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5주년] 환상!: BlueRose


* 카린 카운터케이스 3번 스크립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5주년]

환상! : BlueRose (15)

―  Time for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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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날줄 모르는 환상 속에서 자포자기 할때쯤.
긍지 높은 독수리의 문양을 보았다.

그 문양은 고귀하고, 위대하며,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카린을 붙잡는 환상을 없애는 것은 트리거가 아닌 모양이었다.









".......후, 또 봐도 다리가 후들거려."





침식체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카린이 복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제일 중요한, 제이크의 환상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저 창밖의 네피림이 더 난폭하게 날뛴다는 것은.
현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가설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현실로 돌아갈 트리거... 트리거..."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는다.
제자리에 서서 샬롯이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곱씹었다.








'블루로즈건을 사용한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면. 천천히, 점점, 조금씩 이렇게 환상이 무너져.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블루로즈 건이 만든 예정된 수순이야.'








"그럼 트리거는 대체 뭐지...? 행동? 아니면 물건...?"





물건?
















콰아아아앙―――――――――――!!!!!!!!!!!!!!!!!!!












"으윽..?!"










갑자기 벽을 부수며 나타난 침식체로 인해 건물 파편이 카린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난폭해진 네피림이 자신을 따라온 침식체를 잡아다 집어던진 것이 건물로 날아온 것이었다.
파편에 맞아 깔끔했던 정복이 찢어지고, 그 충격으로 넘어진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했다.






"콜록... 하으으...."






간신히 상체만 들어서 본 시야에는 몸체가 그리 크진 않았으나, 생김새로 미루어보아 최소 3종 이상의 침식체로 보였다.
이는 카린이 혼자 상대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침식체의 모습을 확인한 카린은 힙겹게 몸을 일으켜 건물 끝 쪽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도서실...! 도서실로 가야 해...!"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곳에 두고 온 대공파츠와 전술컴퓨터가 있어야 뭔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서 제일 빠른 속도로 달렸다.


카린의 존재를 깨달은 침식체도 그 뒤를 쫓았다.















***











"헉... 허억...!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멈출 수 없었다.
침식체가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온전히 되찾은 기억과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생각하고 이상적인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했다.






현실을 깨달으면 환상이 무너진다.
현실로 나가려면 트리거를 발동해야 한다.
환상에 안주하려면 블루로즈건을 사용해야 한다.

즉, 블루로즈건과 트리거는 양자택일이며, 블루로즈건이 구하라고 한 것은 되찾고 싶은 이가 아닌, 현실을 도피하려는 사람의 마음.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환상에 안주하거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돌아가거나.

이미 제일 중요한 환상이 사라진 지금. 카린은 현실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선택지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있던 현실과 제일 가까운 것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행동인지, 물건인지 아니면 장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총은 자신이 쓰던 것과 같지만, 이는 트리거가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 원래의 정복을 입었지만, 이것도 트리거는 아니다.





"크윽!"








침식체의 눈먼 공격이 긴 머리카락 끝을 스쳐 지나갔다.
카린은 필사적으로 계단을 계속 오르면서 트리거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크어어어―――――!!






가만히 생각해도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침식체의 공격도 피해야 하니, 카린의 몸도 점점 한계점이 다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영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없는 힘까지 끌어모아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카린에게 있어 지금은 전술컴퓨터와 대공 파츠는 절실한 물건이었다.









"거의 다 왔어...!"








계속되는 추격전 동안 기이하게도 침식체의 몸집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3종인가 싶었던 몸집이 이제는 확실한 3종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란 몸집이 되었다.






"아앗!"






저 멀리 도서실을 앞두고 건물 파편에 걸려 넘어져 버린 카린이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달려오는 3종 침식체의 속도가 빨라 따라잡힐 위기였다.




여기서 침식체한테 죽으면 환상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 그럴 순 없어!





카린이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보려고 하는 순간―






"움직이지 마!"






무언가 넘어진 카린의 위로 빠르게 지나갔다.
창밖에서 오는 붉은빛을 밀어내 버릴 정도로, 시리도록 푸른빛줄기가 순식간에 3종 침식체로 접근했다.

