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주년]
환상! : BlueRose (5)
― Deja Vu
환상을 잃어버린 금발의 소녀는 무릎을 꿇고,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고귀한 귀족의 다리를 붙잡으며 절규했다.
싫어! 이렇게 또 잃고 싶지 않아...
내 친구를 살려내는 방법을 알려줘. 제발... 부탁이야...
여기저기 교복을 입은 학생들. 그리고 흰색 조리복을 입은 사람들.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나고, 질서정연하게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는 곳.
학교생활 중 제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하면 역시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맛있는 메뉴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의 여고생들.
먹는 데에 집중하다 문득 든 생각에 에이미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바로 옆에 앉아 급식을 먹고 있는 카린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너 요즘 엄청 기분 좋아 보인다?"
"네?"
에이미의 들뜬 목소리에 바로 앞에서 급식을 먹던 이민서와 히로세 아키도 고개를 들었다.
요즘 들어서 나의 친구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이건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며,
에이미는 카린의 머리 뒤에 길게 늘어진 리본 끝을 잡아올리며 물었다.
"이거,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맨날 이 리본 끝에 만지작거리면서 웃고 있던데~"
"그러고 보니 카린은 원래 그런 리본은 안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음..."
아키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먹다 말고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카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저 쨍한 색깔의 리본은 어디서 났을까.
본인이 직접? 아니면...
"아~ 선물 받았나 봐요!"
"헤에?"
"그, 그러고 보니 뭔가. 외형이 독특해서 카린이 직접 골랐을 것 같진 않긴 하네요..."
아키의 확신 가득한 외침과 이민서의 나름 논리적인 근거에 에이미는 음흉한 표정으로 카린을 쳐다보았다.
원래 남의 썸이나 연애 이야기 듣는 건 재미있는 법.
여고생들이라면 더더욱 관심도 높고 그럴만한 나이였다.
친구들의 시선을 버티지 못한 카린이 빨개진 얼굴로 어버버하다 결국 수저를 식판에 내려놓곤 제이크에게 선물을 받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게 점심시간에 도서실 데스크에 있다가―"
"응응!"
"전에 축구공에 맞았던 건에 대한 사과 선물이라고 받았던 건데..."
"......"
"건데.......?"
카린이 뒷말을 잇지 못하고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딱히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금 내가 뭘 말하려고 했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던 친구 세명은 여전히 흥미롭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카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카린?"
제일 먼저 이상함을 느낀 아키가 카린의 이름을 부르자, 카린이 그제야 머리를 양옆으로 마구 저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카린의 이상행동에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에이미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카린의 등을 팡팡 소리가 나도록 마구마구 때렸다.
"풋, 푸하하! 뭐야! 기억 안 나는 거야? 진짜 너 엄청 특이하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아파요!"
"역시 카린은 4차원이네요. 아무튼 누가 준 건가요? 그러고 보니 카린은 카운터즈 활동하잖아요."
"헉, 대박! 그럼 설마... 학생회장?!!!"
에이미의 말에 아키가 꺅꺅거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전후 사정은 이미 잊어버린 친구들은 연달아서 헛다리를 계속 짚기 시작했다.
"오오! 마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아니, 미소년이려나요?"
"쉿! 쉿...! 목소리 좀 낮춰요! 그리고 아니에요!"
"아니라고?! 그러면 역시 같은 도서부 2학년 최지훈 선배?!"
"아니면! 아직 루트를 못 정해서, 일단 다수의 남자들을 공략해 보는 건가요?!"
"그만! 그마아안!"
잔뜩 흥분한 친구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카린이 손을 마구 허공에 휘젓고, 검지를 들어 입술에 대어 보이며 조용히 해달라 했지만,
그럼에도 이미 남의 연애사에 엄청난 관심을 가진 세 친구의 들뜬 마음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급식실이 아무리 시끄러운 곳이라고 하더라도, 카린을 제외한 세 사람의 호들갑에 주위의 시선 대부분이 카린이 있는 무리 쪽에 꽂혀있었다.
