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회의가 끝나고 아주 늦은 밤, 별채에는 홍랑과 청국, 그리고 손님인 승주가 한 방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홍랑이 물었다.


“그러니까 승주, 우리에게 전하려는 소식이 뭐야?”
“그냥 도사님이 너희 여기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시대서.”
“그나저나 도사님하고 무슨 사인데?”
“도사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시거든.”


뒤이어 청국이 물었다.


“생명의 은인이라니?”
“그게 사실은 말야...”


승주는 홍랑과 청국에게 모든 사연을 털어놓았다. 승주의 사연을 듣고 청국이 말하였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 근데 왜 마을에 와가지고 숨어지내고 있었던거야?”
“사실 조금 떨렸었거든. 갑자기 나타나면 적으로 보일수도 있으니깐.”
“그냥 왔어도 되었을 것을... 어차피 악의적인 기운은 안 느껴졌는데?”
“그래도 갑자기 나타나는건 좀 그렇잖아.”


승주가 조금 긴장되고 쑥쓰러운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러자 홍랑이 승주의 어깨를 토닥토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야 괜찮아. 우리가 그렇게 나쁜 놈들도 아니고 같은 도사님 밑에서 수련한 사이인데 왜 이리 떠냐? 서로 친해지면 곧 나아지겠지.”
“고마워.”


뒤이어 청국이 말하였다.


“그나저나 너 흑건적들에 대해 알고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흑건적들은 어떤 녀석들이야?”
“나도 도사님에게 들은거라 잘 모르는데 그 녀석들이 어마어마한 무언가를 들고있더라고?”
“엄청난 무언가라고? 그게 뭔데?”
“그들이 옥황상제께서 마귀들을 봉인하실 때 사용한 5개의 봉인구 중 하나인 청동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뭐라고? 그 청동거울을 흑건적이 가지고 있다고?”


홍랑과 청국은 흑건적들이 청동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놀랐다. 그동안 너무 어이없이 발린 전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이 이런 면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청국이 말하였다.


“그럼 그 놈들이 어떻게 청동거울을 차지하게된거지?”
“모르겠어. 하여튼 언젠가부터 따로따로 다니던 도적들이 갑자기 하나로 뭉치기 시작하고는 검은 두건을 쓰면서 주변 마을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듣긴 했는데 어느날 도사님께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시고는 봤는데 흑건적의 대두목이 청동거울을 가지고 있었다는거야.”
“청동거울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싸움하고는...”
“아마 우리만의 힘으로 아니, 이기지 못할거야. 아마”
“그럼 어떻게 해야되냐?”
“마을 사람들을 멀리 대피시켜야지. 청동거울 자체에 고대마귀들의 힘이 들어가있는데 아마 겨우겨우 막는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마귀의 힘이 들어간다면 그날로 마을은 페허가 될거야.”
“혹시 이 마을을 버리자는건 아니지?”


청국의 말에 승주는 살짝 뜨금하며 말하였다.


“버리자고? 나도 굳이 그들이 살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싶진 않지만 너무 심각해지면 그래야지...”


승주는 조금 풀이 죽어있었다.

이때, 갑자기 어린 꼬마 하나가 별채 근처에 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청국이형! 홍랑누나! 나왔어!”
“홍랑, 청국, 아무래도 너희를 부르는 것 같은데 한번 나가봐.”


그리고 홍랑과 청국은 별채 밖으로 나왔다. 살펴보니 마을에 사는 남자아이 하나가 무언가를 들고는 이들 앞에 서있었다. 홍랑이 말하였다.


“아니, 여기까진 무슨 일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형누나만을 믿고있어! 형누나는 우리 마을의 희망이야! 제발 흑건적들에게서 우리 마을을 지켜줘!”
“그나저나 손에 들고있는 돌은 뭐야?”
“돌? 내가 예전에 주워온 짱돌이야. 크고 강한게 형누나를 닮아서 주워봤어. 선물로 줄까?”
“아니야. 괜찮아. 밖은 너무 추우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가. 응원해줘서 고맙다!”
“고마워! 청국이형도 힘내!”
“그래”


그리고 아이는 다시 돌아갔다. 승주가 물었다.


“너희들 마을 꼬마들의 응원도 받고... 정말 부럽네. 그나저나 니들 여기 마을에 머문지는 얼마나 된거냐?”


그러자 홍랑이 말하였다.


“한 6개월 정도 되었을걸? 도사님에게 수련받고 바로 여기로 왔으니깐.”
“6개월? 신기하네”
“어차피 여기 마을도 좁고 주변도 외진 곳이라 하루면 마을 다 돌아볼 수 있어.”
“생각해보니 그렇네. 내가 많이 방랑하면서 여러 마을을 다녔지만 여기만큼 작은 마을을 본 적이 없어. 난 처음보고 실향민들 모여사는 곳 인줄 알았다.”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승주 넌 어느 동네 출신이냐?”
“어느 동네...?”