그 빛이 끝에 다다르자, 침식체의 괴로워하는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쩌렁쩌렁한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니 귀청이 떨어지는 것만 같아, 카린은 엎드린 상태로 두 귀를 막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침식체는 더 이상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카린은 힘들게 몸을 일으켜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을 확인했다.






"샤, 샬롯?!"






여전히 교복 차림인 샬롯은 침식체의 머리에 꽂은 사파이어 프리즌을 뽑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제이크만큼이나 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3종 침식체를 한 번에 골로 보내는 모습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웃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복잡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선배는 찾았어?"






먼저 물어본 것은 샬롯이었다.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카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선배는 찾았지만... 제가 찾던 대령님은 아니었어요."
"그래? 그렇구나."






샬롯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 카린에게 점점 다가왔다.
바로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듯, 눈을 살짝 피하더니 곧 카린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이게 원래의 너구나. 군복, 잘 어울리네."
"......고마워요."






여전히 바깥의 네피림이 날뛰는 상황에서 뱉을 질문은 아니었지만, 악의 없는 질문이었기에 카린은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사용설명서에서 훼손되지 않은 내용 중 4번. 트리거를 찾을 거예요."
"트리거... 짐작 가는 건 있어?"






의외로 협조적인 대답에 카린은 잠시 당황했지만, 중요한 건 자신이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이며 샬롯의 질문엔 그 결을 벗어나지 않았다.






현실을 깨달으면 환상이 무너지며, 현실로 나가려면 트리거를 발동해야 한다.
자신이 있던 현실과 제일 가까운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물건인지 장소인지 행동인지는 알 수 없다.









......










"일단... 샬롯, 도서실에 제 전술컴퓨터가 아직 있나요?"
"그게 뭐야?"
"독수리의 문양이 그려진 전자제품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아직 있어."






여전히 카린의 팔을 잡은 샬롯이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안내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카린은 그런 샬롯의 행동이 의아했지만, 방해할 생각이었다면 아까 침식체에게 쫓길 때 구해주지 않았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잠자코 따라 걸었다.






"괜찮다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카린은 불현듯 드는 의문을 말로 꺼내었다.







"내가 아는 거라면 답해줄게."
"왜...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잊지 않고 모든 걸 아는 채로 남을 수 있는 거죠?"





카린의 팔을 잡은 샬롯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감촉을 느낀 카린이 고개를 살짝 돌려 샬롯의 표정을 살폈다.

그 표정은 처음 카린에게 이곳이 환상임을 알려 줄 때처럼...
모든 걸 달관한 듯하면서도, 슬픈 표정이었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자살했었어."
"......네?"

































뜻밖의 대답에 카린이 복도에서 멈춰 섰다. 팔을 잡고 있던 샬롯도 얼떨결에 따라 멈춰 섰다.
하지만 가자는 듯 샬롯이 팔을 살짝 잡아당겼고,
카린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샬롯이 이끄는 대로 따라 걸었다.






"알고 한 건 아니야. 나도 현자가 남겼다는 설명서를 찾았을 땐, 이미 훼손된 상태였으니까..."



샬롯은 앞을 보고 걸으며,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난 어느 쪽도 고를 수 없어서, 스스로 나에게 검을 찔러 넣어서 아예 죽으려 했어. 이미 죽은 전하를 따라."
"어떻게 그런 선택을..."
"나의 세계는 이미 끝나서 돌아가도 의미가 없었으니까."
"...!"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던 사람이라니. 카린은 더더욱 말을 잇지 못했다.
정작 답을 하고 있는 샬롯은 슬픈 표정이지만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원래 나는 그래서 전하가 나에게 맡긴 블루로즈건으로... 전하를 구하려는 시도를 했어. 안된다는 걸 알아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하지만..."
"...그러다 저처럼 진실을 알게 된 거군요."






그렇게 걷다 보니 도서실에 도착한 두 사람.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샬롯은 카린의 팔을 놓아주었다.
카린은 도서실 바닥을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전술컴퓨터와 대공 요격 파츠를 찾아주우며 다시 물었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지만... 굳이 블루로즈건을 쓰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샬롯은 잠깐 뜸을 들이는 듯,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민감한 질문을 했나 걱정하던 찰나, 샬롯이 답을 내놓았다.






"가족도, 친구도 잃은, 반역자의 가문의 딸이었던 나를 전하가 구해주셨어.
원하는 것을 찾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하나의 사람으로, 귀족으로 만들어준 전하를 나는... 잊을 수가 없었어."






