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한 홍랑을 보고 청풍이 말하였다.


“야! 홍랑, 장난치지말고 다시 돌아와.”
“장난치는게 아니거든!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그러자 승주도 나서서 말하였다.


“홍랑! 제발 그만해!”
“나는 홍랑이 아니라 저승에서 온 적우이다! 알겠나?”
“적우고 나발이고 일단은 정신 좀 차리라니깐?”
“내가 홍랑이 아닌데 어떻게 정신을 차리라는거지?”
“이 녀석이 진짜 미쳤나?”
“뭐? 미쳤다고? 참나... 내가 인간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줄이야... 그래 염라대왕궁의 사신이었던 나를 화나게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톡톡히 보여주겠다!”


그리고 홍랑은 갑자기 이들을 향해 폭염마법을 발사하여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청국과 승주는 그녀를 말리기위해 급히 공격을 피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역습을 하였지만 이들의 공격은 전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홍랑이 이들을 무술로 쓰러뜨리고는 불의 고리를 만들어 봉인시켰다.


“청국,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전에 홍랑이 본인은 머리를 풀면 안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머리? 생각해보니 녀석 아침에 머리감을 때도 묶고 감더만... 뭔가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긴했어.”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은 최대한 말려봐야지...”


한편 홍랑은 흑구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네 놈이 나를 깨운 것이냐?”
“아니... 살려주세요...”
“참으로 양심도 없는 녀석이군. 사나이 혼자 구차하게 살아돌아가려고 하는거냐?”
“그니깐 저 좀 살려주세요...”
“어휴... 그저 불쌍할 뿐이다. 네 놈은 저승으로 데려갈 가치도 없어.”


그리고 이 말과 동시에 홍랑은 흑구를 한 손으로 붙잡고는 그가 가지고있던 마력을 흡수하고 아주 멀리 날려버렸다. 이후 홍랑은 주문을 외우며 말하였다.


“옥황상제시어. 죽은 자들의 영혼을 보낼테니 이들을 심판해주시옵소서!”


그리고 동시에 쓰러져있는 시체들 위로 영혼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하더니 모두 하늘 위로 날라가기 시작하였다. 승주와 청국,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기이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이때 홍랑이 떨어져있는 청동거울을 발견하였다.


“이 청동거울이 저 녀석들을 폭주하게 만들었군.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게 저승으로 가져가 봉인을 해야겠어.”


그리고 홍랑은 청동거울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홍랑의 앞을 가로막는 말하였다.


“적우님! 제발 진정해주십시오!”
“너는 또 누구냐?”
“저는 이 산에서 수십년을 수련해온 천정도사라고 합니다.”
“천정도사라고? 혹시 내가 누군지 아는가?”
“당신이 저승에서 온 자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왜 사신에게 대항하는거지? 그것도 인간이 말이야.”
“그럼 일단은 저의 제자의 몸에서 물러나주시지오.”
“싫은데? 난 이 몸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럼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도사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사용하여 홍랑을 밀쳐내었다. 그러자 홍랑이 말하였다.


“나를 밀어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는 상대를 만났군. 한번 겨루어보자!”
“역시 한방에 빠져나오지 않는군요. 내 제자를 진정시킬 수 있다면 뭣이든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도사와 홍랑간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둘은 온갖 마법과 무술을 동원하며 여느때보다 화려하고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하였다. 한편 청국과 승주는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뒤 다시 입구쪽으로 이동하였다. 그들은 도사님이 갑자기 나타나 홍랑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뒤이어 상황을 보기위해 동굴에서 파견된 몇몇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이를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이때, 어제 짱돌을 들고 나타났던 꼬마가 청국의 뒤로 다가왔다. 청국이 꼬마를 보고는 말하였다.


“아니 꼬마야, 여기까진 어떻게 온거야?”
“당연히 아빠 몰래 따라나와서 형누나 도우러왔죠. 근데 왜 지금 흑건적들은 다 쓰러져있고 홍랑 누나는 이상한 모습으로 대머리 아저씨랑 싸우고 있는거에요?”
“지금 누나가 좀 이상해져서말이야.”
“이상해졌다고요? 사실 우리 엄마가 저를 혼낼때마다 알려주신건데 사람은 때려야 정신을 차린다고 하셨거든요.”


청국은 이 말을 듣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도중 놀라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정신? 그거야! 혹시 어제 가져온 짱돌은 들고있어?”
“당연히 들고있죠.”
“그 돌 좀 줘봐.”
“네.”


