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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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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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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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동계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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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북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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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사바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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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사바트 혁명


「토우리, 토우리, 저거 봐봐!」

「네네, 뭔가요 세돌 군?」

 

 봄도 거의 끝나갈 시기.

 

 저는 어린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작은 마을을 산책했습니다.

 

「저기에 이상한 게 걸어 다녀!」

「으음…… 저건 살쾡이네요」

 

 이곳은 사바트 영내의 타르강 부근에 있는 오셀로라는 마을로, 농업과 양조를 주산업으로 하는 작은 촌락입니다.

 

 북부 결전이 끝난 뒤, 고무지에게 구해진 저는 이 마을에 망명해왔습니다.

 

 그로부터 수개월 동안, 저는 이 마을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거 물려나?」

「네. 물지도 모르니 가까이 가면 안 된답니다?」

「응!」

 

 

 지금 제가 상대하고 있는 아이는 고무지의 아들인 세돌 군입니다.

 

 동글동글 처진 눈이 귀여운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왕성한 4살짜리 남자아이죠.

 

 고무지 부부가 외출해 있는 동안에는 제가 그를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 오셀로라는 마을은 고무지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그의 부모님은 오셀로를 기점으로 행상일을 하면서 나름 유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소년 시절의 고무지는 부모님의 상행에 따라다니며 장사를 도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오스틴에 체재하던 중에 동서전쟁이 발발했고, 고무지 일가는 사바트에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부터 고무지는 오스틴 내에서 늘 눈치를 보면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심한 폐렴을 앓았지만 『사바트인을 치료할 의리 따윈 없다』며 죽을 때까지 방치당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무지는 오스틴을 매우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부친이 남긴 유산을 사용해 테러라도 일으킬까 생각했을 정도로.

 

 

『아재야, 돈도 많아 비는데 낯빛은 영 죽상이구마』

『뭐야 넌』

『어차피 죽을 생각이먼 그 돈 내인데 주삐라. 귀여운 딸아한테 주는 편이 돈도 행복하지 않겄나』

 

 

 그런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그였으나 어느 날 밤거리에서 쿠샤 씨와 만났습니다.

 

 쿠샤 씨는 체임이라는 동쪽 나라 출신으로, 부모한테 팔린 탓에 오스틴까지 와서 창부 일로 돈을 버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 돈만 있으먼 내는 자유로워질 수 있대이』

『그딴 거 내 알 바냐』

『그라몬 우선 니캉 내캉 알 바 있는 사이가 되먼 되겠구마』

 

 

 그 뒤엔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는 모양으로 (자세한 건 부끄러워하면서 절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쿠샤 씨에게 홀딱 반한 고무지는 거금을 지불하여 쿠샤 씨를 창관에서 빼냈다고 합니다.

 

 쿠샤 씨 본인도 고무지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해서, 둘은 그대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있제 고무지. 니 말이다, 사바트 출신이라는 건 숨기고 몰래 살아가먼 안 되나?』

『그럴까』

 

 그렇게 고무지는 자신이 사바트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오스틴인으로서 마슈데일로 이주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위병 일을 얻어서 쿠샤 씨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렇게 건강한 아들도 얻고 그야말로 행복이 절정에 이르려던 때에.

 

『뭐? 내가, 징병……?』

 

 실프 공세로 의해 마슈데일까지 전쟁의 불씨가 옮겨붙고 말았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저도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억지로 징병된 고무지는 가백 소대에서 도망쳐 나왔고, 두 다리를 잃으면서까지 마슈데일에서 탈출했습니다.

 

 그는 부상으로 의병 제대하게 되었고, 그 퇴역금으로 마차를 구입하여 상행에 나섰습니다.

 

 수도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모조리 사들인 뒤, 그대로 남부 도시로 내려가 살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그는 플라멜이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입수했습니다.

 

 소문을 들은 고무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진실이라 판단하고 사바트에 망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불법 조직과 교섭하여 타르강을 통해 밀항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행동에 옮기려고 하던 차에 빈사 상태의 제가 눈앞으로 떠내려왔다고 합니다.