승주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하였다.


“나는 북쪽에서 왔어. 그것까지만 알려줄게.”
“아니 북쪽에 있는 도시가 한두개도 아니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서...”
“너도 숨기는거 정말 많구나?”
“그럼 넌 어디 출신인데?”
“나? 나는 서경출신인데?”
“서경이면 황궁이랑 거의 가깝겠네.”


청국이 말하였다.


“잡담 그만하고 빨리 흑건적을 잡을 대응방안이나 마련하자.”
“왜 갑자기 분위기를 돌리냐?”
“청국말이 맞아. 일단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해.”


그리고 승주가 말하였다.


“안그래도 이와 관련해서 도사님이 너희들을 위해 선물을 좀 주셨거든? 이제 슬슬 전달해줘야할 것 같아.”


승주는 마력을 활용하여 소용돌이를 만들고는 그 속에서 상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홍랑과 청국은 승주가 소용돌이를 만들어 물건을 꺼내는 모습에 감탄하였다.


승주가 말하였다.


“자, 빨간색 상자하고 파랑색 상자야. 색깔만 봐도 누구껀지는 알겠지?”


홍랑이 물었다.


“그나저나 저 소용돌이는 어떻게 만든거냐?”
“기운을 다루면 소용돌이 기술을 배울 수 있어. 난 아직 어려서 이정도밖에 못 만들고.”
“신기한데?”
“나중에 이거 잘 배우면 순간이동도 가능하다는데 아직은 먼 일이고 이제 각자 선물이나 확인해봐.”

그리고 홍랑과 청국은 선물상자를 열어보았다. 우선 홍랑의 상자에는 작은 편지 하나와 새로운 가죽 코트가 나와있었다.

“오오! 새로운 가죽 코트잖아! 역시 우리 아빠야!”


승주가 물었다.


“그럼 지금 입고있는 코트도?”
“응! 내가 입고 있는 옷 모두 다 우리 아빠가 만드신거야. 우리 아빠는 서양에서 의복을 공부하셨거든!”
“대단한데? 청국, 너희 부모님은 뭐 하시니?”
“난 그냥 넘어갈래.”
“넌 도대체 알려주는게 뭐냐?”
“진정해 홍랑”
“승주, 닌 재가 어떤 놈인지 모르지? 재 나랑 10년간 있으면서 이름하고 사는 곳하고 다 몰라요 몰라!”
“굳이 알려줄 이유는 없잖아. 우린 그저 같은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사이일 뿐이야.”
“다들 조용히해! 그나저나 홍랑 너는 니 정보를 드러냈냐?”

"재도 안하는데 내가 왜 하냐?"
“알았어”


잠깐의 말싸움이 끝나고 뒤이어 홍랑은 편지를 살펴보았다.


“흐음... 내 쌍둥이동생 적연이 보낸 편지네?”
“그럼 홍랑은 쌍둥이고 씨는 적씨가 되겠군,”
“역시 승주 정말 예리하네? 생각해보니 저 녀석에게 내 성씨를 공개하게되다니... 그럼 편지를 읽어볼게.”


홍랑은 편지봉투를 열고 편지를 읽기 시작하였다.


“언니에게, 언니가 우리 가족 품을 떠난지도 벌써 10년에 넘게 흘렀네. 어렸을 때 언니랑 같이 마루에 누워서 태양을 바라봤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야. (중략) 아직 이사가지 않았으니깐 나중에 시간되면 돌아왔으면 좋겠어. 라는 내용이네. 자, 이제 청국, 니 선물을 보여줘봐.”


청국이 살짝 뜨끔하며 말하였다.


“뭐? 흐음... 그래. 보여줄게.”


그리고 청국도 상자의 내용물을 공개하였다. 그 상자에는 홍랑과 똑같이 편지와 함께 특이한 모양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승주와 홍랑은 특이한 모양의 목걸이를 보고 신기해하고 있었다.


“이 목걸이 정말 특이한데? 태어나서 처음봐!”
“홍랑, 이건 서양에서 온 목걸이같아.”
“서양에서 온 목걸이라고?”
“응, 전형적인 서양풍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지.”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청국이 말하였다. 


“예전에 많이 봤으니깐. 그나저나 편지를 한번 살펴봐야겠군. 어? 내껀 가족이 아니라 도사님이 써주셨네? 한번 읽어볼게.”


청국은 편지를 읽기 시작하였다.


“청국에게, 이번에 너희에게 보내는 선물은 너희 가족들이 너희들을 위해 보내온 선물이다. 내가 이 물건에 특별한 힘을 넣었으니 요긴하게 잘 쓰길 바란다. 뭐 이런 내용이야.”


그리고 청국이 말하였다.


“혹시 이번 전투에 대비해서 도사님이 주신 장신구같은거 아닐까?”
“그럴수도 있겠다.”
“당연하지.”


이후 이들은 밤을 새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