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티어 작가에 대해서 써봅니다.

 

1티어라니!

 

글을 적는 의미가 상당히 있을 것 같아서 대충 끄적여보네요.

 

아마도 저희집 고양이(만 16살)보다 어린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판타지의 저변이 크게 확대된 건, 9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온 바람의 마도사, 드래곤 라자의 기여가 컸습니다.

전민희 작가님의 룬의 아이들도 좋았고,

게임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탐그루나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하이텔에서 시리얼, 판타지 동호회 게시판에서 연재되던 작품들이죠.

 

이우혁 작가님의 퇴마록도 하이텔에서 시작된 과거가 있어서, 사실 하이텔이야 말로 작가들의 요람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흥행만 놓고 보면 이영도 작가님이 완전한 원탑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고,

그 이후에 김정률 작가님의 소드 엠페러가 인기를 끕니다.

당시만 해도 양산형이니 뭐니 말이 막 나오긴 했지만, 현재 웹소설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이텔 무림동에서도 표류공주나 청룡장 등으로 기성과는 다른 작품 시도가 이어졌고,

... 그리고 느닷없이 묵향과 비뢰도가 나옵니다.

 

그동안 무협은 중국 무협을 번역하거나, 혹은 몇몇 작가분들에 의한 3권짜리 한국 무협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금강, 서효원, 사마달, 야설록님의 4대 천왕이 있었고, 이 분들의 작품이 거의 무협 세계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용대운님 좌백님 등이 수준 높은 뛰어난 작품을 내긴 했지만, 무협 독자의 주류층은 아무래도

기성무협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묵향과 비뢰도가 출시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됩니다.

기존의 무협 독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맛을 접하게 된 것이죠.

 

뭔가 자극적이면서도 신선하고, 끝내주는 그런 거?

 

덕분에 무협 소설들은 한동안 씨가 말랐습니다.

왜냐면 경쟁작들이 묵향 비뢰도였고... 이 책들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재미가 너무 월등했거든요.

달달한 걸 접하고 나니 기존 무협에서 재미를 못 느꼈던 거죠.

 

반면에 판타지는 원래... 재미로 쓰던 아마추어들이 꽤 많았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판타지의 세계관 자체가 신선하고, 진입장벽이 낮았거든요.

 

원래 시장이라고 할 것이 딱히 있지도 않았는데,

아마추어들의 작품들 중에 괜찮은 것들이 보이니 출간을 하게 되고,

북박스나 파피루스 등, 여러 출판사들이 생기면서 수많은 작품들을 출시하며

대여점 시장을 이끌어 갑니다.

 

2000년초 초반까지 1티어는 절대적인 이영도좌... 그리고 전민희 작가님을 비롯하여 묵향 비뢰도가 차지합니다.

 

대여점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은 1,2만부를 넘으면 대박으로 쳤는데,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가 너무 크긴 했지요.

 

어쩌다 보니 장르시장의 역사로 흘러가게 되는 듯 한데.

2편은 추천 갯수 봐서 나중에 쓸게요.

 


 

2부.

2000년 초반이 되고 나서... 대여점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이 됩니다.

 

이영도 작가님이나 전민희 작가님의 작품들은 대여점 시장보다는 소장용에 맞는 글들이었고,

묵향 비뢰도가 절대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가운데,

많은 작가들이 탄생합니다.

 

북박스 초창기의 대작들이 몇 있는데, 황제의 검이나 다크메이지, 용검전기 등.

초룡전기 카르세아린이나, 이수영 작가님의 작품들도 인기를 끕니다.

팔란티어도 출시가 되었죠. 

 

가즈 나이트 시리즈나 하이텔 시절부터 인기를 끌던 홍정훈 작가님의 더 로그나 월야환담 채월야 같은 작품도 유명하지요.

판타지의 붐과 함께 일어난 작품들이 너무 많고, 이 시기에는 가을왕, 자유인처럼 작품성이 있는 글들도 은근 숨어 있습니다. 

 

묵향 비뢰도가 확고한 1티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작품들은 초반의 인기부터 너무 압도적이라서,

조금 논외로 한다면 이 시점부터의 장르소설계의 1티어 작가들은 꽤 많았다고 봅니다

1만부 이상 작가들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고, 한 작품만이 아니라, 후속작 연속 히트등까지 감안하면 

김정률 작가님이 가장 명성이나 판매량에서 앞서나갔습니다. 