 

 

『다른 오스틴 병사였다면 망설임 없이 버렸겠지만, 선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는 그 마을 놈들처럼 박정하지도, 비겁하지도 않으니까』

 

 

 거기서 그는 함께 망명을 계획한 사바트인 치유사에게 부탁해서 재산을 털어가며 저를 치료해줬습니다.

 

 제 의식이 없는 사이에도 계속 간병해줬다는 모양으로, 그 덕분에 저는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고무지는 무방비 상태인 저를 오셀로까지 옮겨줬습니다.

 

 첫인상은 최악이었는데, 의외로 의리가 두터운 성격이었나 봅니다.

 

 

 덧붙여서 오스틴군의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제 장비는 강가에 버리고 왔다 합니다.

 

 그 장소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꼬옥 쥐고서 놓지 않았던 로들리 군의 옷조각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경위로 저는 오셀로 마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와 함께 망명해온 치유사 아니타 씨의 진료소에서 치유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번 급료를 고무지 가족에게 전달하여 양자 같은 취급으로 빌붙어사는 중입니다.

 

 

 

 

 

 덧붙여서 제가 오스틴인이라는 사실은 곧바로 들켜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게, 사바트어를 전혀 못 하니까요.

 

 적대 국가의 사람이니만큼 꽤 각박한 취급을 받을 줄 알았지만.

 

『그 나이에 고생이 많았네』

『이제부터는 우리 동료인 셈이잖아? 여긴 참 좋은 마을이야. 맘 편히 느긋하게 살아도 돼』

 

 예상과는 반대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동정심을 내비치며 다가왔습니다.

 

 고무지 왈, 제 어린 외형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치유사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부탁해라』

『아무리 오스틴이 밉다지만 너 같은 어린애한테 어떻게 뭐라 하겠어』

 

 사바트의 병사들은 잔혹했지만, 사바트의 국민들은 목가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어린 남자애를 돌보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삶을 보내는 와중에도 제 마음속에선 늘 무언가가 걸렸습니다.

 

 그건 아마도 오스틴군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강박.

 

 군법에 의하면 병사인 저는 부대와 떨어졌을 경우 신속히 군으로 복귀하여 생존을 보고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타르강을 건너서 오스틴군으로 복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북부 결전 이후, 양국 모두가 강변에 경계망을 깔아 놓은 탓에 경솔히 도하를 시도했다가는 사살당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전투 중에 혼란을 틈타 건넌다면 모를까, 지금 배를 띄우면 벌집이 되어버리겠죠.

 

 

 이러한 이유로 저는 병사의 임무를 잊고.

 

「토우리, 여기야! 여기!」

「정말, 어쩔 수 없네요」

 

 평일에는 마을의 치유사로서 진료소에서 근무하고.

 

 휴일이 되면 고무지의 아들 세돌 군을 돌보면서 집안일을 돕는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겁니다.

 

 

 

 

 

 

 진료소의 주인인 아니타 씨도 저를 잘 대해주셨습니다.

 

「이야, 덕분에 살았어. 나는 마력통이 작아 가지고 네가 도와주러 와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아뇨, 저야말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건 매우 평화로운 나날이었습니다.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달콤하고 고혹적인 생활이었죠.

 

 전장에 있었을 적에 제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았던, 목숨의 위험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도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었습니다.

 

「네 진찰 말이야. 친절하다고 평판이 자자하더라」

「감사할 따름입니다」

「토우리. 너도 더는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계속 사는 게 어때?」

 

 이 마을이 평화로우면 평화로울수록 제 안의 무언가가 줄어들어 가는 게 느껴집니다.

 

 오스틴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돌만 씨나 케일 씨는 분명 아직도 위생부에서 필사적으로 분투하고 있겠죠.

 

 아리아 대위님과 베르디 씨, 그리고 렘벨 소령님도 아직 전장에 남아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만 쏙 빠져나와 이런 생활을 보내도 되는 걸까요.