그리고 꼬마는 청풍에게 짱돌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홍랑의 시선을 피하며 그녀에게 가까운 쪽으로 몰래 이동하였다. 이때 홍랑은 도사와의 싸움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홍랑의 뒷통수를 확인한 청국은 짱돌을 쥔 손에 힘을 모은 뒤 근처에 있는 운석의 잔해로 올라간 후 뛰어내려 홍랑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았다. 순간 홍랑이 청국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너는 또 왜 나왔지?:
“홍랑, 미안하다!”


그리고 짱돌은 홍랑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가격하고는 박살나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짱돌을 맞은 홍랑이 정수리쪽을 쥐며 말하였다.


“으으... 도대체 누가 내 머리에 돌을...”
“지금이에요! 도사님!”
“알았다! 청국!”


그리고 도사는 청국의 말을 듣고는 홍랑이 머리를 쥐는 틈을 타 역습을 하여 그녀를 쓰러뜨린 뒤 수면마법을 걸어 홍랑을 완전히 기절시켰다. 이후 도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는 머리끈을 꺼내어 그녀의 머리를 묶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리를 완전히 묶은 뒤 도사는 머리끈에 마법을 건 뒤 홍랑의 수면마법을 풀었다.


“이제 다 끝났다. 이제 머리가 풀려지는 일은 없을게다.”


그리고 도사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기 시작하였다. 승주는 청국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아까 달려갔을 때 모습 너무 멋지더라?”
“그러냐? 크흠...”


한편 홍랑도 정신을 차리고 막 일어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그 순간 홍랑은 정수리쪽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홍랑은 주변을 바라보고는 말하였다.


“으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그나저나 머리 엄청 아프네.”


이때 도사가 홍랑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홍랑, 괜찮은가?”
“아니 도사님! 여기까진 무슨 일로... 아야”
“머리는 곧 나아질거다.”
“아... 알겠습니다. 일단 이번 전투는 우리가 이긴거죠?”
“그런것같다.”


그리고 홍랑은 청국과 승주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청국, 승주, 도대체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승주가 말하였다.


“글쎄? 아까 니가 무슨 적우인지 뭔지 어쩌구해가지고...”
“잠만... 적우라고? 젠장...”
“왜? 그게 니 진짜 이름이었냐?”


홍랑이 흥분하며 말하였다.


“아니거든!”


청국이 말하였다.


“내가 저 녀석을 오래 지켜본 1인으로써 저렇게까지 과민반응하면서 말하는거보니 녀석의 진짜 이름은 적우가 맞...”
“야! 조용히해! 나 진짜 이름 맞다. 됐어? 그래도 걍 홍랑이라고 불러줘”
“알았어.”


그리고 승주는 마을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제 전투는 끝났으니 다시 돌아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촌장님께 말씀드려서 모두 마을로 복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왔으며 전투로 인해 페허가 되었던 마을 입구 근처도 깨끗하게 치워졌다. 동시에 도사는 죽은 흑건적들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또한 이번 일의 원흉인 청동거울은 도사의 손에 들어갔으며 마을 사람들이 대피하던 동굴의 아주 깊숙한 곳에 마법까지 걸며 봉인하였다. 이리하여 마을은 다시 예전의 평화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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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수습이 다 끝나고 도사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은 뒤 홍랑, 청국, 승주를 앞에 세우고 이들에게 말하였다.


“사실 이 아이들은 나의 제자들로써 그동안 제가 명하여 이 마을로 내려온 애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제 명에 따라 청풍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언젠가는 이 마을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고 바로 오늘이 그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마을을 떠날 것입니다.”


도사의 말에 셋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청국이 말하였다.


“잠깐만요... 왜 저희보고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하시는거죠?”
“너희들도 이제 멀리 나아갈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홍랑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청국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 마을은 어떻게...”
“이 마을은 이제 내가 알아서 지키겠다. 너희들은 이 마을을 넘어 세상을 지켜야 할것이다.”
“세상을 지킨다고요... 저흰 아직 준비가...”
“아니. 오늘 너희가 보여준 활약상만으로도 준비는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은 충분히 강해.”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사가 홍랑과 승주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너희들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네.”
“네.”


그리고 도사의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모두 마을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는 세 사람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대단히 아쉬워하였다. 특히 청국에게 짱돌을 준 아이가 이들에게 달려와 90도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자 청국이 말하였다.


“그래. 니가 준 돌 덕분에 평화를 지킬 수 있었어.”
“아니 잠깐만? 이 친구가 너한테 돌을 줬다고?”
“응.”


그러자 이 말을 들은 홍랑이 아이한테 다가가더니 말하였다.


“니가 재에게 돌을 줬다 이 말이지...?”
“어쩔 수 없었어요... 살려주세요...”


아이는 홍랑의 말을 듣고 떨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홍랑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였다.