 

다크메이지, 데이몬 등... 

그런데 대여점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후속권이 나올 때마다 몇만부씩 판매하는 글들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시장의 침체가 일어나기 시작하지요.

1만부 대박이 8천부, 7천부, 6천부로 점점 줄어들어가게 됩니다.

 

이유는 많은데, 대여점 체제의 한계이기도 하고, 게임에 밀린 것이기도 하고...

아주 매력적인 소설들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저도 2004년 초에 데뷔를 했지만, 솔직히 나무에게 미안한 글들을 계속 쓰고 있었으니까요... ㄷㄷㄷ

 

2000년 중반부터는 작품들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나오고,

책을 6-7천부 찍고 반품이 적은 정도면 출판사에서도 작가를 인정해주던 시절입니다. 

무협은 다시 살아났지만 예전처럼 장르시장을 주도하진 못했습니다.

 

작가들의 수입도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보더라도 대여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작가가 인세로 받는 돈은 한정되어 있었고,

출판 계약 자체도 점점 조건이 나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장르소설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대여점이 줄어들고, 출판사가 망하고, 작가들이 수입이 줄어들어서 접고...

3-4년만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자... 여기서 또 한 번 끊고 갑니다.

쭉 이어서 쓰고 싶긴 한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네요. 저 에필로그 에피소드도 써야되고, 운동도 해야 되고, 애도 봐야 됩니다... ㅠㅠ

 

 

 

3부.

이거 괜히 시작해서... 연재하기 귀찮아 죽겠음...

아무튼 1티어를 논하려면 장르시장의 연대기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음.

연대기에 대한 구분은 대단히 자의적인 것으로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94-01년 : 무협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판타지가 태동함. 이영도 좌, 전민희 작가님, 묵향 비뢰도가 연재됨.

많은 대여점들이 설립되고, 판타지 초창기의 소장본 문화가 대여로 바뀌게 됨...

참신한 작품들. 그리고 1인칭 글들이 많았는데, 아마추어들과 습작들이 판타지 붐을 타고 출간되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을 끌어들이며 인기를 끌게 됨.

극악서생 같은 작품은 요즘 현대화된 무협의 효시라고 할까... 

 

01-03년 : 대여점 체제가 구축되면서... 1만부 대박 시장.(더 많이 팔리는 책들도 있었음. 이 당시 구체적인 판매부수는 작가도 모르던 시기?)

김정률님이 연달아 히트를 치고... 홍정훈님도 인기를 끌고... 이영도, 전민희님은 대여점보다는 소장본 쪽으로 돌아섰고,

묵향 비뢰도의 절대적인 인기 아래에 1만부 넘는 작가들이 대거 포진함.

사실 1티어라고 한다면, 업계를 좌우하는 능력보다는 다른 작가들보다 판매부수가 좀 높은 정도로 영향력이 감소함.

왜냐면 대여점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주 잘 쓴 글이나, 그럭저럭 쓴 글이나... 똑같이 대여점에는 1권씩 들어가게 되니까.

판매부수의 차이가 줄어들어서 영향력이라고 할만한 것은 많이 사라짐.

그래도 1티어 작가들 몇 명이면 출판사를 확 키울 수 있던 시절.

 

04-06년 : 대여점 체제, 출판사 난립. 전형적인 군웅할거의 시대...

매일 책들이 쏟아지면서 대여점들도 반품으로 받아치고... 사실 재밌게 쓴 글도 많았고,

지금의 회귀물의 판무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백도도 출시되고,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대박의 기준은 이제 7천부 이하로 줄어들게 됨.

 

IMF와 창업 붐을 타고 일어났던 대여점도 줄어들고, 독자들도 많이 떠나고...

침체의 국면에서 1티어 작가라고 해도 출판사에서 계약 조건 조금 좋게 해주고...

1, 2권 많이 내고 3권부터는 얼마나 반품을 덜 받느냐의 싸움? 

출판사나, 대여점이나, 작가들이나... 점점 어려워짐을 실감하던 시기.

1질 내보고 후속작을 내지 않고 떠나는 작가들이 유독 많기도 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출판을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07-12년 : 조금 넓게 범위를 잡았는데...

현실적으로 침체라는 것 외에는 딱히 할 말이 별로 없다...

대여점이 급감하고, 출판사들 경영도 어려워지고, 작가들 계약조건도 나쁘게 바뀌어가고 있던 시기.

