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빨리 빨리 실어라!"


"Jawohl!(알겠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대전차소총 탕크게베어를 실은 트럭 수십대가 공항에 도착하고, 곧 국방군이 소총이 든 박스를 꺼내 수송기에 싣기 시작했다.


"휴~ 이제 몇 대 정도 남았답니까?"


하인리히 뮐러 상병은 수송기에 상자가 실리는 걸 보며 물었다.


"나도 몰라~ 아마 서너대 정도 남았겠지."


"근데 여기 있는 소총들은 다 어디로 간답니까?"


"중국... 이랬나?"


"걔네들이 뜬금없이 왜 그런답니까?"


"너 신문 안 보1지? 요즘 중국이랑 일본이랑 전쟁하느라 시끄러운 거 모르냐?"


뮐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그렇습니까?"


"에휴... 신문 좀 봐라. 너 임마 대학생이 세계 돌아가는 것도 알고 그래야지. 어?"


"시정하겠습니다!"


그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 다음 트럭이 도착해 그들은 다시 박스들을 날라야했다. 그렇게 3대의 트럭이 더 지나가고, 대전차소총이 가득 든 화물기는 프랑크푸르트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다음날, 중화민국의 총통 관저


"총통 각하, 독일로부터 요청한 대전차소총이 현재 수송기로 배송중이라고 하며, 내일 오후쯤 우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전방 방어선 병력들에 배급하게. 특히 바오딩과 장자커우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나는 미국에 이어 독일에도 무기를 요청했고, 아직 일본과 본격적으로 돈독해지기 전인 독일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군에 가장 필요한 대전차소총이 실려서 오고있다. 1차대전 때나 쓰던 게베어 소총이라지만, 89식 뚫기에는 충분할거다.


전방의 장자커우-바오딩-창저우 방어선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예상 사상자는 중국 6만명 일본 1만 8천명 정도로, 서로 간 병력의 비나 화력의 질을 보면 양호한 교환비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동원된 병력이 중국군 34만명 일본군 12만명인걸 생각하면.


바오딩에서는 시가지 경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라기보단 일본의 일방적인 공격이긴 하지만)이고, 장자커우는... 솔직히 말하면 함락 위기다. 그 지역에 배치된 전차도 많은데다가 일본 사령관도 그나마 유능한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반면 창저우는 역으로 일본이 심각하게 털리는 중인데, 여기만 양측의 교환비가 2:1이다. 듣기로는 창저우를 공격하는 사령관 이름이 무다구치 렌야라던가? 역시 명예 독립군다운 행적이다.


요즘은 전황에 크게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내가 할 일도 줄어들고 있다. 물론 지금도 많긴 하지만 새벽 4시 넘어서까지 철야를 해야했던 3일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편이다.


"각하! 각하!"


"왜 그렇게 급하게 부르나?"


"일본군 점령하의 베이핑에서 시민들이 대거 탈출했는데, 일관적인 증언으로 일본군이 잔학행위를 했답니다."


역시 일본군에서 학살이 빠지면 섭하지.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이런 생각이나하는 내가 한심하긴 했지만.


"뭐라고! 빨리 내각회의를 열게나!"


"알겠습니다! 각하!"


1시간도 안되 각 부의 부장들이 회의실로 들어오고, 나는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장관들을 소집한 이유는... 복리부장, 보고하시오."


"최근 베이핑에서 탈출한 시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일본군 점령하의 베이핑 시가지에서 무수한 학살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사진작가 출신이 찍은 사진도 있고요."


그 뒤에 내가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앞서 우리가 베이핑에서 벌인 시가전에 의해 일본군은 매우 빡쳐있는 상태였고, 그들이 베이핑을 점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피난하지 못한 집을 찾아가 잔학행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어떤 집은 70대 노인과 그의 딸, 사위와 손자가 같이 사는 집인데, 일본군 3명이 들어가 그들을 총으로 위협해 70대 노인더러 딸을 범하도록 했고, 그게 다 끝나자 총검으로 12살난 손자의 팔다리를 토막내고 그걸 그의 엄마에게 먹게 위협했다고 한다.


사진작가 출신이 건물 위에서 몰래 찍은 걸 보면, 일본군 5명이 기관총을 들고 골목에 민간인 수십을 모은 후 총을 난사해 학살하는게 사진에 그대로 찍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그걸 듣고 대부분 애써 터져나오려는 구역질을 참는 표정이었고, 몇몇은 참지 못하고 대놓고 구역질을 하거나 갑자기 화장실을 찾아 달려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솔직히 토 나올 것 같지만 한 가지 생각은 들었다. 이 영상자료를 외교전에서 활용한다면 아마 도움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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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국제연맹 회의


일본군의 학살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본 각국의 대사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국제연맹이라는게 그냥 유명무실한 단체에 불과했던 만큼 각국의 일본 비난이나 중국 지지 이상의 효과는 바랄 수 없겠지만, 외교적으로 타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거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기 나오는 일본군은 점령지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중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본의 명분은 중국의 침략을 막기 위한 예방전쟁이지만, 저게 예방전쟁을하는 나라가 보여주는 모습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첸 대사님, 저 영상의 내용이 사실입니까?"


"보시다시피 모두 사실입니다. 저희 중화민국 국민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행위를 규탄하는 바이며, 일본군의 점령지에서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바입니다!"


물론 요구받는 대상인 일본은 진작 탈퇴하긴했지만.


"... 이상의 회의 결과에 따라 저희 국제연맹은 만장일치로 중화민국에 대한 정신적 지지와 침략국 일본에 대한 규탄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합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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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총통관저


어제밤, 나는 너무 떨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나는 드디어 우리나라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만나러가는거다. 전직 역덕후로써 그분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한두개가 아니라,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총통 각하, 이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가실 시간입니다." 


"곧 준비하고 나가도록하지."