샬롯은 데스크에 올려두었던 백일몽이라 쓰인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책으로 소개했던 것과는 달리 낱장 하나하나엔 직접 수기로 기록한 흔적이 있어, 평범한 공책과 다르지 않았다.


여러 번의 환상을 거치며, 일기처럼 기록해 온 공책은 공상 소설로 바뀌어버린 것이었다.










"내가 블루로즈건을 쓰면... 그런 전하를 잊어버리게 되잖아.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샬롯, 그 사람은..."
"응. 학생회장님 맞아. 아르카데나 제국,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군주."






카린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총에 대공 요격 파츠를 조립했다.


결국, 모든 것을 알던 방관자는 자신과 똑같은 사용자였다.
카린과는 달리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한 사용자는 환상에서 끝도 없이 표류한 것이었다.






"괴로워도 내가 기억하고 싶었어. 그게 환상이더라도, 내 눈앞에 있는 건 전하였으니까."
"그렇지만... 샬롯이 따르고 있는 환상은 당신을 계속 잊어버리잖아요. 그마저도 당신을 구해주었던 기억은 조금도 없는 환상..."






책을 잡고 있는 샬롯의 손이 떨려왔다.
그러나 카린의 말이 맞았고, 지독하게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말이더라도, 샬롯은 화내지 않았다.

끝없는 유예 속에서 망가져 가는 사용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괴로운 일이었으니까.
그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자신의 모습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괴로움이었다.






"그래. 맞아. 이곳의 전하는 내가 아는 전하가 아니야. 원래라면 전하는... 선봉에 나서서 개척하는 나를 믿고 보내주셨겠지만, 환상으로 만들어진 전하는 그렇지 않았어."






샬롯의 이야기에 카린은 지나간 환상들 속에서 들었던 클라레스의 말을 떠올렸다.








'그 아인 내가 아무리 말려도 원하는 것은 나서서 하는 아이다.'
'이왕이면 너무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그래서 그런 평가를 한 거구나...


대공 요격 파츠 조립을 끝낸 카린이 총과 전술컴퓨터를 챙겨들고 일어났다.
샬롯이 있는 곳을 돌아보니, 사파이어 프리즌을 땅에 꽂고 손을 올려둔 채, 명상하듯이 가만히 서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클라레스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샬롯. 카린은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해주는 게 좋을지, 고르기 어려웠다.

만약 카린이 트리거를 찾아 나간다면, 샬롯은 이곳에 홀로 남게 된다.
비록 방관자였지만, 표류자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샬롯, 저도... 어쩌면 돌아갈 필요는 없었는지도 몰라요. 오히려 남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환상으로 살아가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어요."
"...?"






조심스럽게 꺼낸 카린의 이야기에 샬롯이 고개를 돌려서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샬롯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린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돌아갈 세계가 멸망해버렸다는 샬롯에게 있어선... 제 말이 기만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어요."
"...괜찮아, 말해 봐."
"제 세계는 돌아가도 20년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아요. 그것도 3천 개가 넘는 6종의 고치가 단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는 전제로요."
"......"






카린이 천천히 샬롯이 서있는 데스크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반응해 주는 듯 샬롯도 검을 잡은 손을 놓고 카린에게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저와 제가 찾던 대령님은 그 20년의 시간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한 작전을 수행하다가 전사하셨어요. 그리고 저 혼자 남았죠."
"...응."
"이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대령님은 세계의 영웅이 된 대령님이 아니었어요. 만약 환상 속의 대령님을 데려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또 세계를 구할 영웅이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요. 아니, 되지 못했을 거예요."






들고 있던 조립이 다 된 대공 소총과 전술컴퓨터를 데스크 책상 위로 올려두고, 카린은 샬롯의 앞에 서서 샬롯의 양손을 잡아주었다.
환상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대령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놓고, 바보같이 그 유지를 무시한 꼴이었어요. 아마 살아 계셨다면 약해 빠진 정신 강화 훈련이라면서 절 엄청 굴려 먹었을 거예요."
"......그래서, 곧 세계가 멸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간다는 거야? 무섭지 않아?"
"당연히 두려워요."