"밥 먹고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해요!"
"오오오오! 카린의 첫 연애를 기념하여 오늘은 내가 쏜다!"
"와아아아!"
"아니! 지금 사귀는 사람 없거든요!!"
에이미의 외침에 아키와 이민서도 감탄사를 내뱉으며 두 손을 들고 만세를 해 보였다.
아, 벌써 너무 피곤해...
대리(?) 설렘으로 가득해진 친구들. 그 엄청난 에너지를 이기지 못한 카린은 결국 주변의 시선을 피해 식판에 거의 코를 박았다.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친구들의 호들갑은 카린이 식판을 완전히 비우고 나서야 겨우 잦아들었다.
***
"호오, 그러니까 네가 축구공에 맞은 날. 그 공을 찬 장본인이 준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운동부 선배 루트군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아까도 축구공에 맞은 것 때문에 사과 선물로 받은 거라고 했잖아요!"
에이미가 사 온 초코우유를 받자마자 이민서의 실없는 소리에 그대로 손에서 터뜨릴 뻔했다.
역시 핑크빛 봄을 앞둔 당사자만큼이나, 지켜보는 제3자도 즐거운 법. 운동장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네 사람은 각자 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급식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저기 공차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저기 저 선배란 거죠?"
"또 공 날아오는 거 아냐?"
아키가 가리킨 손끝에는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제이크가 있었다.
유심히 관찰하던 에이미가 혹시라도 또 카린이 공에 맞을까 봐(?) 카린의 옆에 바짝 붙었다.
"아니... 붙지 마요!"
"아, 너무하네... 남자친구 사귀면 잘만 붙어 다닐 거면서~"
꺄르륵거리며 웃는 찬구들 틈에서 또다시 카린의 얼굴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열이 바짝 올랐다. 그러면서도 드넓은 운동장에서 세상모르고 자신의 반 친구들과 축구를 즐기는 제이크를 눈으로 좇았다.
"하아..."
"고백은 언제 할 거야?"
"고, 고백이요?"
"안돼요! 에이미! 아직 호감을 쌓아야 하는 단계에요! 섣불리 고백했다간 친구보다 못한 사이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려요!"
앞 열에 앉아있던 이민서가 에이미를 붙잡고 말렸다.
'겜순이' 이민서 다운 말에 카린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친구보다 못한 사이'라는 말에 조금 슬퍼지는 듯했다.
"어휴, 우리 카린. 언제든 고민이면 우리한테 말하라고~"
"제가 하교하기 전에 매점에서 위대한타이탄 버거 사줄 테니까 그만 좀 붙어요..."
"오! 위탄이면 얘기가 다르지! 바아~로 떨어져드리겠습니다~"
"아니! 우리! 우리는요!"
카린을 끌어안고 비비적거리던 에이미가 팔을 풀고 카린과 한 뼘 멀어졌다.
앞 열에 앉아있던 이민서와 아키가 자기들은 빼먹냐고 섭섭해하는 건 덤.
"아, 알았어요! 설마 제가 빼먹겠어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다들 혹시 제 리본 매점에서 본 적 있어요?"
"응? 그런 걸 매점에서 왜 팔아? 그리고 선물 받았다며? 선물을 매점에서 사다 줘?"
"아이참! 둘 다 눈치가 왜 이렇게 없어요! 딴 데서 샀는데 부담스러울까 봐 둘러댄 거죠!"
"그, 그렇게 되는 건가요?"
아키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카린은 여전히 의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려도, 이런 리본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줄 이유도 없었다.
그저 사과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니까.
"아! 저기 시간 좀 봐요! 곧 점심시간이 끝나요. 이제 교실로 가요."
이민서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 건물 입구로 향했다.
카린은 스탠드를 벗어나면서 잠깐 아직도 축구 삼매경에 빠진 남학생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는 곧 친구들을 따라 걸어갔다.
