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시판에 좋은글들이 올라오는데

뭔가 안좋은 썰을 써야하니

마음이 껄끄러운 느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소연할곳이 마땅치않는데

여기다 몇자적으면 마음가벼워지는건 

확실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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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보내고

친구들과 술한잔 빨고

정신나간 친구놈이 생축한다고

생크림3호케익 사오고

(그 파리바게트 크고 과일올라간거)


누나한테 생일 축하한다 전화도오고

ㅁㅁ누나한테도 생일 축하한다고 카톡오고

그랬다


당일 밤에 자기전에 

ㅁㅁ누나한테 답장하고


누나한테도 생일 축하 고맙다고 답장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머리가 빙빙 돈다


술기운탓인가



다음날 6시도 안돼서 깼다. 

약간 피곤했는데

잠은 안와서

일어난김에 세수하고

씻고 방에 들어왔다


술기운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솔직해지자 였다


마지막 양심이라 생각했다

아니 양심이랄것도 아니다


예의라 생각했던것 같다


누나에 대한 예의이자

여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이 들어 서랍의 편지지에

지난주 자초지종을 적었다


적다보니 2장정도 나왔다



다 적고나니 엄마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어제 얼마나 마셨어?]

[어..적당히]

[으휴.. 콩나물국 끓여놨어]


엄마가 한심하다는듯 툭 내뱉고는

씻으러 들어가신다



콩나물국을 먹으면서 출근준비하는

아빠, 엄마를 보다가


나도 학교로 나섰다. 




...




그날 수업은 3시전에 끝났다. 

편지를 가방에 넣은채로

누나 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ㅁㅁ누나한테서 카톡이나

연락이 없다


뭐.. 신경쓸필요없는데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자취방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두고 나올까..

기다렸다 줄까.. 하다가

그냥 두고나오기로 했다


두고 나와서

집으로 갈까

근처 카페에서 기다릴까도

고민했다


나중에 걸려 힘든것보다 빠르게 자백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



빈 누나집의 공기가

무겁게 다가온다


숨을 쉬는데

공기가 텁텁한 기분이다


어디에 둬야 알까 싶어서 

집에들어오면 가방을 두는 화장대

위에다가


사뿐히 놓고


나왔다. 



그리고는 누나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기다렸다



음료 프리퀀시..모으는데

손이 떨린다. 


손이 시려운기분이다


뜨거운 커피를 꽉 쥐고

그녀가 퇴근해서

편지를 읽기를 기다렸다



6시...7시..를 넘어

8시쯤 누나한테 디엠이 왔다


[편지읽었어]

[응..]

[용기내서 고백해줘서 고마워..많이 무서웠을텐데]


누나의 답변이 온다


[집이야?]

[아니.. 여기 누나 오피스텔 옆 스타벅스야]


내 디엠에 전화가 온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다


[저녁은 먹었니?]

[아니.커피 한잔 마셨어]

[나 저녁아직 안먹었는데.. 들어와 같이 밥먹자]


누나가 그 말하고는

통화를 끊는다. 



누나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벨을 눌렀다



문열리는 소리가 난다

누나가 날 보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방으로 들어간다


수십번 와본 현관인데

신발벗고 들어가는 그 느낌이 춥다



장승처럼 집에들어가 서있었다

누나는 침대에 앉아 날 쳐다본다


[뭐해 잠바 안벗고..]


그 말에 가방내려놓고, 잠바벗었다


그때쯤 누나가 오더니 내 가슴팍을

한대 툭 친다

살짝 아팠다


[나쁜놈...]


이라면서 귀를 잡아당긴다

그리고는 내 귀를 잡고 바닥으로 주저앉자

나도모르게 바닥에 앉아버렸다


[다시는 그러지마..]

[응...]

