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잔업처리를 혼자서 끝마치고, 회사를 나왔다.


사람들 틈에 치여 정신없이 걸었던 게 언제였는지, 어느새 아무도 없는 지하철 정거장 벤치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쉴 틈 없이 걸어 온 삶에 너무나 지치지만 이 시간만큼은 즐겁다.


하루가 끝나는 퇴근길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이 시간의 이 곳, 두 개의 정거장이 교차하는 이 정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행 열차가 지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쪽 정거장에 지하철이 들어오며 문이 열렸다.


밝고 따스한 빛을 내는 지하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행 열차가 지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윽고 반대편에 지하철이 들어왔다.


우중충한 빛을 발하는 지하철 안에는 나와 같이 하루를 끝낸 사람 몇 몇이 지쳐있는 채로 앉아 있었다.


밝은 빛의 지하철은 보고만 있어도 마치 학생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저 지하철을 가게 되면 어디로 가게 될까, 어떠한 일이 있게 될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졌다.


지하철을 보며 오늘도 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저 열차 안으로 뛰어들어갈까?'


한 걸음.


'저 열차를 타면 어디로 가게 될까?'


또 한 걸음.


'저 열차의 종착지에 도착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한 걸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고 가려는 거야?'


마지막 한 걸음.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나자, 나는 이미 지쳐있는 사람들과 같은 열차 안에 있었다.


열차가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오며,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빛줄기를 보며 생각했다.


아아, 오늘의 달콤한 꿈은 여기까지이구나.


출발하기 시작하는 열차에 몸을 기대며 꿈이 지나가고 난 뒤의 현실의 무게에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도 즐거웠어.


현실의 챗바퀴에 갇혀 살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는 것 보다,


언젠가는 저 열차 안으로 뛰어들어 갈 미래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