(BGM off)
*
***
동아리 '카운터즈'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구에서 침식 재난이 자주 일어나는 시기에는 회의를 진행한다.
주된 회의 내용은 학교에서 반경 15km 내외의 지역에서 침식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통이라면 각 지역의 태스크포스나 소집된 용병들에게 맡기는 일이었지만...
태스크포스가 환상 고등학교를 집중적으로 케어해줄 수는 없으니 학교가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학교 수뇌부와 학생회장의 주도하에 대처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번 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던 침식 재난으로 학생들이 위험했던 적이 있었기에, 침식 재난 대처 프로세스는 비정기적 회의를 통해 보강하고 있었고,
환상 고등학교가 카운터즈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저 인재의 배출이 아닌 학교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아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도 선생님 3명, 박현수, 심소미, 캐시와 모든 부원이 참여한 회의.
이런 회의가 낯설게 느껴지는 카린과는 달리 다른 선생님과 학생들은 익숙해 보였다.
"솔직히 저흰 군인이나 용병도 아닌데 껴서 회의해도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요?"
"제이크, 학생이니까 지적할 수 있는 내용도 분명히 있다. 성실하게 회의에 참여했으면 좋겠군."
"이 새끼야 철 좀 들어라 철 좀. 너보다 한참 후배인 애들도 볼멘소리 안 하는데. 어?"
"아아앍―"
클라레스의 지적과 함께 회의에 참여한 박현수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 제이크의 귀를 잡아당겼다.
카린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낯설지만 노력해 보겠단 마음으로 기존의 매뉴얼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샬롯이 클라레스와 카린의 눈치를 조금 보다가 이내 따라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 본 매뉴얼에는 일반교사와 학생 및 외부인원, 카운터 교사, 특수 활동을 하는 카운터 학생 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특수 활동을 하는 카운터 학생이라... 이건 우리 동아리를 말하는 거겠지. 대피요령은... 아직 그냥 운동장?
카린은 파란색 펜으로 프로세스에 이것저것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펜을 쥔 손을 턱에 대었다가 펜을 놀리고, 또다시 고민하고, 적고를 반복했다.
프로세스를 체크한 클라레스는 그런 카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나? 카린 웡."
"네, 네? 아이디어라기보단, 개선해야 하거나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걸 적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모인 자리니까요."
"호오... 한 번 읽어보고 싶군."
"으... 별 내용은 없어요."
눈을 반짝이면서 적던 모습과 달리 카린은 자신 없는 표정으로 자신이 쥐고 있던 종이를 넘겼다.
클라레스가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더니 놀랍다는 듯, 같이 보던 캐시 선생님에게 넘겼다.
"굉장히 날카로운 지적이 많군. 역시 카린, 넌 스카웃하길 잘했어."
"네...?"
"확실히... 괜찮은 내용이네요. 카린 학생, 원래 이런 쪽에 박학다식한가요?"
갑자기 쏟아지는 칭찬 세례에 카린이 어쩔 줄을 몰라 시선이 크게 요동쳤다.
이제는 박현수와 심소미까지 내용을 살펴보더니, 감탄하며 다른 부원들에게도 괜찮은 의견 있으면 적극적으로 내놓으라며 재촉했다.
"음. 학생 대피공간이 너무 제약되어 있다...?"
"네, 저희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학교입니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다른 일반 학교에 비해서 저희 학교는 전교생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굳이 타겟이 될 수 있는 운동장으로 대피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네요. 이러면 중등부도 엄폐가 가능한 시설로 대피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좋겠어요. 회의 후에 중등부 쪽 담당자와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카린과 캐시의 대화에 지지 않겠다는 듯 살롯도 의견을 내놓았다.
"선생님, 여차하면 다른 카운터 학생들에게 침식체와 마주쳤을 때의 대응요령 정도는 주기적으로 교육하는 건 어떨까요?"
"학생들의 동의 없이 예비전력으로 굴릴 순 없어."
"아니요. 비상선언 이후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위험해지는 확률을 줄이는 겁니다."