[폰 줘봐]


나는 잠바에서 폰 꺼내서 갖다줬다


누나는 내 폰을 열라고 하더니

ㅁㅁ누나와 톡이나 그런걸 죽 본다


일요일과 별반 다르지않자

누나가 다시 폰 던진다


[남자는 여자랑 다르다는건 알고있어 나도..]

누나가 날 쳐다보는데

나는 눈을 못마주치겠다


[그러지마]

[응..]

[너가 여지를 줬든, ㅁㅁ이가 여지를 줬든..편지내용대로 안긴다고 안아주고 그러지마.. ]

[응..]

[아니..아무여자나 여지줬다고 기회된다고 함부로 자고 그러다가

미투당할수도 있는거고.. 무고 먹을수도있어서 그러는거야..]


내가 아무말이 없자 누나가 내 무릎을

탁 친다


[이거는 누나라서 남동생 정말 걱정되서 그러는거야... ㅁㅁ야 어릴때부터 알던사이니까 그렇다치지만.. 학교나 밖에서 응? 너 커서 회사생활하거나 사회생활할때 여자랑 그런식으로 엮이다가 진짜 어디서 어떻게 큰일날지모른다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누나회사에서도 그런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뭔가.. 음... 내 인생의 첫 그런 술김에 여자와 잔 일이라

나도 놀랬는데.. 그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교훈같은 느낌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거는 내 솔직한 심정인데.. 화는 나지만 그래..뭐

상대가 내 친구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것도 있어]


[미안..]

[만약 다른 사람.. 뭐 대학교 후배나 동기, 선배였으면 정말 싫었을거고

화가 많이났을거같아]


누나가 조곤조곤 감정을 이야기해준다


[전에 ㅁㅁ이가 대관령갈때 너같이 상냥한애 좋다고하던게 그거였나...]


하면서 한숨을 푹 쉰다


[어쩌겠어.. 이미 한거.. 대신 앞으로 연락먼저하지말고, 연락오면 씹거나 단답으로 끊어..]

[응..]

[으휴..]


누나가 머리를 북북 긁더니 갑자기 어이없다는듯 웃는다


[아... 내가 ㅁㅁ랑 기둥동서네 진짜..]



하며 날 째려본다



그리고는 누나가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쉬더니 으아아 하고는

러그위로 누워버린다


[아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었다. 

죄인은 나니까


[진짜 이거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하더니 푸들푸들웃더니 훌쩍거린다


누나가 누운채로 눈물이 나는지 눈을 비빈다


속상한가보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는 되는데 왜 기분이 그지같냐]


하면서 눈을 비빈다


[누나..]

[왜]

[안아도 돼?]

[몰라..]


누나는 기침을 한번 하더니 

모른다고 답한다


누운 누나 옆으로 가서 손을 잡았다



...




누나가 내 손을 꽉 쥐더니 나즈막히 말한다


[동생이니까 뭐라고는 못하겠고.. 남친같으니까 또 뭐라고는 해야겠고.. 상대는 나와 초중고 절친인 애고...]


하면서 한숨을 쉰다. 



조금의 적막이 흐른다


[몇시지?]

[8시 30분..]

[배고프지..?]

나보고 배고프냐 묻는다


[아니..]

[점심 뭐먹었어]

[그냥 학식 조금..]

[배고프겠네..]


누나가 몸을 일으킨다

살짝 울었는지 코끝이 빨갛다



핸드백에서 폰을 꺼내더니 뭔가를 열심히 톡탁거린다


[족발시켰어.. 기분 족같아서]


라는 누나의 드립에 약간 피식하자

누나가 

[웃냐?]

라고 하더니 날 발로 툭 친다




...




그날 집에서 족발을 먹는데

서로 거의 말을 안했다


그래도 누나는 누나인지 내 앞에서

비닐장갑끼고 뼈에붙은 살 발라주면서

내앞에 놔준다


[그래도.. 마음고생하느라.. 힘들었을거같아..]

[아니야]

[대충 너 올해 1~2월에 어떤 감정이었는지 알거같아]

[...]