잡은 손을 보던 샬롯이 시선을 올려 카린을 쳐다보았다.
두렵다는 말과는 다르게 결연한 미소가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게... 긍지 높은 델타 세븐의 일원이니까요."
"......"
"대령님이, 존경하는 제 상관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건 슬픔도 좌절도 아닌, 확신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계속 남아있든 다른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걷더라도... 샬롯도... 포기하지 말아요."
"...!"
"무책임한 말이라면... 미안해요."
"아니, 아니야... 그렇지않아."








카린이 진심을 다한 이야기에 샬롯은 대답과 함께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피했다.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카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샬롯을 보며 잡은 손을 꾹 잡았다.






"고마워."






샬롯이 희미한 미소로 다시 눈을 마주치며 카린의 이야기에 화답했다.






네피림의 영향으로 붉게 물든 도서실.
공포스러운 광경이지만, 어째서일까.

비록 환상 속에서 아주 잠시동안 친구였을 뿐이지만. 두 소녀는 진심을 다했다.







(BGM OFF)










"조심해!"

"꺄악!"










제일 먼저 위험을 감지한 샬롯이 카린을 잡아당겨 데스크 책상 뒤로 몸을 숨겼다.
아까 조우한 3종과 비슷한 이유로 도서실 한쪽 벽면이 날아온 침식체로 인해 부서졌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학교 건물 가까이 다가온 네피림이 뚫린 벽면으로 보였다.
이대로 시간이 더 끌렸다간 그대로 두 사람 다 죽을 위기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 네피림이...!"
"날아온 침식체는 내가 막을 게!"
"샬롯! 안돼요! 위험해요!!"






샬롯이 검을 챙겨들고 4종은 가뿐히 뛰어넘어보이는 침식체의 앞에 서서 외쳤다.






"빨리 트리거를 찾아!"
"샬롯...!"
"이번 환상을 트리거로 끝내면 너는 현실로! 아마도 나는 다음 환상으로 넘어갈 거야! 이대로 죽으면 네가 어떻게 될지 나도 장담 못 해!"






이미 이런저런 조건을 따질 시간은 없었다.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
카린은 전술컴퓨터를 열어 이동형 전술 방벽을 꺼냈다. 그러나 방벽은 자신의 엄폐물이 되어줄 뿐 트리거가 아니었다.

무작정 대공 소총을 들고 샬롯을 도와 침식체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하고, 파츠를 풀어 쏘아보기도 하고, 악을 써보기도 했지만...
도대체 트리거라는 놈은 발동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샬롯이 4종과의 싸움에서 아직까진 우위에 있었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었다.



...




현실을 깨달으면 환상이 무너진다. 현실로 나가려면 트리거를 발동해야 한다.


자신이 있던 현실과 제일 가까운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런 물건을 찾는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트리거가 발동하지 않는다.




......




현실과 환상은 반대.


나의 환상은 대령님이었고.


그럼 현실은...










" 그 코드가 있다면... 긴급 작전 명령, 프리덤 스트라이크를 발동시킬 수 있겠지. "
" 아무래도 나는 쓸 수 없을 것 같거든. "













카린이 황급히 소총을 땅에 던지고, 전술컴퓨터를 고쳐잡았다.
트리거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고, 시간은 너무나 촉박했다.






[ 작전 코드 입력_ ]






"샬롯! 해볼게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


















[ FREEDOM ]



















이젠 나만이 가지고, 나만이 쓸 수 있는

그 코드.

















[ STRIKE _ ]


































[ 긴급 작전 명령 확인 ]








































.......






"...!"





샬롯의 앞으로 달려든 침식체의 발톱이 허공에서 멈췄다.
아니, 아주, 엄청나게 천천히 움직이다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
샬롯은 천천히 침식체의 공격 범위 안에서 벗어나 카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찾았구나."




긴급 작전 코드를 입력한 카린의 모습 그대로 잠시 멈춰있었고, 얼굴엔 다급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언제 다시 다음 환상으로 넘어갈지 모르기에, 샬롯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이미 멈추어버린 카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가, 카린. 그동안 즐거웠어."








환상이 가득한 곳에서, 현실도 환상에도 속하지 못한 샬롯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세계는 밝은 빛과 함께 지워져 갔다.



그렇게, 그렇게 아주 한참동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긴꿈을...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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