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그랑!

"큿, 죽여라...!"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판단한 것일까. 기사는 지쳐서 주저앉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그저 표독스런 눈으로 쌕쌕 가쁜 숨만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되지 안돼. 기껏 힘들여서 널 쓰러뜨려놨더니, 내가 왜 그런 헛 짓거리를 해야하지?"

"큿! 네, 네놈! 설마 본녀를 능멸할 셈이냐?!"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풍만한 제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감출 수 있는 양 가리고 있었다.


".....?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투항한 적국 병력은 제네바 협약에 의거하여 포로의 지위로 대우한다. 포로협상 전 까지만 참아라, 돈만 받으면 돌려보내주마."

"......차라리 죽여라!"


무슨 상상을 했는 지 알 것 같았지만 구태여 말 하지 않았다.


수치사하면 돈을 못 받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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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가 된 여기사의 첫날 밤.


허름하지만 평범한 싱글침대. 감옥의 벽돌이 앞으로의 험난한 능욕의 나날을 암시하는 듯 했다.


'큿...! 비록 몸은 범해지겠지만, 마음만은 고고하리라!'


언제 짐승같은 남자들이 덮쳐올지 몰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봐도 대타로 들어간 야간당직의 불만을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간수의 군홧발 소리를 제외하곤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기사는 아침점호 도중 졸아서 간수에게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