이렇게 업계가 어려워진 건 아마 중고딩이던 목마의 탓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1티어는 달빛 조각사라고 할 수 있는데... 크흠.

두세달에 한 번씩 증판을 거듭하면서... 대여점 외에 소장본이 더 많이 팔리게 됨.

 

13년-현재 : 카카오페이지의 등장, 문피아 유료화, 네이버.

아마도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면서 작가들의 수입도 늘어나고, 모바일 기반으로 전환되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독자들이 많아졌다.

카카오페이지의 경우에는 특히 카카오톡과의 연계, 웹툰, 로맨스등까지 망라하면서 일반 독자들을 많이 유입시킴.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현재의 붐은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여기서 1티어 작가들은... 

 

현재진행형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영향력과 매출, 필력을 모두 가진 작가들이다.

특히 현재로 넘어오면서 매출이 커지며 이게 어느 정도 기준점이 되긴 했는데,

오랫동안 글을 써온 입장에서 보면, 1, 2년 반짝 하며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최소 3-4년 이상 꾸준히 글을 쓰고, 흥행하고, 고정독자층을 가지면 1티어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간은 다른 의미에서도 중요한데,

작가들의 전성기라고 할까. 작가들이 글을 써내고 스스로 밝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위에 연대기에도 나왔지만... 1세대부터 1티어로 분류되었던 작가들 중에 현재까지 영향력이나 매출을 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장아 나빠져서 글을 못 썼다고?

 

그게 아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작가 입장에서는 빠르게 자신의 수명이 고갈되어 가는 것이다.

지금 1티어로 불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과연 몇년이나 갈까?

나는 몇 년이나 갈까?

항상 자기 고민을 안고, 더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작가로서 살아가다보면 사라지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지나간 시간이란 아쉽고, 그리운 것이다... 

에취...

비, 비염약이....

 


 

4부.

꼬꼬마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1티어니 뭐니 말해서 뭐하겠니...

사실이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는데, 2008년도부터 15년, 16년정도까지?

완전 혼자 해먹던 시절에도 솔직히 귀찮아서 어디 나서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글 적어서 조회수 몇백 가지고 부심 부릴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냐 명예가 생기냐...

1티어 이야기는... 나로서는 굉장히 아쉽고 허전해서 그랬어.

내가 막 데뷔할 때만 해도 쟁쟁하던 작가들이 많았거든.

그 작가들 이야기보면서 밤잠 설치고... 문장 하나 보면서 감탄하고...

 

지금도 생각나는 게 백도라는 소설인데,

처음으로 회귀하는 소설이었어. 

 

너무 재밌었다...

사실 난 무협이든 판타지든 거의 대부분을 다 접했지만,

이 글만큼 충격적으로 재밌던 게 없었어.

완전히 취향저격, 심장폭행을 당했다.

근데 작가분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지. 

 

묵향, 비뢰도도 마찬가지야.

나는 직업적으로 작가지만, 글을 좋아하면서 지금까지 쭉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아쉬운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글에 대해서 열심히 같이 떠들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없어....

그 사람 글도 나오지 않아.

사람들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아.

 

어느 한 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람들조차도 그래. 

솔직히 달빛 조각사로 원탑이 되었던 시절에는... 재미가 없었다.

업계는 망해가고 있지... 작가들은 이제 다들 접기만 하지...

나는 솔직히 억지로 스토리 늘려가면서 책 팔고 있지.

 

그랬는데... 이젠 다시 좀 의욕이 생기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이렇게 바뀌었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질 수 있으니...

너희들도 열심히 살라고.

 

이 업계에 별이 영원히 빛나진 않아...

내가 웹갤 오고, 행아웃 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달조 완결치고 이젠 다시 신인이니까... 

남희성 1티어? 꺼지라고 하고,

같은 출발선에 선 거지.

달조 외에 망했다는 인식 있잖아. (팩트)

 

사람들 기대 안 할 테니 마음껏 글 쓸 수 있고...

신인 작가들 느낌 접하면서 실컷 놀아보려는 거야. 

가능하면 진짜 질릴 때까지 글 쓰다가 접는 게 소원이다.

 

진짜 재밌는 소설 써라.

그래서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같이 놀아보자.


출처: [펌]달빛조각사 남희성 작가님이 말해주는 웹소..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