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신전에서 천직을 확인받는다.


천직에 관련된 일을 수행할 때 그 인간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므로, 어지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인간들은 여신님이 점지해주신 천직을 따를 것이 권장된다.




그리고 내가 받은 짐꾼은 그 어지간한 이유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짐꾼 직업이 나타날 때마다 감히 상상도 못한 문제들이 일어났던 모양이에요."


직업이 확인되자마자 신전의 응접실로 끌려오다시피 한 나에게 수녀님이 설명을 해주신다고 하셨다.


"가라사대, 짐꾼이 필요해서 데려갔더니 용사파티의 화합을 깨트렸다.

가라사대, 짐꾼이 필요 없어서 내쫒았더니 용사파티가 처참하게 몰락했다.

가라사대, 짐꾼이 진짜 용사였다.

가라사대, 짐꾼이 중요한 짐을 들고 튀어버렸다.

가라사대, 짐꾼이 있는데도 편성하지 않았더니 용사파티가 보급을 받지 못해 말라죽었다."


"그거, 대체 세계의 위기가 몇 번 있었던 거죠."


그리고 사람은 백인백색이라지만 짐꾼의 행보가 극과 극을 오간다.


나 이전의 짐꾼들은 대체...


"일단 현재 확인된 용사파티는 없으니 보류 상태입니다만, 발견되는 순간 당신의 취급은 돌변할 겁니다.

짐꾼이라는 직업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이 대륙의 역사에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흔적들이 새겨져있어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


"하아아...."


좋게 보기에는, 저지른 전과들이 화려하다.

나쁘게 보기에는, 나쁘게 봤다가 처참하게 망한 전례도 많다.


그래서 어떻게 대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게 현재 상황인 모양이다.


"하아아아아..."


한숨만 나온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