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7월 24일, 오늘은 한여름치고는 상당히 선선한 날씨다. 간만에 쑹메이링과 정원 산책을 하는데,


"총통 각하! 계속 찾았습니다!"

"린썬? 자네가 왠일로... 하지만 보다시피 오랜만에 부인과 산책 중이니, 급한 일 아니면"

"급보입니다! 일본군의 미야자키라는 자가 상하이의 우리 관할 구역에서 실종, 일본이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당장 회의실로 가겠네. 부인 미안하오, 급한 일이 생겨 먼저 가보겠소."

린썬을 따라 회의실로 헐래벌떡 뛰어가보니, 주요 군관과 외교부장이 미리 와있었다,

"총통각하에 대하여~ 경례!"

"그래, 그 미야자키라는 자가 실종된 경위는 어떠한가?"

"일본군의 주장에 따르면 그 자는 집으로 퇴근하고 있었으며, 북사천로 교차로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되었고, 우리 중국군이 그 자를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납치했다니! 무슨 근거 없는 소리인가!"

"저희도 공식적으로 일본군 인사를 납치하라는 지시를 내린적이 없는데, 아마 일본군의 도발이 확실해보입니다."

나는 급하게 내가 아는 중일전쟁사에서 일본군이 납치된 일이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근데 내 기억으로도 상하이에서 일본군이 실종됐단 말은 들은 적 없는데?

완전 ㅈ된 것 같다. 혹시나 실제로 중국군이 납치한 거면? 원래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내가 장제스에 빙의한 일종의 나비효과로 생긴 일이면? 바로 상하이 사변이다 거기다 빡친 일본이 원래 역사보다 많은 병력을 끌고 올 수도 있고.


같은 날 오후, 상하이. 

상하이에서 복무를 하고 있던 중국군 류더친은 난데없이 걸린 비상에 혼란스러웠다. 듣자 하니 일본놈들이 지네들 장교가 사라진 걸 우리한테 뒤집어 씌운거라는데, 만에 하나 우리 중에 어떤 미친놈이 실제로 납치한거면? 당장 그 놈을 MG34 기관총으로 갈겨버리리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군들은 이제 자신의 관할구역으로 장갑차를 타고 몰려와서 우리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우리 장교를 납치한 놈을 당장 인도해라!"

"우리 말로 얘기 좀 해봐! 우리 일본어 모른다고!"

저 놈들은 왜 우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지껄이고 ㅈㄹ이냐. 아무튼 우리도 모른다고.

대치 상황은 점점 더 일촉즉발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의 동료 중 한 명은 살짝 제정신을 잃은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평소 군생활에 적응 못하는 걸로 유명한 놈이긴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까지 저러면 어쩌자는건데.

"으아아아아아악!!!!!!!!!"

"야야 진정하라고! 정신차려!"

---탕

"어, ㅈ됐ㄷ.."

"니 새끼들 방금 총 쐈지! 부대 사격 준비!"

상하이에서 일촉즉발의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중-일 양국간에는 치열한 담판이 전개되고 있었다.

"대사! 우리는 그 장교를 납치한 사실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말하겠소! 유감은 표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수색을 돕는 것 빼고 없단 말이오!"

"끝까지 중국의 행위를 부정하시는겁니까? 우리의 증거로는..."

"마사루 대사님! 그 장교 찾았답니다!"

실종됐다고 알려진 미야자키는 3일 뒤 뜬금없이 상하이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진강에 빠진 채로 발견되었고, 중국군에 구조된 미야자키의 진술은 더욱 황당했다.

"그것이... 저... 업무가 너무 힘들어, 군율을 어기고 부대를 이탈했다가 들킬 것이 두려워 자결을 하려고 왔습니다."

결국, 전쟁이 화중지역까지 확대될 위기로까지 이어진 '미야자키 장교 실종사건'은 그저 단순한 탈영으로 결론났다.

"그래서, 그냥 지들 장교가 탈영한 걸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려 한 거라고? 역시 일본군 답다. ㅉㅉ"

관련된 보고를 접하고 내 첫 반응이었다.