 

「너는 이미 충분히 열심히 했어. 이제부터는 행복한 길만 걸어도 돼」

「……」

 

 군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나날이 찾아올 겁니다.

 

 고무지는 로들리 군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인식표를 찬 고깃덩어리는 저를 지키듯이 껴안은 채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로들리 군은 죽어서도 저를 지키려 했던 거겠죠.

 

 그의 동료애는 정말 대단하네요.

 

「네.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기껏 로들리 군에게 구원받은 목숨.

 

 괜히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이대로 평온하게 사는 게 합리적인 걸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저 혼자 군으로 돌아가봤자 전황은 바뀌지 않겠죠.

 

 그렇다면 기껏 얻어낸 이 평온을 소중하게 간직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 강이 있는 한 너는 오스틴으로 돌아가지 못해」

 

 어찌 됐든 지금의 제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군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다고 한들 그 강을 건너기 위한 자금도, 용기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거금을 들여서 저를 구해준 고무지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진료소에서 일하면서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한 저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세돌 군을 쫓아다니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 우리 세돌이를 떠넘겨서 미안해, 선배」

「어서 오세요, 고무지. 부인분과 데이트는 잘 즐기셨나요」

「물론이지. 슬슬 둘째가 생길지도 몰라」

 

 고무지는 이 마을을 기점으로 행상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오스틴에서 가져온 마차를 끌고 훌쩍 어디론가 모습을 감췄다가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에 상품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돌아오곤 합니다.

 

「세돌이는 뭐하고 있어?」

「놀다가 지쳐서 벌써 잠들어버렸어요」

「선배를 많이 따르는 모양이네. 쿠샤가 『아들을 빼았겨뿠다』라며 투덜대더라니까」

「하하하」

 

 고무지는 마을에 체재하는 동안에는 자주 쿠샤 씨와 외출을 나가는 듯했습니다.

 

 마슈데일에서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지, 여기서는 매일같이 데이트를 나가고 있습니다.

 

 부부 금실이 좋다는 건 좋은 일이죠.

 

「선배도 꽤 사바트어가 능숙해졌네」

「벌써 3개월이나 진료소에서 일했으니까요」

「뭐, 기본적인 문법은 똑같으니까 단어만 외우면 금방이지」

 

 사바트어는 고무지 부부와 아니타 씨에게 배웠습니다.

 

 문법이 비슷해서 일상 회화 정도는 금방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곧 있으면 나는 또 상품을 매입하러 여행을 떠날 거야」

「그런가요」

「다시 집을 부탁할게. 선배가 지켜주면 걱정거리가 줄어서 참 좋다니까」

 

 사교성도 배려심도 좋고, 인연과 가족을 소중히 할 줄 아는 남자 고무지.

 

 전쟁은 사람을 바꿔버린다고 하던데, 이곳에서의 그는 마치 딴사람 같습니다.

 

 

 마슈데일 철수전에서는 쫓기고 몰아 붙여진 탓에 여유가 없었던 거겠죠.

 

 인간은 장소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측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전우들도 평화로운 장소에서 만났더라면 인상이 많이 달랐을까요.

 

 가백 소대장님은 과연 어떻게 변할지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외국인인 저를 받아들여 준 마을 사람도 많았지만.

 

「너하고 닿을 생각 없다. 약만 내놔. 나머진 알아서 할 테니까」

「……」

 

 아니나 다를까, 일부 공격적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약이 효과적일지 모르기 때문에 진찰은 필요합니다」

「닥쳐. 다가오면 패버린다, 썩을 오스틴 놈」

 

 그런 사람들의 대다수는 전쟁 중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오스틴의 병사한테 가족을 살해당한 사람입니다.

 

 제게 원한을 쏟는 그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귀찮게 대체 무슨 소란이야」

「야 아니타! 망할 오스틴 놈의 진찰실에 나를 들이지 마! 코가 썩어버리겠잖아!」

「불만 있으면 꺼지던가. 나는 너한테 제발 와주십사 부탁한 기억은 없는걸. 계속 소란피우면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이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저랑 아니타 씨뿐입니다.

