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제이크도 당황했는지 그대로 카린을 놓쳐버렸다.






"......갈 수 없어요!"
"...하? 카린, 저기 밖을 봐 밖에는 지금..."
"저도 알아요! 밖에 뭐가 나타났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놈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주세요!"






카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지 못했다.
계속 따라가길 거부하는 카린에게 언성을 높여가며 소리를 지르던 제이크는
당황한 나머지 허공에 멈춘 손을 거두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저는 같이 갈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한 사람은... 아니! 존경했던 사람은 선배님이 아니라 대령님이었으니까요!"
"...뭐?"









비로소 깨달은 카린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흘린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얼굴을 조금이라도 건들면 물풍선처럼,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그런 표정.

카린은 인사를 하는 것처럼 허리를 굽혔다.


환상이 처참하게 부서지고 나서야 깨닫는 마음. 아니, 실체.
그것이 실제가 아니어도, 모습만 같은 다른 사람이어도, 존경하는 사람이었기에. 예를 갖추었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손을 올렸다.
뼛속까지 군인답게 각이 잘 잡힌 거수경례였다.


환상에서 만들어진 제이크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기에 의아하단 눈으로 카린을 볼 뿐이었다.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그게 선배라는 사람을 이성적으로 좋아해서가 아닌, 군인으로써, 저의 상관이었던 대령님을 존경했습니다." 




울 것 같은 표정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왜인지 후련함으로 변해 있었다.
어렵게, 힘겹게 꺼내는 말들도, 왠지 쉽게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웃으면서 마지막 말을 전했다.








"환상에서라도 다시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하지만, 영웅은 죽었다.
나는 영웅을 되살리고 싶었지만, 허구의 존재인 환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


그러니, 환상에 안주하지 않겠다.



델타세븐의 이름으로, 용맹한 독수리의 문양을 가졌던,
스러진 영웅들의 의지와 함께 걸어갈 테니.


...




































...

후련한 마음이 불안을 잠재우고, 귓가에는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니 언제 누가 있었냐는 듯 엉망진창이 된 복도는 고요하고,
카린이 입은 옷은 교복이 아닌 당당한 독수리의 문양을 가진 제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린은 자신의 팔과 어깨에 손을 이리저리 대보며 제대로 돌아왔는지를 확인했다.
소총도 자신이 쓰던 소총이 맞았고, 정복도 자신이 입던 델타세븐 정복 그대로였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환상이 아닌, 내가 현실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별도의 트리거를.










+)


카린 카운터케이스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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