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1년 2월 4일(세종 13년), 경상도 동래읍

''징석아, 징옥아!''

''예, 어머니!''

이징옥과 이징석 형제가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두 형제 모두 용력이 강하기로 경상도도 전역에 소문이 자자했다.

''내 너희들에게 부탁할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내가 산 멧돼지를 보고십구나. 너희 둘 모두 멧돼지를 한마리씩 산체로 잡아올수 있겠니?''

''예, 어머니.''

두 형제는 어머니에게 답한 뒤 몽둥이와 활을 챙겨 산속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1시간 후, 형 이징석이 활에 맞은 멧돼지를 끌고 돌아왔다.

''어머니! 채 죽지않은 놈입니다. 제가 일부러 허리와 다리를 맞취 죽지않게 했습니다.''

''과연 내아들이야, 장하구나.''

이징석의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징옥이는?''

''글쎄요, 아직 잡고있나봅니다.''

그리고 사흘 후, 이징옥이 돌아왔다. 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고, 어머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이징옥이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밖으로 나가보시지요.''

이징옥의 말에 밖으로 나온 그의 어머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멧돼지가 헐떡거리며 쓰러져있었다.

''일부러 산체로 잡고자 몽둥이질을 해대며 사흘째 몰아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화살 한대 맞지 않았으니, 행여 이것이 죽을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과연, 아주 장하구나, 장해!''

이징옥의 어머니는 아주 기뻐했다. 이징옥의 재능을 시험해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때, 이징옥의 나이는 불과 12세였다.

1431년 5월 24일, 김해 관아

''부사를 만나게 해주시오!''

''아, 글쎄 안된다니까!''

이징옥은 사소한일로 김해부사를 만사려하고 있었다.

''글쎄 주막에서 내 아버지한테 바가지를 씌웠단 말이요! 이 사실을 부사나리께 고해야 하겠소!''


''뭐가 저리 시끄러운고?''

''나리. 웬 꼬마아이가 사소한 일로 나리를 만나길 청한답니다.''

''쫓아버려라! 내가 얼마나 바쁜몸인데 귀찮게시리...''

''예, 나리.''

김해부사는 신경질이 났다. 편히 쉬고싶은데 웬 꼬맹이가 자신을 귀찮게 하니 말이다.


''썩 꺼져, 어린놈새끼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장정 7명이 달라붙어서야 겨우 이징옥을 내쫓을수 었었다.

''분명 후회할것이요! 내 반드시 돌아오리다!''

''큭큭, 재깟놈이 뭘 어쩌겠다고.''

이징옥은 씩씩거리며 길을 걷고있었다. 그러다 문뜩 좋은생각이 떠올라서인지 산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사또나리! 빨리 나오십시요!''

''웬 호들갑이더냐?''

김해부사는 어기적거리며 침전에서 나왔다. 그때, 그의 귀에는 비명소리와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환이냐? 일단 군사를 모아서...''

''일단 나와 보십시요!''

김해부사는 이끌리듯 관아 밖으로 나왔다. 그의 눈에는 도저히 믿을수 없는 관경이 펼쳐저있었다. 아까 쫓아버렸던 그 소년이 호랑이를 산채로 어깨에 끼고 서있었다. 호랑이는 아직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이징옥은 태연했다.

''아...어찌 이런일이..!''

''자, 이래도 나를 만나주지 않을것이요?''

이징옥의 위협에 김해부사는 안절부절못했다.

''그래, 알았다! 알았다! 일단, 그것부터 저리 치워라!''

그 말에 이징옥은 만족한듯 웃으며 호랑이를 집어던졌다. 이렇게, 젊은 영웅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