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사랑받는다는 게 뭔지 알지?”

그럼 모르겠니? 우린 이래봬도 이 가게 매출 1위라고.”


부드럽게 굽은 유리 천장의 창 모양대로 조각난 햇살들이 부드러운 흙을 따스하게 데웁니다. 흙에서 솟아난 매끈한 초록색 이파리와 줄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좋은 천만큼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을 가진 다양한 품종의 튤립과 카네이션들과 장미들이 납작한 나무 상자 안에 줄맞춰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도시의 중심에서 좀 떨어진 길에, 양 옆에 아이스크림 가게와 미술학원을 둔 이 꽃집은 온이 아빠의 일터입니다. 온이 아빠는 작년 여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집을 판 다음, 이 꽃집이 있던 작은 땅을 사서 온실을 짓고 한구석에 세 식구가 잘 수 있는 방을 마련했습니다. 온이 엄마는 시내의 옷가게에서 점심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하다 오고, 온이는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가서 하늘이 파란색과 주황색으로 물들기 직전에 아빠의 꽃집으로 옵니다. 온이는 아빠의 꽃들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아빠만큼은 아니더라도 알록달록한 꽃들을 보면서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꽃집 바닥을 굴러다니는 게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올 때까지 온이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4월의 끝자락인 지금부터는 꽃집 일이 아주 잘 될 터입니다. 5월의 각종 행사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에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선물하곤 합니다. 운이 정말 좋다면야 결혼식에 쓸 꽃을 보러 올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스몰 웨딩이 대세라 하니 굳이 웨딩홀에 예약을 하지 않고 공원에서 부케 하나만 들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온이 아빠는 혹시 몰라 결혼식용 장미들과 선물용 카네이션들, 그리고 사시사철 언제나 인기가 많은 튤립들을 꽃집 안에서도 하루종일 볕이 잘 드는 명당에 심어놓고, 특별히 좋은 화학 비료를 주고, 물을 정해진 시간에만 주며 다양한 책에서 읽었던 대로 가꿨습니다.


 난 곧 여자친구에게 주는 생일 선물 꽃다발에 들어가 있게 될지도 몰라요. 이맘때쯤이면 우리가 가장 예쁜 시기란 걸 아는 사람들은 우릴 선물로 줄 게 분명하거든요. 생각해봐요, 나를 받고 환하게 웃을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미소짓는 남자친구의 얼굴을! 사랑을 전해주는 역할이 아름다운 제 모습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넌 아직 멀었어. 넌 사람들의 손에 들려서 사랑받지만 난 사람들의 가슴에서 사랑받는다고. 그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부분에, 가장 중요한 심장에 꽂힌 채로 내 얼굴을 빛내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연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스승과 제자, 부모님과 아이 간의 사랑만큼 고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따라서 이곳에서 나만큼 중요한 꽃도 없겠지?”

, 다들 자기가 최고인줄 알지? 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고! 결혼식은 인간에게 있어서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잖아.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긴 해? 그리고 난 한 사람의 손에만 들리는 게 아니라, 다음 결혼할 사람까지 알려주는 역할이 된다고. 나는 너희가 만날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자 기쁨이니까 이 중에서는 역시 내가 제일 중요한 꽃이라고 생각해.”


아무 할 말이 없어진 꽃들은 한동안 주변을 둘러보다가 새로운 이야깃거릴 찾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