 

 아니타 씨는 이런 벽지에서는 매우 귀중한 치유사이기 때문에 마을 밖에서도 자주 진찰 의뢰가 들어오는데.

 

「진료를 거부하는 거냐? 하여간 썩을 오스틴 놈들을 고용하는 치유사들은 제대로 되먹은 놈이 없어!」

「다른 환자들한테 민폐니까 돌아가라는 소리잖아!」

 

 마을 밖의 사람들을 진찰할 때면 오스틴인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케이스가 빈번했습니다.

 

 이 남자도 제 얼굴에 침을 뱉고선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

 

 이 정도의 폭언은 각오한 바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있어서 적이자 원수니까요.

 

 저도 사바트 병사를 쏴죽인 적이 있습니다.

 

 미움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죽이지 않고 받아들여 준 오셀로 마을의 인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둡시다.

 

 

 

 

 

 

 

 

 

 ……그래서 뭐, 제 사바트에서의 생활은 대강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서 격하게 매도당하는 것을 빼면 대체로 평화롭고 한적한 생활이었죠.

 

 그래도 매도는 당할지언정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체벌에 익숙한 저로서는 폭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서 도적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조심하세요 고무지」

「에이,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러나 고무지가 재차 상행을 떠난 뒤, 기어코 염려했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건 평소처럼 진료소 일을 마치고 고무지의 아들을 놀아주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무슨 짓입니까!」

「어엉?」

 

 

 세돌 군이 모래 놀이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저는 갑자기 팔꿈치에 얻어맞고 땅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격한 이명과 통증에 의식이 날아갈 뻔했습니다.

 

 

「튀지 마, 이 새끼야」

「그만둬주세요!!」

 

 

 비틀비틀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 셋이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세돌 군을 걷어차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남자들의 등에 달라붙어 세돌 군으로부터 떼어내려고 했으나, 역으로 목을 붙잡히고 다시금 지면에 처박혔습니다.

 

 뚜둑 하고 팔에서 불길한 소리가 납니다.

 

 

「당신들은 누굽니까!」

「우리가 왜 대답해야 하지?」

 

 

 갑작스레 기습해온 그들의 얼굴은 제 기억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체격이나 얼굴로부터 대충 정체가 예상이 갑니다.

 

 

「우리는 해충을 구제하러 왔을 뿐이야」

「오스틴에서 꼬인 역겨운 벌레는 모조리 잡아서 강에 흘려보내야 하지 않겠냐」

 

 저 오스틴을 향한 원망의 감정.

 

 이건 분명 전장에서 수도 없이 부닥뜨려 온 명확한 「살의」.

 

「……방금 당신이 걷어찬 아이는 사바트인이에요」

「너 같은 새끼를 받아들여 준 집의 자식이면 똑같지」

 

 

 저를 비웃은 그 남자는 얼굴에 커다란 도상을 입어 한쪽 눈이 없었습니다.

 

 다른 남자들도 팔이 없거나 지팡이를 짚고 있는 등 멀쩡하지 않았지만, 몸 자체는 근골이 융성했습니다.

 

 

「당신들은 사바트의 병사들이군요」

「그래. 망할 네놈들 때문에 소중한 전우들을 잔뜩 잃었지」

 

 

 역시나 그들은 부상을 입고 퇴역한 사바트의 전 병사들이었습니다.

 

 북부 결전이 일단락되었으니 고향으로 돌아온 거겠죠.

 

 

「오스틴군은 악마야」

「어린 소년병이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머리를 꿰뚫었어」

「전우들의 시체를 꼬치처럼 꿰어서 웃음거리로 만들었지」

「악마가 쓰인 게 아니라면 그런 잔학한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전직 병사들이 속사포로 내뱉은 말 중에서 제가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눈은 저를 죽이는 일에 아무런 주저도 품지 않은, 광기에 잠식된 병사의 눈이었습니다.