7월 28일 바오딩 방어선, 일본군은 베이핑-톈진 구역을 점령한 이후로 특별히 공격을 하진 않고 있었다. 그들도 베이핑에서 큰 피해를 입어, 들어오는 첩보에 의하면 만주국 방면에서 관동군 병력이 속속 증원되는 중이라고 한다. 조만간 일본이 대규모 공세를 할 것 같긴 한데, 오늘까지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몇몇 장군들이 회의실에 있었고, 펑위샹과 친더춘, 쑹저위안, 웨이리황은 초조한 얼굴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리고 또 한명의 장교가 들어오니,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에 일제히 화색이 돌았다.

"장 장군! 살아서 왔구만! 장군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군이 이곳으로 합류하는 날만 기다렸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아서 예정일보다 약간 늦게 왔습니다."

"그래, 그런 여건에서 5천명이라도 살려서 끌고 온게 어디야! 어서 앉게."

펑위샹이 장자충에게 앉을 자리와 녹차를 권하자, 장자충은 사양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회의를 시작했다.

"현재 일본군은 지속적으로 증원이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 군 역시 지금 있는 병력만 30만, 10개 군단이 내일 안으로 더 도착한다고 합니다."

"좋아. 이 지역을 공격하려 대기하는 일본군의 수와 무장상태는 어떠한가?"

"일본군의 수는 약 10만 정도로 추측되며, 특히 기갑부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리는 기갑부대가 얼마나 있는가?"

"전차는 1호 전차 10대, 장갑차는 약 30대 정도 있습니다."

"이거 전차의 수가 문제로구먼. 일본군 전차들만 어떻게 해보면 잘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귀관들은 생각이 어떠하오?"

"아군은 적에 비해 물량이 압도적이므로 병사들에게 수류탄을 하나씩 쥐어주고 전차에 올라타서 해치에 까넣어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자네 제정신인가? 그렇게 하면 아군 피해가 너무 커질거야. 그런다고 확실히 적 전차를 깰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아니면 전차들의 예상경로에 박격포를 배치해놓고 집중포격을 해보면..."

장교들은 열심히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고, 또 그러는 동안 병사들은 각자의 방어지대에서 열심히 참호를 파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북쪽으로는 장자커우부터 남쪽으로는 창저우까지 방어선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

같은 날, 도쿄의 대본영

"스기야마 장군! 그게 무슨 말이오, 지나와 강화를 시작해도 모자를 판에, 상하이로 추가로 병력을 상륙시키잔 말입니까?"

"간지 장군, 지나랑 강화라고 했소? 우리 군대의 전력을 보면 지나군 따위는 몇 달 안되어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장군은 지나군과 그것의 물량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소. 당장 그들의 인구가 우리의 10배에 육박하고, 아무리 그들의 군대가 후지다지만 숫자도 압도적이라 몇달만에 간단히 이길 상대가 아니란 말이오!"

"황군은 일주일만에 그들의 옛 수도인 북경과 그 옆의 큰 항구 톈진을 점령했소! 상해는 쉽게 병력으로 공격할 수 있고 거기서 남경까지는 몇주일 안 되서 점령할 수 있소! 장제스(원래 장제스의 한자 이름으로 하려고 했으나 ㅈㄱㅅ의 ㅈㄱ 부분이 금지어인 관계로 이 부분만 한자로 함)의 목을 딸 수 있단 말이오!"

"베이핑을 점령하면서 6천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앞으로 지나칠 큰 도시들에서 지나가 그렇게 끈질기게 저항한다면, 수천수만의 황국군이 죽어나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소련이 제국을 침공한다면 방비할 수 있겠소!"

"그런 건 사병들의 야마토혼으로..!"

"둘 다 그만하게! 천황폐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인가! 간지 장군, 장군의 의견도 들을 만 하지만, 하세가와 장군 말대로 황군의 야마토혼이면 허약한 지나군 따위는 능히 격파할 수 있다네."

"참모총장 각하, 제 얘기를."

"그만하라고 하지 않는가!"

"참모총장 각하가 말리지 않소! 간지 장군, 우리의 군사력이면 지나 따위는 3달만에 격파할 수 있단 말이오!"

"...죄송합니다."

"천황폐하. 이상의 회의 결과로 우리 황군은 8월 내로 상해지역에 상륙전을 감행, 지나를 도발해 그들이 강경대응할 경우 그것을 빌미삼아 확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허한다. 하세가와 장군의 의견대로 하게나."

"감사합니다! 천황 폐하!"

"덴노 헤이카 반자이!"

"반자이!"

그렇게, 일본의 상하이 공격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