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는 엄마의 한숨을 뒤로하고 다시 민들레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부주의하다고 세상 어른들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온전히 관심을 줄 뭔가를 찾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온이는 민들레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민들레 그림을 그리고 민들레 이야기만 했습니다. 보도블럭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온이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민들레 옆에 쪼그려 앉은 채로 그렇게 있었습니다. 잘 때도 민들레 꿈을 꿨고 깨어 있을 때도 민들레 생각을 했습니다. 급기야 어느 날 밤, 그날따라 고되었던 일 때문에 엄마 아빠가 잠이 깊게 들어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가 된 사이에, 온이는 모종삽이랑 물뿌리개랑 손전등을 몰래 챙겨서 바깥으로 나간 뒤에, 민들레를 줄기가 꺾이지 않게 살살 뽑은 다음에 온실 화단의 한구석에 심은 다음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행히 많이 아프진 않네. 온이가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은데?”

너 누구야? 왜 여기 있어?”

“...난 너희들이 그렇게 무시하던 민들레야. 온이가 어젯밤에 날 심어놨지.”

너같은 잡초를 온이가 왜 건드려? 온이는 우릴 훨씬 더 좋아해. 어린아이들일수록 예쁜 것들만 좋아한다고!”

그래? 그럼 지난 일주일간 온이가 한 번이라도 너넬 보고 지나간 적이 있긴 했니?”

“...”

온이는 그때 나를 보러 왔었어.”

, 두고 봐. 곧 온이 아빠가 널 뽑아버릴 테니까.”


하지만 온실 꽃들의 생각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온이 아빠가 민들레를 뽑으려 할 때마다 온이가 번번히 방해하거나 뽑지 말아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온이 아빠는 온이와의 3일의 싸움 끝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민들레는 온이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온이는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면서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다였지만, 그것에도 만족한 민들레는 어느새 꽃잎을 홀씨로 바꿔가고 있었습니다


그럼 넌 없어져? 뭐가 되는 거야?”

홀씨.”

그게 너에게 뭘 해줄 수 있는데?”

내가 이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는 거지.”

그럼 왜 만드는 거야?”

나도 몰라, 이게 자연이니까. 너희는 아마 열매를 한 번도 못 본 채로 죽게 될 거야. 왜냐고? 너희는 꽃일 때 죽으니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죽는 거지. 하지만 그건 인간들의 생각이야. 진정한 아름다움은, 고운 꽃잎들을 다 떨쳐내고 열매를 피워서 익힌 다음 그걸 퍼뜨리는 가을의 식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 장미 너희들은 이런 적이 있을 수도 있지. 일 년 내내 괜찮은 선물이거든. 하지만 튤립은? 카네이션은? 너흰 아마 열매를 못 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