"오, 그럼 실제 태스크포스 현장 종사자들의 매뉴얼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지 않나요?"
"동의합니다."
...
볼멘소리를 내던 사람도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최소 한 번씩 코멘트를 던지기 시작했다.
카린은 그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지만 종이의 빈 여백에다가 오가는 의견들을 듣고 빠르게 써 내려갔다.
클라레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꽤 유의미한 개선 의견이 한참 오가고, 회의의 막바지.
클라레스가 카린이 분주히 적은 종이를 가리키며 캐시에게 말했다.
"카린이 다 정리한 것 같습니다. 저 자료를 가지고 학교 최종 회의에 사용하시는 건 어떨까요."
"앗, 카린 학생 고마워요. 시간을 절약했어요."
"네? 아,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가져가세요. 선생님."
***
생각보다 매끄럽고 순조로운 회의였던 덕분에 카운터즈 부원들은 자신들의 장비들을 정비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장비를 광내고, 날을 다듬고, 탄창을 확인하는 동안 맨주먹뿐인 제이크는 의자에 앉은 채로 테이블에 다리를 올려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모두가 분주한데 불량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클라레스가 제이크를 흘긋 쳐다보고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바쁜데 좀 너무하는군."
"난 맨손이라고? 깨끗이 닦으라고 한다면, 이미 손 씻고 왔는데?"
"친히 내가 손에 광을 내주도록 하지. 오른손을 내놔보아라."
"아, 미쳤어? 내 손이 칼도 아니고... 이, 그냥 내가 손 한 번 더 씻고 온다."
클라레스의 농담에 질색하며 나가는 제이크.
이 상황이 꽤 웃긴지 같이 앉아있던 샬롯과 카린은 자신들의 무기를 다듬으며 조용히 웃었다.
조금 뒤, 탄창 파우치를 확인하던 카린에게 샬롯이 조용히 물어왔다.
"카린은 총도 잘 쏘고, 분석력도 대단하네."
"네? 뭐가요?"
"그냥 이런저런 센스라던가. 원래 사람이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라서 그런가. 깐깐하다고 해야 하나."
"...칭찬 맞아요?"
"응."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에 카린이 되물었지만, 샬롯은 확신의 대답과 함께 조용히 끄덕일 뿐이었다.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일단 칭찬이라고 여기며, 카린은 자신의 무기의 총신 쪽을 살폈다.
"...샬롯, 저희 튜닝 같은 거도 하나요?"
"아니?"
"그럼 여기 사물함에 있는 거 대부분 완제품이죠?"
"응."
의아한 표정으로 총신을 바라보는 카린. 샬롯은 카린의 표정을 보다가 곧 클라레스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투덜거리며 나간 제이크가 돌아오기도 전에 장비 점검을 마쳤는지 차를 내릴 준비를 하는 클라레스의 모습을 보곤, 샬롯이 자기가 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샬롯이 그러든지 말든지, 카린은 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최종 점검을 했다.
튜닝 같은 취향은 자신에게 확실히 없을 텐데. 왠지 모를 밋밋한 외형이 맘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몇 번 갸웃거렸다.
"아, 내일 오후는 방위작전 지원 나가니 기억해두도록."
"네, 알겠습니다." " 확인했습니다."
두 여학생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손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채로 돌아온 제이크가 클라레스를 향해 소리쳤다.
"야! 광내고 왔다!"
"불합격, 다시 해 와."
"싫어~"
"아! 선배! 장난치지 마세요! 이러려고 물기 안 닦고 오신 거죠!"
"...!"
먼저 장난을 친 당사자는 클라레스 인데 물방울 세례는 여학생들이 맞았다.
잔뜩 약오른 듯 얼굴에 튄 물기를 닦으며 노려보는 샬롯과 격한 반응을 보이는 카린이 재밌는 듯 박장대소를 하는 제이크.
그리고 철없는 자신의 동급생을 보던 클라레스의 한숨소리가 시끄러운 목소리들 사이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