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우리 모두 아름답고 중요한 꽃이지요. 하지만 저 길가에 펴 있는 보잘것없는 민들레를 좀 봐요. 잎사귀는 결이 곱지도 않고 모양이 너덜너덜하고, 더러운들 것을 실컷 마시고 자라서 꽃의 색도 누렇잖아요? 우린 모로 봐도 저런 꽃들보단 훨씬 낫죠. 안 그래요?”

호호호, 튤립 말이 맞아요. 저 보잘것없는 잡초는 우리 거름도 못 될 정도로 더러울 걸요? 우리야 뭐 깨끗하게 자라고 있으니 진정으로 행복한 거죠, .”

인간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우리야 말로 자연과 인간의 진정한 화합물이지, 저건 매연과 자연의 부끄러운 아이밖에 되지 않아. 저런 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그 시각, 온실 밖 보도블록 틈새에 핀 노란 민들레는 4월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매연을 한껏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민들레의 보도블록 틈은 좁고 다른 건물들의 그림자에 가려서 제대로 빛을 볼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란 꽃은 이미 풍성히 피어서 홀씨를 퍼트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 온실 안의 꽃들이 또 나를 비웃고 있겠지. 아마도 매연을 듬뿍 마시는 날 놀리는 것이 분명해. 하지만 저들이 과연 알기나 할까, 나처럼 벌레도 먹고, 인간의 손길을 받지 않은 꽃이 오히려 번식력이 더 좋다는 사실을! 올해 홀씨를 퍼트리면, 내년엔 나도 이 보도블럭 사이에 친구들이 생길지도 몰라. 혹시 누가 알아, 그 중 하나는 저 온실로 들어가서 저 꽃들과 함께 자라게 될지?’


마침 그때,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던 온이가 민들레를 봤습니다.

 

온아, 그거 지지야. 만지지 마요.”

예뻐! 민들레야?”

, 민들레야. 하지만 저기 아빠가 키우는 꽃들이 훨씬 더 예쁘지 않니?”

난 민들레가 더 좋아!”

그럼 온이는 민들레랑 놀아, 아빠는 온실로 들어갈 테니까.”

그래!"


온이 아빠는 온이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더니 온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꽃들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방울이 잔잔히 앉은 꽃잎들은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한편 온이는 보도블럭에 쪼그려 앉아 민들레를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때때로 노란 꽃잎들을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민들레, 민들레 되뇌어봤습니다


온아, 아니 안 들어가고 뭐 하고 있어?” 


어느새 엄마가 오는 저녁이 되었었나 봅니다. 온이는 엄마를 안으며 민들레를 가리켰습니다


민들레가 그렇게 좋아?”

!”

집에 예쁜 꽃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별로 안 예뻐!”

아빠 듣고 있어 온아!”

신경 안 써!”

온이가 왜 이럴까, 민들레에 갑자기 푹 빠져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