 

 

「자, 천벌이다. 모든 일에는 인과응보가 있는 법이지」

「여태까지의 소행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죽어라」

 

 

 저와 그들은 초대면일 테지만 분명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오스틴은 악이자 적이며 죽여야 할 상대.

 

 그들에게 있어선 그게 당연한 이치니까요.

 

 

「……」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며 걱정스러운 듯이 저를 바라보았지만, 끼어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섣불리 저를 감싸다간 같이 말려들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죠.

 

「저를 죽이는 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까지 상처입히는 건 도덕적으로도……」

「오스틴 벌레 새끼 주제에 도덕을 거들먹이지 마라!」

「네놈들에게 정의를 논할 자격 같은 건 없어!」

 

 세돌 군은 울면서 제 품 안에서 떨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세돌 군을 【유(癒)】로 치료하면서 이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병사들에게 간청했습니다.

 

「하하하. 너희 오스틴 놈들은 우리가 목숨을 구걸할 때 한번이라도 살려준 적이 있었냐?!」

 

 커다란 조소와 함께 제 얼굴이 걷어차이며 멀리 날아갔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무지. 집을 지켜달라고 부탁하셨지만 이렇듯 저는 무력합니다.

 

 일개 위생병 따위가 장정 3명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꼴 좋다! 각오하시지!」

 

 기껏 로들리 군과 고무지에게 구원받은 목숨을 이런 식으로 잃게 된다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최소한 세돌 군만이라도 어떻게든 도망치게 해주고 싶지만…….

 

 

「우리들의 원한을 뼛속까지 되새겨라!!」

 

 

 ……이것이 바로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조차도 사바트의 병사들에게 커다란 증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본 학살의 풍경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스틴군이 사바트에게 행한 만행의 전부를 알지 못합니다.

 

 군에서는 아군의 잔학 행위 같은 건 일일이 선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말로 미루어 짐작건대, 오스틴도 분명 만만치 않은 일을 저질러온 거겠죠.

 

 

 적의 비인도적인 행위만을 대대적으로 알려서 전의를 고양시키는 것이 군의 수법입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증오하게 되는 겁니다. 

 

 

「편히 죽을 생각 마라.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배를 걷어차이고 피를 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행은 그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끊이지 않는 증오의 연쇄.

 

 여태 오스틴과 죽고 죽이기를 반복해온 병사들의 증오는 깊고도 깊었습니다.

 

 이렇게 전장조차 아닌 곳에서 그 한을 풀려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군」

 

 그 깊은 증오에 이끌린 걸까요.

 

 아니면 저를 감싸기 위해서일까요.

 

 조금 전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달리 눈에 띄는 금발의 남자가 현장에 끼어들었습니다.

 

「나도 끼워주지 그래」

「……응?」

 

 그 남자는 키가 2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 거한이었는데, 곰처럼 숱이 많고 차분한 목소리였습니다.

 

 상반신을 깐 그 몸에는 오래된 상처가 가득하고 왼쪽 팔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지만, 전신에서는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흐음」

 

 그는 정돈되지 않은 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저를 노려봤습니다.

 

「당신도 이 마을 출신이었나!」

「만나서 영광입니다, 영웅님!」

「치워두게. 나는 이제 평범한 마을 사람에 불과해」

 

 그 남자와 눈이 맞은 순간, 온몸의 털이 삐죽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금빛의 병사의 이름은 분명…….

 

 

「……뇌창귀」

「흠?」

 

 

 맞습니다. 서부전선에서 가백 소대장이 미처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분노했던 그 사바트측의 에이스.

 

 벼락을 두르고 돌격해오는 창술사.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지?」

「……」

「네놈은 오스틴쪽의 병사인가」

 

 

 그는 분노와 원망이 뒤섞인 눈으로 저를 향해 바로 섰습니다.

 

 사바트의 영웅은 입꼬리를 희미하게 말아 올리곤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으로 저를 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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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지적하는 놈들은 TS시켜버릴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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