[한번 용서해준다는거..이번에 쓰지 뭐]


예전에 누나가 인스타로 이놈저놈 만나고다닐때

그때 했던 약속을 기억해내더니


한번 용서해준다는걸 여기에 쓴다고 했다


쿠폰1장 있었다는데 다행으로 여겼다





거의 다먹고 봉투에 뼈담고 주섬주섬 치우는데

누나의 말이 등 뒤로 꽂힌다. 



[그러게.. 참.. 이런관계면... 어느 스탠스에서 어떻게 화를내야할지 모르겠어..]

[응...]


[근데 신기하지.. ㅁㅁ한테는 화가 안나]

[왜?]

[몰라.. 그냥 화는나는데 상황이 화가나는거지 사람한테 화가안나]




다 치우고 손까지 다 씻고나서 누나를 보니

그녀는 양치를 하고있다.


퇴근후 아직 갈아입지않은

캐시미어 느낌의 남색 원피스가

예뻐보였다. 



[집에갈거지?]

[응..]

[내가 자고가라고 하면?]

[오늘은 내가 참회해야해서..집에갈래]

[그래 그럼]


누나는 크아악 하더니 치약을 뱉는다


[대신 내일모레 ㅁㅁ한테 구두받아가지고 와. 걔 내일이 면접 마지막일거야]


라며 또 신발셔틀 심부름을 한다




...





다음날 ㅁㅁ누나를 밤에 집근처에서 만났다

구두를 받고 한번 ㅁㅁ누나를 쳐다봤다


[3개중 1개는 되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더니 그 안에 잘썼다며

스타벅스 카드 넣어놨다고 

YB이한테 전해달라고 하더라



지난주에 한번 그러고났는데

서로 조심하는 느낌이다


내가 간신히 입을 뗐다


[그냥.. 뭐.. 누나는 지난주 그러고나서 별 감정없죠?]

[나?...]


대답을 망설일때 내가 먼저 질러버렸다


[저는 별 감정 없네요.. 그래도 뭐.. 기억이야 나겠지만

안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래야죠 뭐]

[나도 비슷해.. 모르겠다. 나도 그냥 그래]


내가 먼저 빙긋 웃은거같다

ㅁㅁ누나도 그냥그렇다는 말에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다음날 목요일에 누나집에가서

구두 가져다놓고.. 집에서 기다렸다



그날밤은 누나가 날 쓰다듬으며 끌어안아줬다


기분이 좋았다. 


용서받는기분이다


내위에 올라와 놓치지않으려는 느낌으로 끌어안고

키스해준다


누나는 원피스입은채로 속옷만 벗더니

내위로 올라와 앉는다..


내 안경을 벗기더니 내 이마에 뽀뽀한다


[내가 더맛있지?]

라며 물어보는데

그 질문이 너무 좋았다.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응..당연하지]

[그래.. 나 많이먹고 잊어.. 맛없는걸로 채우면 기분안좋아]


라며 다시 나에게 키스해준다






...





용서받은 기분으로 그렇게 그날 밤 누나와 같이 잠을잤다

그녀는 유독 도망가지말라는듯

내 옆에 붙어서 끌어안고 파고들어서

잠을 청한다. 



금요일 공강이라 누나 출근준비까지 해준 뒤

그녀의 방에서 대충 옷정리 집정리

화장실청소까지 해주고 있었는데


화장대 서랍에서 내가 써준 편지가 나온다.


접어서 넣으려다가 우연히 펴봤는데

읽다가 울었는지 눈물방울 하나 떨어져서

잉크번진게 보였다. 



그녀는 정말 최대한의 슬픔과 분노를 참고

나에게 용서해준거같아서

너무 고마웠다. 



그녀의 눈물자국이 남긴 그 편지 자체가

누나의 용서같아서

그걸 접어서 서랍에 넣는데

눈물이 나는것 같았다

괜히 눈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