“야야 떨거 없어. 뭐 니 덕분에 평화를 되찾았으면 그걸로 된거고 그나저나 너 이름이 뭐였지? 머리 아파서 기억이 잘 안난다...”
“개... 개똥이요.”
“아 맞다. 개똥이, 진짜 고맙다. 너가 이 마을을 구했어.”


승주가 물었다.


“뭐야? 이름이 개똥이야?”
“여기 산골마을이잖아. 그러려니해.”
“알았어.”


그리고 홍랑은 개똥이를 안아주었다. 뒤이어 촌장님이 이들 셋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이런 미천한 마을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촌장은 셋을 안아주며 이들에게 감사해하였다. 


그리고 이제 작별의 순간이 왔다. 셋이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며 말하였다.


“자, 이제 우리는 이 마을을 떠나겠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들릴게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그리고 촌장님과 부촌장님, 개똥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도사가 지켜보고있는 가운데 이들은 작별의 인사를 하며 마을을 떠났다.


홍랑과 청국이 말하였다.


“같이 지내면서 마을사람들하고 엄청 정들었는데... 진짜 아쉽네.”
“어쩔 수 없어. 만남엔 언제나 이별이 오게 되어있으니깐. 그나저나 홍랑, 너는 빨리 마을을 떠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않았어?”
“그건 맞는데 막상 떠나니깐 좀...”
“뭐 나도 좀 아쉽긴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나중에 훌륭한 영웅이 돼서 다시 이곳에 찾아오자.”


승주가 말하였다.


“나도 온지 며칠 안 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느끼고 떠나서 좋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제 니들도 새로운 동료도 얻었잖아.”
“맞아.”


그리고 셋은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누며 계속 걸어갔다. 이리하여 홍랑, 청국 그리고 승주 이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세상을 구원하기위한 여정을 시작하였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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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랑의 공격으로 인해 멀리 날아간 흑구는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상태였다.


“여긴 도대체 어디...”


이때 갑자기 호랑이 한 마리가 흑구의 냄새를 맡고는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흑구는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겁을 먹고 뒤로 움츠리기 시작하였다.


“으으... 이게 뭐...”


이때, 갑자기 화살 한 발이 날라와 호랑이의 머리를 뚫고 뒤이어 정체불명의 복면궁수가 등장하였다.


“오호라! 오늘도 대단한 물건이 잡혔... 으응?”


궁수는 잔뜩 움츠려있는 흑구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이고... 순간 곰탱이가 호랑이 무서워서 움츠리는줄알고 식겁했네. 하마터면 대형월척인줄 알고 다시 활을 들 뻔 했잖아?”

흑구가 두려움에 떨며 말하였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
“나? 나는 평범한 사냥꾼이다. 너는 누구냐? 그냥 보면 흑건적처럼 생겼는데?”
“아니요. 이제 흑건적은 망했어요... 저는 그냥 길잃은 평범한 소년인 신의라고 합니다.”
“그렇구먼. 혹시 내 동료가 될 생각은 없나?”


갑작스런 궁수의 제안에 흑구는 당황하였다.


“아니... 저 같은 사람을 왜...”
“우리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동지가 필요하거든.”
“동지요?”
“그래. 솔직히 말해서 산적출신이 다른 데 나가면 뭐 들어갈데가 있겠는가?”
“뭐라고요?”
“요즘 시민들은 산적이나 도적, 해적 이런 출신들을 다들 꺼려하는 경향이 있지. 이리된거 그냥 제안받아서라도 모험단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는가 이말이야.”


흑구는 계속 생각해보았다.


‘흐음...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몰라.’


흑구가 궁수에게 말하였다.


“아... 네. 좋습니다. 그쪽 동료로 들어가도록 하죠.”


흑구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복면궁수는 고개 끄덕이고는 흑구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거의 코앞까지 다가와 흑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대신에 조건이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간에 너는 무조건 우리가 결정한 행동에 따라야 할 것이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흑구는 조금 두려웠지만 일단은 복면궁수의 부하가 되기로 하였다. 그리고 흑구와 복면궁수는 사냥한 호랑이의 시체를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후 숲을 해메던 장의사가 흑구와 궁수가 같이있었던 그 터에서 나타났다.


“끝도 없이 달아나다보니 알 수 없는 곳으로 와버렸군...”


이때 장의사는 호랑이의 피가 길게 늘어져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이건 호랑이의 피잖아! 여길 따라가면 어디론가 도착하겠지? 우흥!”


그리고 장의사는 호랑이의 피를 따라 계속 이동하였다. 과연 복면궁수는 누구일까? 그리고 장의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야기는 계속된다.


청풍마을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