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에 민들레가 해준 말은 가히 놀라웠습니다. 야생에서 물에 굶주리고 자라나다가 단비를 맞은 풀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이 가꿔주지 않아도 알아서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게 되는 괜찮은 식물도 많다는 것도, 사람과 자연의 진정한 화합은 사람이 키운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느끼는 자연이라는 것들을 꽃들에게 하나하나 일러주었습니다. 민들레의 이야기가 끝나자, 꽃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소리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다들 바깥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민들레꽃이 잘 익은 홀씨가 되고 온이가 줄기를 꺾어 씨앗들을 입으로 후 불어준 후에, 꽃들은 날이 갈수록 빛이 바래 가고 시들어갔습니다. 온이 아빠는 이게 무슨 병인가 싶어 주변 꽃집의 주인들에게 전화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고민을 올려 보기도 했지만 마땅한 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깥에 내보내줘.”

뭐라고?”

아빠는 꽃을 너무 안에서만 키워.”


 보통의 부모님들이라면 이게 뭔 소리냐며 구박할 게 분명했지만, 온이 아빠는 어린아이들의 지혜 또한 잘 알고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해 주렴.”

아빠는 내가 사탕 먹고 싶다고 하면 안 줄 때가 더 많잖아.”

그거야, 이빨이 썩으니까.”

꽃은 왜 그렇게 안 해? ? 꽃이 뭐가 필요하다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줘도 되지 않아? 내가 뭐 주세요, 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먼저 안 주잖아. 밥 빼고는.”

꽃은 말을 못 하...”

 온이 아빠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비료를 너무 많이 줬는지도 모릅니다. 물을 너무 많이 줬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온이를 키울 때의 기억에서 생각해 낸 것은, 어떤 육아서도 온이에게 맞지 않았기에 온이를 잘 지켜보고 키워야 했다는 점입니다. 꽃들도 결국 온이처럼 하나의 생명이기에, 꽃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놓고 키우면 더욱 잘 자라고 뭐가 필요한지 잘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길로 온이 아빠는 온실을 팔아치웠습니다. 온이 엄마는 잔소리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온이 아빠를 믿기에 한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온실을 팔아치운 돈으로 온이 아빠는 근처 산에 있던 작은 땅을 하나 샀습니다. 구석에 작은 집이랑 작업장을 짓고, 마당에는 식물들을 심었습니다. 이번엔 꽃들을 줄세운 채로 키우지 않고 아무 데나 어지럽게 심어봤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꽃들을 관찰했죠. 소나기가 물을 대신 해결해주었고, 진짜 가뭄이 들었을 때 마당 한가운데 스프링클러를 틀어주자 꽃들은 온실에서의 시절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사람들은 온이 아빠네 꽃이 자연에서 키운 더 건강한 꽃이라며 많이 사갔고, 온이 아빠는 손님들에게 더 좋은 꽃들을 제공하기 위해 꽃들을 더 세심히 관찰하고 사랑하기 시작했답니다


 온이요? 저는 소식 하나밖에 몰라요. 20년쯤 후였나, 아주 예쁜 신부가 시청 앞 공원에서 잘생긴 신랑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고 자기 왼손에 들려있던 하얀 잉글리시 로즈의 꽃잎들 사이로 꽂아넣은 민들레 홀씨들을 후 불면서 소원을 빌고 결혼 서약을 맺었다는 것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